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이야기 2016.11.09 17:10

미국 대선이 종식되었습니다.


참 충격적인 결말이지만, 이미 일어난건 어쩔 수 없죠.


중요한 것은 이 결말 이후입니다. 우리는 아직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 디트로이트의 현재. 기대하세요. 이제 세계 전역이 이렇게 바뀔 것입니다. ]



이에 대비하기 위한 작품을 소개해 봅니다.


- 소설 분야

1. 울

2. 더 로드

3. 루시퍼의 해머

4. 해변에서

5. 트리피드의 날

6. 핵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

7. 최후의 날 그후


- 만화 분야

1. 생존게임

2. 드래곤 헤드

3. 브레이크 다운

4. 일본 침몰

5. 소년 표류 EX

6. 북두의 권

7. 모래돌이


- 영상 분야

1. 매드맥스

2. 나는 전설이다.

3. 그날 이후

4. 혹성 탈출

5. 뉴욕 탈출

6. 소년과 개

7. 설국 열차


- 게임 분야

1. 라스트 오브 어스

2. 스토커 트릴로지

3. 메트로 2033 시리즈

4. 폴아웃 시리즈

5. 웨이스트랜드 시리즈

6. 레이지

7. (아이 홀로 생존 게임을 진행하는...) 포켓몬스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Make America Great Again: The Trump Presidency


를 해 봅시다......-_-;;;;;;;;;;;;;;;;;;;;;;;;;;;;;;;;;;;;;;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5.06.05 20:45

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매드맥스나 폴아웃 같은 황폐한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모험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편이죠.


그래서 매드 맥스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매드맥스는 2가 진정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이고 1은 로드무비, 3는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이라 뭔가 부족한 느낌이죠.


이번에 매드맥스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전작과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 과연 이 세 작품 중 어느 형태를 따라가게 될지 조금 걱정했습니다. 특히 3편 비욘드 선더돔은 솔직히 2에 비해서 너무 부족했거든요.


다행히도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는 2의 느낌을 계승하는 작품, 즉 황폐한 세계를 무대로 하는 질주극이었습니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특징은 1편을 제외하면 사실상 맥스가 활약하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영웅이라기보다는 어쩌다보니 동참하게 된 인물. 하지만 그가 더해짐으로써 이야기는 좀 더 흥미롭게 변해가고 무언가의 질서가 망가지면서 상황은 바뀌는 것입니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역시 그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내내 맥스의 활약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웅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죠. 하지만 그것이 좋은 의미에서의 배신으로서 관객을 즐겁게 해 줍니다.



이야기는 매우 단순합니다. 한 지역에 물을 장악하고 무기와 연료를 손에 넣으면서 지배하는 패자가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패자의 아내(라기보단 소유물이나 애 낳는 도구)들과 함께 도망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죠. 추격자 중에 한 명이 맥스를 '피주머니(수혈용 도구)'로서 데리고 갔다가 그들과 합류하게 되고,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영화의 전체 내용은 사실상 사흘 정도의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일이며 90%가 자동차 추격전으로 진행됩니다.


정말로 쉴 틈이 하나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사정없이 몰아치고 있거든요.


자동차가 자동차를 쫓고, 싸움이 벌어진다는 아주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러한 이야기가 매우 효과적인 연출과 전개로서 완벽하게 채워집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됩니다. 그것만으로 이 세계의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오고, 기대하게 하며, 그 기대를 만족시키게 되죠.


맥스 하나만을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볼거리가 넘쳐나고 활약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조연들의 활약 하나하나도 부족하지 않고 즐거움을 줍니다. 엑스트라라 생각했던 인물들마저도 개성적이고 매력적이니까요.



2D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영화는 3D에 적합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장면 하나하나 구도 하나하나 모두 3D를 상정하고 3D에서 최고의 만족을 주도록 만들어졌습니다. (4DX도 괜찮겠지만, 4DX에서 본 사람의 얘기론, 엄청나게 신나고 재미있지만, 무진장 피곤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겼어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 절대로 놓쳐선 안 될 영화라는 말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얘기했습니다.


"어벤져스는 집에서 TV로 봐도 되지만, 매드맥스는 극장에서 봐야해."


제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매드맥스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말에는 동감합니다.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달려가서 매드맥스를 보세요. 결코 극장에 찾아간 일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부담없이 신나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만족할 수 있는 영화는 정말로 드물기 때문이죠.



여담)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으로서의 매드맥스는 상당히 충실한 느낌입니다. 이리저리 끼워맞추어 개조한 자동차의 모습만으로도 이 세계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세계'가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여기에 총 조차 흔치 않은 상황에서 화염병이나 창 같은 걸 무기로 사용하는 모습. 인간의 육체 노동으로 움직이는 승강기 등 정말로 작은 부분까지 충실하게 신경쓴 모습이 엿보입니다.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수없이 쌓여 있는 '핸들'을 무기처럼 들고가는 장면이었지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자체가 '전사'라는 설정을 매우 잘 보여주는 장면...


