SF 이야기 2014.12.23 03:48

  일본의 만화가이자 일명 '만화의 신'인 테즈카 오사무는 다양한 작품으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았으며, 많은 이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그가 미친 큰 영향은 바로 "만화 속의 전쟁에서 사람이 죽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테즈카 오사무가 등장하기 전, 특히 전쟁 당시의 일본 만화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전쟁 만화가 소개되었는데, 그 중 대부분은 총알을 맞은 병사들이 "아프다"라고 외칠 뿐 죽지 않으며, 폭탄이 터져도 사람이 날아가기만 할 뿐 얼굴이 약간 그을린채 멀쩡하게 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대량 학살'이라는 것을 고의적으로든 아니든 감추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전쟁을 직접 겪었던 테즈카 오사무는 달랐습니다. 그는 습작 시절부터 전쟁으로 주인공이 죽는 장면을 넣고, 불타오르는 거리와 시체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비록 그의 그림은 과장된 모습으로 만화체였지만,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것이며 전쟁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잘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테즈카 오사무 이래 많은 만화가는 전쟁의 고통과 슬픔을 묘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무기 상인을 악당으로 등장시킨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있었고, 로봇에게 무기를 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무기를 갖지 않은 로봇 철인 28호를 등장시킨 요코야마 미츠데루가 있었습니다. 폭력의 미학을 보여주는 듯 하면서도 처참한 살육 장면으로 충격을 안겨준 나가이 고 같은 이들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반 전쟁적인 이야기는 바로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했습니다.


  바로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바다의 트리톤"이었습니다.



  당시는 아직 신인이라고 할 수 있었던 토미노 요시유키의 첫 감독 작품이었던 이 애니메이션은, 바다를 무대로 '악당'인 포세이돈 족과 맞서 싸우는 트리톤족의 후예 '트리톤'을 주역으로 한 소년 활극이었습니다. 1972년에 방송된 이 작품은 엄청난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즐겨보았고, 심지어는 여성들도 즐겁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트리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하였고 그를 응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리즈 마지막회인 9월 30일. 시청자들은 드디어 트리톤이 포세이돈족의 본거지를 쳐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그들의 기대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남겨둔(원작에도 없고, 본래의 각본과도 달라서 토미노 감독 홀로 몰래 준비했던)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껏 싸워온 포세이돈족. 사실은 악당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은 본래 아틀란티스인들에 의해 포세이돈에게 바쳐친 제물의 생존자들이었으며, 트리톤족은 얼마 안 남은 아틀란티스인들이 포세이돈족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만든 생체병기였던 것입니다. 포세이돈족이 트리톤족을 학살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트리톤은 결국 아틀란티스인들의 뜻에 따라 포세이돈족을 멸망시키고 만 것이지요. 수없이 널려있는 포세이돈족의 시체... 이제껏 트리톤을 응원하며 악당을 물리칠 것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결국 복수의 연쇄는 그치고 말았지만, 이제까지 트리톤을 응원한 시청자들은 거대한 대학살의 응원자이자, 대학살의 목격자가 되고 만 것이지요.



  훗날, 군국주의적 색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후반에서는 역시 전쟁의 처참함과 끔찍함을 잘 보여주었던 "우주전함 야마토", 그리고 대놓고 전쟁터에서 매몰되어 버리는 인간성을 강조했던 "기동전사 건담"이 성공하면서, 이 작품 역시 재평가되었고 극장판으로 선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139분으로 편집된 극장판에서 그 충격적인 결말의 마지막 편은 거의 모든 장면이 그대로 반영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에피소드는 그후 많은 이에게 회자되면서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흐름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전쟁을 그린 작품 속에서 전쟁을 보여주고, 폭력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군인을 멋지게 그리거나 전쟁 영웅을 부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전쟁을 아름답게 느끼게 하거나, 폭력이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정말로 좋은 작품이라면, 전쟁은 무자비한 것이며,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함으로써 전쟁과 폭력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SF에는 다양한 관점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중에는 물론 불가피한 무력을 옹호하는 관점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정의로 무력을 아름답게 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상의 차이로 인한 대립이 있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나서는 것이야 말로 가장 인간적인, 아니 인도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자위대가 활약하는 소설, "게이트"가 애니메이션화된다고 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긴자에 생겨난 차원의 문을 넘어 판타지 세계로 간 자위대가 그 세계에서 활약하는 내용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차원 이동에 의한 '다른 세계 모험물' 중에서 비교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고, 코믹하면서도 사실적인 밀리터리 만화를 그리는 사오 사토루에 의해 만화화됨으로서 호평받았던 만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의가 있다면 폭력은 올바른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이들이 넘쳐나고, '정의를 위해선 고문조차 문제없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이 더 대중적인 애니로서 제작되는 건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결코 일본의 자위대가 주역이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가 아님을 기억해 주십시오.)


  혹자들은 작품의 완성도만 괜찮으면 좋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도 전쟁터에 나가고 싶어!"라며 좀이 쑤시듯 외치는 병사들을 멋지다는 듯 표현하며, '저들이 침공해오니 이정도는 당연하지'라는 듯이 수십만 병력을 마치 빗자루로 쓸듯이 가차없이 학살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일 개인의 잘못을 이유로 상대방의 영토에 침공하여 의회를 폭격하는 것이 당연한 듯이 행동하는 작품이 단순히 '재미있으니까'라는 이유로 옹호되어야 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내년에 애니메이션으로 나올 이 작품을 사람들이 찾아보는 것과는 별개로, 그 작품 내부의 모습이 정말로 비정상적이며, 인도적이지 않다는 것을 한번쯤은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며, 폭력은 그 어떤 정의를 내세워도 올바른 것이 아니라는것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정의를 위해서"라면 핵폭탄의 스위치를 누르는 일조차 당연시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좋지 못한 미래를 우리에게 안겨주겠지요.


  폭력의 미학을 내세운 작품을 즐기는 것은 좋습니다. 가공의 이야기, 허구의 이야기, 만들어진 이야기로서 말이지요. 하지만 무엇을 보듯 우리 자신의 마음 속에는 '과연 올바른 것이 무엇인가?'라는 견해가 남아 있어야 함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바다의 트리톤"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30년도 전에 제작된 작품이지만, 이건 지금 보아도 충분히 완성도 높고 재미있는 작품이니까요.


  다만, 이 작품을 볼때는 주인공인 트리톤의 관점에서만 그를 응원하지 말고, 생존을 위해 그에 맞서야만 하는 포세이돈족의 입장도 한번 상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상상"이야 말로 SF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훌륭한 가능성이며, 우리 인류가 이만큼 발전해온 원동력이자, 우리 인류가 이후에도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특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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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14.07.24 05:29

인터넷을 쓰던 중 갑자기 구글 로고가 바뀌었습니다.





난생 처음보는 기묘한 글씨체의 구글 로고... 도대체 이게 어찌된거야...라면서 구글 첫 화면으로 가 보았더니.





아하. 바로 이거군요. 로보트 태권 V 개봉 38주년 기념...


구글에서 이런 걸 기념해 주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역시 구글의 로고 제작자는 센스가 있네요.^^ 


하지만...


한편으로 상당히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구글도 이렇게 기억해 주면서 기념을 해 주는 태권 브이.


그건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나요?


리메이크의 이야기는 어느 새 거의 묻혀버렸고,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소식이 없습니다.

