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작품 이야기 2016.11.20 03:52

  내셔널지오그래픽은 1888년 '인류의 지리지식 확장을 위하여'라는 기치 아래 만들어진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의 학술지이자, 이를 바탕으로 한 방송 채널입니다.


  과학, 탐구, 교육,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며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죠. 하지만 지구 상의 많은 곳에 인류의 발길이 닿은 지금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새로운 '지리적 지식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로 영원한 개척지(Final Frontier), 우주를 향하여...


  물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전에도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소개했습니다. 아니, 여러 다큐멘터리 채널 중에서도 가장 많은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로 역사나 리얼리티 쇼에 치중한 히스토리 채널, 신기술과 현대 문화에 집중하는 디스커버리 채널과 비교할 때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 양은 정말로 압도적이죠.


  하지만 근래에는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그 밀도가 높아졌습니다. 단순히 '우주는 이런 곳이야'라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우주에 가보자. 가보자.'라고 재촉하는 듯 하거든요.


  그것이 극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마도 2013년 "라이브 프롬 스페이스"라는 방송부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역사상 최초로 우주정거장에서 생방송이라는 이 놀라운 기획은 전세계 동시 생방송으로 화제를 모았고, 수많은 시청자가 '우주의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경이로운 체험을 전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듬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우주에 대한 명작 다큐멘터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리메이크하여 "코스모스 : 우주의 시공간을 초월한 빅히스토리"를 내놓았습니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제작비가 들어간 이 작품을 선전하기 위하여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한국에서도 SF 작가인 배명훈씨 같은 분이 광고로서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전세계 공통으로 보여진 한 광고의 충격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바로... 더락, 아니 버락 오바마가 출연한 겁니다. 한 TV 프로의 광고에, 미국의 현역 대통령이... 물론 닐 타이슨의 말에 따르면 오바마 자신이 이걸 추천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하는데, 뭐, 유명한 트레키(스타트렉의 광팬)이자, IT전문 잡지의 외부 편집을 맡기도 한 그라면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이는 동시에 오바마가 직접 광고로 출연할만큼,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우주 관련 기획이 매력적인 것이었다는 말이 될 겁니다.


  그 후에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우주에 관련한 다양한 기획을 보여주었습니다. 2015년 탑키워드 중 하나로 "화성탐사로봇의 위대한 모험"을 선정하여 보여주기도 했죠. 물론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의 놀라운 가능성 덕분이겠지만, 우리는 이 방송을 통해 스리핏과 오퍼큐니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더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자... 그러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역사상 최초로 'SF 드라마'를 선보인 것입니다.


  과거에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중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팩츄얼 드라마(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결합한 것) "초한지"를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역사가 아닌 가공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만든 일은 없습니다. 대정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소재로 한 [블랙아웃]같은 게 있었지만, 엄연히 현실의 과학적 가능성에 기반한 내용이었고 드라마보다는 다큐멘터리에 약간의 드라마 요소를 넣은 정도에 불과했죠. 게다가 1편 짜리였고 말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자그마치 6부작이에요(프리퀼을 포함하면 7부). 그것도 HBO의 명작 드라마 [지구에서 달까지]를 제작한 브라이언 그레이저와 [아폴로 13호]의 감독인 론 하워드가 함께 제작에 참여하여 진행하는 작품으로 말이죠.


  80부작인 "초한지"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6편짜리 SF 드라마입니다. 그것도 나사나 제트추진연구소,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같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협력한 작품. 당연히 기대하지 않을수 없죠.




  자... 그리고 본 방송...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그리고 제작자들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과학과 재미 두가지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팩츄얼 드라마를 선보였습니다. 그것도 이제까지의 작품에서도 손꼽는 수준으로...



  우선 "마스 1부". 등장인물의 소개와 함께 화성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엮어낸 이 이야기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연출이 곳곳에 보여집니다.



  우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인물들. 잘 보시면 인종이나 국적이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심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동유럽계와 남유럽계, 그리고 아프리카계 남성과 동양계 여성이 눈에 띕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실상의 주역은 바로 동양계(한국계 미국인인 김지혜) 여성인 "승하나". '하나'라는 이름만 봐도 한국계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여기에 관제실의 중심에는 그녀의 쌍둥이 누이인(1인 2역.^^) "승 준"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주 개발을 이끄는 것은 미국의 NASA가 아닙니다. 세계 각지의 우주개발국이 손을 잡고, 여기에 스페이스 X 같은 민간 단체까지 함께 참여하여 구성한 "국제 화성 과학 재단(International Mars Science Federation, IMSF)"과 그 후원을 받아 설립된 "화성 탐사 연합(Mars Mission Corporation)"입니다.


  그 본부와 관제소는 각각 오스트리아의 비엔나(IMSF)와 런던에 자리잡고 있지요.


국제 화성 과학 재단 홈페이지

http://www.makemarshome.com/landing



2033년 5월 9일. 유인 화성 탐사 로켓 발사 성공을 알리는 비즈니스 와이어의 기사.

http://www.businesswire.com/news/home/20160509006208/en/International-Mars-Science-Foundation-Mars-Mission-Corporation


[ 화성에서 전송 중인 실시간 영상. 아쉽지만, 승무원들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http://www.makemarshome.com/landing?feed=live ]


  으음... 그래요. 그들은 실존하고 있습니다. 2033년의 미래에 말이죠. 홈페이지도, 언론 기사도 결코 거짓이 아닌 것입니다. ^^


  이처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2033년에 저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만큼...


  드라마 '마스'는 그 같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열정이 담긴 작품입니다. 제작에 참여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꿈을 꾸고 자신의 마음을 쏟아부었음을 느끼게 합니다.



  드라마는 2033년의 상황과, 2016년의 인터뷰를 번갈아 보여주며 진행됩니다. 2033년에 이야기가 펼쳐지고, 2016년에 수많은 전문가가 남긴 이야기를 통해 과학적인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지요.



  NASA와 제트추진 연구소,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진행한 무수한 시도의 결과물들도 함께 보여지면서 우주 여행이 결코 쉽지 않음을... 하지만 가치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물론 2033년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들에게는 온갖 위험이 닥칠수 있음을, 그리고 실제로 다가옴을 보여주니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화성으로 가야 한다고 이 드라마는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화성에 가야 합니다. 멸종을 막기 위해서죠. 지구 상에서 인류는 여러가지 원인으로 멸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행성에 나누어 산다면, 멸종 확률은 0에 가까워 지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높은 소설, "마션"의 작가인 앤디 위어가 출연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화성에 가려는 것은 오직 그 때문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모험이기 때문이며, 바로 화성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말했듯이,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꿈 같은 일이잖아요."

  "아멜리아 이어하트가 말했죠. 모험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요."

  "실패하더라도, 다음 사람을 위한 길을 닦아놓을 수 있겠죠."





  대모험을 앞둔 조종사들의 인터뷰도 종종 이어지면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합니다.



  그리고 2033년. 드디어 인류는 화성에 발을 딛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고작 시작의 문턱을 겨우 넘었을 뿐이지요.


  영화 [마션]에서 어디를 가던 자신이 최초로 그곳에 발을 디딘 사람이라고 했듯이, 이곳에서도 모든 것은 처음입니다.

 

  "화성에 처음 착륙하게 될 사람들을 만난다면 그 점을 기억하라고 해 주고 싶어요. 그들이 보게 되는 모든 것은 인류가 최초로 보는 것이고 우리가 최근까지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그야말로 꿈 같은 경험을 하는 거라고요. 더 이상 SF 속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 세상에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위험을 평가하면서 보상도 함께 평가합니다. 그 보상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래, 위험한 일이고 어쩌면 죽을 수도 있지만 아무도 안 해 본 일을 하는 거잖아. 그렇다면 해볼 가치가 있나. 물론이지.'"



  그렇게 '마스'의 첫 이야기를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그들은 화성에 내렸고 다음 여정을 떠나야 할 때입니다. 밤이면 기온이 영하 70도 이하로 곤두박질치는 곳에서, 오직 저 멀리 보이는 파란 점만을 의지삼아서 하루 하루 살아나가야 합니다.


  과연 '마스'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잘은 알 수 없지만, 6편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결코 놓칠 수 없는 순간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드라마 '마스'는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을 펼쳐내는 이야기입니다. '인류의 지리지식 확장을 위하여'라는 그들의 모토는 바로 이 작품 속에 살아 숨쉬며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인간은 꿈을 꿉니다.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고자 하는 욕망이 우리의 DNA에 새겨져 있죠. 우리는 대양을 건너고 하늘을 정복했습니다. 지구 상에 미개척지가 더 이상 남지 않았을 때, 우리는 별들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마스'는 우주 저편을 향한 우리의 DNA를 자극하는 그런 작품입니다. 다음 토요일 11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추신) 마스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매주 토요일 11시에 방송합니다.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재방송을 하며, 일요일 10시에도 다시 재방송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첫 방송을 놓치셨다면 꼭 재방송을 보시길 권합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SF 이야기 2016.11.09 17:10

미국 대선이 종식되었습니다.


참 충격적인 결말이지만, 이미 일어난건 어쩔 수 없죠.


중요한 것은 이 결말 이후입니다. 우리는 아직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 디트로이트의 현재. 기대하세요. 이제 세계 전역이 이렇게 바뀔 것입니다. ]



이에 대비하기 위한 작품을 소개해 봅니다.


- 소설 분야

1. 울

2. 더 로드

3. 루시퍼의 해머

4. 해변에서

5. 트리피드의 날

6. 핵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

7. 최후의 날 그후


- 만화 분야

1. 생존게임

2. 드래곤 헤드

3. 브레이크 다운

4. 일본 침몰

5. 소년 표류 EX

6. 북두의 권

7. 모래돌이


- 영상 분야

1. 매드맥스

2. 나는 전설이다.

3. 그날 이후

4. 혹성 탈출

5. 뉴욕 탈출

6. 소년과 개

7. 설국 열차


- 게임 분야

1. 라스트 오브 어스

2. 스토커 트릴로지

3. 메트로 2033 시리즈

4. 폴아웃 시리즈

5. 웨이스트랜드 시리즈

6. 레이지

7. (아이 홀로 생존 게임을 진행하는...) 포켓몬스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Make America Great Again: The Trump Presidency


를 해 봅시다......-_-;;;;;;;;;;;;;;;;;;;;;;;;;;;;;;;;;;;;;;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SF 이야기 2016.10.31 21:49

  저는 한국 SF에서 팬이나 작가, 그리고 시장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도 '목소리'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안타깝지만, 한국 SF 분야에서는 '전문가 풀'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며(이걸 제시할만한 협회나 기관도 없습니다만.) 설사 있다고 해도 여기에 등록할 수 있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적어도 공공 기관에서 인정하는 방식을 적용한다면 말이죠.


[ SF 어워드 2015 행사. ]


  그러다보니 심사 위원으로서 항상 똑같은 분을 보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현재 한국 SF 분야에서 이런 쪽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정말로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대중이나 관청에서 바라볼 때는 말이죠.