  매드맥스라는 세계가 정말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그 밖에도 엄청나게 많으며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SF 이야기 2015.02.24 00:11

  이번에 네이버 웹 소설 공모전의 최종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약 1달여에 걸쳐 47개 작품을 읽고 그 중 추천작을 골라서 심사위원의 대화를 거쳐 3개의 대상작을 선정... 참 힘들었지만, 재미있고 보람있는 일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상 작품 3개 중 SF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니, 최종 추천작 중에서도 하나도 없었고 최종 심사 후보작 중에서도 거의 없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를 고민하면서 SF라는 이름의 무게에 눌린게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SF, Science Fiction.... 많은 팬이 '과학 소설'이라고 부르는 이름에 질려서 SF 자체에 경기를 일으킨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사실 SF라고 해서 뭔가 특별하고 거창한 것만을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파운데이션'이나 '당신 인생의 이야기'나 '2001년 야화'나 '프라네테스' 같은 작품을 바란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바란 것은 은하영웅전설이나 마일즈 보르코시건 연대기, 또는 성계 시리즈나 무책임함장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 또는 견인도시 연대기나 메트로 시리즈, 메이즈 러너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아니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마이클 크라이튼처럼 쉽게 읽히는 작품이었거든요. 아니면 슈퍼 히어로나 금서목록 같은 초능력물이라도 좋았어요. 물론 이들에 맞먹는 수준을 바란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마추어로서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정도로 충분했습니다.



[ 우주 무협지라고? 그럼 어때, 재미있으면 그만 아닌가? ]


  하지만 그런 작품은 없었습니다. 최종 후보작에도, 최종 후보작에 들지 않은(적어도 제가 본) 작품 중에도...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에는 김상현씨의 '하이어드', 이종호씨의 '피라미드' 정도를 빼면 여러 권의 장편 SF가 거의 없습니다. (이재창씨의 '기시감'도 있군요.) 은하영웅전설처럼 가볍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찾기 힘듭니다.


  오늘 나온 이야기 중에서 '스릴러'와 '미스터리'에서도 비슷하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많은 SF 기획자들이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 또는 스타워즈 같은 작품을 SF가 아니라고 무시하듯, 많은 미스터리 팬이나 기획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이의 작품을 '수준 낮다'라고 얘기하는 것 말이지요.


  조금 이상합니다. 취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수준 낮다'라고 이야기하는 기준은 뭘까요? 마츠모토 세이초나 요코미조 세이조 같은 작가 작품만 미스터리고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는 미스터리가 아닐까요? 셜록이나 CSI 같은 드라마를 보고, 명탐정 코난 같은 만화나 소년탐정 김전일 같은 만화영화를 보고서 '미스터리가 좋아'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걸까요?


  SF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테드 창이나 그렉 이건만 봐야 하고(반드시 봐야 하고?) 아시모프나 하인라인을 모르면 안 되고, 블레이드 러너나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만 봐야 하는 걸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마이클 크라이튼, 아니면 스타워즈나 아바타, 어벤져스를 보고 'SF도 재미있네.'라고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아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나 '에반게리온'을 보고 'SF는 뭔가 특이하네.'라고 하면 안 될까요?


  미국이나 일본의 SF 붐은 하드 SF로부터 시작된게 아닙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도 펄프 잡지를 열심히 보고, 슈퍼맨 같은 만화책에 빠져들곤 했으며, 고마츠 사쿄나 츠츠이 야스타카도 캡틴 퓨처나 화성의 공주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즐겨 보았습니다.



[ 캡틴퓨처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가 일본에서 더티페어를 낳고, 이게 다시 미국에서 그래픽 노블로 제작된다... ] 


  한국의 1세대 SF 팬들은 아이들용의 '아이디어 문고' 같은 작품을 보고 자라났고, 라이파이나 로보트킹, 20세기 기사단 같은 작품에 열광하며 성장했습니다.


  한국의 SF 현황은 캡틴 퓨처나 벅 로저스가 최신 유행으로 인기 끌던 일본의 195~60년대, 슈퍼맨에 열광하며, E.E.스미스와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가 호평받던 미국의 192~30년대와 비교해서 그다지 나은게 없습니다. 양적으로 질적으로(특히 양적으로), 충분하지 못한게 사실입니다.


  최신의 SF 작품을 선호하는 건 좋습니다. 심각하고 진지한 하드 SF를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하드 SF만이 SF고, 그렇지 않으면 SF가 아니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SF&판타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하드 SF 팬의 수는 생각만큼 많지 않으며, 전체 SF 팬의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하드 SF 팬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하드 SF팬 취향의 기획이 넘쳐나지만, SF를 좋아하는 사람 대부분은 SF가 재미있어서, 즐겁고 놀라워서 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이트 노벨이건, 스페이스 오페라건, 아니면 만화책이건, 애니메이션이건 상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바타를 보건, 퍼시픽림을 보건, 아니면 스타크래프트를 하건, SF의 재미를 느끼는데는 별 차이가 없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좀 더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SF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바타 같은 3D 영화만이 SF 영화가 아니라, 비카인드 리와인드처럼 쌈마이 스타일로도 SF 영화는 만들 수 있는 것처럼, 과학 공식이 잔뜩 흘러나오고 양자 역학이니 상대성 이론이니 하는게 없어도 SF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건, 포스트 아포칼립스건, 슈퍼 히어로건, 아니면 거대 로봇과 괴수 이야기건 상관없습니다. 일찍이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철인 28호'로 과학 기술의 양면성을 보여주었고, '고지라'로 과학이 가져오는 재앙과 과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듯이, 테즈카 오사무가 '철완 아톰'으로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그렸고,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사이보그 009'로 개조 인간의 고뇌를 그렸듯이, 그리고 마츠모토 레이지가 '은하철도999'로 우주 여정의 다채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듯이 어떤 이야기이건 SF로서의 과학적 상상력은 충분히 그려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뭔가 심각한 고뇌와 진리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좀비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차별이나 사회적인 무관심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레지던트 이블(바이오해저드)'처럼 액션물을 만들어도 좋고, '세계대전 Z'처럼 '어떻게 좀비를 때려 죽일까?'만 연구해도 좋습니다. 주제 의식에 얽매여서 또는 '과학적 상상력'에 집착하여 머리를 썩힐 필요는 없습니다.