(뭐, 아시는 분은 대충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태권브이가 완벽한 콘텐츠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신체적인 외모로 놀림을 받은 나머지 악의 길로 빠져 버린 카프 박사는 나름대로 참신한 적수이긴 했습니다. 솔직히 악역으로서의 매력은 별로였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기억할만하고, 다시 만들어지면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이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38주년이 기억되는 현재... 우리 곁에는 태권 브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구글의 오늘 로고가 즐겁고 재미있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슬픈 것은 바로 그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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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작품 이야기 2013.12.03 01:44

  사실 저는 프로레슬링을 좋아합니다. WWE를 아내와 함께 열심히 보고 있고, WWE 게임을 사서 하고 있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좋아하는 프로레슬링 게임은 "레슬 엔젤스"이죠. 시리즈가 계속 안 나와서 아쉽지만 말입니다.


  일전에 프로레슬링 팬이었던 일본 친구와 함께 묵었던 일이 있었고 그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일본 여자 프로레슬링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세계는 뭐랄까... WWE의 장식에 가까운 DIVA와는 근본적으로 다르죠. 확실히 '프로레슬링'이라는 느낌이 나고...


  근데 그 친구가 근래에는 일본 프로레슬링도 인기가 낮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레슬엔젤스 시리즈도 더 안 나오고, 레슬링 관련 만화도 별로 없고...


   하지만.... 어쩌다보니 이런 만화/애니메이션을 찾게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강해지고 싶어."


  아이돌 가수인 주인공이 일본 여자 프로레슬링에서 활약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미소녀들이 넘쳐나는 만화이지만, 분위기만큼은 프로레슬링의 내용을 잘 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프로레슬링은 격투기라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단순히 승부에서 이기고 지고가 아니라, 이기더라도, 지더라도 관객이 열광할 수 있는 시합을 하는게 중요하죠. (WWE는 그걸 지나치게 강조해선지 거의 드라마 수준이지만, 그래도 그게 또 재미있습니다. 요즘엔 관객을 열광시키는 슈퍼 스타급 선수가 조금 적은 듯 해서 아쉽지만.)



  생각해 보면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나온 것도 정말로 드문 일이에요. 격투 작품에서 프로레슬링이 나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격투의 하나로 등장했고, 프로레슬링의 중요한 '열광'이라는 것이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죠.


  프로레슬링보다 조금 미래적(?)인 "메탈 파이터 미쿠"라던가, 요괴가 등장하는 소노다 켄이치씨의 "워너비즈" 같은 작품이 있었지만, 역시 조금 아니었죠. 그런 점에서 보면 본격적인 프로레슬링, 그것도 여자 프로레슬링 애니로는 거의 최초가 될까요?



  왜 이런 걸 몰랐나...라고 잠시 생각했습니다. 요새 참 마음이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었네요.^^;;



여담) 그래도 사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이런거에요. "머나먼 링"... 우리나라에서 해적판으로 번역되어 나오다가 정작 4번째 권 내용이 번역되지 않아서 원판으로 사 본 책인데, 프로레슬링의 느낌을 굉장히 잘 살렸죠. 그래선지 게임 "레슬엔젤스 서바이버"가 나올 때 자문역으로 활동하기도 했다는데... 물론 이런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3.12.03 01:24

  원피스 해적 무쌍 2에 빠져서 원피스를 처음부터 보게 되었죠. 게임이 원피스라는 작품의 매력을 정말로 잘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런데 초반에 나온 대사 참 인상적입니다.


  주인공 루피가 "해적왕이 될 거야"라고 하는데, 코비라는 소년이 "무리"라고 이야기하자 루피가 이렇게 말하지요.


  "내가 되겠다고 결심한 거니까, 그 때문에 싸운다 죽는거라면 괜찮아."





  사람은 대개 결과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가는 과정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포기하기 쉽지요.


  하지만 그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에게 좋은 것이라면 그것도 좋은 것이 아닐까요?


  원피스라는 작품은 루피라는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의 동료들이, 루피의 꿈, 그리고 그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워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매력적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같은 일은 만화 속에서만 나오는게 아니죠. 세상에는 자신이 바라는 바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이가 많습니다. 모든 이들이 그것을 이루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얼굴에서는 빛이 나고 웃음이 가득합니다.


  "좋은 인생이었다." 쵸파의 이야기 속에서 히루루크라는 의사가 폭약을 마시고 죽기 전에 웃으면서 하는 말입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나는 과연 "좋은 인생이었다."라고 외칠 수 있는가?


  가끔 고민하고 헛갈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저는 "좋은 인생을 살고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라고 봅니다.'라는 말이 아직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정말로 좋은 인생이었다고 외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마음을 이 작품은 느끼게 해줍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SF 이야기 2013.12.03 00:48
세기의 명작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상영회를 진행합니다.




SF&판타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카우보이 비밥" 시리즈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상영회로 이례적으로 "더빙판 상영회"로 진행합니다.(실은 제가 보고 싶어서랍니다.^^ 관장이라고 도서관 시설을 맘대로 쓸 수는 없고, 대관한거죠. 근데 기왕이면 여럿이 같이 보면 더 좋죠?)

20세기 SF 애니메이션 최고의 명작인 이 작품을, 큰 화면과 박력 넘치는 음향 시설을 통해 -자막에 집중할 필요 없는- 더빙판으로 만끽합시다.


* 일시 : 2013년 12월 14일(토) 오후 9시
* 장소 : SF&판타지 도서관 ( 오시는 길 )
* 연락처 : Tel - 070-8102-5010
* 인원 : 선착순 20명
* 참가비 : 15,000원 (야참, 조식 제공)

< 상영 예정 >

- TV 26화 + 극장판

21:00 ~ 23:20 - TV 1~6
23:30 ~ 1:50 - TV 7~12
1:50 ~ 2:30 - 야참
2:30 ~ 5:00 - TV 13~18
5:10 ~ 7:30 - TV 19~22
7:30 ~ 8:10 - 조식
8:10 ~ 9:40 - TV 23~26
9:50 ~ 11:50 - 극장판 천국의 문

< 신청 방법 >

1. 메일( pyodogi@gmail.com )로 양식에 맞추어 신청.

2. 이메일/문자로 신청 내역 확인 연락이 갑니다. 답장 시 확정됩니다.

3. 참가비는 당일 수령.

< 신청 양식 >

이름 -
전화번호(휴대전화 등) - 
이메일 주소 -


여담) 카우보이 비밥을 제작한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SF 신작 스페이스 댄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 심심해하는 류지님 ( twitter : @ryuji723 ) 정보 고맙습니다.) 카우보이 비밥보다도 훨씬 복고풍 스타일의 분위기가 굉장히 즐거운데, 훗날 블루레이가 나오거나 하면 역시 상영회 하면 좋겠네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2.04.17 12:46



  <도라에몽>이나 <에스퍼 마미> 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SF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후지코 F 후지오(藤子・F・不二雄,, 본명 후지모토 히로시(藤本 弘))의 작품 중, 국내에서는 "빠삐용" 혹은 "어린이 슈퍼맨" 등의 이름으로 소개된 작품이 있습니다.