  SF 어워드에 대한 논란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나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 항상 같은 분들이 심사를 맡느냐?'

  '왜 다른 SF 작가 같은 분들은 심사를 맡지 않느냐?'

  '왜 SF를 모르는 분들이 심사를 맡느냐?'


  이 모든 문제는 결국 대중이나 관청, 아니면 기관에서 생각하는 SF 전문가의 폭이 매우 좁다는 점에서 나옵니다. 그 결과 심사는 항상 같은 분들이 맡고, 조금만 심사위원의 폭을 넓히려고 하면 뭔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SF 어워드처럼 '기성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대상은 어떻게 심사하는게 좋을까요?


  이에 대해 생각하기 위하여 저는 미국과 일본의 수상 시스템(물론 중국도 포함)에 대해서 한번 정리해 볼까 합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에는 SF에 대한 여러가지 상이 있습니다.


  크고 작은 상이 매우매우매우 많지만,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1. 미국 : 휴고상, 네뷸러상


2. 일본 : 성운상, SF 대상


3. 중국 : 중국성운상(중국인 성운상), 은하상


  이들 상을 선정하는 기관이나 단체, 그리고 자세한 내용은 다르지만, 이들의 선정 방식은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SF 잡지(과환세계)에서 선정하는 '은하상'을 제외한 여러 상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합니다.



1) 특정 기관, 단체에서 투표로 후보작을 선정


2) 결선 투표, 또는 결선 심사로 최종 작품 선정



  예를 들어 네뷸러 상은 미국 SFWA(SF 작가 협회)의 협회원들이 투표로 선정합니다. 물론 작가 협회에 속하지 않은 작가 작품도 대상이 됩니다.


   네뷸러상과 비슷한 것이 일본의 SF 대상입니다. 일본 SF 작가 협회의 협회원들이 투표로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성운상과 휴고상, 그리고 중국 성운상은 팬투표에 의해서 후보작이 선정됩니다.


  휴고상은 월드콘에 등록한 사람들이 1차 투표로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월드콘에 등록할 때 여러가지 형태가 있는데, 실제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관련된 


  성운상은 일본의 '팬 그룹 연합회'에 소속된 팬 그룹에서의 투표로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중국 성운상도 중국의 팬 투표를 거쳐서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이렇듯, 대다수 상은 작가나 팬에 의한 단체 투표로 1차 후보작을 선정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최종적인 선정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휴고상, 성운상은 모두 월드콘과 일본 SF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한 사람을 대상으로 팬 투표가 진행됩니다. 각각의 행사는 참가비가 낮지 않습니다.(게스트는 예외) 다시 말해 그만큼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만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팬들이 중심이기 때문에 '인기상'의 성격이 가장 강하게 드러납니다.


  네뷸러상과 일본 SF 대상은 다시금 작가 협회 회원들의 투표로 최종 작품이 선정됩니다. 작가 협회는 보통, 소설가, 번역가, 평론가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인기상'보다는 '작품상' 성격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물론 본인의 작품에 투표하는 건 금지됩니다.)


  중국 성운상은 뽑힌 후보 중에서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들에 의한 선정을 거쳐서 뽑힙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수상 대상이 매우매우매우 많다는 거죠. 이를테면 SF 단체에 수여하는 단체상이라던가, 신인상, 공로상에 특별 공로상이 따로 있습니다.)



  이렇게 볼때 중국 성운상과 은하상을 제외하면 대다수 SF 대상은 '단체 투표'에 의해서 선정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체 투표' 방식에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작품성은 좋지만, 눈에 띄지 않는 작품'은 선정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팬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선정하는 인기상 형태의 휴고상, 성운상은 그래도 좋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는 단순히 '베스트셀러상' 느낌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각각의 상은 모두 2차례 이상의 투표 과정을 거칩니다. 첫번째 투표는 1~3월 정도에 진행되고 후보 발표를 거쳐, 두번째 투표가 5월 정도에서 행사 당일까지 진행합니다.


  즉, 첫번째 투표를 통해서 후보작을 소개함으로써, 어떤 작품을 뽑을지 알릴 시간을 준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SF 작가라고 해도, 그리고 10만원, 20만원씩 내면서 행사에 참여하는 SF 팬이라도 후보작 모두를 보지는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후보작을 소개하면 그것만으로도 해당 작품들을 접하기 위해 노력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적어도 10만원, 20만원씩 내면서 SF 행사에 참여하는 팬이라면 5~6작품의 후보작은 다 사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여기에 휴고상이나 네뷸러, 성운상과 SF 대상 같은 상들의 개성과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사위원이 따로 없기 때문에(물론 투표가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관리 위원회도 있습니다.) 어느 한 두 사람에 의해서 작품이 선정되는 일이 없습니다. 인원이 제한되다보니 단체표에 의한 부정이 없다고 볼 수 없겠지만, 그게 수천명에 이르게 되면 아무래도 쉽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SF팬들이, 또는 SF 작가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뿐만 아니라, 후보작 자체가 먼저 알려지게 되고, 이를 투표해야 하는 만큼, 사람들이 사전에 그 작품을 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상은 '후보작'에 오른 것 만으로도 판매량이 대량으로 증가합니다. 휴고상이라면 3000여명의 팬들, 성운상이라도 1000여명의 팬들이 그 작품들의 구매 후보자들이니까요. 게다가 후보작이라는 이야기는 설사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그 책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 됩니다. (이 자체가 작가에게는 '인세'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일본 SF 대상처럼 스폰서가 있는 상은 상금도 있습니다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들 상을 '팬들'이나 '작가들'이 함께 뽑는 기분을 준다는점입니다. 우리가 뽑은 작품, 우리가 추천한 작품이 되는거죠.



[ 휴고상을 받고 기뻐하는 작가들. 왼쪽부터 데이브 하트웰, 찰스 N. 브라운, 코니 윌리스. ]


  휴고상이나, 네뷸러상, 그리고 성운상과 일본 SF 대상이 시작될 때 제각기 '공정성'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심사위원이라는 소수의 권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팬의 힘, 작가의 힘을 믿었습니다.


  SF를 진정으로 좋아한다면, 그 후보작을 모두 사서 보고 제대로 평가해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들 상은 각각 그 나라에서 SF 부문의 권위가 되었습니다.



  작가가 심사를 맡는게 마땅하다면, 한 두명의 권위있는 작가가 아니라, 수십 명의 작가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팬이 심사를 맡는다면, 몇 명의 권위있는 팬이 아니라, 수백, 수천명의 팬이 함께 참여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 한명의 팬이 만들어낸 '암흑성운상' 시상식. 행사 그 자체에서 재미있는 무언가를 시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그럼으로서 SF 시상식은 축제가 됩니다. 여럿이 웃고 즐기며 함께 SF를 보고 노는 잔치가 됩니다.


  즐거운 자리가 될수록 사람들은 더욱 오래 머무르고, 더 새로 찾아오게 됩니다.



  좋은 SF를 고르는데, 권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SF는 심각하고 고민하며 보는게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게 보는 것이니까요.


  성운상 처럼 라이트 노벨도 선정될 수 있고, 휴고상처럼 판타지도 -SF팬이 보기에 재미있다면- 뽑힐 수 있는 상.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국 SF 인기상'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SF 이야기 2015.06.08 22:51

다음 주 쥬라기 월드 개봉에 앞서 쥬라기 공원 1~3편을 도서관에서 보았습니다.


  1편이 가장 재미있다는 감상평에는 이의가 없고 3편은 뭔가 좀 허전하다는 인상도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3편 모두 ‘공룡’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었지요. 특히 공룡이 없음에도 진짜 있는 것처럼 연기했던 연기 솜씨 하나만으로도 만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쥬라기 공원은 공룡 붐을 일으키며 사람들에게 공룡에 대한 관심을 불러주었습니다. 공룡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고정시켜 버리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과학적 가설을 ‘영화 속 이론’에만 고정하여 생각하게 만드는 등 문제도 있었다고 하지만(가령 실제의 벨로시랩터는 그처럼 큰 공룡도 아니었고, 근래에는 ‘깃털’이 달렸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죠.), 공룡이라는 존재는 문화 상품으로 이끌어내어 다양한 모습을 생각하게 해 준 것은 분명히 대단한 일입니다.



[ 최근의 랩터 추정도 중 하나 뭔가 포켓몬 보는 느낌도 있다. ]


  ‘나무의 수액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호박이라는 보석 속에 들어 있는 모기의 몸에서 공룡의 혈액을 추출하여 공룡을 부활시킨다.’라는 흥미로운 상상력은 과학적인 진위 여부는 별개로 사람들에게 그럴듯하다는 느낌을 심어주고 공룡 붐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볼수록 뭔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쥬라기 공원은 정말로 불가능한가?”라는 것이지요.


  영화 속에서 말콤 박사는 말합니다.


  “자연과 같은 혼돈계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통제는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 1”에서 공원을 통제 불능의 위기에 빠뜨린 것은 통제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가 존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바뀌어 버린 “쥬라기 공원 2”에서도 파괴 행위가 없었다면 인젠의 공룡 포획 작전이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며, –영화 속에서는 도저히 드러나지 않는 의문의- 선원 참살 상황이 없었다면, 티라노사우르스가 대도시 한복판에서 날뛰는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쥬라기 공원 3”로 연결(?)되는 일도 없었겠지요.


  물론 인사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쥬라기 공원”은 원자력 발전소가 아닙니다. 분명히 과거에 지상 최강의 동물이었다곤 해도, 여하튼 6500만년 전에 멸종한 동물... 적어도 지금의 견해로는 ‘문화’를 갖고 있지 않은 야수를 가둔 장소거든요.


  쥬라기 공원의 실패는 혼돈 이론이 아닙니다. 단지, 방향성이 잘못되었을 뿐이죠. 무엇보다도 공룡은 너무 강하게 설정했고, 반면 공룡에 쫓기는 인간들은 너무도 무력하게 설정되었습니다.

  영화 속 상황을 살펴볼 때 인간과 공룡이 만나는 상황은 대개 공룡이 훨씬 많거나 큰 쪽이었고, 인간은 맨손에 아무런 장비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니, 장비를 갖고 있다손 쳐도 대개 혼자, 그것도 맹수라 할 수 있는 공룡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만 만나게 됩니다. 인간이 자연스레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쥬라기 공원”을 만든 해먼드는 공룡을 부활시키는데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아 부었지만, 이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소설은 좀 더 낫지만, 영화 쪽을 생각해 보면 그 넓은 시설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제어하는 사람이 고작 2명. 안전 요원 1명. 그밖에는 한 명도 직원이 없습니다.


  처음에 랩터를 옮길 때부터 안전 관리가 최악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아니, 두 개의 철창을 연결해서 랩터를 옮기는데 두 철창을 제대로 고정하는 장치도 없고 손으로 격벽을 잡아서 올리다니요. 랩터보다 훨씬 작고 약할 것 같은 맹수를 옮길 때조차 그보다는 나을텐데 말이죠.