  SF의 S는 과학의 S이며, SF의 F는 상상의 F입니다. 그리고 둘 중에 F... 즉 '상상'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상상 속의 세계에서 상상속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것에 약간의 과학을 양념으로 치고 무엇보다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구성하면 그것이 SF가 되는 것입니다.



  네이버 웹 소설 공모전에서 다음 번에는 판타지와 SF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또 다시 판타지와 SF 공모전을 진행하겠지요. 아니 반드시 네이버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어디에서든 공모전을 하게 될때 즐겁고 재미있는 SF, 유쾌하고 다채로운 작품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심각한 얼굴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이 넘쳐나는 얼굴로 볼 수 있는 SF가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3작품 중 최소한 1개는 SF를 선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개 다 SF면 더 좋겠지만, 그건 바라지 못하겠기에...)


  그리고 'SF는 재미있구나. 나도 써 봐야지.'라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중에서 정말로 다채로운 작품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하드 SF팬들도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선보이길 바랍니다. 한달에 나오는 SF를 하나 둘 세면서 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뭘 골라서 봐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게 되길 바랍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과학과 우주 이야기 2014.11.01 03:52

 히스토리 채널에서 "검은 폭풍(Black Blizzard)"이라는 방송을 해 주었습니다.


  1930년대 미국의 남부 지방에서 계속되었던 가뭄과 모래 폭풍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제까지의 모든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었지요.


  그 중 흥미로웠던 것은 모래바람이 계속 불면서 정전기가 쌓이고 이로 인해서 사망한 사람들도 나왔다는 점인데....




  1930년대에 수년에 걸쳐 계속되었던 최악의 가뭄과 최악의 모래 폭풍(심지어 워싱턴까지도 휩쓸었던 모래 폭풍)의 원인에는 물론 기후의 변동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문제가 되었던 것은 본래 건조한 만큼 농경에는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 사람들을 이주, 정착시켰으며, 사람들은 그나마 얼마되지 않는 물을 펑펑 낭비하면서 환경을 바꾸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천년동안 풀이 표토를 뒤덮어 그나마 지나친 건조 현상을 막고 토양을 지켜주었지만, 사람들은 농경과 목축을 한다면서 풀을 모두 깎아내었고, 지하수를 퍼내면서 수위를 낮추었습니다. 그 결과 바람으로부터 토양을 지킬 수 없게 되었으며, 건조한 모래 폭풍이 일어나면서 지표에 도착하는 태양 에너지가 감소하면서 구름을 만들 수 있는 수분의 증발이 거의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3년여의 가뭄으로 토양은 삭아서 약해지고 모래 바람은 더욱 강해지고....



  이 같은 현상을 막게 된 것은 한 사람의 노력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인은 역사상 가장 많은 토지를 파괴했습니다."라고 주장한 그는 토양을 지키는 것만이 이 같은 가뭄을 막을 수 있다고 했으며, 이를 위한 계획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가 워싱턴의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을때, 마침 텍사스에서 시작된 최악의 모래 폭풍이 워싱턴으로 밀려오고 있었지요. 보좌관이 '곧 도착한다'라고 속삭이자 그는 연설을 조금 더 길게 끌었고 결국 워싱턴의 하늘이 검게 물들게 되었을때 "저것이다!"이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후 "토양 보존 계획"이라는 것이 세워져, 엄청난 양의 풀을 심고 2억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게 됩니다. 그로부터 3년 뒤, 토양의 유실량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제트 기류의 변화로 인하여 다시금 비가 내리면서 가뭄은 끝났습니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검은 폭풍"의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미국의 남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물을 펑펑 퍼내어 뿌려대는 '관개식 농법'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지하수의 수위는 점점 내려가고 있으며, 가뭄이 계속되는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이 부족하다보니 아예 오대호에서부터 남쪽까지 거대한 수로를 이용해서 물을 수송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미국 전역을 모래 바람으로 뒤덮히게 만들었던 1930년대의 가뭄으로부터 불과 100년도 지나지 않아서, 미국은 다시금 대가뭄의 직전 상황에 놓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나마 낫습니다. 중국의 북부 지역에서는 1920~30년의 미국처럼 반건조 지역으로 농경 지역을 넓혀나가면서 토양의 건조 상황을 증폭하고 있습니다. 산사댐 같은 거대한 댐으로 물의 흐름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그 결과 황사는 매년 더더욱 심해져만 갑니다. 베이징에서는 사실상 생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으며, 황사로 인한 간접 사망자가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지구 전역에서 모래 바람이 일어날만큼 건조한 지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중국에서, 중앙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서... 사막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이면에는 사실 "자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라는 인류의 오만에서 나온 것이지요.