("빠삐용"이란 제목은 과거 해적판 만화의 제목... "어린이 슈퍼맨"이라는 제목은 제가 어릴 때 어린이날 특집극으로 나왔을 때의 제목입니다. 수 년 전, 재능 방송에서 <슈퍼꼬마 퍼맨>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참고 : 후지코 F. 후지오 소개 ( SF&판타지 도서관 )

 

  "슈퍼맨"처럼 초인이지만, 슈퍼맨에 비해서 상당히 덜 떨어진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슈"를 빼서 "퍼맨(Perman)"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어느날 갑자기 정의의 용사가 된 초등학생의 이야기"... 그러니까, 지극히 흔해 빠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도라에몽>보다 앞선 1966년에 연재가 시작되어 80년대에 다시 연재를 하고, 그 외에도 몇 번이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후지코씨 스스로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 곰도 들어올리는 놀라운 힘! 이것이 바로 퍼맨이다. ]

 

  하지만, "버드맨(초기 설정엔 슈퍼맨)"이라는 외계의 초인을 우연히 만나 얻게 된 그 힘으로 초인으로서 활동하는 이 이야기는, 한편으로 아이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난해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퍼맨"이라고 불리는 그 초인으로서의 능력이 완벽하지 않으며(슈퍼맨처럼 불사신이 아니며) 스파이더맨 이상으로 힘들고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첫 회부터(애니메이션판) 불타는 집에서 아이들을 구해내는 것으로 시작하는 퍼맨의 일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릴 때는 '멋지다. 대단하다.'라고 느끼게 되지만, 나이가 들고 새롭게 본 그들의 일은 도저히 초등학생이라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아닌 것이지요.


  이러한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퍼맨이라는 작품과 '초인'의 능력을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운동 실력도 대단치 않고 머리도 평범한(공부를 하면 어느 정도는 하지만 게으른...?) 스와 미츠오(須羽満夫, 초등학교 5학년)는 어느날 버드맨이라 불리는 초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 덜떨어지긴 했지만, 여하튼 대단한 과학력을 가진 버드맨. 우주를 돌아다니며 버드맨 후보를 찾고 있다. ]

 

  왠지 덜떨어진 듯한 그는 지구에서 '버드맨 후보생'인 퍼맨을 발탁할 예정으로 찾아왔지만, 낮잠을 자다 귀환할 시간이 되어 버려, 미츠오에게 "퍼맨 셋트(마스크, 망토, 배찌, 그리고 카피 로봇)"를 넘겨주고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돌아가 버립니다. 퍼맨의 정체를 동료 이외의 사람들에게 밝히면 동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협박과 함께...

 

  버드맨은 뛰어난 두뇌와 육체, 그리고 기술을 지닌 초인 외계인으로, 그들의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존재들이지요.(일종의 자원봉사 경찰단?) 하지만, 우주는 넓기 때문에 다른 별에 지부를 만들고 퍼맨이라 불리는 초인들을 뽑아 평화를 지키게 합니다.

 

  이러한 경위를 거쳐 미츠오를 비롯한 일본의 소년소녀-그리고 원숭이-가 퍼맨으로서 활약하게 되는 것이지요.(왜 일본이냐고 묻겠지만, 퍼맨은 일본 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 수없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단지, 미츠오 일행이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을 뿐이지요.)



[ 60년대 작품이지만, 근래에도 극장판으로 선보이곤 하는 퍼맨... ]

 

 

  그들의 능력을 뒷받침하는 것이 퍼맨 세트.

 

  망토를 착용하면 시속 119km(라는 어중간한 속도)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고, 마스크를 쓰면 6600배의 힘을 발휘하는데다 뼈가 다이아몬드보다 단단하게 변합니다.(마스크에는 또한 동시 통역 기능도 장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배찌는 동료와 연락을 할 수 있고, 입에 물면 산소를 발생시켜 주지요.

 

  그리고 카피 로봇은 코를 누르면 그 누른 사람(또는 동물)의 외모, 성격, 여기에 기억까지 완전히 복사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퍼맨을 대신하여 일상 생활을 해 줍니다. 그리고 이마를 대면 카피 로봇의 기억을 복사할 수 있지요.

(* 이런 요소들은 '과학 기술로 탄생한 초인'이라는 개념을 잘 표현하고있기에 SF 요소로서도 괜찮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편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이 대학생도, 신문 기자도, 그리고 갑부도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왜냐하면, 퍼맨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체제이기 때문이지요.

 

  9시면 자야 하는 초등학생이 야간 순찰이라는 이름으로 시내를 날아다니는 일이 드물지 않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밤새워 순찰을 돌고난 이후에도 학교를 가야 합니다.(가끔 카피 로봇에게 대신시키는 일도 있긴 하지만...)


  게다가 퍼맨의 일이라는 것이 초등학생으로서는 정말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붕에 올라간 공을 꺼내주거나, 교통사고가 난 차에서 사람을 구해내는 정도라면 별게 아니지만, 추락하는 비행기를 구하고, 강도들과 대결하고, 심지어는 총격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인질을 구하는 경우도...

 

  퍼맨은 물론 강한 힘을 갖고 있으며 하늘을 날지만, 119km라는 어중간한 속도로는 쉬운 일이 아니며(퍼맨 터치라고 하여 다른 퍼맨들과 손을 잡으면 그 인원수만큼 두배, 세배로 빨라지긴 하지만...) 총을 맞으면 큰 상처를 입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불 속에서 사람을 구하다 화상을 입는 일도 적지 않지요.(실제로 미츠오는 몇 번이고 죽을 뻔했으며(불길에 휩싸이고, 철골에 머리를 맞고 떨어져 콘크리트에 묻히고, 처형되기 직전에 이르는 등), 그래서 몇 번이고 퍼맨 활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퍼얀의 경우에도 군대에 붙잡혀 고문을 당한 일도 있지요. 고작 초등학생(퍼얀은 중학생 정도?)인데...-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아이들용으로는 상당히 심각한 내용이었다고 봅니다. 그 이야기는 극장판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고문 장면 만큼은 역시 빠졌더군요.-)

 


[ 불길 속으로 향하는 퍼맨. 슈퍼맨과는 달리 그들은 물론 화상을 입고 다칠 수 있다. ]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평상복... 옷을 입지 않는 2호(원숭이 부비)나 부자에 아이돌인 3호(퍼코), 그리고 퍼맨의 능력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착실(?)한 4호(퍼얀)이라면 조금 나을지 모르겠지만, 60년대 당시 월 300엔(요즘 기준으로 보면 월 5천원에서 1만원?)의 용돈을 받는 1호(미츠오)에게 있어 옷이 더럽혀지거나 타버리는 것만 해도 작은 일은 아니지요.(누군가가 "퍼맨은 왜 매번 같은 옷만 입고 있느냐?"고 추궁할 정도...)

 

  영화 <스파이더맨 2>에서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일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잘리고 학교 수업조차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퍼맨의 상황도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더 나쁩니다.


  앞서 말했듯, 밤샘 순찰을 하고 난 이후에도 미츠오는 학교에 가야 하거든요.

 

  그냥 카피 로봇에게 맡겨 버리면 되지 않는가 생각할 수 있지만, 가능한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카피 로봇이 그다지 성실하지 않기 때문인지 미츠오는 되도록 자신이 생활도 직접 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미츠오의 성격이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미츠오는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도라에몽"의 노비타와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무엇이든 도라에몽에게만 의존하고 스스로는 전혀 노력하지 않는 노비타와는 달리 정의감이 강하고 용기도 있으며 꽤 성실한 편입니다. 공부를 못하고 다소 게으른 피터 파커? 그런 느낌일까요?(얼굴부터 얼빵한 노비타와는 달리, 꾸미면 꽤 괜찮아질만한 정도일지도...^^))

 


[ 카피 로봇은 편리하지만, 능력은 똑같다. 이따금 이렇게 둘이 말다툼을 벌이기도... ]

 

  주역이자 대부분의 이야기를 담당하고 있는 미츠오의 이야기는, 초등학생판 피커 파커라는 느낌일지도 모릅니다.(아니 그보다 더욱 못할지도... "스파이더맨"이라면 평범한 강도나 악당들에게 죽을 뻔 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퍼맨으로서는 마을의, 그리고 도시의 영웅으로 사람들의 환성을 받고 있지만, 미츠오 자신은 -야간 순찰 때문에- 학교에서 졸기 일수고, 시험도 제대로 못봐서 혼나는게 대부분, 퍼맨 활동을 하고 돌아오면 카피 로봇이 원상태로 돌아가서 혼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좋아하는 여자애(미치코)에게 전혀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반면 미치코는 퍼맨을 좋아합니다.)