  “쥬라기 공원”은 공룡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곳입니다. 그것도 어린이를 포함한 대규모 투어 형태로 말이지요. 공룡은 아니지만, 동물들을 눈 앞에서 보는 곳이라면 현재도 있습니다. 바로 동물원이죠. 동물의 생태를 좀 더 가깝게 느끼는 것으로는 “사파리”가 있습니다.


  동물원과 사파리의 특징은 동물들을 격리하고 감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들 동물의 능력으로 쉽게 나올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관람객들이 동물을 쉽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은 그렇지 않습니다. 쥬라기 공원은 구역과 장벽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밀림입니다. 넓이는 너무도 넓고 공룡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관광객들이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초반에 관광 투어를 진행했지만, 공룡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실망했죠.) 당연히 감시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병이 나거나 어디서 죽어도 알 수 없는 상태이며, 단지 먹이를 이용해서 유인할 수 있을 뿐이죠.(그나마 공룡이 마음 내킬 때만)


  그렇게 생각할 때 쥬라기 공원은 해먼드 회장 자신이 말했듯, “케냐 국립공원” 같은 장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물들이 자연 생태계에서 살고 있고, 그들을 살펴보고 싶은 이들은 많은 돈을 내고 찾아가서 가이드 겸 보호자와 함께 차량을 타고 돌아다니는 곳 말이죠.



[ 아프리카의 사파리 투어. 차 위는 열려 있지만, 안전을 준수하도록 한다. 물론 사고는 본인 책임... ]


  이것은 ‘아이들’과 함께 편하게 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닙니다. 하루 종일 달려서 겨우겨우 동물을 발견할지도 모르는 상태인데다, 굉장히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자나 치타 정도라면 자동차 안에 있는 것으로 안전할 수 있겠지만, 코뿔소 정도라도 되면 차를 뒤집고 부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니...


  하물며 그 대상이 공룡이라면 실수로 전력이 끊어지면 무용지물이 되는 전기 철책 하나만 믿고, 허름한 자동차 한 대로 관광할 수는 없습니다. (전기 철책은 조심스레 만질 때나 통용되지 공룡이 잘 모르고 들이받으면 그냥 부서질 겁니다. 학습해도 죽지 않는 걸 안다면 들이받을지도 모르죠.)


  영화 속에선 티라노나 스피노사우루스가 철책을 간단하게 부수고 나오지만, 그들이 뚫고 나오지 못할 정도의 장벽은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닙니다. 티라노의 몸무게는 2~7톤. 돌진력은 대형 트럭 정도입니다. 대형 트럭을 막는 장벽을 만들면 됩니다. 스피노도 8~9톤 정도로 티라노와 비교해서 대단한 수준이 아니죠. 하물며 랩터라면 더욱 어렵지 않습니다.


  쥬라기 공원의 실패 원인은, 먹이를 주어서 사육하는 동물원 같은 환경을 만들어두었으면서도 정작 국립공원 같은 장소로 완성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사파리처럼 공룡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했으면서, 티라노는 고사하고 랩터에게조차 무력한 자동차를 사파리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심지어 잠금장치까지 없는!)


  처음부터 동물원이나 사파리 형태를 생각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겁니다. 공룡들은 좀 더 좁은 장소에 눈에 잘 띄게 배치될 것이고, 관광객들은 쉽게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관광객들은 더욱 튼튼한 철창과 두꺼운 강화 유리 사이로 그들을 볼 수 있으며, 험비보다도 튼튼한(아마도 경장갑차 정도 될 만한) 사파리 차량을 타고 그들 사이를 지나갈 수 있겠지요.


  오키나와의 대형 수족관에는 자그마치 60cm에 달하는 아크릴 유리가 사용되어 있습니다. 높이 8.2m, 폭 22.5m로 유리가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볼 수 있을 만큼 엄청나죠. 티라노사우루스의 전신을 보기에도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 거대한 고래 상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츄라우미 수족관. ]


  이 정도면 랩터 정도는 간단히 막을 수 있으며, 티라노도 쉽게 파괴하지 못합니다.(티라노가 7톤에 가까워도 7톤 트럭과는 다릅니다. 그만한 강도도 아니며, 최대 속도로 단단한 물체와 충돌하면 티라노도 무사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위험하다면 두께를 더 늘리면 되지요. 관객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 쯤,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만일 그 같은 벽을 만들기 힘들다면 땅을 파고 가두어 두는 것도 방법이죠. 동물원의 맹수관처럼 랩터나 티라노가 뛰어오르기 어려운 높이로 말이죠.


  사파리처럼 하고 싶었다면, 좀 더 튼튼한 차량을 사용하면 되었을 것입니다. 험비보다 튼튼한 정도로 말이죠. 경장갑차 정도라면 어떨까요? 물론 두꺼운 강화유리로 창을 내고, 안전할 때는 밖으로 나가서 볼 수 있도록. 경장갑차라도 중량 10톤은 가볍게 넘으니 티라노가 어찌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닙니다.(여담으로, “쥬라기 공원 2”에서 나왔던 차량도 중량은 티라노보다 무거울 겁니다. 45인승 버스가 공차 중량이 12톤에 달합니다. 바퀴가 안 달렸다면 티라노가 움직이기에는 조금 힘들겠죠.)

  아니면 헬기를 타고 감상하는 건? 티라노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승용차 정도로 무사할거라 생각하는 관광객은 없을 테니 안심시키기 위해서도 그편이 나을 겁니다.


  결국 “쥬라기 공원”의 실패는 인간의 오만이나 자연의 힘이 아닙니다. 단지 동물을 다루는 공원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을 무시했던 공원 제작자의 잘못입니다.


  자연을 인간의 노력으로 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강한 힘을 가진 무언가를 제어하려면 그만한 힘이 필요하게 마련이며, 지나친 힘은 반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룡은 자연 재해와 같은 거대한 힘이 아니라, 지금 인간이 가진 문명의 힘으로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대다수 공룡은 인간보다 훨씬 작고, 대다수 공룡은 인간의 도구보다 연약합니다. 영화 속의 랩터는 인간보다 훨씬 크지만, 사실상 고양이과의 맹수와 비교해서 탁월하게 강력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아시는 바와 같이 그 고양이과의 맹수들은 대부분 멸종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이번에 개봉할 영화 [쥬라기 월드]에서 드디어 쥬라기 공원이 ‘쥬라기 월드’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공룡들을 감상하고 있죠. 이번의 위기는 ‘유전자 조작’에 의한 괴물인데...(사실 “쥬라기 공원” 속의 공룡들도 정확히는 공룡을 닮은 유전자 조작 괴물이지요.) 티라노보다 크고, 랩터보다 똑똑한 살인 괴수...라고 해야 할까요?



[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투명한 창 밖으로 공룡을 감상한다는게 인상적이지만, 역시 얇팍한 강화유리일 뿐. ]


  하지만 공룡이 얼마든지 숨어 다닐 수 있는 국립공원 같은 환경에서 사파리처럼 감상할 수 있는 “쥬라기 공원”, 또는 “쥬라기 월드”라는 시설이기에 역시 위험한 것이지, 좀 더 안전한 시설이었다면, 훨씬 안전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면,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 수는 없었겠지요. 


  영화적 연출, 또는 소설적 연출을 위해서 당연히 문제가 생길만한 상황을 배치하고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이 얘기는 단지 ‘이래도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일 뿐이죠. 그리고 가끔은 프랑켄슈타인 증후군(인간이 만들어낸 존재가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아닌 기술이 펼쳐내는 밝은 미래를 다룬 이야기도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여담) 고 마이클 크라이튼은 일찍부터 프랑켄슈타인 증후군의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기술이 가져오는 무서운 결과’를 내세우는 작품으로서 테크노 스릴러라 불리죠. 분명히 이야기들은 재미있지만, 이를 위해서 지나치게 작위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말콤이 자신의 대변자라고 했는데, 사실 영화나 소설 속 말콤도 쥬라기 공원을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을 얘기하는게 아니라 무조건 '잘못되었다'라고만 말하죠. 수학자 쪽이라서 그렇다고 할 수 있을지도?


여담2) 영화적 연출이겠지만, 랩터나 티라노에게 살아있는 먹이를 주는 것도 사실은 이상했습니다. 살아있는 먹이를 주는 것은 맹수에게 사냥을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르치지 않아도 사냥은 할 수 있겠지만, 일부로 가르칠 필요는 없겠지요. 영화 속 설정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없는 티라노라고 해도 먹이가 내는 냄새 정도는 맡지 않겠어요? 피 냄새라던가. 게다가 염소나 소를 기르다가 그대로 주기보다는 죽여서 보관해두었다가 주는 게 훨씬 편할 테고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5.06.05 20:45

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매드맥스나 폴아웃 같은 황폐한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모험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편이죠.


그래서 매드 맥스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매드맥스는 2가 진정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이고 1은 로드무비, 3는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이라 뭔가 부족한 느낌이죠.


이번에 매드맥스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전작과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 과연 이 세 작품 중 어느 형태를 따라가게 될지 조금 걱정했습니다. 특히 3편 비욘드 선더돔은 솔직히 2에 비해서 너무 부족했거든요.


다행히도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는 2의 느낌을 계승하는 작품, 즉 황폐한 세계를 무대로 하는 질주극이었습니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특징은 1편을 제외하면 사실상 맥스가 활약하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영웅이라기보다는 어쩌다보니 동참하게 된 인물. 하지만 그가 더해짐으로써 이야기는 좀 더 흥미롭게 변해가고 무언가의 질서가 망가지면서 상황은 바뀌는 것입니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역시 그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내내 맥스의 활약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웅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죠. 하지만 그것이 좋은 의미에서의 배신으로서 관객을 즐겁게 해 줍니다.



이야기는 매우 단순합니다. 한 지역에 물을 장악하고 무기와 연료를 손에 넣으면서 지배하는 패자가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패자의 아내(라기보단 소유물이나 애 낳는 도구)들과 함께 도망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죠. 추격자 중에 한 명이 맥스를 '피주머니(수혈용 도구)'로서 데리고 갔다가 그들과 합류하게 되고,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영화의 전체 내용은 사실상 사흘 정도의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일이며 90%가 자동차 추격전으로 진행됩니다.


정말로 쉴 틈이 하나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사정없이 몰아치고 있거든요.


자동차가 자동차를 쫓고, 싸움이 벌어진다는 아주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러한 이야기가 매우 효과적인 연출과 전개로서 완벽하게 채워집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됩니다. 그것만으로 이 세계의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오고, 기대하게 하며, 그 기대를 만족시키게 되죠.


맥스 하나만을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볼거리가 넘쳐나고 활약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조연들의 활약 하나하나도 부족하지 않고 즐거움을 줍니다. 엑스트라라 생각했던 인물들마저도 개성적이고 매력적이니까요.