  제가 제작에 참여했던 모 게임의 세계지도입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식량 대란이 일어나고 국경 분쟁이 심화된 끝에 핵전쟁이 발발... 사막화와 핵겨울이 함께 찾아온 세계의 지도.


  빙하가 밀고 내려왔기에 해수면은 하강해서 영토가 늘어났으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인류가 살 수 있는 땅은 더더욱 줄어들었죠.


  암울한 현실을 그린 SF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 같은 배경 이야기와 지도를 만들었는데, 당시만 해도 이게 조금 지나친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년, 자연 파괴는 더욱 가속화되고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환경이 파괴되고 사막화가 계속된다면, 이보다 더 끔찍한 지도가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SF 이상으로 더 SF 같은 현실이...


  인류는 자연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인류가 뭔가를 잘못하게 되면 그 반작용이 더욱 강하게 밀려오겠지요.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4.09.11 02:24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심지어 위키백과에도 정보가 없는) 웨스 볼(Wes Ball) 감독이 제작한 영화, "메이즈 러너"는 매우 이례적인 작품입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하지만 국내에선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한) 제임스 대시너(James Dashner)의 청소년 포스트 아포칼립스 3부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작의 하나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감독에서부터 각본, 심지어 배우들까지 그다지 유명한 이들을 찾기 어려운데다, 작품 자체가 할리우드 대작 스타일에 어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처음부터 3부작을 예상하고 만들었다고 할만한 연출과 결말을 보여줍니다. "메이즈 러너"에서 보여주는 거대한 미궁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으며, 그 뒤에는 앞으로 2개의 영화를 더 보아야만 알 수 있을, 수많은 음모와 복잡한 배경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불친절한 영화의 대표격이라고 해도 좋겠군요.


[ 신인이라는게 너무 티나는 젊은, 웨스볼 감독. 흥미로운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시작하여 멋진 연출을 보여준다. ]


  하지만 -3류 액션물 다작 감독인 우베 볼과는 전혀 상관없는- 신인, 웨스 볼 감독은 자칫 좌초하기 쉬운 함정 투성이의 영화를 상당히 멋지게 연출하여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해 줍니다.


  똑같이 미궁 탈출을 소재로 한 영화 "큐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세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탈출극도 꽤 흥미롭고, 여기에 한국 출신의 배우 이기홍(민호 역)을 비롯한, -영화계에선 유명하지 않아도- 역량이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가 겹쳐서 작품의 완성도를 더해줍니다. 그야말로 '거대한 3부작의 서막'으로서 적절한 작품이라고 하겠군요.


  이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는 장점으로 가득차 보이지만, 사실 여기에도 -"메이즈 러너"란 이름에 어울릴만한- 미궁다운 '함정'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바로 '3부작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 때문에 말입니다.


[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주인공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


  영화의 시작은 매우 갑작스럽습니다. 주인공은 기묘한 엘리베이터에 태워진채 이상한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얼떨떨한 주인공에게 그곳의 지도자란 청년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이것 저것 알려주지만,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주인공에게 있어 모든 것이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주변을 거대한 벽이 둘러싼 공간.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모여 있는 그곳은 매우 이색적이었지만, 무척 평화로운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미궁(Maze)이라 불리는 장소로 연결되는 통로를 중심으로 알 수 없는 긴장이 밀려오고 주인공의 삶은 갑작스럽게 변모하게 됩니다.


  왜, 어째서인지 모른채 모든 것을 잃고 이 곳에 모여든 청년들. 그 중의 하나였던, 그러나 그의 도착과 함께 모든게 변해가는 계기가 된 주인공을 중심으로 알력이 생겨나고 그들은 '미궁'이라는 안락했던(그러나 예상치 못한) 공간을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뛰어듭니다...


[ 미궁 속을 뛰어라, 메이즈 러너? 러닝 게임은 아닙니다. ]


  "메이즈 러너"는 정체불명의 미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품인 동시에,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미래의 모습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중심으로 한 3부작의 첫 작품입니다. 문명의 붕괴란 상황을 상상하면 느낄 수 있는 무너진 빌딩이나 파괴된 대지 등은 보이지 않고 어디까지나 '미궁'이라는 인공적인 공간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참 독특하면서도 약간의 배신감을 안겨주지요.


  바로 "이 같은 거대한 미궁은 3부작 전체에서 별로 중요한게 아니다."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처음부터 3부작이라는 것을 알고 접근하지 않는 이상. 이 영화의 결말 부분은 참으로 실망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사실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고 -소설의 뒷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마지막에 밝혀진 반전조차 사실은 진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죠.


  작품의 주역인 토머스의 기억은 돌아왔지만, 그조차 진실인지 알 수 없고, 다른 이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은 채 영화는 허망하게 종결됩니다. 거대한 미궁을 뒤로 하는 장면에서 주인공들의 허무한 감정이 관객들에게까지 전염될 정도죠.


  그만큼 속편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3부작의 서막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상 단지 배신감만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것이 이 작품의 첫번째 함정이죠.


