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이야기 2016.11.09 17:10

미국 대선이 종식되었습니다.


참 충격적인 결말이지만, 이미 일어난건 어쩔 수 없죠.


중요한 것은 이 결말 이후입니다. 우리는 아직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 디트로이트의 현재. 기대하세요. 이제 세계 전역이 이렇게 바뀔 것입니다. ]



이에 대비하기 위한 작품을 소개해 봅니다.


- 소설 분야

1. 울

2. 더 로드

3. 루시퍼의 해머

4. 해변에서

5. 트리피드의 날

6. 핵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

7. 최후의 날 그후


- 만화 분야

1. 생존게임

2. 드래곤 헤드

3. 브레이크 다운

4. 일본 침몰

5. 소년 표류 EX

6. 북두의 권

7. 모래돌이


- 영상 분야

1. 매드맥스

2. 나는 전설이다.

3. 그날 이후

4. 혹성 탈출

5. 뉴욕 탈출

6. 소년과 개

7. 설국 열차


- 게임 분야

1. 라스트 오브 어스

2. 스토커 트릴로지

3. 메트로 2033 시리즈

4. 폴아웃 시리즈

5. 웨이스트랜드 시리즈

6. 레이지

7. (아이 홀로 생존 게임을 진행하는...) 포켓몬스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Make America Great Again: The Trump Presidency


를 해 봅시다......-_-;;;;;;;;;;;;;;;;;;;;;;;;;;;;;;;;;;;;;;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SF&판타지도서관 2015.05.24 16:00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몇몇 학교에서 ‘교수’(라고 쓰고 ‘강사’라고 읽습니다.)로 활동 중입니다.


  주로 게임 기획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이나 신화 얘기 등 여러 가지를 강의하고 있는데, 제가 도서관을 운영하다보니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아오는 일이 많습니다. 다만 제가 항상 도서관에 있는 게 아닌 만큼(레어 포O몬?) 그때그때 만나서 이야기를 못하는 게 아쉽죠.


  오늘은 마침 제가 도서관의 운영을 맡은 날(내일도 그래요.)이라서 학생과 만나게 되었죠. 마침 친구들이 같이 왔는데, 친구가 보드 게임을 좋아한다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마스터가 없어도 할 수 있는 TRPG, 피아스코를 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주사위가 없네요. 던젼&드래곤스용의 주사위는 있는데 말입니다. (피아스코 주사위도 사둬야 겠습니다. 저도 하고 싶거든요.^^)



[ 초여명 대표 김성일님의 강연에서 소개된 피아스코. 참 특이한 게임이죠. ]


  피아스코라면 3명이 해도 괜찮지만, 처음이라면 보드 게임이 낫죠. 3사람이라는 어중간한 사람이 하려면 괜찮은 게임은... 뭐, 도서관에는 워낙 많은 게임이 있지만, 역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좀비”를 권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zombieboard1.jpeg

[ 대충 이런 느낌? 끝없이 널려 있는 좀비를 사냥하는 게임이죠. ]


  ‘좀비가 들끓는 도시에 갇힌 주인공들. 눈앞에 나타나는 좀비를 향해 사정없이 총을 갈기고 탈출하라. 좀비 25마리를 잡아도 됨.’


  그야말로 좀비가 끝없이 나오는 게임입니다. 좀비말은 총 100개. 아군은 최대 6명.


  규칙은 간단합니다. 6면체 주사위 한 개를 굴려(1D6) 4~6이 나오면 좀비를 무찌르죠. 문제는 내 턴에 6면체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숫자만큼 좀비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남을 얼마든지 방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경찰서에 날뛰는 좀비를 때려잡고 소방서나 병원에서 쏟아져 나오는 좀비와 대결하는 와중에서 다른 사람도 방해해야 하니 참 쉽지 않은 게임이죠.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인원이 많을때는 더욱...



  “좀비”는 재미있게 한 것 같습니다. 중간에 엄청나게 웃는 소리로 민폐(?)를 끼치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서로서로 방해에 열중한 나머지 결국 그 누구도 탈출하지 못하고 끝났다고 하는군요.


  뒤이어 한 것은 “해리포터 클루”.


[ 해리포터 클루. 클루와 조금 규칙이 다르지만, 큰 차이는 없어요. 해리포터란 느낌이 독특하죠. ]


  명작 추리 게임, “클루”를 하고 싶다는 말에 제가 권한 거죠. 기왕이면 좀 더 독특한 게 좋잖아요? 게다가 기왕 ‘SF, 판타지 도서관’인데 말입니다. 그렇게 학생들이 즐거운 시간을 지내는 동안, 저는 내부의 책을 조금 정리하고, 기증 책 정리하고, 판타지 강사분과의 대화를 즐겼습니다.


  상영회도 있었고, 열람실에도 몇 분 오셨고, 나아가 회의실에서도 강연이나 보드 게임 즐기기 같은 일이 있었기에 그야말로 도서관에서 즐기는 모든 내용들이 한번에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SF&판타지 도서관을 운영하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도서관을 보고 운영할 때는 항상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특히 오늘처럼 뭔가 특이한 일이 벌어질 때는 말이죠.


  오늘은 제가 운영을 맡아서 자리를 지켜야 했지만, 다음에는 학생들과 함께 같이 놀고 싶네요. 물론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읽고 싶지만 말이죠.


  최근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3대 판타지라고도 불리는 작품으로, 이들과는 색채가 많이 다른 게 특징이죠.(에... 사실 '3대 판타지'라는 말은 일본에서 붙였다는 얘기도 있죠.)




  “나니아 연대기”가 다른 세계로 향한 소년 소녀들의 모험담으로서 고전적인 영웅 모험담의 색채가 강하고 “반지의 제왕”은 중간계라는 세계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서사시(라기보다는 전설?)의 느낌으로서 고전적이지만, “어스시의 마법사”는 한 개인의 영웅 전설이면서도 무언가가 다릅니다.

  세상을 구하기보다는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거든요.


  때때로 판타지는 “싸움 밖에 안 해서 싫다.”라는 분들도 계신데, 그분들께는 바로 이 “어스시 시리즈”를 권하고 싶습니다.(그렇다고 어스시 시리즈에 싸움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책이 깔끔하게 잘 나와서 보기에도 좋고 말이죠.


  다만, “영상이 더 좋지 않아?”라면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게드 전기”를 보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게드 전기”는 나름대로 인상적인 작품이긴 하지만, 어슐러 르귄이 인정했듯이 어슐러 르귄의 “어스시의 마법사”가 아니라, 미야자키 고로의 “게드 전기”이니까요. 내용도 완전히 다를뿐더러, 작품의 방향성도 확연하게 다릅니다.