2D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영화는 3D에 적합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장면 하나하나 구도 하나하나 모두 3D를 상정하고 3D에서 최고의 만족을 주도록 만들어졌습니다. (4DX도 괜찮겠지만, 4DX에서 본 사람의 얘기론, 엄청나게 신나고 재미있지만, 무진장 피곤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겼어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 절대로 놓쳐선 안 될 영화라는 말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얘기했습니다.


"어벤져스는 집에서 TV로 봐도 되지만, 매드맥스는 극장에서 봐야해."


제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매드맥스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말에는 동감합니다.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달려가서 매드맥스를 보세요. 결코 극장에 찾아간 일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부담없이 신나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만족할 수 있는 영화는 정말로 드물기 때문이죠.



여담)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으로서의 매드맥스는 상당히 충실한 느낌입니다. 이리저리 끼워맞추어 개조한 자동차의 모습만으로도 이 세계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세계'가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여기에 총 조차 흔치 않은 상황에서 화염병이나 창 같은 걸 무기로 사용하는 모습. 인간의 육체 노동으로 움직이는 승강기 등 정말로 작은 부분까지 충실하게 신경쓴 모습이 엿보입니다.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수없이 쌓여 있는 '핸들'을 무기처럼 들고가는 장면이었지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자체가 '전사'라는 설정을 매우 잘 보여주는 장면...


  매드맥스라는 세계가 정말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그 밖에도 엄청나게 많으며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작가이야기 2015.03.01 22:40

  세계의 수많은 신화를 살펴보면, 인간은 신에 의해서 탄생되었고 이 세계에 존재하게 되었다. 절대적인 존재로서 신들은 인간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을 마음대로 하게 되었다. 신에 대항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고, 세계의 수많은 전설 속에 그들의 슬픈 이야기들만이 창조주에 도전했던 이들의 슬픈 말로를 전해주고 있을 뿐...

  그렇지만 여기 한 가지 이야기가 있다. 신이 아닌 인간에 의해 탄생한 존재로서 그들의 창조주에 도전했던 용기 있는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의 창조주로서 그들에게 의지를 불어넣은 사람의 이야기…….


SF 세계의 제페트 할아버지, 이시노모리 쇼타로(石ノ森章太郎)



이시노모리 쇼타로 일대기


  ‘가속 장치가 달린 만화가’, ‘사이보그의 창조주’, ‘초인전대물의 창시자’... 이시노모리 쇼타로는 참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 중 하나이다.

 1938년 1월 25일 미야기 현의 이시모리(그의 예명은 여기에서 나온 것으로 본명은 오노데라 쇼타로(小野寺章太郎)이다.)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만화에 몰입하여 그야말로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지금으로 말하자면 오타쿠 소년이었다.

  아니, 단순히 자기 혼자 그리고 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학교 1학년 때 동네 친구들을 모아 [먹물 한 방울-墨汁一滴-]이라는 이름의 동인지를 만들기도 했고, 자신의 만화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신문 등에 수없이 투고를 한 끝에 중학교 2학년 때는 “마이니치 중학생신문”에서 4컷 만화로 입선하기도 했을 정도.

  일찍부터 만화가로서의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던 그는 고교에 입학한 후에는 “만화 소년”에 투고한 동료들과 더불어 “동일본 만화 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역시 동인지 제작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소문이 퍼진 덕분인지, 다음 해(1953년) 이미 [철완 아톰] 등을 통해 만화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던 테즈카 오사무씨로부터 ‘일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전보를 받고 그 즉시 학교를 휴학하고 도쿄로 진출, 문하생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학교를 쉬고 만화가를 돕기 위해 뛰어간 오노데라 소년도 오노데라 소년이지만, 고등학생에게 도와달라고 연락을 한 테츠카씨도 역시 묘하다고 할지? 결국 둘 다 만화를 그리고 싶어 여념이 없는, 말 그대로 만화광(狂)이라고 할 것이다.)

  이듬해, 그는 “만화 소년 신년호”를 통해 [이급천사(二級天使)]라는 작품으로 연재를 개시. 고교 졸업도 하지 않은 상태로 프로로서의 데뷔에 성공했다.


[ 테즈카 오사무 캐릭터에 가까우면서도 독창성을 보여준 이급천사 (c) 石ノ森章太郎 ]

  56년에 고교를 졸업한 그는 그 즉시 다시 상경했고, 만화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두 번째로 옮겨간 숙소가 바로 테즈카 오사무를 중심으로 수많은 만화가들의 전국 시대가 펼쳐진 토키와장(トキワ荘). 그곳에서 그는 [불새 마타로]를 포함하여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지만, 같이 상경하여 생활을 돕던 누나를 잃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테즈카 오사무 밑에서 활동하는 것은 그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1959년 그는 테즈카 오사무의 제안으로 토에이의 만화 영화 [서유기]의 제작에 참가했고, 이제껏 만화 밖에는 모르던 그가 영상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1961년. 이시노모리 쇼타로는 해외여행이라는 새로운 체험을 갖게 되었다. 바로 슈에사의 취재 기자와 동반하여 시애틀의 “SF 컨벤션(세계SF대회)”에 참여한 것이다. 전세계 SF작가와 팬이 집결하는 이 행사가 그에게 어떤 역할로 다가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날 이후 이시노모리씨의 작품 세계는 SF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1963년 “스튜디오 제로”라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공동 설립한 이시노모리 쇼타로는 다음해 테즈카씨의 중매로 결혼을 마치고, 바로 그 해(1964년), 자신의 대표작이자 일본 SF 만화를 상징하는 걸작, [사이보그 009(サイボーグ009)]를 탄생시켰다.


  일본 최초의 개조 초인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무기상인 블랙 고스트라는 집단에 의해 탄생한 초인(병기)들을 주역으로 전쟁의 슬픔과 아픔을 충실하게 그리고 있으며, ‘세계를 좌우하는 무기상인’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악당을 선보임으로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인간의 마음을 지니고 있지만, 전쟁 병기로서의 기계 몸을 지닌 사이보그들……. 그러한 기계 몸과 마음의 부조화로 인한 슬픔은 필립 k. 딕의 작품에 못지않게 일본의 사이버 펑크물에 영향을 주었다. (그만큼 수많은 팬들을 이끌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난해하고 어두운 작품이었기에 몇 차례의 연재 중단을 겪어야 했는데, 결국 블랙 고스트와의 대결을 거쳐 괴물섬, 지하 제국, 그리고 마지막에서는 진정한 창조주인 신과의 대결에 돌입하는 부분까지 연재된 이래 미완으로 끝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 뮤턴트 사브.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의 세계는 초인들의 비극을 충실하게 다루게 된다. (c) 石ノ森章太郎 ]


  [사이보그 009]의 대 성공에 이어 이듬해(1965년) 소년 선데이에서 역시 어머니의 사고로 인해 초능력을 갖고 태어난 소년 사부의 활약을 그린 [뮤턴트 사부(ミュータントサブ)]라는 작품으로 그의 화려한 시대의 막이 올랐다. (이 작품은 단편으로 비정기 연재되면서도 꾸준히 계속된 [사이보그009]와 마찬가지로 이후에도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 환마대전. 당시로서는 드문, 공저 체제의 작품이었다. (c) 石ノ森章太郎 ]


  1967년. 소설사 히라이 카즈마사(平井和正)씨와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서 전개 되는 요마와 인류의 대결을 그린 작품, 환마대전 외에도 여러 작품을 선보인 그는 1971년. 가면 라이더(仮面ライダー)를 통해 고지라, 울트라맨에 이은, 일본을 대표하는 변신 초인의 특촬물 시대를 여는데 이바지했다.



[ 40주년을 넘어... 지금도 라이더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c) 石ノ森章太郎 / 東映 ]


  [인조인간 키가이더](1972), [비밀 전대 고레인저(秘密戦隊ゴレンジャー)](1975) 등의 원작으로 다채로운 특촬물의 가능성을 선보인 그는 그 후에도 수많은 초인물로서 팬을 이끌었다.


[ 호텔. 이 작품으로 그는 일본 호텔 스쿨 교육 센터 평의원으로 취임했다. (c) 石ノ森章太郎 ]


  1980년 이후에는 상당한 명작으로 만화가 협회 만이 아니라 경제 협회에서도 인정받은 [호텔], [만화 일본 경제 입문] 등의 경제 만화를 선보였고, 1986년에 “이시노모리”로 개명한 후에는 일본 만화계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주최하고 협회를 발족하는 등 후진 양성 및 만화 산업의 성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1997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아시아 만화 대회에서 아카데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듯 마지막까지 만화의 가능성에 매진했던 그는 1998년 1월 28일. 도쿄 오차노미즈의 병원에서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다. 그의 많은 활약을 기리는 뜻에서 그의 모든 작품에 대해 문부대신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이 수여되었고, 만화계에 대한 공헌을 기념하여 테즈카오사무 문화상 특별상을 수여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꿈꾸던 미래를 향해 여행을 떠났지만,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은 관심을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많은 이에게 기억되고 있는 이시노모리 쇼타로. 그를 기념하는 뜻에서 고향 나카다쵸에는 “이시노모리 쇼타로 고향 기념관”이 세워졌고, 미야기현에서 “이시노모리 만화관”을 개설하여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도 “이시노모리팬”을 자처하는 여러 작가들에 의해 그의 작품이 리메이크되고 있는 가운데, 애니메이션 외에도 가면라이더 시리즈를 비롯한 특촬물 시리즈가 꾸준히 제작되어 그의 기억을 되살려주고 있다.


이시노모리 프로 공식사이트 : http://www.ishimoripro.com

이시노모리 만화관 사이트 : http://www.man-bow.com/manga


[ 그의 고향 이시노모리에서는 거리 곳곳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


* 토키와장 - 1953년 테즈카 오사무의 입주를 시작으로 생겨난 일종의 인재 양성소. 이시노모리 쇼타로 외에도 [오바케Q타로]의 아카즈카 후지오, [도라에몽]의 후지코 후지오 등이 함께 입주하여 활동한 곳으로 유명하다.(입주하지 않은 이들도 때때로 그곳에 들러 그룹으로 활동했다.) 이곳에는 수많은 라이벌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즐거운 이야기 속에서도 원고에 대한 정열을 서로 공유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때로는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하고 나아가 함께 작품을 만들기도 하는 등 협력 체제 속에 수많은 명작을 남기고 있다. 토키와장 자체는 오래 전에 철거되어 사라진 작은 아파트에 지나지 않지만, 최근에도 “디지털 토키와장” 등의 프로젝트명으로 등장할 정도로 일본 만화계에선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SF 속에서 살아갔던 만화가


[ 009. 그는 아홉 명의 사이보그 중 최강을 자랑한다. (c) 石ノ森章太郎 ]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작품 [사이보그 009]의 주역인 사이보그 009(제로제로나인)은 다른 00 사이보그들의 장점을 함께 융합하고 있다는 설정을 갖고 있지만, 사실 유별나게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001처럼 초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002처럼 하늘을 맘대로 날거나 003처럼 귀와 눈이 특출하게 좋은 것도 아니다. 물론 온 몸이 무기로 되어 있지도 않고(004), 힘도 유별나게 센 것은 아니며(005), 불을 뿜거나(006), 변신을 할 수도 없다.(007) 물론, 물속에서 숨이 막힐 일은 없지만, 물고기처럼 활약하는 것(008)도 불가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00 사이보그 중 최고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은 그에게 남들과는 다른 한 가지 능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속 장치’라 불리는 그 능력은 009 자신을 남들보다 수 십 배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해 준다. 남들 눈에는 그야말로 사라진 것처럼 보이게 되는 그 힘은 반대로 009의 눈에 남들이 정지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이 상태에서는 그 누구도 009를 대항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상대 역시 가속 장치를 달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00 사이보그로 테스트를 마친 블랙 고스트는 그 후 가속 장치를 단 적수들을 꾸준히 그들에게 보내오는데, 009 만이 그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 주역인 그의 활약으로 유명해진 가속장치는 이후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주어 오마주와 패러디가 양산되기에 이른다... 갑작스레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도키와장에서 일할 당시(아니 그 이후에도) 이시노모리 쇼타로씨에게 붙어 다니는 별명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속 장치가 달린 만화가”


  그 별명 그대로 그는 남들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수많은 작품을 양산하고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 놓았다.