  두번째로 이 작품은, 예고편과 달리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액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미궁이라는 존재와 그 뒤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퀴즈풀이적인 성격이 더 강합니다. 정체불명의 괴물이 등장하여 주인공들을 위협하고, 나름대로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인물간의 갈등은 별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적의 존재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액션과 스릴이 눈길을 끌지 못하죠. 그리버란 괴물과의 싸움조차 순식간에 진행되어 끝나버리니까요. 블록버스터급 예고편을 통해 액션을 기대한 이들이 실망할 수 있다는게 두번째 함정입니다.


[ 블록버스터급에 어울리는 강렬한 예고편. 실제 영화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


  세번째로 이 작품 속의 인물들은 너무도 순수합니다.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이 모인 집단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죠. "파리대왕"은 고사하고 "15소년 표류기"보다도 건전하고 평화로우니까요. 지도자라고 했던 알비(아블 아민)조차 이질적인 주인공을 편하게 받아들이며, 뭔가 과묵하고 화끈한 분위기를 풍기던 민호(이기홍)는 단 하루 밤의 모험 끝에 토머스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죠. 어리면서도 순진한 척은 단번에 토머스의 열성팬이 되어 그를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을 느낌입니다. 죽어가는 알비를 대신하여 지도자가 된 뉴트 역시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오직 미궁에 머물고 싶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고집을 부리는 갤리(윌 폴터)만이 적대자로 나올 뿐입니다. 그나마 그에게 동조하는 동료가 거의 없어 큰 위협이 되지 않죠. 그만큼 캐릭터들이 확 들어오지 않습니다. 심지어 나중에 등장한 유일한 여성 트리사(카야 스코델라리오)는 거의 배경이나 다를 바 없죠. 주요인물들은 분명 모두 매력적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건 주인공 토머스 뿐... 그것이 세번째 함정일 겁니다.


  그 때문인지 이 작품은 지나치게 객관적인 시점으로 보여집니다. 미국 최초로 파노라믹 포맷(한국의 "스크린 X"처럼 극장의 전면 만이 아니라 좌우면도 동시에 써서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상영하는 "메이즈 러너"는 관객들이 경치를 구경하듯 영화를 보게 해 줍니다. 미궁 안이 아니라 미궁 밖에서 실험 동물을 구경하는 느낌일까요? 거대한 미궁은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액션이나 스릴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게 아쉽죠.


[ 파노라믹 포맷의 사례. 한국의 CJ와 카이스트가 공동 개발한 스크린 X처럼 3면을 활용하지만, 포맷이 달라 호환되지 않는다. ]


  하지만 조금만 영화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것이 결코 함정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허무한듯 느껴지는 결말은 이 작품이 3부작 소설의 서장으로, "호비트"에 비교하면, 첫편인 "뜻밖의 여정"에 해당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애매한 결말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죠.

  더욱이 2번째 작품인 "스코치 트라이얼"(Scorch Trial)의 무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보여줄 대도시의 폐허 속 공간. 동시에 "큐브" 같은 짜임새있는 미로의 분위기도 충실하게 엮어주겠지요.(2편에선 우리나라에서도 파노라믹 포맷이나 스크린 X로 3면으로 즐길 수 있을까요?)


[ 시리즈의 두번째인 스코치 트라이얼. 메이즈 러너완 또 다른 분위기가 긴장을 더한다. ]


  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역시 3부작의 특성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진정한 악당인 "위키드"는 자신들의 모습을 감춘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으며, 주인공들은 토머스를 제외하면 모두 기억을 잃고 있으니까요. (토머스조차 별로 많은 걸 알고 있지 못합니다.)


http://www.wckdisgood.com/ - "위키드는 좋은 일을 하는거야."란 이름의 사이트. 위키드의 일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 관객은 그 진실을 알게 되지만, 작품의 특성상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 주인공들은 미궁이라는 거대한 존재와의 싸움 하나만으로도 버거우니 그 이상의 무언가에 도전할 수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정체불명의 괴물 그리버와의 사투, 끊임없이 변해가는 거대한 미궁 속의 도주 장면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액션 스릴러는 아닐지라도 생존을 위해 미궁에 도전하는 소년들의 모습은 뒤에 감추어진 음모를 생각하지 않아도 흥미진진하죠.


  그들의 모습이 너무도 착하다는 것은(이를테면, 3년이나 갇혀 지내던 소년들 사이에 한 소녀가 도착했는데도 너무 반응이 담담하다던가...) 사실 그들이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라는 것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 준주역급 활약을 보여주는 민호. 꽤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인물입니다. ]


  그 중 가장 오래된 알비조차 고작 3년. 사회와 완전히 격리되어 그들끼리 살아온 소년들은 사실상 3살짜리 아기나 다름 없는거죠. 그들의 현재 모습이 진정한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은, 도중에 그리버에게 물려(약이 주입되어) 기억을 되찾은 이들의 모습에서 명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버에게 물리면 이상하게 변해버려."라는 척의 말은 그들이 기억을 되찾음으로서 본래의 인격을 되찾게 됨을 잘 알려줍니다. 실제로 처음 물렸던 찰리가 발광하며 주인공을 공격하고, 주인공을 편하게 받아주었던 알비조차 주인공에게 "네가 왜 여기 있냐!"면서 추궁니다.