 


[ 히로인처럼 등장하는 미치코. 미츠오의 마음을 전혀 모르고 퍼맨만 좋아하는 것이 다소 슬프다. ]

 

  퍼맨의 친구...라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 있지만 그걸로 이득을 얻는 일은 거의 없지요.(도리어 악당들이 잠입해서 동생이나 미츠오 자신을 납치하거나 심지어는 죽이려 하는 일이 더 많을 정도...)

 

  퍼얀처럼 아르바이트라도 한다면 좋겠지만, 미츠오 자신은 -때때로 퍼맨의 능력을 개인적으로 쓰긴 해도- 그걸로 돈을 벌 생각은 전혀 없는 듯 항상 적은 용돈으로 고생하고 있지요.

 


  솔직히 말해, 어른인 저로서도 그다지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그런 일이라고 할까요? 때때로 목숨이 위험하기도 한 무료 봉사. 게다가, 그로 인해 일생 생활에 장해가 발생하기까지 한다면 말입니다.(그런데 고작 '정체를 밝히면 동물로 만들겠다(초기 설정엔 "두뇌 개조 광선으로 바보가 되어 버리는 내용이었으나 변경...)고 협박을 당하기나 하니...)

 


[ 어떤 동물이 될까? 공짜 알바로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

 

  하지만 머리도 좋은 편이 아니고 운동 신경도 별로, 여기에 부자도 아니고 어느 것 하나 잘난 것이 없는 미츠오는 몇 번이고 퍼맨 활동을 그만두고 싶어하면서도 결국 활동을 계속합니다.

 

  자기 자신의 만족보다는, 사람들이 다치고 위험에 빠지고, 그리고 고생하는 것을 보지 못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말이지요. 초등학생이란 나이를 생각하면 정말로 대단한 정의감과 희생 정신이 아닐 수 없지요.

 


  자신이 아닌 자신(퍼맨)은 인기를 끌고, 좋아하는 여자애의 호감을 얻고 있지만, 자기 자신은 전혀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은 본래 "슈퍼 영웅"이 등장하는 이야기라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겠지만... 고작해야 초등학생에 불과한 그들이 노력하는 모습은, 어른이 된 지금 보기에는 너무도 놀랍다고 해야 할까요?

 


[ 난데 없이 열린 퍼맨 사인회. 이런 일을 빼면 그에게 돌아오는 보답은 없다. ]

 

  특히나 퍼맨 중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미츠오의 희생과 노력에는 정말로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미츠오는 "퍼맨 중에서 능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버드맨 후보로 발탁됩니다.

 

  바로 "가장 능력은 떨어지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버드맨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구인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정도 차이는 버드맨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습니다. 초등학생에 불과한 미츠오에게는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전교 1등과 꼴찌의 차이 쯤은 어른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가장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들을 돕고자' 최선을 다했던 미츠오의 노력을 버드맨은 인정해 주었고, 그 가능성을 믿어준 것입니다.


  후지코씨의 대표작인 <도라에몽>은 독특하고 참신한 발명품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작품입니다. 후지코씨 만의 넘쳐나는 상상력이 즐거움을 주지요. (이들 발명품을 등장시키고자 노비타라는 구제불능의 아이를 등장시키고,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도라에몽을 탄생시킬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퍼맨>은 발명품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6600배의 힘도 119km로 하늘을 나는 능력도, 그리고 바닷 속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능력도 어디까지나 '부속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핵심에는 항상 미츠오를 중심으로 하는 퍼맨들이 있는 것이지요.


  초등학생에 불과하지만 그 내면은 그 어떤 초인보다도 믿음직하고 든든한, 정의를 마음에 품은 아이들이...



  그런 점에서 <퍼맨>은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지만, 어른들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추신) 이 이야기... 60년대의 첫번째 설정보다 80년대에 다시 연재된 설정(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바탕으로 살펴보면(약간이지만 설정이 다르기 때문에) 또 하나 눈에 띄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적지만 러브 코미디(?)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미츠오가 미치코를 좋아하고 있지만, 퍼맨으로서 밖에는 상대해 주지 않는 이야기(이를테면, 미츠오가 "어디 놀러가지 않을래?"라고 얘기하면 바쁘다고 하면서, 바로 퍼맨으로 변신해서 "날아보지 않을래?"라면 언제 바쁘다고 했냐는 듯 "가방 두고 올테니 잠시 기다려"라고 달려나오는...등)...야 항상 흔한 이야기도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내용이지만, 정말로 눈에 띄는 것은 현실에서는 분 단위 스케줄에 쫓길 정도의 초 인기 아이돌인 퍼코(호시노 스미레)가 퍼맨(보다 정확히 말하면 미츠오)를 좋아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이 내용은 미츠오와 미츠코의 이야기와는 달리 그다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점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퍼맨의 진정한 히로인은 퍼코(스미레)"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깊이있는 이야기입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퍼코는 퍼맨 그룹에서는 유일하게 동료에게조차 정체가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심지어 독자들조차 중반 이후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될 정도) 동료들은 몇 번이고 정체를 밝혀달라고 이야기하고 심지어는 계략을 꾸며서 그녀의 정체를 밝히려 하지만, 그녀 자신 정체를 밝히는 점에 대해서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지요.

 

  그것은 그녀의 일상 생활이 결코 정상적이기 않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본 모습은 초 인기 아이돌인 호시노 스미레. 그런 만큼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그녀는 인기 스타로서 밖에는 대접받지 못합니다. 매우 얌전한 미소녀 스타라는 설정(?)이지만 그것은 실제의 그녀 모습이 아니고, 왈가닥에 요리 재주가 전혀 없으며(전기 밥솥으로 숯을 만들 정도) 할말은 다하고 뺨을 때리고 심지어는 발로 차기까지 하는 퍼코로서의 모습이 바로 그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지요.

 


[ 퍼맨과 퍼코... 여하튼 심심하면 말다툼을 벌이지만 의외로 사이가 좋은 편이다. ]

 

  흔히 "변신하면 성격이 바뀌는 설정"은 많지만, 그녀의 경우는 평소가 거짓이고 퍼코의 모습이 진짜...(그녀 자신은 단순히 '성격이 변하는 듯 하다'고만 생각하고 있지만...) 그리고, 오직 퍼코의 모습일 때만 동료로부터 "평범한 여자애"로서 대우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그녀는 미남도 아니고 다소 바보 같으면서도 정의감이 넘치고 겁쟁이지만 정말 필요할 때 용기를 내는데다(퍼맨 그룹에서 가장 실수를 많이 하는 느낌이지만, 퍼코를 비롯한 동료를 구한 일도 수없이 많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며, 한편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자신을 상대해주는 미츠오를 좋아하고 있지요.


  하지만, 퍼코 상태에서는 항상 티격태격... 말다툼만 하고 싸움만 하기 때문에(그래서 미츠오는 그녀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진심을 밝힐 수 없는 상황...

 

  더욱이 미츠오가 스미레의 팬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습니다.

 

  자신이 스미레라는 것을 밝히면 분명히 평범한 소녀로서 대우받지도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어쩌면 스미레 자신조차도 미움받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녀는 미츠오가 좋아하고 있는 미치코 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스미레)에게도 -스미레를 좋아하는 미츠오의 모습을 보며- "스타 따위 별거 아냐."라며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퍼맨 1호(미츠오)와는 달리 퍼맨 2호나 퍼얀은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는 듯...)