  1960~70년대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가 이룬 일은 그야말로 한 두 가지 아니다. 이를테면 [가면 라이더]의 원작을 쓰고 있을 당시, 그는 다른 잡지에서 [이나즈맨]이라는 작품을 연재하고 있었고, 동시에 [인조인간 키카이다]를 연재하고 있기도 했던 것이다.(그로서는 [이나즈맨]에 신경쓰느라 [키카이더]는 문하생들에게 상당 부분 맡기곤 했다.)

  이렇듯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활동이 가능하게 된 것은 어째서일까? 물론 그가 미래에서 온 존재이고 진정으로 ‘가속 장치’를 갖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가 진정한 만화광이고 그만큼 창작 욕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이시노모리 팬을 자처하는 수많은 이들은 바로 그의 그런 창작 욕구에 이끌린 것이 아닐까 한다.




창조주에 도전하는 존재들, 초인들의 세계

[ 이시노모리의 여러 캐릭터. 초인없이 그의 작품을 논할 수 없다.  (c) 石ノ森章太郎 ]


  [철인 28호], [바벨2세] 등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요코야마 미츠데루와 마찬가지로 이시노모리 쇼타로도 초인을 주역으로 하는 작품들이 많지만, 그의 작품은 능력을 갖고 태어나거나 혹은 닌자처럼 수련에 의해서 초인으로 성장/변화하는 요코야마의 작품과는 달리, 다른 이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힘이 주어지는 사례가 많다.

  말하자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초인들은 누군가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것. 그것이 사이보그인지 초능력자인지, 아니면 개조 인간인지는 상관없이 그들은 특정한 목적을 지닌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 새로운 생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인간이 신에게 생을 받았음에도 신의 뜻을 부정하고 거절하는 경우가 있듯, 이시노모리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창조된 초인’들은 그들을 만들어준 누군가를 부정하고 저항한다. 그들 자신이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 속에서 선한 주역과 악당은 결코 동등한 존재가 아니다. 한쪽은 창조주이고 다른 쪽은 창조된 존재. 말하자면, 그들은 자신을 만들어준 창조주를 향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당연히 창조주는 주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다. 

[ 이시노모리 작품에선 가면 라이더 시리즈를 빼놓을 수는 없는 법. (c) Masato Hayase ]


[ 이시노모리씨가 없었다면, 이런 히로쇼도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


  [사이보그 009]를 시작으로 [가면라이더]를 통해서 꾸준히 제작된 이들 초인 시리즈는 인간의 마음을 갖고 있기에 자신을 만든 창조주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주역들. 그리고 인간이면서도 인간이 아니게 된 그들의 괴로움을 충실하게 표출하고 있다.


  악과 대결하기 위해서 그 힘을 필요로 하지만, 그 힘은 동시에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들의 괴로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 초기의 009. 지금과는 다른 외형을 갖고 있다. ]


  뿐만 아니라, 인간을 인간이 아니게 만든 그들 조직. 그들에 의해서 펼쳐지는 미래에는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시노모리씨는 소개하고 있다. [사이보그009]에서 펼쳐지는 블랙 고스트와의 최종 대결에서 그들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자신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블랙 고스트의 존재에 상관없이 세계에서 전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블랙고스트의 리더라고 생각되었던 ‘스카르’조차 단지 누군가의 뜻을 대변하는 인형에 지나지 않을 뿐. 그리고 슬픈 운명은 그렇게 계속된다. 선을 추구하는 누군가의 희생을 밟고 일어서면서……. 하지만, 그런 희생은 또 다른 희망을 불러온다.

  블랙 고스트의 마신상을 파괴한 009. 그러나 그를 구하고자 했던 002의 힘도 완전히 빠져 버리고 두 사람은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려간다. 마치 유성처럼 빛을 발하면서…….

  먼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그들을 바라보며 소원을 빈다.


  “세계가 늘 평화롭기를…….”


  인간이 존재하는 한 악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마음은 희생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작고 초라한 것이라 해도…….



피노키오의 꿈, 키가이더의 전설


[ 나무 인형 피노키오. 그는 생명을 갖고 움직이게 되었다. ]


  수많은 작품이 그렇듯,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작품도 권선징악적인 면을 갖고 있다. 정의의 용사 가면라이더는 악의 조직을 물리치고, 사이보그009도 블랙고스트와 대결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세상이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수없이 리메이크되고 인기를 끌었던 이시노모리씨의 작품 중에 당초 일본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던 작품(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시노모리씨 자신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 중요한 장면을 빼고는 모두 어시들에게 맡겨서 작업하게 했던 작품)이 있다.


  [인조인간 키카이더(人造人間キカイダー)]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1972년 특촬물로 제작되었는데 인조인간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사실 그는 사이보그가 아닌 로봇. 키카이더(일본어로 '기계다')라는 말 그대로 기계로 만들어진 존재이다.(그 밖에도 적의 로봇에는 ‘하카이마(파괴마)’, ‘비진다(미인이다)’ 등이 등장한다.)


[ 기형적인 외형의 키가이더. 그의 작품은 이런 느낌의 캐릭터가 넘쳐난다. (c) 石ノ森章太郎 ]


  가면 라이더나 사이보그009가 그렇듯 세상을 정복하려는 악의 조직에 의해서 탄생되었지만, 그는 인간이 아닌 로봇이기에 마음이 없이 명령에 충실하게 따른다. 다시 말해 악당이 내린 나쁜 명령에도 순수하게 따르며 파괴활동을 하도록 제작되었다. 그러나 개발 당시 키가이더는 피노키오에서 따온 '제미니'란 이름의 양심 회로라는 장치를 내장하게 되었고 나쁜 명령을 듣지 않게 되었다.

  말하자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처럼 인간을 해치거나 하는 명령에는 따르지 않는 제한을 걸어둔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가진 양심 회로는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사고로 죽은 자신의 아들을 대신하여 지로(키가이더02)라는 이름의 그 로봇을 개발한 코묘지 박사는 결국 양심 회로를 완벽하게 만들지 못하고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그 스스로가 악당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탈출을 지시하고 난 후…….


[ 기타를 맨 소년.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채로 그는 자신의 행동에 괴로워한다. (c) 石ノ森章太郎/Mad House ]


[ 당신은 단순한 기계에요! 자신을 죽이려 하는 지로에게 미츠코는 이렇게 외친다. (c) 石ノ森章太郎/Mad House ]


  명령에 충실한 로봇으로서의 키가이더. 그러나 불완전한 양심 회로는 그를 혼란에 빠뜨렸고, 적의 로봇을 조종하는 명령(전파를 발생시키는 피리)이 들어올 때 그는 자신의 상황을 추스르지 못하고 그 명령에 따라 주변의 사람들을 해치려 한다.

  불완전한 마음을 가진 인형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존재. 그렇듯 기묘한 상황은 로봇으로서의 그의 외형을 매우 추하게 바꾸고 말았다. 인간도 아니고 기계로 아닌 존재로서…….


  “착한 애로 있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


  피노키오의 전설에 따르면 선한 일을 행함으로서 그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심 회로에 따라 행동하는 것만으로는 인간 같은 행동은 할 수 없다. 단지 회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


[ 힘은 책임을 필요로 한다. 막대한 힘으로 키가이더는 적을 물리친다. (c) 石ノ森章太郎/Mad House ]


  작은 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갖고 활동하는 키가이더. 박사의 딸 미츠코를 구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풀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시스템으로 개발되었지만 양심 회로를 갖지 않은 형제, 이치로(키가이더01)와 제로(키가이더00)를 만나 악의 조직과 싸우다, 중과부적의 상황에서 적에게 사로잡힌 채 ‘엣사’라고 불리는 악의 회로를 장치하게 된다. 그것은 양심 회로와는 반대로 사악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회로. 더 정확히는 사악한 조직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는 시스템이었다. 엣사를 내장하고 붙들린 지로. 그는 역시 엣사를 내장한 과거의 동료 비진다를 속여서 탈출한다. 그리고 그는 가차 없이 자신의 형제들인 이치로와 제로를, 그리고 인간인 기르 교수를 살해한다.


[ 동생이라 불렀던 키카이더(지로)를 공격하는 이치로. 그는 단지 명령을 따를 뿐인 존재이다.(c) 石ノ森章太郎/Mad House ]


  불완전한 양심 회로의 제약에서 벗어나 보다 큰 선을 위해 거짓말도 할 수 있고 한편으로 형제도 살해할 수 있게 된 지로. 그는 기계의 마음에서 벗어나 인간의 그것을 갖게 되었다. 그와 맞바꾸어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짐, 양심의 싸움이라는 원죄를 짊어지면서...


  "나는, 나는 이걸로... 인간과 똑같게 되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나는... 영원히 악과 양심의 마음의 싸움으로 괴로워하겠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공학 3원칙에선 인간을 살해하지 않고 인간의 명령을 듣는 것이 '선'이라고 정의한다. 테즈카 오사무는 아톰에게 마음이라는 것을 주어 인간의 친구가 되게 해 주었다.


  하지만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도 테즈카 오사무의 아톰도, 결국 인간의 설계, 창조주의 의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주어진 명령에 충실하게 행동한 결과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일 뿐.


  하지만 피노키오가 제미니(양심)의 말에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서 행동한 결과 인간이 되었듯이, 키카이더는 주어진 명령, 제미니와 엣사 어느 쪽에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서 행동함으로써 인간이 된다.

  사이보그 009나 가면라이더와는 달리 인간에 의해 모든 것이 만들어졌지만, 인간처럼 마음을 갖고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게 된 키카이더. 그 결과 로봇임에도 동료, 형제를 속이고 죽일 수 있는... 인간으로서 다시 태어나게 된 존재. 그리고 그로 인해서 악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더욱 강해져서 싸울 수 있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선과 악의, 마음의 틈새에서 영원히 고뇌하며 괴로워하게 된 존재...