  민호나 뉴트 등 동료들은 토머스가 그들을 잡아가둔 세력과 한 편임을 알면서도 "과거는 사라졌다."라면서 편하게 받아들이지만, 그들이 만일 기억을 되찾는다면 과연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토머스가 구해준 알비가 목숨을 걸고 토머스를 도왔듯이, 토머스의 도움을 받은 그들 역시 동료로서 협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앞으로의 이야기 진행에 많은 불안감을 안게 해 줍니다. 아직까지 그들 사이에서는 밝혀지지 않은게 너무 많으니까요.



  이런 모든 점을 생각할 때, "메이즈 러너"는 참으로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3부작의 거대한 구상에 어울리는 복잡한 배경, 그리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냄새를 물씬 풍기는 무대, 여기에 매력적인 소년들의 우정과 대립, 그리고 모든 것의 배후에 얽힌 음모 등.

  청소년용 소설이 원작이기에 지나치게 어두운 분위기는 피하고 있지만, 판타지 작품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설득력도 충분히 겸비하고 있죠.


  무엇보다도 "거대한 미궁의 영상"은 압권입니다. 미국처럼 파노라믹 포맷으로 즐길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영화관에 가서 보시길 권합니다. 그 장면들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으니까요.


  이 작품이 "3부작의 서막"인 만큼, 많은 분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있어 이 작품은 속편을 기대하기에 충분할만큼 매력적이었고 재미있었으니까요. 이미 2편의 계약은 되어 있지만, 2편을 제작할지는 미정인 만큼 하루 먼저 개봉하는 한국의 성적도 중요하지요. 그만큼 큰 시장이니까요. 물론 미국의 성적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여담) "메이즈 러너"의 가장 큰 매력은 소년 캐릭터에 있습니다. 주인공 토머스의 연기가 돋보이지만, 주요 인물들 역시 참 매력적이거든요. 액션성이 돋보이는 민호나 여린 듯하면서도 적극적인 뉴트, 그리고 순수한 느낌의 척 등 보이즈 러브(BL)를 좋아하는 여성 팬들에겐 최고의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그 중 민호가 참 인상적인데, 비록 토머스에게 끌려다니는 듯 하면서도 "러너"의 지도자로서 충실한 활약을 보여줍니다. 이름부터 외모까지 친근한 한국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돋보이는 할리우드 영화는 쉽게 찾기 어렵죠.(누설이지만, 그는 토머스, 뉴트와 함께 3편까지 꾸준히 활약합니다.)

  민호 역을 맡은 이기홍씨는 현재 21세의 한국계 미국인으로 영화 출연은 처음인데, 다른 작품에서도 꾸준히 활약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근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거든요.

  한편, 척 역을 맡은 브레이크 쿠퍼는 원작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내가 척 역을 맡고 싶다."라고 감독에게 계속 트윗을 보낸 끝에 발탁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원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얘야 말로 척이야!"라고 외칠 정도로 자연스럽죠.


추신) 이 작품을 감독한 웨스 볼 감독은 본래 단편 애니메이션을 주로 작업했는데, 그 중엔 국내의 SF팬들에게 호평받은 작품, "Ruin"이 있습니다. 본래 웨스 볼은 바로 이 작품을 장편으로 만들고 싶어서 영화사를 찾아갔는데, 마침 "메이즈 러너"를 제작하려 했던 제작자가 본래 내정되었던 감독을 내치고 그를 선택한 것이지요.


  이 작품 "Ruin"을 보시면, 그가 "메이즈 러너"의 감독으로 발탁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메이즈 러너"의 외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느낌이니까요.


  2년 전에 소개된 이 작품은 국내의 SF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웨스 볼 감독의 감각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동시에 "메이즈 러너"가 성공해서 속편들이, 그리고 웨스 볼의 또 다른 SF 작품이 선보이길 기대합니다.




추신2) 코엑스에 가면 "메이즈 러너"의 광고를 볼 수 있습니다. 참 멋지게 연출했지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오늘은 미국의 플로리다 지역에서 한 종의 새가 멸종한 날입니다. 하루에서 수백, 수천 종이 멸종하는 상황에서 새 한 종쯤 사라져도 아무렇지도 않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운명은 모두 인간이 일으켰다는 점에서, 그것도 단순히 영향을 준 것이 아닌 ‘멸종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습니다.


  바다제비의 아종인 Dusky Seaside Sparrow(잿빛 바다 제비라고 부르면 될까요?)는 플로리다 지역에서 발견되는 새였습니다. 주로 모기를 잡아먹고 사는 이 새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넓은 지역에 퍼져나갔고 플로리다의 모기 숫자를 줄이는데 이바지했지요.


  그러나 1940년대에 들어 사용되기 시작한 DDT는 곤충을 먹고 사는 다른 많은 새와 함께 이들에게도 시련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불과 수십 년 만에 이들의 개체는 고작 2000쌍도 되지 않게 줄었지요.