 

  그리고 동시에 미치코에 비해 여자답지 못하다는 점에 대해서 컴플렉스를 갖고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그녀는 결국 미츠오가 버드성으로 떠나는 순간 그에게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데, 그런 만큼 그들 두 사람의 러브 코미디(^^)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할 뿐입니다.(애니메이션판에선 그녀가 자신의 소중한 보물로 손거울을 내밀고, 진정한 보물은 그 거울에 비친 미츠오 자신이라며 간접적으로 고백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 접착제 때문에 손이 붙어버렸지만, 손이 떨어진 이후에도 계속 손을 잡고 있는-그래서 퍼얀의 지적(이라기보다는 짖궂은 추궁)에 당황하며 딴청부리는- 퍼맨과 퍼코... 애니메이션에선 이런 장면이 꽤 많은 편이다. ]

 

->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미레에게 있어 그 마음은 초등학생 때 스쳐지나가는 동경(미치코를 좋아하는 미츠오의 마음, 혹은 퍼맨을 좋아하는 미치코의 마음이 아닐까요?)과는 다른 듯 합니다.

 

  왜냐하면 같은 작가의 작품인 <도라에몽>에서 호시노 스미레가 등장하여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후일담'이 있기 때문이지요.

 


[ 이제는 어른이 되어 과거의 추억을 생각하는 호시노 스미레. ]

 

   퍼맨으로서의 활동은 더 이상 계속 하지 않는 듯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그녀는 대스타로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남 배우나 가수들과의 결혼 소문이 돌고 있으며, 스토커나 파파라치에게 연일 쫓기고 있지만 그녀 자신은 '결혼할 생각은 없다'는 태도를 지키고 있지요.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 노비타와 도라에몽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멀고 먼 나라에 있는 좋아하는 사람... 하지만 언젠가는 꼭 돌아올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그녀가 소중하게 품고 있는 것은 바로 미츠오의 사진이 담긴 목걸이... 그야말로,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이 필요없어 질때까지 기다리겠다"던 그녀나, "스파이더맨조차 구원받을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던 그녀를 보는 느낌일까요? <다크나이트>의 그녀가 "배트맨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마음을 돌린 건 아쉽지만...

 


[ 어른이 된 스미레(퍼코)의 소중한 물건. ]

 

  도라에몽에서는 그녀 외에도 후지코씨 작품의 많은 조연들이 등장하지만, 이른바 '후일담'이 나온 건 그녀가 유일하지요. 그만큼 후지코씨가 소중하게, 그리고 관심을 갖고 있는 작품이자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퍼맨>과 후지코씨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로서도 그들의 재회가 궁금하지만, <도라에몽>에서 그녀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후지코씨가 타계하신 지금은 단지 궁금증으로 끝날 뿐이라는게 아쉽지요. 후지코씨의 작품 중 <중년 슈퍼맨>이라는 단편이 있지만 퍼얀(오오야마 호젠)이 잠깐 등장할 뿐. 퍼맨은 나오지 않습니다...

 

 

추신) 솔직히 저는 <도라에몽>보다는 <퍼맨>을 더 좋아하고,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퍼맨> 쪽을 더 좋아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주역인 미츠오는 일견 노비타와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퍼맨이라는 힘에 관계없이 오직 사람을 돕고자 하는 일념만으로 목숨을 걸고 노력하는 소년... 공부도 운동도 못해서 인기는 전혀 없지만 -배우로 오랜 기간 활동한 만큼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되는- 스미레(퍼코)가 진심으로 좋아할만큼, 그 내면은 충실한 아이이지요.

(그런 만큼, 그와 친구들의 관계는 노비타와 자이언의 관계와는 전혀 다릅니다. 노비타가 내성적인 왕따 소년이라면 미츠오는 이따금 놀림받긴 해도 진심으로 친구들을 상대하고 투닥거립니다. <도라에몽>에서 노비타와 결혼한 시즈카의 생활은 최악입니다. (<고스트 스위퍼>에서 자신의 미래를 알게된 미카미가 "시즈카가 미래를 알았다면 노비타를 죽여 버렸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그야 그렇겠죠. 노비타는 정말이지 구제불능이거든요. 어른이 되어봐야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것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미츠오는 버드맨으로부터 "능력은 뒤질지 모르지만, 가장 열심히 노력한다."라고 인정받아 버드맨 후보로 발탁될만한 소년입니다. 내면이 충실하고 성장 가능성을 가진 소년이지요. 그런 만큼, 그 누구와 결혼했든 미츠오는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주인공인 미츠오 만이 아니라 미츠오를 놀리곤 하는 친구들(이를테면 <도라에몽>의 자이언처럼 골목대장인 가바오) 만 해도 단순히 괴롭히기만 하는 자이언처럼 무조건 나쁜 애는 아닙니다.

  자이언의 순조는 "남의 것은 내것. 내것은 내것"이며 항상 제멋대로이기 때문에 심지어 부하뻘인 친구들조차 싫어하지만, 가바오는 친구의 장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퍼맨이 죽었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등 믿음직한 '골목대장'을 연상케 합니다. 그런 만큼 친구들도 편하게 대하고 미츠오와도 사이는 꽤 좋은 편이죠.

  자신도 퍼맨이 되어 좋을 일을 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꽤 겁많은 소심한 성격이기도 하고... 굳이 말하자면, 심술궂기는 해도 꽤 믿음직한 형님...이 될만한 소질이 보이는 캐릭터라고 할까요?(<마징가 제트>의 보스 같은 캐릭터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치코 역시 도라에몽의 시즈카와는 달리 무조건 상냥한 소녀가 아닙니다. 요리도 잘하고 여자다운 면이 많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퍼코에 뒤지지 않을 만큼 왈가닥이라서 즐거움을 줍니다.


  그 밖에도 -어른이 된 지금보기에도 매력적인- 수많은 캐릭터들이 즐겁게 합니다. 악당들마저도 재미있어서, 괴도 뤼팽처럼 활약하는 도둑이면서 때로는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돕는, 게다가 탈옥을 할 테니 제발 경비를 좀 서 달라고 부탁하는(감옥문을 열어두면 도리어 "탈옥할 맛이 안난다."라며 괴로워하는) 괴도 천면상이나 오직 1번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퍼맨 1호를 노리지만 항상 실패하는 (자칭) 천재 매드사이언티스트 마도 사이엔 박사 같은 인물에 이르면 정말이지 웃음을 그칠 수 없지요. 게다가 정기 회지까지 내고 있는 "전일본 악당 연맹(전O련)"에 이르면... "악당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법칙을 이만큼 충실히 따른 작품도 얼마 없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건 미츠오(퍼맨 1호)와 스미레(퍼코)이지만...^^

 

여담) 이 작품은 1960년대(총 65화)와 1980년대(총 527화) 각각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198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은 국내에서도 재능 방송에서 <슈퍼꼬마 퍼맨>이라는 작품으로 방송했습니다.

  그 밖에도 2004년에 극장판이 만들어지는 등 다양한 작품이 나왔지만, 국내에서는 만화책도 접하기 힘든게 아쉽지요. (저 역시 과거에 "빠삐용"으로 나온 해적판 외에는 일본 원판으로만 사 볼 수 있었으니까요.)

  일전에 SF파티에서 극장판을 상영한 일이 있는데, 차후 기회를 보아 SF&판타지 도서관에서 상영회를 생각 중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2.04.05 16:55

 1969년부터 후지 TV에서 방송된 애니메이션 “사자에상”은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인기 높은 국민 애니메이션입니다. 네 컷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지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애니메이션 나름의 독자적인 구성으로 눈길을 끌고 있으며, 일본 만화 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인 원작 이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사자에상”은 매화마다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트콤 같은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비교하자면 “전원일기” 같은 드라마를 연상할 수 있을까요?