  그런 키카이더의 모습은 이시노모리 쇼타로 작품 속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설사 누군가에 의해 힘을 얻고 만들어졌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자신의 의지로서 길을 선택하고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 누군가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결정으로 길을 선택했기에 고뇌하고 괴로워하며 때로는 후회하는 인간의 모습.
  그것은 키카이더의 외형처럼 추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같은 추한 모습에야 말로 인간의 진실이 담겨 있다는 것을, 그런 추한 현실에 마주하여 고통과 고뇌 속에서도 올바른 길을 선택함으로써 비로써 진정한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을 이시노모리 쇼타로는 보여준다. 악과 선이 아닌, 악과 양심... 결국 내 마음에 따르지 않는 것은 그 결과가 어떻든 '악'이라는 것을...

  ‘이렇게 피노키오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피노키오는 인간이 되어서 정말로 행복해진 걸까요?’

  누군가의 뜻에 따르면 결코 괴롭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악(순종)'과 '양심(의지)'사이에 고뇌하며 양심을 따르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행복하지 않고 괴롭더라도 결국은 걸어가야만 하는 길... 가시밭길로 가득하지만 묵묵히 걸어야 하는, '인간의 길'이라는 것을...


 

[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주제 의식을 잘 보여주는 '키카이더 01 애니메이션' ]


 (* [키카이다]는 특촬물로 제작되어 최초 방영 당시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바다 건너 하와이에서는 지금도 주제가가 불리어질 정도로 엄청난 인기(2001년 재방영시 시청율 70%)를 끌었으며, 인간적인 괴로움을 가진 로봇이라는 독특한 개념은 근래에 들어 다시금 부각되며,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되고 2014년엔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 2014년에 제작된 키카이더 REBOOT. 작품 자체는 별로 호평받지 못했지만, 추한 외형에서도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그 모습이야 말로 이시노모리 작품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c) 石ノ森章太郎 / 東映 ]


게임과 영상으로서의 이시노모리 시리즈


[ 슈퍼 패미콤으로 제작된 사이보그 009 ]  


  전 세계에 수많은 이시노모리 팬이 존재하고 있기에, 그리고 그 자신이 만화가만이 아니라 영화감독도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상당수가 영상으로서 재탄생되곤 했다. 그 중에서 특히 애니메이션보다는 특촬물이나 드라마, 다시 말해 실화로 제작된 경우가 많은 편.(특촬물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적인 드라마도 많다.)


[ 가면라이더의 게임 시리즈는 무수하게 발매되고 있다. ]


[ 실사에 가까운 느낌 그대로. 가면라이더의 대결이 시작된다.  ]


  [가면라이더]를 시작으로 [키카이다], [고레인저] 등 수많은 특촬물이 제작되었고, 그 중에서도 [가면라이더] 시리즈는 일본의 특촬물을 대표하는 인기 시리즈로서 지금도 꾸준하게 제작되고 있을 정도. 그와 동시에 가면 라이더를 주역으로 한 게임도 꾸준하게 제작되고 있다. PS2에 이르러 [가면라이더 히비키], [파이즈], [555(고고고)] 등이 계속 선보였고, PS3, PS4에 이르기까지 [가면라이더] 게임 시리즈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게임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실사 분위기로서 가면라이더와 개조 인간이 싸우는 격투 대전 게임으로서 연출된다. 그 유명한 라이더킥을 비롯하여 수많은 필살기들이 난무하고 다채로운 시점으로 변화된 연출이 전개되기도…….

  어디까지나 특촬물이라는 분위기에 맞추어 연출되는 이들 게임은 격투 게임으로서 [철권]이나 [버추어파이터즈] 등의 작품 정도의 완성도는 없지만, 가면라이더의 팬들에게는 멋진 작품으로서 기대할만 하다.

  가면라이더 시리즈 외에 이시노모리씨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게임은, 대부분 슈퍼패미콤 이전의 고전 게임으로서만 존재한다. 사이보그 009 등이 바로 그것. 근래에는 이시노모리 작품의 리메이크와 함께 리메이크 만화와 애니, 만화, 게임, 영화 등이 꾸준히 나오는 만큼 앞으로도 이시노모리의 세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 이시노모리 쇼타로 작품집


  많다. 너무 많다……. 직접 만든 작품만으로 3자리를 가볍게 뛰어넘고 관련 작품을 따지면 4자리에 이른다는 테즈카 오사무나 요코야마 미츠데루에 비길 정도는 아닐지 모르지만, “가속 장치의 소유자”로서 이시노모리 쇼타로는 오리지날의 장편만으로도 너무도 많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제작되고 또 만들어지고 있다. 때문에 여기서는 만화, 애니 등 극히 일부만을 소개해 본다.(아이들과 어른용을 포함 드라마 종류만도 수 십 편에 달하지만, 여기서는 특촬물 중에서도 일부 만 소개해 본다.)


1. 만화

이급천사(二級天使) - 1954. 연재 데뷔작.

괴걸 하리마오(怪傑ハリマオ) - 1960. 소설 원작의 만화화.

사루토비 엣짱(おかしなあの子さるとびエッちゃん) - 1964. 소녀 개그 만화.(닌자물)

사이보그 009(サイボーグ009) - 1964. 그 후 시리즈 다수.

뮤턴트 사부(ミュータントサブ) - 1965. 그 후 시리즈 다수.

사부와 이치토리모노히카에(佐武と市捕物控) - 1966. 검객물.

환마대전(幻魔大戦) - 1967. 

스카르맨(スカルマン) - 1970. 1998년 시마모토 카츠히코씨에 의해 속편 출간.

가면라이더(仮面ライダー ) - 1971. 특촬물의 만화판으로 출간.

변신닌자 아라시(変身忍者 嵐) - 1972. 

인조인간 키카이다(人造人間キカイダー) - 1972. 특촬물의 만화판으로 출간.

로봇형사(ロボット刑事) - 1973.

이나즈만(イナズマン) - 1973.

힘내라!! 로보콘(がんばれ!!ロボコン) - 1974

가면라이더 아마존(仮面ライダーアマゾン) - 1974

철면 크로스(鉄面クロス) - 1974

비밀전개 고레이저(秘密戦隊ゴレンジャー) - 1975

길가메쉬(ギルガメッシュ) - 1976.

마법세계의 쥰(魔法世界のジュン) - 1977

킥쿤타쿤(チックンタックン) - 1984

호텔(HOTEL) - 1984

만화 일본경제입문(マンガ 日本経済入門) - 1986

만화 초전도 입문(マンガ・超電導入門) - 1987

가면라이더 블랙(仮面ライダーBlack) - 1987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만화가 입문(石ノ森章太郎のマンガ家入門) - 1988

만화 일본의 역사(マンガ日本の歴史) - 1989


2. 애니

사부와 이치토리모노히카에(佐武と市捕物控) - 1968. 총52화 흑백판.

사이보그 009(サイボーグ009) - 1968. 흑백판

사이보그 009(サイボーグ009) - 1979. 컬러판

사루토비 엣짱(さるとびエッちゃん) - 1971.

인조인간 키카이다(人造人間キカイダー) - 2000 총 13화

인조인간 키카이다01(人造人間キカイダー01) - 2000. 총 4화

사이보그 009(サイボーグ009) - 2001. 총 51화

환마대전-신화전야의 장-(幻魔大戦-神話前夜の章-) - 2002. 

길가메쉬(ギルガメッシュ) - 2003. 26화


[ [공각기동대]로 잘 알려진 Production I.G.에서 2012년에 제작한 009 Re:Cyborg. 작품은 꽤 괜찮았지만, 이시노모리 스타일과 너무 다른 분위기가 어색했다. (c) 石ノ森章太郎 / Production I.G. ]



3. 드라마

사부와 이치토리모노히카에(佐武と市捕物控) - 1966. 

가면 라이더(仮面ライダー) - 1971~1973. 98화

인조인간 키카이다(人造人間キカイダー) - 1972~1973. 43화

이나즈만(イナズマン) - 1973~1974. 25화 

힘내라!! 로보콘(がんばれ!!ロボコン) - 1974~1977. 118화

비밀 전대 고레인저(秘密戦隊ゴレンジャー) - 1975~1977. 84화

쟈카 전격대(ジャッカー電撃隊) - 1977. 35화

성운가면 머신맨(星雲仮面マシンマン) - 1984. 36화

가면 라이더 블랙(仮面ライダーBLACK) - 1987~1988. 51화

보이스랙거(ボイスラッガー) - 1999. 12화

가면라이더 아키토(仮面ライダー アギト) - 2000~2001. 51화

가면라이더 블레이드(仮面ライダー剣) - 2004~2005. 49화

가면라이더 카부토(仮面ライダーカブト) - 2006. 현재 방송 중


[ 아이들을 위한 특촬물, 힘내라 로보콘.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c) 石ノ森章太郎 / 東映 ]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SF&판타지도서관 2015.03.01 21:14

도서관의 새로운 식구.후지코후지오의 퍼맨1호.스와 미츠오입니다.퍼맨은 제가 후지코 작품중에서도 특히 아끼는 명작입니다.


어릴때 `빠삐용`이란 이름으로 나온 해적판을 정말로 재미있게 보았고 KBS에서 어린이 슈퍼맨이란 제목으로 1편을 더빙 방송했을때 더욱더 기대했습니다.


그후 이 작품이 `도라에몽`을 만든 후지코 후지오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본에서 만화책을 구입했죠.


안타깝게도 번역판은 구할 수 없었지만요.(언젠가 인연이 닿는다면 도서관에 들어올 수 있을까요?)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는 도라에몽과 달리 고작 5권으로 끝난 작품이고, 짧은 극장 애니메이션이 가끔 소개되는 정도지만, 하나하나 소개될때마다 두근두근 거리곤 합니다.(그래서 제가 개최한 SF 파티에서 자막을 달아 소개하기도 했지요.)


그런만큼 일본SF대회에 갔을때 행사가 끝나고 잠시 들른 만다라케에서 우연히 이 액션 피규어를 발견했을때 정말로 날아갈 것 같았죠.


여러가지 표정, 자세를 바꿀 수 있고 퍼맨의 필수품 중 하나인 카피 로봇도 첨부.


게다가 퍼맨만이 아니라 스와 미츠오의 모습도 연출할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항상 도라에몽에만 의지하는 노비타와 달리 힘도 머리도 부족하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는 미츠오의 모습이 좋았거든요.(그가 일본의 퍼맨 대표로 뽑혀서 버드맨 후보로서 우주로 나가는 엔딩은 정말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작가인 후지코 후지오에게 있어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던 만큼 속편을 그리고 싶었다고 하나, 안타깝게도 작가가 타계하고 스와 미츠오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못하고 맙니다...


스와 미츠로, 그리고 퍼맨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담아서, 도서관에선 퍼맨이 되기 직전의 미츠오 모습으로 연출. 물론 6600배의 힘을 내게 하는 헬멧, 하늘을 날수있는 망토, 여기에 퍼맨의 연락기인 배지와 카피 로봇은 당연히 첨부.