(그래도 책만 달랑 보여주기보단 이미지로 보여주는게 나아서, 학생들에게 소개할 땐 이 포스터를 쓰곤 하죠.^^)



[ 그래도 어스시 시리즈의 '영상'은 이것 뿐이라고 할 수 있으니...? ]


  이 작품을 다 보고나면 이제 “반지의 제왕”, 그리고 “나니아 연대기”도 다시 볼 생각입니다. 좋은 책은 다시 볼 때 더욱 새롭게 느끼게 마련이니까요. 여러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한 책을 오랜 만에 다시 읽었을 때의 감동은 정말로 남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작품을 본 뒤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볼 생각이죠. 여러 판타지 명작을 섭렵한 후에 다시 보는 “끝없는 이야기”는 제게 어떤 감동을 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여담) “어스시의 마법사”는 참 쉽게 읽히는 책입니다. 출퇴근길에 가볍게 펼치면서 다 읽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도 판타지를 볼 때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죠.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4.09.11 02:24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심지어 위키백과에도 정보가 없는) 웨스 볼(Wes Ball) 감독이 제작한 영화, "메이즈 러너"는 매우 이례적인 작품입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하지만 국내에선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한) 제임스 대시너(James Dashner)의 청소년 포스트 아포칼립스 3부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작의 하나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감독에서부터 각본, 심지어 배우들까지 그다지 유명한 이들을 찾기 어려운데다, 작품 자체가 할리우드 대작 스타일에 어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처음부터 3부작을 예상하고 만들었다고 할만한 연출과 결말을 보여줍니다. "메이즈 러너"에서 보여주는 거대한 미궁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으며, 그 뒤에는 앞으로 2개의 영화를 더 보아야만 알 수 있을, 수많은 음모와 복잡한 배경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불친절한 영화의 대표격이라고 해도 좋겠군요.


[ 신인이라는게 너무 티나는 젊은, 웨스볼 감독. 흥미로운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시작하여 멋진 연출을 보여준다. ]


  하지만 -3류 액션물 다작 감독인 우베 볼과는 전혀 상관없는- 신인, 웨스 볼 감독은 자칫 좌초하기 쉬운 함정 투성이의 영화를 상당히 멋지게 연출하여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해 줍니다.


  똑같이 미궁 탈출을 소재로 한 영화 "큐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세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탈출극도 꽤 흥미롭고, 여기에 한국 출신의 배우 이기홍(민호 역)을 비롯한, -영화계에선 유명하지 않아도- 역량이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가 겹쳐서 작품의 완성도를 더해줍니다. 그야말로 '거대한 3부작의 서막'으로서 적절한 작품이라고 하겠군요.


  이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는 장점으로 가득차 보이지만, 사실 여기에도 -"메이즈 러너"란 이름에 어울릴만한- 미궁다운 '함정'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바로 '3부작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 때문에 말입니다.


[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주인공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


  영화의 시작은 매우 갑작스럽습니다. 주인공은 기묘한 엘리베이터에 태워진채 이상한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얼떨떨한 주인공에게 그곳의 지도자란 청년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이것 저것 알려주지만,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주인공에게 있어 모든 것이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주변을 거대한 벽이 둘러싼 공간.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모여 있는 그곳은 매우 이색적이었지만, 무척 평화로운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미궁(Maze)이라 불리는 장소로 연결되는 통로를 중심으로 알 수 없는 긴장이 밀려오고 주인공의 삶은 갑작스럽게 변모하게 됩니다.


  왜, 어째서인지 모른채 모든 것을 잃고 이 곳에 모여든 청년들. 그 중의 하나였던, 그러나 그의 도착과 함께 모든게 변해가는 계기가 된 주인공을 중심으로 알력이 생겨나고 그들은 '미궁'이라는 안락했던(그러나 예상치 못한) 공간을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뛰어듭니다...


[ 미궁 속을 뛰어라, 메이즈 러너? 러닝 게임은 아닙니다. ]


  "메이즈 러너"는 정체불명의 미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품인 동시에,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미래의 모습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중심으로 한 3부작의 첫 작품입니다. 문명의 붕괴란 상황을 상상하면 느낄 수 있는 무너진 빌딩이나 파괴된 대지 등은 보이지 않고 어디까지나 '미궁'이라는 인공적인 공간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참 독특하면서도 약간의 배신감을 안겨주지요.


  바로 "이 같은 거대한 미궁은 3부작 전체에서 별로 중요한게 아니다."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처음부터 3부작이라는 것을 알고 접근하지 않는 이상. 이 영화의 결말 부분은 참으로 실망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사실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고 -소설의 뒷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마지막에 밝혀진 반전조차 사실은 진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죠.


  작품의 주역인 토머스의 기억은 돌아왔지만, 그조차 진실인지 알 수 없고, 다른 이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은 채 영화는 허망하게 종결됩니다. 거대한 미궁을 뒤로 하는 장면에서 주인공들의 허무한 감정이 관객들에게까지 전염될 정도죠.


  그만큼 속편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3부작의 서막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상 단지 배신감만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것이 이 작품의 첫번째 함정이죠.


  두번째로 이 작품은, 예고편과 달리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액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미궁이라는 존재와 그 뒤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퀴즈풀이적인 성격이 더 강합니다. 정체불명의 괴물이 등장하여 주인공들을 위협하고, 나름대로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인물간의 갈등은 별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적의 존재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액션과 스릴이 눈길을 끌지 못하죠. 그리버란 괴물과의 싸움조차 순식간에 진행되어 끝나버리니까요. 블록버스터급 예고편을 통해 액션을 기대한 이들이 실망할 수 있다는게 두번째 함정입니다.


[ 블록버스터급에 어울리는 강렬한 예고편. 실제 영화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


  세번째로 이 작품 속의 인물들은 너무도 순수합니다.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이 모인 집단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죠. "파리대왕"은 고사하고 "15소년 표류기"보다도 건전하고 평화로우니까요. 지도자라고 했던 알비(아블 아민)조차 이질적인 주인공을 편하게 받아들이며, 뭔가 과묵하고 화끈한 분위기를 풍기던 민호(이기홍)는 단 하루 밤의 모험 끝에 토머스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죠. 어리면서도 순진한 척은 단번에 토머스의 열성팬이 되어 그를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을 느낌입니다. 죽어가는 알비를 대신하여 지도자가 된 뉴트 역시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오직 미궁에 머물고 싶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고집을 부리는 갤리(윌 폴터)만이 적대자로 나올 뿐입니다. 그나마 그에게 동조하는 동료가 거의 없어 큰 위협이 되지 않죠. 그만큼 캐릭터들이 확 들어오지 않습니다. 심지어 나중에 등장한 유일한 여성 트리사(카야 스코델라리오)는 거의 배경이나 다를 바 없죠. 주요인물들은 분명 모두 매력적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건 주인공 토머스 뿐... 그것이 세번째 함정일 겁니다.


  그 때문인지 이 작품은 지나치게 객관적인 시점으로 보여집니다. 미국 최초로 파노라믹 포맷(한국의 "스크린 X"처럼 극장의 전면 만이 아니라 좌우면도 동시에 써서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상영하는 "메이즈 러너"는 관객들이 경치를 구경하듯 영화를 보게 해 줍니다. 미궁 안이 아니라 미궁 밖에서 실험 동물을 구경하는 느낌일까요? 거대한 미궁은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액션이나 스릴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게 아쉽죠.


[ 파노라믹 포맷의 사례. 한국의 CJ와 카이스트가 공동 개발한 스크린 X처럼 3면을 활용하지만, 포맷이 달라 호환되지 않는다. ]


  하지만 조금만 영화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것이 결코 함정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허무한듯 느껴지는 결말은 이 작품이 3부작 소설의 서장으로, "호비트"에 비교하면, 첫편인 "뜻밖의 여정"에 해당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애매한 결말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죠.

  더욱이 2번째 작품인 "스코치 트라이얼"(Scorch Trial)의 무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보여줄 대도시의 폐허 속 공간. 동시에 "큐브" 같은 짜임새있는 미로의 분위기도 충실하게 엮어주겠지요.(2편에선 우리나라에서도 파노라믹 포맷이나 스크린 X로 3면으로 즐길 수 있을까요?)