  그에 비할 만큼 오래 진행하면서도 주요 시청자가 아동에 집중되어 있는 “도라에몽”과는 어느 정도 비슷하면서도 차별되는 작품이죠.



  제목이 “사자에상”인 만큼 사자에(후구타 사자에)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한 가지 특징은 주역인 사자에를 비롯해서 모든 인물들이 나이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세계의 시간은 항상 동일하게 반복됩니다. 24살(원작 만화에서는 27살)의 여성인 사자에는 196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24살이었습니다.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고 생일이 지나가지만, 나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지요.


  “사자에상”을 이렇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이 만화 원작, 그리고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입니다. 실제의 배우는 나이를 먹으면 늙어가고 작품이 오래되면 작품 속 시간도 흘러갈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앳된 소년이었던 해리포터가 점차 어른이 되어 가듯, 드라마나 영화 속의 인물들은 점점 나이를 먹고 늘어가게 됩니다. 만일 어린 시절의 해리포터부터 다시 시작하려면 다른 배우가 출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화는 그런 제약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만화 속 주역에게 주어진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는 별개로 흘러갑니다. 그 중 가장 극단적인 것이 바로 “사자에상”처럼 한 해가 반복되는 연출입니다.


  일본에선 이러한 방식을 ‘사자에상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사자에상” 이전에도 이런 연출의 작품은 있었겠지만, 이 작품이 워낙 유명한 만큼 그렇게 부르는 것입니다.


  “사자에상” 방식의 만화는 캐릭터의 외형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어릴 때 보았던 노비타(도라에몽의 주인공)와 지금의 노비타는 -애니메이션의 성우는 바뀌었고 약간 디자인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초등학생 노비타 그대로입니다.

  “시티헌터”의 주인공 사에바 료는 항상 20대라고 말합니다. 만화 주인공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면서... “은혼”의 주역인 신바치는 ‘이 만화는 사자에상 방식이라서 우리는 나이를 안 먹는다.’라고 당당하게 대사로 말합니다.

  다카하시 루미코의 “우르세이 야츠라”나 “람마 1/2” 같은 작품에서도 주역들은 항상 같은 고등학교에 같은 학년입니다. “명탐정 코난”은 시작한지 18년째이지만 코난은 여전히 4학년이고, 란도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역시 ‘사자에상 방식’으로 같은 해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많은 만화가 사자에상 방식을 애용하는 것은 그것이 편리하고 독자들도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명탐정 코난”의 시간이 흘러간다면 코난(신이치)은 이미 20대 후반의 모습이 되어야 하고, 란은 30대 중반의 나이겠지요. 그 오랜 기간 동안 두 사람이 헤어져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람마 1/2”의 주인공들이 나이를 먹으면 그들은 대학교에 가거나 취직을 하고 다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사에바 료는 어느새 중년을 넘어서 장년, 또는 노년 이르겠지요.


  인물들의 나이가 그대로인 채로 주변의 상황, 그리고 때로는 인물이 성장하고 인물 간의 관계가 변화하는 것은 독자나 시청자들이 그들의 나이 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으로 그려지는 만화에서는 이 같은 연출이 쉽게 사용되는 것이겠지요.


  ‘사자에상 방식’은 시트콤과 같은 방식의 작품에 어울립니다.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펼쳐나가는 방식에서, 하지만 독립적인 에피소드 구성이 중심을 이루다보니 긴 드라마를 엮어내는 데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장편 이야기라고 해도 대개는 기존 에피소드 몇 개 분량 정도로 심각한 얘기를 하고 끝낼 뿐이지요.

  각 에피소드의 구성은 달라지고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주역들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약도 있습니다. 우선은 주역들이 항상 같다는 것이 문제가 되겠군요. 새로운 인물이 출현하고 때로는 인물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거의 스쳐지나가는 느낌이며 인물들의 성장이 있다고 해도 외모가 달라지지 않는 만큼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반면 “맛의 달인”이나 “유리가면”처럼 시간의 흐름을 주는 작품은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매우 충실합니다. “맛의 달인”에서는 주인공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성장해나가는데, 이에 따라 그들의 생활과 삶은 굉장히 많이 변화하며 그것이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아버지와 대립하던 주인공이 ‘아버지’가 되면서 그 아버지와 화해하게 되고 이윽고는 자신이 맡았던 업무를 다른 이에게 물려주고 그를 키워나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유리가면”에서는 어린 소녀였던 마야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사랑을 느끼게 되고 상처받고 갈등하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평생 똑같은 모습이어도 상관은 없겠지만, 그들이 성장함으로써 세계를 구하는 싸움이라는 모습에 더욱 어울리게 되었고 아이가 태어나고 또는 죽기도 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극적으로 전개되어 갑니다. 그리고 세대를 넘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낼 수도 있습니다.


  작품의 주역들이 나이를 먹고 성장하면서 어른으로서의  아이를 낳고 새로운 세대가 펼쳐가는 모습은 정말로 감동적이며 세상의 흐름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연출할 수 있는 방식. 그에 반해 사자에상 방식은 오직 만화, 또는 수 년 정도로 짧은 시트콤 같은 것에서만 연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사자에상 방식을 채택한 것이 많습니다. 작품을 보실 때 그것이 사자에상 방식인지를 이해하면 작품 속의 흐름에 딴죽을 걸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코난과 란은 도대체 몇살이야?'라는 식의...^^)


  한편 작품 중에는 ‘사자에상 방식’을 취하고 있는 듯 하면서도 아닌 것이 있습니다. “절망선생”이라는 만화에서 주요 인물 대부분은 항상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그러면 사자에상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학기가 끝나기 얼마 전에 담임이 이야기하죠.

  “여러분은 모두 유급이라서 진급은 하지 않습니다.”

  네. 일단 시간은 흘러가고 나이를 먹은 것입니다. 비록 그에 따른 변화는 전혀 없지만.^^


  그리고 “사자에상 방식”으로 진행되더라도 이따금 변화를 주고 싶을 때는 진급을 시키곤 합니다. “여기는 그린우드”에서 그런 연출이 있었는데, 주인공은 1학년으로 입학해서 몇 번이고 학기가 지났지만, 어느 순간 “진급시키기로 했습니다.”라는 작가의 말과 함께 2학년이 됩니다. 2학년으로 끝이 나게 되지만, 여하튼 한 학년의 변화로 주인공이 기숙사장을 맡고 3학년이 졸업하고 신입생이 들어오는 등 인물 구성에도 많은 차이가 생겨났죠. “시티헌터”의 속편격인(설정 대부분은 변경된 독립 작품인) “엔젤하트”에서는 더 나이가 든 사에바 료와 주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언젠가는 사자에상에서도 이런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사자에상 방식’이란 결국, 작가의 마음대로 나이를 조절할 수 있는 만화의 특징이며, 사자에상 같은 작품을 가장 잘 살려줄 수 있는 방식이며, 사자에상이 40년 이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그 변함없는 모습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니까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2006년의 오늘 일본의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에서 개발한 적외선 천문위성 아카리가 발사되었습니다. 조명이나 작은 빛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아카리는 망원경의 방향을 바꾸면서 하늘을 핥듯이 관측하며 적외선으로 살펴본 우주의 지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아카리를 통해 우리는 은하의 기원과 진화의 비밀에 대해 조금 더 접근할 수 있었고, 태양계 밖의 행성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지요.