  겨우겨우 목숨을 유지하는 듯 했던 그들에게 방아쇠를 당긴 것은 역시 인간의 행위였습니다. 모기의 개체 수를 줄이겠다며 케네디 우주 센터 근처의 섬을 수몰시킨 것이지요. 섬을 수몰시키는 게 모기 개체 수와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섬에 있던 새의 둥지들은 전멸해 버렸고 수많은 새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바로 Dusky Seaside Sparrow인 것이지요.


  그리고 1987년 6월 17일. 마지막 한 마리가 숨을 거둠으로써 Dusky Seaside Sparrow는 지상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하나의 세계가 소멸해 버린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이들에게만 다가오는 운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 없는 누군가에 의해 수많은 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무를 뽑아내는 불도저 아래서, 밭을 만드는 불길 속에서, 그리고 강을 준설하고 댐을 만드는 와중에서…



  인간에게는 종을 멸망시킬 힘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들 인간조차도 멸절할 수 있는 힘을.


  Dusky Seaside Sparrow가 멸망하기 20년 전에 중국에서 수소 폭탄의 첫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로부터 한참 전엔 ‘비키니 환초’라 불리던 곳에서 미국의 수폭 실험이 있었지요. 일부 사람들은 당시 비키니 환초 지역에 특이한 종이 있었는데 수폭 실험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늑대 소녀 란]이나 [퇴마성녀 유마] 등으로 알려진 시바타 마사히로는 단편집에서 이 내용을 소재로 이야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소개되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 중 ‘멸망 후’의 세계를 그린(그리고 국내에 소개된) 좋은 작품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만화 [사라이]는 대재앙으로 인류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계를 그린 작품입니다. 대재앙으로 인하여 제2차 대전 때 나치 독일이 만들었던 세균 병기 모자이크가 활성화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묘한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보통 16세가 되면 변신하지만,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사람들은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변신의 공포에 떨면서 삶을 이어나가고 있지요. 그리고 변신으로 인해 생겨난 존재들에 대한 박해, 반대로 그들에 의한 사건 등이 빈발하면서 삶은 피폐해져 갑니다. 한편으로 그 중엔 그러한 변신을 막고자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들이 보여지지요. 이를 테면 변해 버린 자들에 대한 박해나 아이들을 잡아먹는 행동이 빈번히 일어납니다. 그야말로 마녀 사냥이 극성하던 중세보다도 끔찍한 모습이지요.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호위 메이드 협회라는 조직이 존재합니다. 20세기 말 각지에서 보고된 ‘변신’의 위험성을 깨달은 세계 각국의 고위층이 만든 초국가적초법규적조직으로서 각지에 ‘호위 메이드’라 불리는 전사들을 파견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지요.


  16세도 되기 전에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참으로 슬프고도 끔찍합니다. 이를테면 초반의 한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돌처럼 변해서 굳어지는데, 때가 오면 한 계곡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계곡 안에는 다채로운 사람의 ‘동상’이 있지요. 동경하던 여성의 주변에 모여든 소년들이나 먼저 죽은 연인의 곁에 머무른 여성, 그리고 가족의 초상 등…


  이를 볼 때 왠지 [혹성탈출]이 떠올랐습니다. 인간들이 원숭이에게 지배되는 사회에서 해변가에 남겨진 거대한 석상의 모습이. 


  그러고 보면 1885년의 오늘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에 도착하여 뉴욕의 상징이 되었다고 하지요. [사라이]의 세계에도 자유의 여신상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이는 혹성 탈출에서처럼 한때 번영했던 문명의 잔재에 지나지 않겠지요.


  [사라이]의 세계에서 멸망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DDT에 의한 저주가 대를 넘어서 계속되듯이 인류가 만들어낸 모자이크라는 세균의 위협은 인류 모두에게 남겨져 있으니까요.


  결국 [사라이]는 죽어가는 인류라는 '종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뒤에는 바이러스로 세계를 멸망시키고 그들만이 존속하려 했던 나치 독일이나, 소련의 생체 병기의 개발 같은 수많은 사건들이 얽혀 있지만 말이지요. 결국 대재앙조차 누군가의 욕심이 낳은 결과이니까요.


  총 19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고 내용도 꽤 복잡해서 쉽게 읽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 독특한 색채가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담) 시바타 마사히로씨는 [사라이] 외에도 독특한 색체의 SF 작품을 많이 완성한 작가입니다. 특히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 눈에 띄지요. 아쉽게도 국내에 소개된 것은 [늑대소녀 란], [퇴마성녀 유마], [사라이] 정도 밖에는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라 원서로 갖고 있지만 다른 이에게 소개하기 힘든 게 문제죠. (SF&판타지 도서관에 가져다 두어도 보실 분이 거의 없을 듯 하고…)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오늘은 애플사의 창립자 중 한 사람인 스티브 잡스가 태어난 날입니다. 애플 시리즈를 통해 퍼스널 컴퓨터 시대를 낳고, 매킨토시로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운영체제 가능성을 보여주고, 아이팟과 아이튠즈로 온라인 음악 시대를 선도하고,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의 미래를 새롭게 개척한 그는 현대의 정보 기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업적 중 많은 것이 다른 이의 발명품을 빌려 왔다는 비판도 있지만, 기술이라는 것이 개발보다는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가 없었다면, 적어도 정보 산업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 느끼게 합니다.