[ 시리즈의 두번째인 스코치 트라이얼. 메이즈 러너완 또 다른 분위기가 긴장을 더한다. ]


  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역시 3부작의 특성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진정한 악당인 "위키드"는 자신들의 모습을 감춘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으며, 주인공들은 토머스를 제외하면 모두 기억을 잃고 있으니까요. (토머스조차 별로 많은 걸 알고 있지 못합니다.)


http://www.wckdisgood.com/ - "위키드는 좋은 일을 하는거야."란 이름의 사이트. 위키드의 일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 관객은 그 진실을 알게 되지만, 작품의 특성상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 주인공들은 미궁이라는 거대한 존재와의 싸움 하나만으로도 버거우니 그 이상의 무언가에 도전할 수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정체불명의 괴물 그리버와의 사투, 끊임없이 변해가는 거대한 미궁 속의 도주 장면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액션 스릴러는 아닐지라도 생존을 위해 미궁에 도전하는 소년들의 모습은 뒤에 감추어진 음모를 생각하지 않아도 흥미진진하죠.


  그들의 모습이 너무도 착하다는 것은(이를테면, 3년이나 갇혀 지내던 소년들 사이에 한 소녀가 도착했는데도 너무 반응이 담담하다던가...) 사실 그들이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라는 것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 준주역급 활약을 보여주는 민호. 꽤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인물입니다. ]


  그 중 가장 오래된 알비조차 고작 3년. 사회와 완전히 격리되어 그들끼리 살아온 소년들은 사실상 3살짜리 아기나 다름 없는거죠. 그들의 현재 모습이 진정한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은, 도중에 그리버에게 물려(약이 주입되어) 기억을 되찾은 이들의 모습에서 명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버에게 물리면 이상하게 변해버려."라는 척의 말은 그들이 기억을 되찾음으로서 본래의 인격을 되찾게 됨을 잘 알려줍니다. 실제로 처음 물렸던 찰리가 발광하며 주인공을 공격하고, 주인공을 편하게 받아주었던 알비조차 주인공에게 "네가 왜 여기 있냐!"면서 추궁니다.


  민호나 뉴트 등 동료들은 토머스가 그들을 잡아가둔 세력과 한 편임을 알면서도 "과거는 사라졌다."라면서 편하게 받아들이지만, 그들이 만일 기억을 되찾는다면 과연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토머스가 구해준 알비가 목숨을 걸고 토머스를 도왔듯이, 토머스의 도움을 받은 그들 역시 동료로서 협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앞으로의 이야기 진행에 많은 불안감을 안게 해 줍니다. 아직까지 그들 사이에서는 밝혀지지 않은게 너무 많으니까요.



  이런 모든 점을 생각할 때, "메이즈 러너"는 참으로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3부작의 거대한 구상에 어울리는 복잡한 배경, 그리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냄새를 물씬 풍기는 무대, 여기에 매력적인 소년들의 우정과 대립, 그리고 모든 것의 배후에 얽힌 음모 등.

  청소년용 소설이 원작이기에 지나치게 어두운 분위기는 피하고 있지만, 판타지 작품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설득력도 충분히 겸비하고 있죠.


  무엇보다도 "거대한 미궁의 영상"은 압권입니다. 미국처럼 파노라믹 포맷으로 즐길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영화관에 가서 보시길 권합니다. 그 장면들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으니까요.


  이 작품이 "3부작의 서막"인 만큼, 많은 분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있어 이 작품은 속편을 기대하기에 충분할만큼 매력적이었고 재미있었으니까요. 이미 2편의 계약은 되어 있지만, 2편을 제작할지는 미정인 만큼 하루 먼저 개봉하는 한국의 성적도 중요하지요. 그만큼 큰 시장이니까요. 물론 미국의 성적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여담) "메이즈 러너"의 가장 큰 매력은 소년 캐릭터에 있습니다. 주인공 토머스의 연기가 돋보이지만, 주요 인물들 역시 참 매력적이거든요. 액션성이 돋보이는 민호나 여린 듯하면서도 적극적인 뉴트, 그리고 순수한 느낌의 척 등 보이즈 러브(BL)를 좋아하는 여성 팬들에겐 최고의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그 중 민호가 참 인상적인데, 비록 토머스에게 끌려다니는 듯 하면서도 "러너"의 지도자로서 충실한 활약을 보여줍니다. 이름부터 외모까지 친근한 한국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돋보이는 할리우드 영화는 쉽게 찾기 어렵죠.(누설이지만, 그는 토머스, 뉴트와 함께 3편까지 꾸준히 활약합니다.)

  민호 역을 맡은 이기홍씨는 현재 21세의 한국계 미국인으로 영화 출연은 처음인데, 다른 작품에서도 꾸준히 활약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근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거든요.

  한편, 척 역을 맡은 브레이크 쿠퍼는 원작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내가 척 역을 맡고 싶다."라고 감독에게 계속 트윗을 보낸 끝에 발탁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원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얘야 말로 척이야!"라고 외칠 정도로 자연스럽죠.


추신) 이 작품을 감독한 웨스 볼 감독은 본래 단편 애니메이션을 주로 작업했는데, 그 중엔 국내의 SF팬들에게 호평받은 작품, "Ruin"이 있습니다. 본래 웨스 볼은 바로 이 작품을 장편으로 만들고 싶어서 영화사를 찾아갔는데, 마침 "메이즈 러너"를 제작하려 했던 제작자가 본래 내정되었던 감독을 내치고 그를 선택한 것이지요.


  이 작품 "Ruin"을 보시면, 그가 "메이즈 러너"의 감독으로 발탁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메이즈 러너"의 외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느낌이니까요.


  2년 전에 소개된 이 작품은 국내의 SF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웨스 볼 감독의 감각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동시에 "메이즈 러너"가 성공해서 속편들이, 그리고 웨스 볼의 또 다른 SF 작품이 선보이길 기대합니다.




추신2) 코엑스에 가면 "메이즈 러너"의 광고를 볼 수 있습니다. 참 멋지게 연출했지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지금으로부터 140여 년 전인 1873년 프랑스의 소설가인 쥘 베른은 한 가지 흥미로운 소설을 발표합니다. "80일간의 세계 일주(Le Tour du Monde en Quatre-Vingt Jours)". 제목 그대로의 내용……. 바로 80일만에 세계를 돌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내기'에 대한 작품이었지요.


  제국주의가 극에 달하던 19세기. 영국은 '대영제국'을 표방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장담하고 있었지만, 사실 대다수 사람들의 눈길은 자신의 주변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 세계는 그야말로 끝없이 넓고 광대한 것이었죠.


  그런데 한 소설가가 그들의 인식에 도전한 것입니다. '세계는 그렇게 넓은 게 아니거든? 80일이면 충분히 여행할 수 있거든?'


  이야기는 런던의 사교 클럽에서 한 사람이 신문을 보다가 꺼낸 말에서 시작됩니다. 신문 기사에서는 누군가가 '80일이면 세계 일주가 가능하다.'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고, 기사를 본 신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나."라면서 말을 꺼내죠.