퍼맨에 대해서는 이전에 이곳에서도 소개한 일이 있어 링크 첨부합니다.


초등학생 초인, 퍼맨 이야기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5.02.27 02:48


  “인간이 반으로 줄어들면 타버리는 숲도 반이 될까?”

  인간이라는 동물은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어찌 보면 고양이만도 못한 전투력을 가진, 그야말로 왜소하고 약한 존재이지만, 문명이라는 힘으로 지상의 왕자로 군림하고 이제는 태어난 고향 지구를 떠나 우주로의 여정을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인간만이 가진 문명이라는 힘은 지구라는 환경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주었습니다. 아니, 다른 동물들도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있지만, 인간은 육체적 한계를 넘어 환경을 바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새 인간은 70억이라는 숫자로 늘어나게 되었지요. 그렇게 되면서 사람들은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이대로 좋은 것인가?

  그러한 생각 속에 인간의 본성을 그린 이야기가 나왔고, 이와사키 히토시의 [기생수]도 바로 그중 하나입니다. 인간에 기생하여 몸을 강탈하여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이 등장하고, 오른팔에만 기생되어 인간(신이치)으로서의 의식과 기생체(오른쪽이)의 의식이 공존하는 주인공이 이들에 맞서는 독특한 작품은 "신체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같은 설정이지만, 단순히 신체강탈자와 인간의 싸움을 그린 것에 그치지 않고, 신체강탈자의 입장에서 인간을, 다시 인간의 입장에서 신체강탈자를 살펴보는 깊이있는 연출로 일본에서 코단샤 만화상이나 성운상 코믹스 부문을 수상. 코믹스 1000만권 이상을 가볍게 달성한 인기작입니다.

[ 뭔가 어색해보이는 1권 표지. 하지만 그후 전설이 된다. (c) Kodansha / Iwasaki Hitoshi ]


  머리가 갈라지며 인간을 통째로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촉수처럼 늘어나고 칼날로 변해서 쇠나 콘크리트를 갈라버리는 기생수의 모습은 이와사키 히토시의 독특한 그림과 어울리며 깊은 인상을 주었고, 다른 많은 작품에서 패러디나 오마주되기도 했습니다.(기생수의 연출자체가 영화 “괴물(The Thing)”의 오마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만큼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제작이 기대되었지만, 만화 원작 이외엔 아무 것도 나오지 못한 점도 인상적이었죠. 한때 할리우드에서 판권을 사서 제작할 예정이었다고 하지만 흐지부지된 일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인간의 어두운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주며 한편으로 끔찍하고 잔혹한 묘사가 상당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머리가 갈라져서 인간을 먹어치우는 장면이나 괴물들의 칼부림이 수없이 등장하는 작품은 실사로는 다소 수위가 높고 ‘블록버스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니까요.

  만화가 완결되고 자그마치 20여년이 지났기에 잊히는 듯 했던 이 작품이 토호에서 판권을 재취득함으로써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방송 중인 [기생수 세이의 격률(寄生獣 セイの格率)]. 그리고 2015년 2월 26일에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기생수(寄生獣)](국내에선 [기생수:파트 1])입니다.

[ 원작과 다른 그림체로 원작팬의 원성을 사기도 한 애니메이션 (c) Toho/Mad House ]


[ 일상은 어느날 잡아먹혔다. 실사로 재현된 기생수. (c) Toho ]


  애니메이션은 원작과 그림체가 달라지며 원작팬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21화까지 소개된 지금 비교적 호평 속에 진행 중입니다. 한편, 일본에서 2014년 11월 29일에 개봉하여 지금까지도 상영 중인 영화는 일본의 대중적인 사이트 야후 재팬에서 3.91점으로 역시 상당한 호평. 첫 주말 전국 영화 동원 랭킹에서 25만 6161명의 관객을 끌며 1위, 3억 4000만 엔(약 34억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관객의 반 이상이 만화 팬이었다곤 해도 굉장한 인기죠.

  26일 개봉일에 본 [기생수:파트 1]은 이 같은 인기에 충분히 부합할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완성도로 보면 조금 빠지는 부분도 있어 80점 정도를 줄 수 있지만, 원작의 팬이라도,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원작에도 나왔던 대사로서 시작됩니다.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모두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 왠지 귀가 가려워지는 느낌. 그런 현실감이 전해진다. (c) Toho ]


  기묘한 생명체가 자고 있던 누군가에 기생하는 장면에 이어, 한 소년(주인공인 신이치) 쪽에서 이어폰 때문에 귀로 들어가지 못하는 코믹한 연출이 등장하죠. 잔혹한 장면이 많고 심각한 내용이지만, 사실은 ‘오른쪽이(미기)’와 ‘신이치’의 장면에서 의외로 이런 장면이 많습니다. 자기 손과 벌이는 만담처럼 훈훈(?)한 연출도 이 작품의 특징이죠.
(오른손이 기묘하게 변하면서 눈알이나 칼날이 생겨난다는 설정을 생각하면 영화 “괴물”처럼 그로테스크한 연출이 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사로 만들어진 오른쪽이의 모습은 원작이나 애니보다 귀엽게 느껴집니다. 진짜처럼 자연스럽고도 재미있는 오른쪽이의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애니와는 다른 소년풍 목소리가 더욱 어울리면서 중반까지 신이치의 공생자 정도로 머물렀던 원작과 달리 초기부터 친밀하게 만담(?)을 주고받는 관계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죠.)
  

[ 픽사 애니메이션에 나올듯한 오른쪽이. 그 다채로운 모습만으로도 영화의 재미는 충분하다. (c) Toho ]


  이처럼 대비되는 기생 과정을 거쳐 아침. 머리가 갈라지면서 사람의 머리를 단방에 먹어치우는 장면은 충격적입니다. 관객 모두가 깜짝 놀라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끔찍하고 무서운 장면이지만, 지나치지 않은 느낌? 얼굴이 갈라지거나 촉수가 나오는 연출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원작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잘 살렸지만, 혐오스럽고 부담될 정도는 아닙니다. 선혈과 살육 장면을 잘 가리면서도 빠르게 넘기고 있죠.

[ 원작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잘 살린 연출. 거대한 눈이 좌우로 움직이는 장면이 더욱 무시무시하다. (c) Toho ]


  단행본 기준으로 10권(애장판은 8권)에 이르는 작품을 2시간짜리 영화 2편으로 제작해야 하는 만큼, 영화는 원작에서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신이치의 아버지는 이미 사망하여 등장하지 않으며, 여주인공 무라노 사토미와 함께 신이치와 삼각 관계를 이루었던(그리고 기생수를 느끼는 특수한 힘으로 인해 살해된) 카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됩니다. 신이치 만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펼쳐진 여러 이야기들이 신이치를 중심으로 연출되기에 좀 더 간결하게 이해됩니다.

  그럼에도 원작 내용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신이치의 변화, 그리고 한편으로 오른쪽이의 변화는 충분하게 녹아들어갔습니다. 여기엔 배우들의 열연이 뒷받침되었다고 보는데, 신이치 역을 맡은 소메타니 쇼타는 지극히 평범한(사토미의 말에 따르면 ‘부들부들’거릴 정도로 다소 소심한) 고교생의 모습에서 기생수에 가까운 냉정한 존재로 변해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작중 가장 중요한 인물인 타미야 료코역의 후카츠 에리의 연기는 이를 넘어서지요. 흔히 느물거리는 양아치 같은 역할로 자주 나오던 키타무라 카즈키가 기생수의 리더 같은 존재로 의원에 당선되는 히로카와 타케시역을 맡아서 표정없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도 일품이지요.

[ 후카츠 에리의 연기는 존재감을 가득 채워준다. (c) Toho ]


[ 키타무라 카즈시가 연기한 히로카와 타케시. 2부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c) Toho ]


  아사노 타다노부가 맡은 고토역, 히가시데 마사히로가 연기한 –철가면이라 불렸던 원작과 달리 싱글거리는 표정의 미소년인- 시마다 히데오처럼 원작과 다른 분위기의 캐릭터도 있지만, 영화만으로 볼 때 위화감은 별로 없었습니다. 적어도 원작을 읽고 바로 가서 보지 않는다면 말이죠.

  약간은 걱정했던, 기생수의 싸움도 적절한 효과음과 더불어 잘 연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신이치와 A의 싸움은 약간 만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잘 엮어냈지요. 일본 영화의 기술이 발달한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겠네요.

[ 기생수라면 역시 촉수 대결을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은 불가능한 촉수의 싸움을 실사로 잘 연출했다. (c) Toho ]

  원작의 팬으로서 기생수에게 잠식된(신체를 강탈당한) 인물이 본래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인간의 마음’이라는 작품의 또 다른 주제를 상징하는 타미야 료코의 대사 등과 엮어서 충분히 좋은 느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소 작위적인 전개, 아주 약간의 사족, 여기에 원작의 내용을 많이 생략한 점 등 일말의 아쉬움은 있지만, [기생수]라는 작품의 팬이건 아니건, 영화로서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가능한 영화관에서 보시는 걸 권합니다. (아니 어떤 영화건, 평생 한 번의 만남일 수도 있는 영화 상영은 가능한 최상의 조건에서 하는 게 좋지요.)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리스크에 더하여 대다수 일본 영화가 그렇듯 국내의 예매율도 높지 않고, 개봉관수나 시청 가능 시간대도 얼마 되지 않으니 영화관에서 보려면 가능한 서두르는 게 좋습니다.

  ‘파트 1’이라는 말이 붙었듯, 영화는 올해 4월에 일본에서 개봉할 ‘완결편’을 합쳐 2부 구성. 2010년에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가 처음 개봉했을 당시엔 한국에선 익숙하지 않았던(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이게 뭐야!”라는 말이 들려왔던) 상황과 달리, 이제는 꽤 익숙해졌다고 해도 역시 반쪽짜리 영화로서 끝나면 안 되겠죠.
  [기생수]라는 작품은 사실 끊기가 애매한 게 사실이지만, 영화 [기생수:파트1]은 그 점에서도 아주 적절한 위치에서 일단락 지었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줄 수 있는 완성도가 80점. [완결편]이 국내에서 개봉한다면, 둘을 합쳐 이야기할 수 있겠죠.

  [기생수:파트1]은 원작의 팬도, 그리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표값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충분히 만족했기에 [기생수:완결편]도 꼭 국내에서 개봉해주길 바랍니다. 가능한 빨리 말이죠.