  1664년의 오늘 태어난 영국의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토머스 뉴커먼은 스티브 잡스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하나의 혁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 중 하나입니다. 대장간의 직공이었던 그는 학문도 없고 과학도 몰랐지만,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뉴커먼 기관이라 불리는 효율적인 증기기관을 만들었습니다. 그의 증기기관은 상업적으로 사용된 최초의 제품으로서 광산의 배수 등에 활용되었고, 이후 많은 이에게 영향을 주며 산업 혁명을 낳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한편, 오늘은 마이켈슨-몰리의 실험으로 광학적 에테르 이론을 부정하는 최초의 유력한 증거를 제시하고 새로운 과학 혁명의 가능성을 이끌어낸 에드워드 몰리와 정보 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클로드 샤논의 기일이기도 합니다. 이들 역시 물리학과 정보 공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이들로 기억되지요.

  이들 중 누구 하나가 없었다고 해도 현재의 기술 문명은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이를테면 토머스 뉴커먼이 아니었다면, 산업혁명이 좀 더 늦어졌을지도 모르며, 스티브 잡스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 텍스트 운영 체제를 계속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 스티브 잡스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또는 토머스 뉴커먼이 좀 더 탄탄한 이론으로 뉴커먼 기관을 더 빨리 발명했다면 역시 세상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요.

  SF의 장르 중 하나인 스팀펑크는 바로 이처럼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세계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증기기관이 극도로 발달하여 승용차를 비롯한 모든 물품의 동력원이 증기기관으로 발전하는 세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지요.

  스팀펑크는 그 독특한 분위기로 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지금도 꾸준히 다채로운 작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SF 작품의 폭이 넓지 않은 국내에서조차 <스팀보이>나 <사쿠라 대전>, <쾌걸 증기탐정단>,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같은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심지어 국내에서 <네오스팀> 같은 스팀펑크 온라인 게임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추천작은 이 같은 스팀펑크 분위기 작품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내용을 가진, 작품 바로 필립 리브의 <견인도시 연대기>입니다.



  <견인도시 연대기>는 여느 스팀펑크 작품과는 달리 과거나 대체 역사가 아닌 먼 훗날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세계는 전쟁으로 황폐해져서 바다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 비행선이 하늘을 수놓고 땅에서는 도적들이 날뛰는 세계에서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이 작품의 독특한 세계관은 첫 번째 권인 <모털 엔진>의 초반부 단 한 문장만으로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어느 봄날, 런던 시는 바닷물이 말라 버린 옛 북해를 가로질러 작은 광산 타운을 추격하고 있었다.’

  환상적입니다. 런던시가 추격한다? 바닷물이 말라버렸다고? 이처럼 고작 단 한 문장으로 모든 세계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궁금증을 불러오는 작가의 솜씨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문장 그대로 이 세계는 ‘견인도시’라 불리는 이동하는 도시들이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큰 전쟁으로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해버린 세계에서 견인 도시는 각지를 돌아다니며 물자를 약탈하고 도시를 먹어치우며 삶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큰 도시는 작은 도시를 먹고 해체하여 자원을 뽑아낼 뿐만 아니라 도시의 시민을 노예로 부리며 살아갑니다.
  여기에 견인도시에 반대하는 반견인동맹이 등장하고, 견인도시에서 물건을 훔쳐 살아가는 도적이나, 비행선으로 하늘을 질주하는 수송단, 심지어 공중 도시까지 출현하면서 세계는 한껏 복잡해집니다. 물론 전시대의 유산인 초병기도 빠질 수 없지요. 스토커라 불리는 기계 병사와 도시를 일격에 날려버리는 무기가 이야기를 한껏 흥미롭게 만들어 줍니다.

  <견인도시 연대기>는 미야자키 하야호의 <천공의 성 라퓨타>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또는 <미래소년 코난>을 연상케 하는 작품입니다. 동시에 증기기관의 세계는 아니지만, 증기와 스모그가 자욱한 산업혁명 시대의 런던을 떠올리게 하지요. (마침 4권 중 첫 작품의 무대가 ‘런던시’인 것은 그러한 느낌을 더해줍니다.)

  이들 작품처럼 필립 리브의 <견인도시 연대기>는 매우 재미있고 쉽게 다가옵니다. 그야말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보는 듯 페이지가 절로 넘어가고 다음 권을 보고 싶게 만들지요.

  혹자는 이 작품을 ‘라이트 노벨’이라고 부를지도 모릅니다. 주인공들이 소년, 소녀라는 점, 그리고 독특한 세계관과 온갖 개성 넘치는 캐릭터상은 이러한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지요.
  하지만 그것은 결코 단점이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필립 리브가 그만큼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잘 보여줄 뿐이죠. 무엇보다도 일부 라이트노벨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미소녀 캐릭터만을 내세우는 경향은 절대로 없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습니다.

  <견인도시 연대기>는 ‘청소년 성장 모험물’인 동시에 재난 후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삶을 충실하게 엮어낸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입니다. 가볍고 편하게 볼 수 있지만, 그 이야기는 매우 진지하며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연대기라는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은 부모로부터 자녀로 이어지는 여러 세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도시가 도시를 사냥하고, 파괴된 땅 위에서도 사람들의 삶은 다채롭게 펼쳐지며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다채로운 장르 작품을 보는 이유겠지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