  그런데 또 다른 신사... 물론 주인공이 "내가 할 수 있다."라고 했고, 그들은 내기를 겁니다. 80일 뒤 1872년 12월 22일(일요일)까지 사교 클럽에 도착하는지 못하는 지라는 내기였죠. 승부에 걸린 돈은 꽤 큰 것이었지만, 주인공에게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사실상 거의 전 재산을 투자해서라도 여행을 마칠 예정이었거든요. 그리하여 그는 출발합니다. 충실한 하인 한 명과 함께.


  그들이 진행했던 80일간의 여정을 일일이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들은 정말 다채로운 모험을 겪게 됩니다. 인도에선 산 제물로 바쳐질 여성을 구하고자 종교 집단과 싸우기도 했고, 주인공을 은행 강도로 오인한 형사에게 쫓기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의 여정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진행되었고 드디어 그들은 영국의 런던을 향합니다.


  남은 시간은 불과 며칠. 12월 22일 정오까지 사교 클럽에 도착하지 못하면 사실상 알거지가 되는 상황. 그러나 시계는 안타깝게도 정오를 넘어섰고 그는 패배했습니다.


  다음 날. 신사는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 집에서 깨어나 하인에게 ‘결혼식’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는 모든 재산을 잃었지만, 인도에서 구한 아름다운 여성과 굳건한 우정만은 남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얼마 뒤 하인이 뛰어 들어옵니다.


  “결혼할 수 없습니다.”

  신사는 어리둥절했겠지요. 결혼할 수 없다니 자신이 결혼할 수 없는 이유라도 있나 하고 말입니다. 다음 순간 하인은 말했죠.

  “오늘은 안식일(일요일)입니다.” 네……. 성공회를 따르는 영국에서는 안식일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당연히 결혼식도 불가능하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들은 분명히 12월 22일에 도착했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바로 오늘이 일요일이라니? 그들이 여행을 다녀온 사이 달력이 바뀌기라도 했던 것일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도착한 날은 사실 12월 21일의 토요일이었고, 그 다음 날이 바로 운명의 날이었던 것이지요.


  어리둥절한 상황도 잠시. 두 사람은 재빨리 마차를 잡아타고 질주합니다. 남은 시간은 불과...


  뭐 결과는 어찌되었든, 이 내용은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가능하다는 결과보다도 흥미로운 이야기 말이죠. 바로 ‘그들이 왜 하루를 착각했는가.’라는 것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신사의 시계가 틀린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명한 신사는 새로운 지역에 도착할 때마다 현지 시계에 자신의 시계를 맞추곤 했을테니.


  자. 현명한 여러분은 아시겠지요. 그들이 동쪽으로 향했기에 착각이 생겼다는 것을. 신사는 분명히 새로운 곳에 도착할 때마다 시계를 앞당겼겠지요. 하지만 그러다보니 하루가 앞당겨지는 것을 깜빡했을 것입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시차가 생겨나며, 동쪽으로 갈수록 -자신을 기준으로- 해가 더 빨리 뜬다...라는 것은 요즘은 상식입니다. 물론 잘 모르는 이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19세기 후반의 1873년(작품 내용상으로는 1872년)에는 아직 그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고작해야 세계를 여행하는 선원들이나 학자들 정도만 알고 있었겠지요.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재미있는 것은 80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목표에 도착하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일들만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이런 ‘당시 상식을 넘어선’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은 ‘시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로부터 몇 년 뒤에 태어날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라는 사람이 이 소설을 보고 그 사실을 깨달았다...라는 상상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장소에 따라 시간이 다를 수가 있다는 사실을,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시간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 모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139년전의 12월 21일. 두 신사와 한 인도인 여성이 런던에 도착함으로써 일어난 일이지요.


  그런 점에서 오늘은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한 번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 작품을 쓴 쥘 베른은 고향과 파리를 제외하면 평생 여행을 하지 않았지만, 이 짧은 이야기 속에 넘쳐나는 상상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영화도 좋겠지요. 다만, 성룡 주연의 작품 말고 원작을 가장 충실하게 옮긴 1956년작을 추천합니다.






여담) 쥘 베른은 정말로 SF라는 가능성을 일깨운 선지자였지요. 그의 작품은 '당대의 과학 기술을 활용하면 어린 것도 가능해.'라는 느낌이 많았다는 점에서 현대의 테크노스릴러물을 연상케 합니다. 경이로운 과학의 세계를 일깨운 쥘 베른의 작품 세계에 대한 내용은 다음의 포스트를 봐주세요.


상상 과학의 창시자 쥘 베른(http://www.joysf.com/3867749)


여담) 우연인지 아닌지 소설 속에서 그들이 런런에 도착한 1872년 12월 21일은, 훗날 '15~16세기의 발견 항해 이래 우리 세계에 대한 지식의 가장 큰 진보'라고 알려지는 "챌린저호의 탐사"가 시작된 날이기도 합니다.

  1872년 12월 21일에 출발한 챌린저호는 1876년까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방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1,606일에 걸친 항해 기간 중 713일을 해상에서 지내며 1876년 5월24일 귀항한 챌린저호의 총 항해 거리는 68,890해리(127,580km)로, 이 동안 492회의 심해측량과 151회의 개수면에서의 트롤에 의한 해저 조사, 263회의 연속적인 해수온관측, 그리고 4,717종의 해양 생물을 발견했지요.

  쥘 베른이 이런 것을 예측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점에서 1872년 12월 21일은 또 하나의 기록할만한 시기라 할 것입니다.


HMS 챌린저


여담2)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오늘은 마야의 달력으로 세상이 멸망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태양이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2012> 같은 영화가 나오기도 했지요. 만일 그렇다면 이 포스트는 제 마지막 포스트가 될까요? 으음.. 인류의 문화사에 뭔가 하나라도 남는 것인지(뭐 지구가 멸망하면 이 포스트가 남을리도 없겠지만.^^)

  오늘 지구가 멸망할지 궁금한 분은 다음 포스트...


  "두개의 태양, 2012년 인류는 멸망할까?"(http://spacelib.tistory.com/57)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무협 이야기 2012.06.17 17:10

  무협을 좋아하는 분들께 한 단편 작품을 소개합니다.

  

  제목은 "무림 매니아". 80, 90년대에 지나치게 양산되었던 무협 소설들의 문제점을 파고들고 이를 패러디한 작품입니다.


  이를테면, 무림 제패를 노리는 사파 조직이 한 명의 청년 영웅과 기연에 의해 모든 것이 망쳐졌던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자, "대영웅말살지계(大英雄末殺之計)"라는 이름으로, 기연을 만날 만한 깊은 계곡을 화약으로 몽땅 막아버리거나(절애봉쇄작전) 전역에 고아원을 세워 복수심을 가질만한 아이들을 관리하고(고아관리작전), 전국의 영재와 기재에게 무림에 대한 나쁜 정서와 혐오감을 심어(영재세뇌작전) 아예 무림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등 계약을 꾸밉니다.


  무림의 판도에서 '백리, 독고, 모용, 제갈, 위지' 등 매우 희귀한 성씨가 판치는 상황을 참지못한 이씨들이 모여 만들어진 무적이씨세가(일이-一二).

  흑암회, 일월마교, 고루궁의 세 사파 조직(삼사-三邪).

  비정하고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아 적을 살육하는 다섯 명의 초강자(오육-五戮).