[ 유쾌한(?) 콤비의 모습을 또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c) Toho ]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SF 이야기 2015.02.26 00:01

올 8월말 일본의 톳토리에서 열리는 제54회 일본 SF 대회(코메콘) 참가가 잘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에선 참가비 입금도 제대로 안 되는 등 골치가 아팠지만, 일전에 참가했던 인연 덕분인지 게스트로 참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54회 일본 SF 대회, 코메콘 공식 사이트)


여행 경비는 당연히 개인 부담이지만, 참가비만큼 부담이 덜한데다 게스트는 1명을 동반할 수 있는 만큼 좀 더 편하게 기획을 진행하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 도서관에 많은 도움을 주셨고, SF대회 진행자와의 인연을 맺게 해 준 박상영씨와 함께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


"한국 SF를 일본 SF 대회에 알리고 싶다."라는 포부를 갖고 시작했던 기획... 제50회 일본SF대회(TOKON10)에서 진행했지만, 51회때는 시즈오카를 강타한 태풍으로 비행기가 결항되어 침통하게 포기... 52, 53회는 도서관 이전에다 결혼 등으로 정신이 없어 참가 못하고 이제야 조금 숨을 돌려서 재개...


앞으로는 매년 참가를 생각하지만 잘 될지는 해 봐야죠.(그래도 주로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콘(세계SF대회)보다는 쉬운 편이니까요.)


전보다 도서관 규모도 커졌고 자료도 여러가지 준비를 했기에(51회때 나누어줄 예정이던 "K 박사의 연구 일어 번역판 인쇄물"이라던가...) 전보다는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업데이트를 하는 건도 말할 필요 없겠지만요.



일본 SF 대회는 1962년에 시작된 일본SF팬들의 행사입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SF컨벤션(월드콘)과 유사한 행사로 현재는 매년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큰 규모의 잔치죠.


[ 2010년 TOKON10 개막식 행사장. 굉장히 큰 홀인에도 자리가 꽉 찹니다. 정말 장관! ]


참가비는 최소 1만엔(약 10만원)인데도, 이틀동안 진행하는 행사에 많게는 1500명 이상이 전국에서 모여드니 그 규모는 가히 놀랍습니다.


SF 동인지를 판매하거나 코스츔 플레이를 하기도 하지만, 주된 행사는 오프닝과 엔딩을 포함한 수십, 아니 백 단위가 넘는 기획.


[ TOKON10 행사장을 지켜준(?) 강화복. 녹슨듯한 연출이 멋지죠. 우와 갖고싶다! ]


[ 최근 신인상을 받으며 주목받는 신인과 작가와 원로들의 이야기. 저 중에 한국의 북쪽 나라 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 중인 작가도 있습니다. ]



제가 했던 "한국SF로의 초대"처럼 SF를 좋아하는 이들이, SF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SF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내용이 진행되는데 참 재미있습니다. (아쉬운 건 한 번에 여러 개의 기획이 진행되다보니 뭘 들어야 할 지 택일해야 한다는거죠. 보고 싶은게 2개 이상이면 하나 외엔 놓치고 맙니다.)



[ 일본의 한국만화팬 오가사와라씨가 진행한 한국 SF 만화 소개 코너. 아내분과 함께 하는 자리가 참 부러웠습니다.(이젠 아니지만.^^) 일본에 번역된 한국 SF, 판타지 만화가 대부분 일본의 팬들이 나서서 번역했다는게 인상적이었죠. 외국인에게 한국의 좋은 것을 소개하면, 그 중에 좋은 것을 그들이 알아서 찾는다는 제 생각을 응원해주는 듯 해서 좋았습니다. ]


그 중엔 일본팬이 진행하는 "한국SF만화 소개" 같은 코너도 있더군요. 늦은 시간에 진행되는데다, 비인기코너였기 때문인지 거의 저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만...^^


참 재미있는 행사입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SF를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 합니다. SF팬이 개최하고, SF팬이 준비하며, SF팬이 모여 즐기는 자리죠. 정부나 회사가 나서는게 아니라 순수하게 SF를 좋아하는 이들이 즐기는 자리.



부부가 오는 건 기본, SF팬인 할아버지가 SF팬인 손자와 함께 찾아오고, 온가족이 SF이야기를 나눕니다. 행사중 재미있었던 것에 대한 팬투표인 암흑성운상에서 '코스츔상'으로 "하야부사"(기적적으로 돌아온 소행성 탐사선)의 코스츔플레이어가 소개될때, 하야부사의 귀환 캡슐 코스츔을 입은 '암흑성운상 발표자의 딸'이 함께 서는 등... 그야말로 세대를 넘어선 재미의 공유 정신을 느끼게 되죠. (암흑 성운상 대상은 '성운상 발표식의 VAIO'였습니다. 뭔지는 행사에 참가한 사람만 압니다.^^)


[ 멀리서 찍다보니 흔들린게 아쉬운 사진. 오른쪽이 하야부사 코스츔. 왼쪽은 하야부사의 귀환 캡슐. 둘다 싱크로율이 엄청나지요. ]


[ 하야무사 코스츔의 뒷 모습. 이온엔진 2개가 고장난 것까지 재현한게 놀라운 완성도. ]


2010년 행사장에서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이 가득했지만, 4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 마음에 남는 두가지 말이 있습니다.


하나는 폐회식을 마치고 돌아다면서 참가자들 사이에서 우연히 들린 -제 마음을 너무도 잘 대변한- 말.


"이렇게 이틀동안 모든 걸 잊어버리고 노는 것도 정말 좋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2010년에 돌아가신 일본 SF 팬덤의 아버지이자, 제 마음의 스승이기도 한 시바노 타쿠미씨가 남긴 폐회사였습니다.


당시 도서관을 만들었지만, 여러모로 힘들어 방황하던 제게 커다란 이정표가 되었고, 지금도 제게 가장 소중하게 남아 있는 말.



"여러분 옆을 봐주세요. 모두 SF를 좋아합니다."



1998년 SF 홈페이지(훗날의 조이 SF클럽)를 만들고 막연하게 뭔가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다 SF 파티라는 행사를 십수차례 열기도 하고, 동인지를 만들고, 나아가 도서관까지...


힘들고 아쉽고 관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저 말을 떠올릴 때면 뭔가 마음이 꽉 차는 듯 하고 눈물과 함께 얼굴에 웃음이 떠오릅니다.


비록 규모로 작고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 순간 만큼은 SF를 좋아하는 모두와 함께 했다는 추억이 있었고, 그것은 제게 있어 더 없이 소중한, 행복한 시간이었으니까요.



[ 2010년에 마지막으로 열렸던 SF파티(페스티발). 10회를 넘도록 규모는 초라한 그대로였지만, 다들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



8월 29, 30일... 코메콘(톳토리의 일본 SF 대회명)까지 6달 정도 남았습니다.


저는 바로 그 날을 즐기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변 어디를 둘러보아도 SF 팬으로 가득한 순간. SF를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인생에서도 손꼽는 행복한 순간이 될거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런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면 분명히 더 좋을 것입니다. 아니 이제까지 SF&판타지 도서관에서 그 같은 시간을 통해서 즐거운 순간, 행복한 시간을 계속해 왔지요.



그리고 그 추억이 남아 있는 한, 저는 결코 제 삶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돌이키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SF&판타지 도서관은,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은 제 자신이 행복하고자 했던 것이며, 그 행복을 남들도 함께 하길 바라면서 해온 일입니다.



여러분의 주변에 여러분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아니면 그런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나요? 만일 SF나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SF&판타지 도서관을 찾아와 주세요.


아니면 도서관의 이야기를 한번 살펴봐 주세요. 비록 간접적인 참여라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SF와 판타지를 좋아하는, 너무도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일본 SF 대회는 바로 제게 그런 것을 기억하게 했던 소중한 추억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SF 이야기 2015.02.25 00:22

흔히 SF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SF는 과학적인 비판을 감수해야 하며 그래서 쓰기 어렵다."라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이를테면 "과학적 원리로서 말이 안 된다."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점은 왜 SF에만 비판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입니다.


물론, 네이버 지식인 광고에서 "스타워즈 레이저검의 원리" 같은게 나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비판이 아니라 단지 궁금할 뿐이지요.



어차피 대다수 사람들은 SF건 판타지건 별로 다르게 보지 않습니다.


스타워즈에서 칼 들고 싸운다고 해서 판타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우주가 나오고 우주선이 나오고 로봇이 나오고 하니 'SF 겠구나...'라고 생각하죠.


아바타에서 행성 전체의 의식이 하나로 연결된 설정이 등장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대다수 사람들은 그러려니...하고 보죠.



[ 한때 유행했던 공상과학대전. 고지라니 뭐니 하는 작품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말이 안돼'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만든 재미있는 작품이다. ]



물론 과학적인 고찰이니 뭐니 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공상비과학대전"이나 "스타트렉의 물리학" 같은게 있군요.


하지만 이는 비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여흥이었습니다.


"방사능으로 고지라가 되는건 말도 안돼."라고 말한다고 해서 "고지라가 재미없어."라는 말은 아닙니다.


단지 그 내용으로 '놀이'를 하고 싶을 뿐이지요.



[ 감마선에 의해 괴물로 변신한 헐크. 사실 감마선으로 이렇게 변하는건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근데 이걸 신경쓰는게 몇이나 될까? ]


고지라가 재미있고, 이야기가 그럴 듯 하다면 고지라가 방사능에 의해서 그렇게 되건, 우주 괴수라서 그렇게 되건, 아니면 세균 병기로 그렇게 되건 별 상관 없습니다. (물론 이야기 구조는 많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하지만 SF.... '과학 소설'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글을 쓸 때 이런 걸 신경쓰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아니, 판타지나 무협, 추리라고 해도 별 차이는 없을 겁니다. 뭔가 설정이 100%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과학적으로 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중요한 건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는가 아닌가의 문제이지, 그 우주선이 하이퍼 스페이스를 통과하건, 알큐비에르 엔진으로 날아가건 하는게 아닙니다.


이야기가 재미없고 말이 안 되면 여러가지 비판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학적으로 말이 되건 안 되건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SF의 과학은 진짜 과학이 아니라 상상 과학이니까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어떤게 아니니까요.



19세기에 쓰여진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는 사실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됩니다. 하지만 글을 읽다보면 왠지 그럴 듯 해 보이고 정말로 가능하게 느껴집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말이죠.


"그냥 그럴 듯해 보인다."


이게 SF에서 말하는 과학적 상상력이고 가능성입니다.



때로는 '공상비과학대전'처럼 "과학적으로 말이 안돼."라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설정에 오류가 있다고 열변을 토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굳이 SF라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단지 그런 딴죽을 걸고 싶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할까? 


여기 한 사례가 있습니다.


어느날, 미국의 유명한 SF 드라마, "스타트렉"과 관련하여 한 사람이 제작진에게 스타트렉의 워프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는 씩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하죠.


"아주 잘 작동합니다. 감사합니다."



SF 속에서의 과학은 사실 그런 겁니다. 이야기의 진행에 충분할 만큼 잘 작동하기만 하면 문제는 없는 거죠. 이야기가 잘 진행된다면 그 속의 과학이 정확하건 아니건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반면 이야기가 엉성하다면 설사 과학적인 설정이 아무리 정확해도 재미없는 건 재미없는 겁니다.


그리고 SF의 재미는 과학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과학적 상상'으로 펼쳐낸 이야기에서 나오는거죠.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