 
 아카리는 우주 저 먼곳의 비밀을 아주 조금이나마 우리에게 더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저 먼 곳 어딘가에는 우리 인간과는 다른 어떤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더하게 해 주었지요.

 
  그런데 정말로 그들이 우리를 찾아온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오늘의 추천작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마크로스는 20090222(바로 3년 전의 오늘) 진수식을 올린 우주 전함의 이름입니다. 19997의 달.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했다는 공포의 대왕 대신에 하늘에서 떨어진 이성인의 전함을 개조하여 완성된 함선이지요.

 
  이 전함의 존재는 인류에게 다른 지적 존재, 그것도 우리 인류보다 훨씬 기술이 발달한 지적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우주를 호기심이 아닌 두려움의 존재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고자 마크로스와 각종 우주 전함이 건조되었지요.

 
  우주로부터의 침략자에 대항해야 한다는 의식은 세계 정부의 출현으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이권을 다투는 인간의 통합 정부는 오랜 전쟁 끝에야 실현되었으니까요.

  그리고 2009222. 마크로스의 진수식에서 사건을 발생합니다. 마크로스, 정확히는 그들의 적국인 감찰군의 함선을 추적한 이성인 젠트러디의 전함이 지구로 다가온 것입니다. 마크로스는 갑자기 작동하여 주포로 전함들을 날려버립니다. 이는 감찰군이 남겨놓은 부비트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인류가 이성인에게 먼저 선제공격을 한 결과가 된 겁니다.

 
 렇게 시작된 마크로스의 이야기는 SF와 애니메이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로보테크라는 이름으로 -여러 다른 작품과 뒤섞여 괴상하게 재편집되긴 했지만- 호평받았으니까요.

 
<우주전함 야마토><기동전사 건담>과는 달리 SF와 애니메이션팬들로 구성된 '신세대' 제작진들이 만든 <초시공요새 마크로스>SF 만이 아니라 아이돌이나 러브 코미디 같은 당시의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던 문화를 잘 반영한 작품이었습니다. 훗날 가이낙스를 만드는 주역들인 야가마 히로시나 안노 히데아키 등도 대거 참여한 이 작품은, 말하자면 오타쿠 제작진들이 만든 첫 작품이라고 해도 좋았지요.

 
자연히 그들 사이에선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만들자.”라는 분위기가 넘쳐났고,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SF로서의 마크로스는 이성인과의 첫 번째 만남(퍼스트 콘택트)을 다룬 동시에 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전쟁물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전쟁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도 특징이며, 이야기 전반에서 문화라는 것이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도 기존의 우주 전쟁물과는 차별화된 작품이지요.

 
설정이나 영상 측면에서의 마크로스는 기존의 로봇 애니메이션과도 다른 측면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리얼 로봇이라는 흐름에 충실한 작품이었던 것이지요.

 
마크로스는 길이 1.2km의 거대 전함이 로봇으로 변신하여 주먹을 날리는 슈퍼 로봇 같은 측면을 보여주면서도, 그 내면에는 당시로서는 가장 사실적이고 또한 밀리터리적인 메카들을 등장시킨 작품입니다.

 
리얼로봇의 효시라고도 할만한 <기동전사 건담>이 사람을 거대화시킨 슈퍼로봇이나 강화복의 연장선에 있다면, ‘마크로스의 병기들은 기존의 전차나 전투기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데스트로이어라 불리는 지상용 병기들의 디자인은 기존의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에서는 찾을 수 없는 혁신적이고 참신한 것이었지요.

[ 멕워리어 팬들에겐 '워해머'란 이름으로 친숙한 데스트로이어 토마호크. 지금보아도 매우 참신하고 사실적인 디자인이다. ]


  
그래서일까요? ‘마크로스의 메카 디자인은 미국에서도 호평 받아 FASA에서 무단으로 이용해서 자사의 제품인 배틀테크(메크워리어)’에 등장시키기에 이릅니다. 훗날 이 문제로 소송이 제기되었고 결국 FASA와의 사이에 화해가 진행되어 FASA에서 정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죠. (하지만 마크로스가 아닌 로보테크의 판권을 가진 골드하베스트의 소송 제기로 메크워리어 5’가 출시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한편으로 마크로스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미국에 받아들여지는 일련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마크로스SF팬이었던 제작진들의 ‘SF적인 리얼 추구라는 방향성에 의해 탄생한 작품으로서 한편으로 일본에서 SF가 대중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성인과의 최초의 만남과 교류, 그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문화나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 같은 SF적 소재에 그들이 생각하는 가능한 사실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도입하여 완성된 작품이니까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라는 작품은 기존의 작품에서 일탈한 새로운 흐름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젠트러디들이 지구인의 문화를 접하며 프로트컬쳐라고 외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지요.

 
비록 스탭들의 경험 부족이나 제작 단축과 연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특히 외주 작업의 품질이 매우 나빴다는 점도 겹쳐서), 분명히 일본의 애니메이션 역사, 그리고 SF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일 것입니다. 작품으로서의 특성이나 이 작품으로부터 파생된 여러 가지 작품의 존재, 그리고 이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제작자들의 존재를 생각해 보아도...

  그
런 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말고에 관계없이 한번 쯤 꼭 볼만한 작품입니다. 비록 80년대의 작화, 게다가 중간 중간의 외주 작업이 지금 보기에 아쉬울지도 모르겠지만...

  참고로 '마크로스'는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극장판으로도 유명한데, 우선은 TV판의 이야기를 먼저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여러가지 주제나 내용 면에서 극장판보다 TV판 쪽이 좀 더 충실하기 때문이죠. (극장판이 작화나 애니메이션으로서의 겉보기에 훨씬 좋다는 점도 있고요.^^)


여담) 개인적으로 마크로스의 이야기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첫 번째 접촉에서 문화라는 이질적인 존재에 굴복했던 이성인들이 다시금 반란을 일으키는 부분입니다. ‘나는 아군을 죽이는 캠진이라며 지구 측을 도왔던 캠진이 반란의 주역으로 그는 동료와 입맞춤을 하며 문화란 고작 이런거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지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오늘은 미국에서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머큐리 6호(프렌드쉽 7호)가 발사된 날입니다. 몇 번의 위기가 있긴 했지만, 존 글렌의 우주 비행과 무사한 귀환으로 미국을 소련을 따라 잡아 빠르게 우주 개발을 진전시키고 결국 달 착륙이라는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당시의 이 같은 우주 개발은 냉전이라는 체제가 낳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물론 우주 개발을 주도한 소련의 세르게이 코롤료프와 미국의 폰 브라운의 노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며 서로 경쟁하는 체제가 아니었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우주 개발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달 개발이 더 진전되지 못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말일지도 모릅니다. 우주 개발에서 얻는 가치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돈을 들인 달 착륙 로켓의 결말이 ‘소련에 이겼다는 승리의 기쁨’과 고작 수백 kg의 월석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냉전 시대라는 기묘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달 착륙이라는 결과는 아예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그만큼 우주 개발을 추진하는 이들의 성공은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어떤 점에서 소련과 미국의 우주 개발 경쟁은 우주에 대한 꿈을 꾼 이들이 정치적 환경을 이용하여 꿈을 달성하고자 했던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이와 마찬가지로 분쟁이라는 환경이 낳은 우주 개발의 진전을 보여준 작품이 떠오릅니다.

  바로 가이낙스의 첫 작품인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입니다.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



  ‘오네아미스의 날개’는 가이낙스라는 회사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고, 한 편으로는 상업적 실패로 막대한 빚을 낳음으로써 일회성으로 해체될 예정이었던 가이낙스를 계속 이어나가 지금에 이르게 한 작품입니다. 어떤 점에서는 우주 개발을 가져오고 지속하게 만든 ‘냉전의 경쟁’과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군요.