  그리고 구파 일방 중 살아남은 일곱파(칠팔-七捌)


  이렇게 '일이삼사오육칠팔'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안고 도망치던 어머니는 사파 조직의 작전으로 기연이 있는 절벽도 찾지 못하고, 도망만이 아니라 외부에서의 접근을 차단하는 포위망 때문에 지나가던 전대기인이나 은둔 지사를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


[ 오지로 떠나는 주인공. 어떤 기연이 기다리고 있을까? (배트맨 비긴즈 / 워너 브라더즈 ) ]


  그런 상황에서 사파에 의해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라게 된 주인공은 도가 사상과 불교 사상으로 세상의 허무함을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매번 기연과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가득한, 게다가 항상 같은 상황과 대사가 반복되는 무림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납니다.


  그게 그거인 무림 이야기를 너무 들은 나머지 대다수 아이들은 무림 이야기만 나오면 짜증을 내고 심지어는 졸지만, 주인공 만큼은 무림 이야기에 열중합니다. 무림 이야기에 빠져 들어 잠을 자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는 아이라 하여 매니아(寐怩兒)라 불리게 됩니다.



[ 무협 세계에서 흔히 나오는 절경에 감추어진 신비한 사원. 이들을 모두 없애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배트맨 비긴즈 / 워너 브라더즈) ]


  사파의 음모(영약제공작전)로 전대기인이나 은거인사들 대부분이 내공이 너무 높아져 좌화해 버린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한 명의 은거인사에게 무공을 배운 주인공은, 은거 인사의 손녀와 만나서 xxx를 하고 동료들을 모으고 영웅대회에 나가 무림 맹주가 되는 등 활약 끝에 사파의 배후에 있던 신비인과 대결하고 승리...


  무협지를 꽤 읽었다는 이들이라면 정말로 웃음이 가득한 패러디 작품입니다. 주인공의 얼굴이 영 아니기 때문에 인피면구로 감추고 있다는 등, 그야말로 무협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꼬집는 연출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꽤 오래전 <마왕의 지침서(원제 : Peter's Evil lord list)>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 일이 있습니다.


  내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5m 앞에서 사람 크기의 표적을 맞추지 못하는 부하는 표적으로 삼아라."처럼 '마왕에 대한 조언'을 통해서 판타지나 SF 작품 등에 등장하는 악의 군주가 하는 바보 짓을 비꼬는 내용입니다. 그 내용이 매우 많아서 230개가 넘었고 당시 그런 불만을 느끼던 많은 이가 있었기에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퍼져나가 이를 바탕으로 많은 패러디 작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SF(정확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를 소재로 한 딴죽 작품 "공상비과학대전" 같은 글이 유행을 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디 작품과 여기서 소개한 김유석의 <무림 매니아>가 다른 것은, 앞서 말한 <마왕의 지침서> 같은게, 단순히 해당 작품이나 장르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인 반면, <무림 매니아>는 그야말로 무협을 좋아하고 오랜 기간 숙지했던, 더 정확히는 '무협을 사랑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그런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흔히 패러디라면 단순히 비꼬는 것으로 끝내는 사례가 많습니다. 객관적이라고 말하지만, 더 정확히는 냉소적인 태도로 가득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런게 가능할리가 있어?"


  <공상비과학대전>이나 <마왕의 지침서> 같은 글에는 이처럼 오직 비난 만이 가득합니다.



  물론 이런 글은 재미있습니다. 이런 글을 참고로 만들어낸 창작물도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는 대개 피상적인 것에 그치고 맙니다. 개그로 보자면 바보 짓을 해서 얻어맞는 장면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싸구려 코미디.(슬랩스틱 코미디?) 그 이상의 감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어느새 재미가 사라져 버립니다.



  하지만, <무림 매니아>는 다릅니다.


  이 작품에는 무협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꼬기를 통해 가져오는 웃음만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서의 재미가 함께 녹아있습니다. 단순한 딴죽이 아니라 진정한 패러디 작품으로서의 매력, 그리고 한편으로는 무협으로서의 재미가 녹아 있습니다. 무협의 코드를 모르면 아무래도 재미가 덜하겠지만, 이야기 구조에 있어서도 나름대로 개연성이 잘 되어 있고, 억지스러운 점도 거의 없습니다.


  진정한 패러디는 단순히 비틀기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적당한 길이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군요.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을 잠깐 소개해 보겠습니다.


세월이 흘러 매니아 부부도 백발이 성성해질 무렵의 어느 날 한 명의 청년이 

그들을 찾아왔다. 청년은 어릴 적부터 매니아에 대한 무용담을 듣고 자라 그를 

대단히 존경했다.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청년은 한가지 질문을 했다.

"그토록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전진할 수 있으셨던 비결

이 알고 싶습니다."

"비결이라……"

매니아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도 무림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난관을 극복할 수 없었을 것

이네. 어릴 적 무림이라면 손가락질 먼저 받아야 하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래

도 나의 애정은 식지 않았던 거야. 그게 바로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일세."          

                                                                  (김유석 - 무림매니아  중)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이렇게 하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이런 상황도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가능성을 찾아내고 작품으로 옮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하고 싶으신가요?



여담) SF 사상 최고의 패러디 작품 중 하나는 바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 작품은 SF의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는 다채로운 코드를 절묘하게 비틀고 뒤집어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전세계 수많은 이에게 사랑받은 것은 단순히 패러디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사상을 가진 작품으로 충실한 완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림 매니아" 역시 짧은 단편이 아니라 좀 더 완성된 장편으로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추신) 이 작품은 PC 통신 시절 무림동에서 소개되었고, 이후 김유석님의 스승이자 무협 작가인 금강님께서 문피아에 소개했습니다만, 시스템 문제인지 뒷 부분이 잘려 나갔습니다. 완전히 공개되었던 작품인 만큼 텍스트 파일을 동봉합니다. (이런 류의 무협 단편들이 함께 묶여서 책으로 소개된다면 좋겠습니다만...)


  원문 출처는 하이텔 무림동, 2차 출처는 문피아.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short&page=1&sn1=&divpage=1&sn=off&ss=on&sc=off&keyword=무림&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22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short&page=1&sn1=&divpage=1&sn=off&ss=on&sc=off&keyword=무림&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23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SF 이야기 2012.03.07 14:50


토끼가 빗장을 열고 덫에서 탈출하고 말은 자신들을 얽매던 쟁기를 발로 밟아 부러뜨리며 원숭이가 산탄총을 쥐고 거리로 나선다. 오랜 기간 멍에나 채찍으로 동물들을 지배하던 인간에겐 지옥 같은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더 지능화되었다는 점이다. 돼지들이 울타리를 뚫고 달아날 때 인간들은 세상보다도 그 자신의 변화에 당황하고 두려워하며 심지어는 노벨상 수상자 평균치보다 몇 배는 똑똑해진 사람들이 광신적인 신흥 종교에 빠져서 무리를 지어 날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폴 앤더슨 SF 걸작 《브레인 웨이브》는 지구 상 모든 동물의-'혹성탈출'에서처럼 원숭이만이 아니라 생쥐까지도- 뇌활동이 활발해져 매우 똑똑해진 이야기다. 


SF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휴고상을 7번 네뷸러상을 3번 수상하며 '가장 SF다운 SF를 쓰는 작가'로 이름 높은 작가 폴 앤더슨은 태양계가 원래부터 전자기와 전기화학적 현상을 억제하는 거대한 역장에 둘러싸여 있었다는 독특한 상상을 통해 소설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폴 앤더슨의 상상력은 뇌의 활동이 전자기적인 현상이라는 과학적 상식에서 출발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간단한 과학 상식에서 시작된 가정이 ‘이러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로 발전하는 모습은 SF 창작을 위해선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쌓는데 그치지 않고 상상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크게 네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지적장애자였던 농장 직원 브룩, 생물학자인 코린스, 그의 아내인 실라와, 지역 정부의 대표가 된 맨델바움. . 제각기 입장도 상황도 다른 이들의 모습이 나열되고 교차하는 가운데 미래의 모습이 다채롭게 전개된다.


흥미로운 것은 어떤 이들은 ‘절대’ 지성으로 새로운 존재가 되어 운명을 찾지만, 어떤 이들은 '평범한' 지성 속에서 자연과 손을 잡고 새로운 운명을 발견한다는 점이다.


서로 상반된,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결말은 폴 앤더슨이 뛰어난 상상력만큼 현실을 잘 이해하는 통찰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류의 미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며, 그만큼 이후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이끈다.


이처럼 여러 사람의, 수많은 이야기가 고작 270쪽의 짧은 분량 속에 담겨있다는 사실은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인 동시에 굉장한 강점이다. 복잡한 설명 없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이야기 덕분에 쉴 틈 없이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으니 말이다.


<타우제로>, <타임패트롤> 등 수많은 걸작으로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작가’라고 불렸던 폴 앤더슨이 자신의 최고 걸작 다섯 개 중 하나로 꼽는 <브레인 웨이브>는 호기심과 두려움, 기대가 뒤섞인 미래사회에 대한 대중의 누적된 상상력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한다. 판타지와 SF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폴 앤더슨의 《브레인웨이브》에서 보여주듯 과학상식을 통한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3월 1일이라면 보통 삼일절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1919년 대한민국, 정확히는 대한제국이었던 나라의 사람들이 독립을 선언한 날이지요. 이날 탑골 공원에서 학생들의 독립선언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이들이 독립을 선언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날의 독립 운동은 실패했지만, 이후 독립 운동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편, 1992년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독립을 선언한 날이기도 합니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해체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독립했지만, 그로부터 1달만인 4월 1일부터 시작된 내전이 계속 이어져 큰 피해를 주게 됩니다.
  결국 NATO의 개입으로 보스니아가 독립하고 막을 내렸지만, 내전의 영향은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없습니다.

  세계 각지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분쟁을 벌이는 지역이 많습니다. 분쟁은 많은 이에게 피해를 주고 막을 내리지만, 분쟁이 끝난 뒤에도 그 상처는 길게 이어지곤 합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알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바로 분쟁 중에 사용된 병기들, 특히 곳곳에 설치된 ‘대인 지뢰’로 인해서 말이지요.

  대인 지뢰는 이름 그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지뢰입니다. 종류만도 수십, 수백 종에 이르며 설치 방법이나 특성도 다양해서 다양한 피해를 줍니다. 사람을 확실하게 죽이는 것도 많지만, 발만 살짝 날려서 장애인으로 만들거나 파편으로 몸에 계속 고통을 주는 것도 있어서 정말로 끔찍하기 이를 데 없지요.
  문제는 대인 지뢰가 설치는 대단히 쉽지만, 해체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독립 직후에 벌어진 보스니아 전쟁 때도 수백만 개의 지뢰가 매설되었는데, 이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매달 수십 명이 지뢰로 인해 사망하거나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뢰의 문제는 대상을 가리지 않으며 수명이 매우 길다는 점입니다. 총이나 포가 명백하게 목표를 겨누고 발사하는 무기인 반면, 지뢰는 일단 매설해 두면 지나가는 모든 존재를 노립니다. 누군가가 걸릴 때까지 거의 영구히...
  때문에 6.25때, 또는 2차 대전 때 설치된 지뢰가 지금도 죽음의 유산으로서 잠복해 있으며, 세계 각지의 분쟁 지역에서는 분쟁이 끝나고도 오랜 기간 지뢰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끔찍한 특성으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는 지뢰 금지 운동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1999년 3월 1일. 드디어 대인 지뢰의 사용 및 생산, 수송, 이전을 금지하고 폐기를 진행하는 내용을 담은 오타와 협약이 발효되었습니다. 이 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은 더 이상 대인 지뢰를 생산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폐기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미국,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군사대국 대부분이 이 조약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참여하지 않았기에 지금도 두 나라 사이에는 수많은 대인지뢰가 생산되어 가설되고 있습니다.

  먼 훗날 한국과 북한이 통일되었을 때, 이들 대인지뢰는 죽음의 유산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때때로 대인 지뢰가 흘러내려온다는데, 먼 훗날 통일이 되어 비무장지대가 개방되면 대인지뢰에 의한 피해가 속출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덕분에 비무장지대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생태계가 보호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늘의 추천작 필립 K. 딕의 <두 번째 변종>(“죽은 자가 무슨 말을”(집사재), “세계 SF 걸작선”(도솔)에 수록)은 대인 지뢰처럼 ‘피아를 가리지 않고 계속 위험을 주는 무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냉전 끝에 미국과 소련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미국은 소련에 밀려 지구를 포기하고 달로 후퇴했습니다. 지구에 남은 일부 미군은 힘겹게 버티는 가운데, 미군은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신종 병기를 생산합니다. 바로 소련군을 찾아 죽이도록 된 인공 지능 병기입니다. 인공 지능 병기는 무인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큰 성공을 거두고 전세는 점차 미군의 우세로 진행되어 갑니다.
  문제는 이 병기가 ‘진화’를 거쳐 개량된다는 점입니다. 더욱 적을 죽이기 좋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진화’를 거쳐 개량된 병기가 소련군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목표로 하게 된 것입니다.
  인류의 적이 되어버린 ‘변종’의 공격 앞에서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고, 결국 소련군과 미군은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칩니다.

  그런 그들 앞에 새로운 ‘변종’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형을 안은 소년의 모습을 한 로봇. 전장에서 피골이 상접한 소년을 만났을 때 ‘인간’으로서 보이는 당연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이 로봇의 정체가 밝혀질 때 이 작품은 클라이막스를 맞이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부상당한 병사의 모습을 한 또 다른 변종이 등장하면서 공포는 더욱 가속되기만 하지요.

  그리고...


  <두번째 변종>은 그다지 길지 않은 단편이지만, 작품을 읽는 순간만이 아니라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랜 기간 소름을 가시지 않게 하는 충격을 줍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다시금 소름을 돋게 할 만한 여파를 지닌 작품이기도 하지요.

  필립 K 딕의 작품은 단편 하나조차 끔찍한 상상을 불러오기에 충분하지만,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충격이 크고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스크리머스>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로보캅 1,2편에서 머피 역을 맡았던 피터 웰러가 주연을 맡아 꽤 흥미로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B급 영화로 제작비는 얼마 되지 않지만, 영화로서의 완성도와 재미는 어지간한 블록버스터는 비교도 안 됩니다.

 

  이 작품은 내용의 진행도 그렇지만, 결말에서도 원작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만큼 원작에서 보여준 소름끼치는 결과를 느끼긴 어렵지만, 마지막 순간의 반전으로 화룡점정을 찍어서 보여줍니다.

  <스크리머스>를 보고 나면 원작의 결말을 대충 상상할 수 있게 되니, 가능한 원작 <두번째 변종>부터 보시는 것을 권하지만, 어느 쪽을 먼저 보아도, 아니 설사 결말을 알고 보더라도 그 충격과 여운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을 장담합니다.