  이 작품의 작가인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에 따르면 이 작품은 그가 훗날 “에반게리온” 등의 성공을 가져온 안노 히데아키의 폭발 장면에 매료되어 시작되었습니다. 오사카에서 열린 SF 대회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모였던 사람들 중 하나인 안노 히데아키는 그야말로 앉아서 그림만 그리는 사람의 전형이었는데, 흥미롭게도 다른 무엇보다도 폭발 장면에 열중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하지요. 그러한 매력을 살리고자 기획된 것이 바로 “오네아미스의 날개”인 것입니다.

  이러한 개발 배경 덕분인지 “오네아미스의 날개”에서 안노가 연출을 맡은 후반의 로켓 발사 장면은 CG를 통해 사실적인 장면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지금보아도 정말 매력적입니다. 포탄이 날아들고 전투기가 추락하는 등 격전을 벌이던 병사들이 모두 말을 잃고 로켓을 바라보았듯이 관객들도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들여다 볼만큼 환상적이지요.

  하지만 우주 개발 경쟁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과 닐 암스트롱의 메시지로 클라이막스를 맞이했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또한 수많은 감동을 남겨주었듯이, ‘오네아미스의 날개’도 그 장면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부분에서 즐거움을 줍니다.

  이 작품은 “훌륭한 영상미”를 가진 작품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군을 중심으로 로켓 발사에 이르는 이야기의 구성도 매우 충실하게 잘 연출되어 있지요. (돈도 없고 명성도 없는 젊은이들의 집단에 호의를 갖고 응원해 주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완성된 작품을 어느 정도 평가하면서도 주인공 이외에 노력해 왔던 선배들의 모습을 그리지 않은 것에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만...)

  ‘오네아미스의 날개’는 하늘에 대한 꿈을 꾸었다가 잠시 좌절했지만, 다시금 우주를 향해 걸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군대’라며 비난받고 있는 왕립우주군이 결국은 우주로의 한 발짝을 걸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단지 ‘꿈’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주 개발을 둘러싼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작품의 배경에 어울리는 기술력으로 완성된(다소 스팀펑크 분위기가 느껴지는) 각종 장비나 시스템의 모습이 매우 잘 만들어졌고, 힘겹지만 꽤 코믹한 훈련 역시 사실적인 분위기가 넘치지만, 왕립우주군의 기지 앞에서 앉아있는 걸인이나 ‘그 돈을 우리에게 달라’라며 시위를 벌이는 빈민들의 모습, 그리고 로켓을 적국에 대한 위협용으로 사용하려는 정계나 이에 대해 자객을 파견하는 적국의 모습, 그리고 개발 스탭의 죽음과 같은 다양한 모습이 현실적인 드라마를 그려내며 이야기를 이끌어줍니다.
  
  가이낙스의 여러 작품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본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는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후반의 전쟁 장면에 이르기까지 이렇다 할 액션이 없으며 다소 잔잔한 분위기로(그러면서도 때로는 지나치게 돌발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실제의 우주 개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그 이야기를 들은 이들이라면, 이 작품이 또 다른 세계를 무대로 한 매우 사실적이며 완성도 높은 우주 개발 드라마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며 감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을 감상할 때는 이것이 냉전 시대의 우주 개발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키워나간(애니메이션 작업 이외에는 뭘 할지 모르는?) 가이낙스 사람들의 노력의 결정체라는 것을 떠올리면 더 좋을 것입니다.


여담) 한 가지 아쉬운 것은 10년 쯤 전에 속편 개발 계획이 있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은 언젠가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지만, 과연 그 날이 찾아올지...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유키무라 마코토의 플라네테스는, 인류가 달에 도시를 건설하고 우주로 생활 무대를 넓힌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우주로 삶의 무대를 넓힌 만큼, 그들에게는 지구에서와는 다른 위협이 존재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스페이스 데브리(우주 쓰레기)이며, 그래서 이들을 회수하는 '데브리 회수과'가 등장하게 되지요.

  플라네테스는 바로 그런 데브리 회수과의 일원들을 주역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갑니다.

  우주에서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그들의 생활은 어느 것 하나 우주와 관련없는게 없습니다. 이를테면, 중력이 약한 세계에서 살아가기에 운동을 게을리한 주인공은 실수로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한 여성을 만나게 되는데, 자기와 비슷한 나이라 생각했던 그녀가 사실은 10대 초반의 어린애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식이죠. (달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소녀는 중력이 약하다보니 지구보다 몸이 금방 자라납니다. 결국 지구에서보다 훨씬 크게 자라나겠지만, 그들은 지구로 결코 돌아올 수 없겠지요. 그들에겐 지구는 중력이 6배인 세계니까요.)

  플라네테스에서는 거창한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대개 일상의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 하나하나는 '우주에서의 삶'을 충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재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골초인 승무원이 담배 때문에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작은 소원'편은 정말 압권이죠.


  그럼에도 이 작품은 지구에서의 현실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 세계에서 지구는 아직도 수많은 국가가 존재하며 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현실은 우주에서의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지요. 지구의 정치적 대립으로 우주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그 결과 무수한 스페이스 데브리가 생겨나는 상황은 정말로 안타깝기 이를데 없습니다.

 
  <플라네테스>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것이 우주 세계의 삶이지만, 한편으로 현재의 현실과 충분히 연결되어 있으며,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의 가능성으로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하치마키를 통해서 이 작품은 사실은 지구라는 세계도 우주의 일부이며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1999년에서 2004년에 걸쳐 연재된 이 작품은 2003년에 선라이즈사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총 26화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은 원작보다 인물도 늘어나고 스토리 전개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지요. 하지만, '명작'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선라이즈의 애니메이션 <플라네테스>는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명작 중 하나라고 손꼽습니다. 특히 SF 작품으로서의 연출에서 이 작품을 따를 만한 것이 없다고 감히 장담합니다. 과학적인 사실성이라는 면에서도 얼마전 추천한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테러범이 조종하는 인공위성이 우주 정거장으로 날아올 때 레이저로 대응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소리는 나지 않으며 당연히 레이저빔도 보이지 않지만, 레이저가 발사되어 실패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줍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영화와 전개가 다소 다르지만, 프라테스가 보여주고 한 메시지는 충실하게 담고 있습니다. 만화책으로는 이미 품절되어 찾을 수 없지만(이 작품이야 말로 '애장판'으로 다시 나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애니메이션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꼭 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도서관에 오시면 만화책도 보실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이 봐서 페이지가 떨어질 지경...^^;; 보수해야 겠네요.)

  2003년에서 2004년에 걸쳐 만들어진. 8년 전의 작품이지만, 지금의 어떤 작품보다도 만족스러울 것이라 자신합니다.


여담) 일본에는 SF 팬들이 뽑는 '성운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운상은 대개 작품이 완결된 후에 후보작이 되는데, 플라네테스는 만화 부분에서 이례적으로 연재 중 후보작이 되어 성운상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이 작품이 SF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는 것이겠지요.

여담) 지금으로부터 3년전인 2009년 2월 12일. 시베리아 상공에서 두 개의 인공위성이 서로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위성 공격무기 등에 의한 인위적인 것이 아닌 우발적인 충돌로서는 최초로, 이 사건에 의해 수많은 스페이스 데브리가 생겨나고 말았지요.
  이 사건을 통해서 <플라네테스>라는 작품을 다시 한번 떠올린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어떤 점에서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참고 : 오늘의 SF 02월 12일자 )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