  필립 K 딕의 단편은 물론 결말에서의 반전이 재미를 주지만,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면서 고조되는 긴장의 연출 면에서도 충분한 재미를 갖고 있으니까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4년에 한번 뿐인 윤년에만 존재하는 2월 29일은 역사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장르 작품을 창조하는 작가, 팀 파워스(파워즈)의 생일입니다. 근래에는 [캐리비안의 해적 4]의 원작이 되었던 [낯선 조류]로 국내에 알려진 이 작가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대체 역사 소설들로 인기를 모았지요.

  팀 파워즈와 친구들(제임스 블레이록, K,W. 지터)은 증기기관이 발달한 산업 혁명 시대를 바탕으로 오컬트나 초자연적 요소, 그리고 다양한 과학적인 상상을 추가하여 독특한 세계를 만들었는데, 지터가 당시의 정치적 운동이자 스타일이었던 ‘사이버 펑크’ 운동에 빗대어 “컴퓨터 대신 증기기관이 등장하는 우리 소설은 스팀펑크라고 불러야 한다.”라는 농담을 했고, 그것이 그대로 ‘스팀펑크’라는 장르로 정착되었습니다.

  당연히 팀 파워즈는 이들 스팀 펑크 장르의 대표적인 작가이지요. 그는 굉장히 많은 작품을 냈지만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2월 29일의 추천작은 바로 그의 대표적인 스팀 펑크 작품 “아누비스의 문”입니다. 국내에는 2007년에 소개된 이 작품은 19세기 초의 런던을 배경으로 20세기의 이방인이 활동하는 시간 여행기입니다. 팀 파워즈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로서 스팀 펑크라는 세계를 매우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체 역사로서도 흥미로운 작품이지요. (시간 여행 작품으로서는 다소 부족한 느낌입니다.)



  이야기는 20세기의 어느 곳, 젊은 영문학자인 도일을 통해서 시작됩니다. 그는 한 괴짜 백만장자로부터 거액을 줄 테니 19세기의 낭만파 시인 콜리지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는 얘기를 듣게 되죠. 그런데 그 강의의 목적은 사실 실제의 19세기로 향하여 직접 콜리지를 만나기 위한 준비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좋아하는 시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여행에 동참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19세기의 런던은 그들이 생각했던 산업혁명 시대의 영광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마법으로 생겨난 호문클루스가 등장하고 인간과 동물을 변형하여 만들어진 괴물이 춤추는, 마법과 산업이 뒤섞인 기괴한 세계였던 것이지요.
  그리고 한편으로 이집트의 신 아누비스를 부활시켜 영국을 몰아내려는 이집트 마법사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고...


  라는 “아누비스의 문”은 ‘천공의 성 라퓨타’나 ‘스팀보이’ 같은 작품을 보면서 생각한 스팀펑크의 분위기와는 매우 다른 느낌입니다. 산업 혁명의 거창한 모습 이면에 감추어진 암울하고 괴이한 분위기가 흘러넘치는 곳일까요? 더욱이 과학만이 아니라 기괴한 마법과 괴물들이 활동하며 이집트의 신을 부활시키려는 마법사들이 활약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과학과 오컬트가 뒤섞인 독특한 세계, 환상과 허구, 상상과 망상이 뒤섞인 듯한 기묘한 이야기가 이 작품의 특징이지요.

  그야말로 뒤죽박죽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득하지만, 팀 파워즈는 풍부한 상상력과 세밀한 조율을 통해 이들 이야기를 잘 엮어내고 충실하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는 뭔가 어지럽고 복잡한 느낌이지만, 읽어갈수록 흥미가 넘쳐나며 마무리에서 모든 것이 정리되어 완성되는 것이지요.

  암울하고 음습한 팀 파워즈의 세계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단면을 매우 잘 드러내기도 합니다. 사실 빅토리아 시대는 그 이름이 주는 분위기처럼 매우 화려하고 장대한 세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늘엔 스모그가 자욱하고 거리마다 쓰레기와 부랑자가 넘쳐나는 세계이기도 했으니까요. 증기기관을 비롯한 온갖 첨단 과학이 등장하여 사람들은 미래를 꿈꾸지만 뒷골목에는 잭 더 리퍼로 대표되는 범죄자가 들끓고 셜록홈즈 같은 이들이 열심히 뛰어다녀야만 하는 상황. 동시에 오컬트와 마법이 아직도 남아서 사람들을 유혹하는 세계니까요.

  팀 파워즈의 “아누비스의 문”은 과학과 오컬트가 뒤섞인 빅토리아의 분위기와 당대의 인물들을 잘 엮어서 만들어 놓은 작품입니다. 마법이 당연하다는 듯 등장하고, 이집트의 신이 부활하는 등 SF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꽤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에 적절한 설명으로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팀 파워즈의 실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드 SF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그다지 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호러나 스릴러를 즐기고, 독특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바라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그리고 아무런 의문을 떠올리지 말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팀 파워즈의 작품은 수많은 퍼즐이 깔린 느낌을 줍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게 만드는 장면도 적지 않지요. 하지만, 기묘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따라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어느새 모든 퍼즐이 스스로 맞추어져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오늘은 소련에서 미르 우주정거장을 쏘아 올린 날입니다. 물론 그 완성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2001년 대기권에 돌입하여 소멸하기까지 15년에 걸쳐 미르는 수많은 이들이 방문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엮어내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최초로 일본의 방송인이 리포터로 방문하여 생중계하는가 하면, 미국의 우주정거장이 방문하여 함께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상업적인 리얼리티 방송까지 진행되기도 했지요.

  한편 미르의 최후에 대해서는 ‘우주 박테리아 때문에 미르호가 위험에 처했기에 폐기했다.’라는 음모론도 존재합니다. ( 참고 : 미르 정거장의 우주박테리아. 박테리는 정말로 미르를 먹어치웠을까? )

  물론 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미르 우주정거장이 우주 개발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으며, 친근하게 느낀다는 사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주라는 곳이 그만큼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 하지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길게는 수백일간 우주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체험을 하였고 지구와는 다른 삶을 살아갔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르는 지구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소중한 존재였다고 생각됩니다.


  만일 우리가 우주 어딘가에 도달한다면 우리는 일단 우주궤도에서 정거장을 만들어 관측을 하고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많은 사건이 벌어지겠지요.

  이러한 내용을 소재로 한 SF 작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를테면 우주 스테이션을 무대로 한 <스타트랙 : 딥스페이스 9> 같은 드라마 시리즈도 존재하지요. (조금 다를까요? ^^)

  하지만 이들 작품 중에서 독보적인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폴란드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쓴 소설, <솔라리스>입니다. 이 작품은 <솔라리스>라는 신비한 바다로 둘러싸인 행성 궤도에 건설된 우주 정거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건설 이래 수많은 사건으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던 우주 정거장에서 주인공 크리스 케르빈은 기묘한 사건을 겪습니다. 심지어는 죽은 연인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지요. 스스로 제정신인지 고민하기도 했던 크리스는 동료 과학자들도 기묘한 현상을 체험하다는 것을 알고 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자살한 연구원의 기록을 바탕으로 솔라리스의 ‘바다’와 접촉을 진행하지요.


  <솔라리스>를 충실하게 이해하려면 그 솔라리스의 바다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데, 그 존재는 인간의 인지를 완전히 초월할 뿐만 아니라 더없이 신비한 존재인 만큼 표현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다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지구의 생명체’와는 근본적으로 틀린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소련과 미국 등에서 3번이나 영화화되었지만, 비교적 완성도가 높았다는(다만 꽤 지루한데다 원작자의 견해를 완전히 무시한 듯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조차 이를 충실하게 재현했다고는 하기 어려울 만큼 그 존재는 놀랍지요.

  그런 점에서 이 같은 존재를 상상하고 글로서 충실하게 연출한 스타니스와프 렘의 솜씨는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솔라리스>는 매우 심각한 분위기의 작품이지만(사실 스타니스와프 렘은 유머 감각이 넘치는 작가입니다.) 다채롭고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우주 정거장의 유령’. 사람에 따라선 이런 제목을 붙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공포물로서도 솔라리스는 꽤 매력적이니까요.

  그러나 여기에서 그친다면 이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느꼈다고 하기 힘들 겁니다. 이 작품은 SF 공포물로서의 재미를 넘어 수많은 감상을 전해줄 수 있는 작품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지구 중심설에 빠져 있는 수많은 SF에 대한 도전이자 ‘코페르니쿠스의 발상’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라는 세계와 다른 생명체를 묘사하면서도 고작해야 피부병 걸린 지구인 정도로만 연출하고, 지구에서와 다를 바 없는 생활과 대립이 펼쳐지는 여느 작품과는 완전히 다르며, 우리에게 이들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해 주는 작품이니까요.


  1473년의 오늘 태어난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며 인간만이 고귀하다는 인식에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진행 중이던 1942년의 2월 19일 미국에서는 ‘적성 외국인의 강제 수용’을 위한 대통령령에 사인이 진행되고 있었지요.
  그리하여 미국은 ‘전시 위기를 극복하고자’ 십만이 넘는 외국인을 강제수용소에 쳐넣습니다. 그중에는 미국시민권을 지닌 2세, 3세나 유럽에서 도망친 유태인 망명자도 포함되어 있었죠.

  훗날, 미국은 이를 ‘편협한 인종 차별의 하나’라고 인정했지만, 지금도 미국에서는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는 등 인종과 문화에 대한 차별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합니다.

  같은 지구에서 살고 같은 인간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솔라리스라는 미지의 생명체를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을지...


  앞서 미르 정거장의 박테리아 음모론을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음모론이고 사실은 아니지요. 그런데 만약에 미르 정거장의 박테리아가 실제로는 지능을 지닌 우주의 방문자였다면 어땠을까요? 그런데 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채 미르를 불태워 버렸다면?

   먼 훗날 다른 존재와의 만남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오늘은 ‘원폭의 아버지’이자 ‘비운의 학자’로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사망한 날입니다.
 
  물리학계에서 국제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맨해튼 계획을 주도하여 뛰어난 지도력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원폭 개발을 성공시킨 인물이지만, 그가 ‘비운의 학자’라고 불리는 것은, 그 자신이 원폭 개발을 매우 후회하며 여생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가 원폭을 만든 것은 그것으로 전쟁을 마치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가 바란 것은 이 지나치게 강력해서 아예 쓰지 못할만한 무기를 통해서 ‘전쟁의 무의미함’을 깨닫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그의 생각은 정치가와 군인 앞에서 매우 순진한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원자폭탄은 결국 사용되었고, 이후 그 위력에 놀란 이들은 그것을 버리지 않고 도리어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사용하려 합니다.
  결국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후회하며 여생을 보냈습니다. 심지어 만년에는 고대 인도의 신화에 빠져들어 “나는 사진이며, 세계의 파괴자.”라는 부분을 인용하여 자신을 비유하기도 했지요.

  그런 그의 이야기를 통해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립니다.

  바로 스탠리 큐브릭의 미래 3부작 중 하나인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입니다.

 
  제목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또는 어떻게 내가 걱정을 그만두고 폭탄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알려주지.”. 제목만으로도 이 작품이 굉장히 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풍자성 넘치는 작품이죠.

  영화는 과대망상증에 빠진 미국의 한 공군장군이 소련에 대한 선제 핵 공격을 명령하면서 시작됩니다.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참모회의를 열고 이야기를 나눌 뿐만 아니라 소련에도 연락을 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소련이 핵공격을 받는 즉시 전세계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키게 하는 “운명의 날 장치”를 만들어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미국 대통령은 소련의 서기장에게 전화를 하여 보복을 하지 말도록 요청하고 폭격기를 격추할 수 있는 정보를 줍니다.

  이 작품은 개그라기보다는 블랙 유머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엄청나게 웃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쓴 웃음을 그칠 수 없는 작품이지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냉전이라는 체제의 문제점과 정치가들의 비뚫어진 모습을 잘 보여주면서 우리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어 줍니다.
  미국 대통령과 소련 서기장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화나 종말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미국보다 소련이 더 많은 방사능 셸터를 지을 것을 염려하는 장군의 모습 등에서 말이죠.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인 1964년에 만든 작품이지만, 수많은 이들이 ‘위대한 영화’로 평가했을 만큼 지금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미국 영화 협회의 100대 영화 중 26위로 올라있기도 하지만, 100대 웃음에 3위로 올라가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블랙 유머’일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우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작품은 결국 진지하게 우리네 미래를 걱정하게 만드니까요. (영화 속 인물들이 실제의 정치가나 군인들에 비해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주변에 눈을 돌려보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배우인 피터 셀러스가 대통령과 영국군의 맨드레이크 대령,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역을 맡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또 하나의 작품을 추천해 봅니다. 역시 피터 셀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으르렁거린 생쥐(The Mouse That Roared)”이지요.

  레너드 위벌리의 소설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피터 셀러스는 역시 1인 3역(그것도 한 명은 여자역)을 맡아 등장합니다.
(이 작품은 이전에 만든 블로그에서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yodogi/110072139013 )


 
  이 작품은 거의 중세 시대의 기술 수준을 갖고 수출품이라곤 와인 하나가 전부인 초소국 드랜드 펜윅을 주역으로 한 풍자극입니다. 미국의 유사품 와인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진 그랜드 펜윅은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구식 나무배에 병사를 실어 미국으로 보내죠.
  그런데 마침 미국은 공습훈련으로 모두 지하로 대피했던 중이었고 텅빈 도시를 ‘점령’한 그랜드 펜윅 군은 우연히 궁극적인 병기 쿼디움 폭탄의 개발자인 코킨스 박사를 납치합니다. 이로써 그랜드 펜윅은 미국에게 승리했으며, 쿼디움 폭탄의 위협을 앞세워 약소국가 연합을 구성하여 ‘세계 평화’를 위한 조약을 체결하기에 이릅니다.


  이는 어떤 점에서 오펜하이머가 바랬던 그런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천재이긴 했어도 정치인들의 마음을 읽기엔 순진했던 오펜하이머의 생각과 달리 세계의 운명은 “으르렁거린 생쥐”보다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걸 부정할 수 없죠.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론 큰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채 수많은 핵전쟁의 위기를 넘어서 현재까지 인류가 역사가 이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두 작품을 서로 비교해 보면서, 우리의 미래가 어떤지 한번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여담) “약소국 그랜드펜윅” 시리즈는 뜨인돌 출판사에서 총 4권이 나왔습니다. 모두 상당히 재미있는 풍자이고 웃음을 주지만 한편으로 상당히 씁쓸하게 만드는 블랙 유머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이라면 한번 쯤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