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우주 이야기 2012.06.17 16:44

  1977년 06월 16일. 미국에서 한 사람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사람의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65년을 살아온 만큼 비교적 오래 살았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의 죽음은 많은 이에게 안타까움을 남겨주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미국의 우주 개발 계획을 이끄는 견인차였고, 인류를 우주로 보낼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지요.


  달에 발자국을 남기게 함으로써 "인류에게 있어 위대한 도약"을 가능하게 했으며, 그 너머를 보고 있던 인물. 그의 이름은 바로 독일 출신의 미국 로켓 기술자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Magnus Maximilian Freiherr von Braun)이었습니다.





 

  1912년 3월 23일 독일 동부의 포젠 근교에서 귀족의 자제로 태어난 폰 브라운은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망원경을 통해 천문학과 우주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20년 그의 고향인 비르지츠(Wirsitz)가 폴란드에 양도되면서 그의 일가는 다른 이들처럼 독일령으로 이주하여,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훗날 로켓 개발을 진행하는 폰 브라운이었지만, 본래는 물리학과 수학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날 로켓 개발의 선구자인 헤르만 오베르트가 쓴 <행성간 우주용 로켓(Die Rakete zu den Planetenraumen)>이라는 책을 통해 로켓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폰 브라운은, 로켓 개발의 꿈을 꾸며 꼭 필요한 학문인 수학을 배우고자 노력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로켓 연구를 시작한 폰 브라운은 독일 우주 여행 협회에 들어가 동료들과 함께 2년 동안 80회 정도의 로켓 발사 실험을 진행했다. 특히 그는 많은 청중 앞에서 실험을 보여주며 로켓과 우주에 대한 관심을 끌고자 했는데, 그 실험을 목격한 독일 육군 로켓 연구소 소장 발터 도른베르거는 폰 브라운을 베를린 공과 대학에 추천하여 로켓 연구를 계속하도록 도왔다. (당시 독일은 장거리 포의 개발이 금지되어있었기에 나치 독일에서는 로켓을 군사용으로 이용하고자 로켓에 대한 투자를 계속했다.)

 

  폰 브라운은 헤르만 오베르트의 밑에서 액체 연료 로켓 엔진 실험을 도우며 1934년에는 2.4km 고도에 달하는 로켓을 쏘아올릴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더 이상 연구를 계속할 수는 없었다. 나치 독일에서는 군사용 이외의 모든 로켓 실험을 금한 것이다.

  결국 폰 브라운은 히틀러의 명령으로 군사용의 로켓,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게 된다. 우주로 날아갈 수 있는 로켓의 개발을 꿈꾼 폰 브라운은 그것이 군사용 병기로 사용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당시 폰 브라운은 나치당에 가입하기도 했는데, 이는 나치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뜻이기보다는 오직 로켓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의 손에서 훗날 '보복병기 2호(V2)'라고 이름붙여진 로켓이 만들어져 연합군의 영토로 날아갔다.

 

  전쟁이 끝날 무렵, V2의 위력에 놀란 미국과 소련은 제각기 V2 개발자들을 빼내기 위한 첩보전에 돌입하였다. 당시 패망하고 있던 독일의 친위대(SS)에서는 로켓 개발과 관련한 자료를 모두 파기하고 개발자들도 처단할 계획을 세웠지만, 폰 브라운과 동료들은 무사히 빠져나가 미군에 합류하였다. (또 다른 동료들은 소련으로 넘어가 소련의 로켓 개발을 돕는다.)


  이번에야 말로 폰 브라운은 우주 여행을 위한 로켓 개발을 시도하고자 했지만, 한국 전쟁의 발발에 자극받은 미국은 그와 동료에게 핵탄두를 장착한 유도 미사일 개발을 지시했다.


  유도탄의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폰 브라운은 우주 로켓 개발을 꿈꾸었지만, 독일 출신, 그것도 나치당 가입 경력이 있는 그에게 '우주 로켓 개발 1호'라는 영광을 안겨줄 생각이 없었던 미국에서는 그의 로켓 대신 해군에서 개발한 뱅가드 로켓을 사용하게 했다. 하지만, 뱅가드 로켓의 발사 준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사이 소련에서는 폰 브라운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었던 세르게이 코롤료프의 지휘 아래 최초의 인공 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다.


  결국 초조해진 미국에서는 뱅가드 로켓을 즉시 쏘아올리도록 지시했지만, 뱅가드는 제대로 떠오르지도 못하고 폭발하여 미국 정부를 망신시키고 말았다. (당시 신문에서는 뱅가드를 조롱하는 뜻으로 Flopnik(플롭프니크, FLOP 주저앉다), Oopsnik (웁스니크, OOPS - 아이고!), Kaputnik (카푸트니크, Kaput - 망가진), Stayputnik(스테이푸트니크, Stay put - 머무르다.) 등의 표제가 실렸다.)

 


[ 뱅가드 로켓의 폭발. 그리하여 폰 브라운이 역사의 전면에 다시 등장한다. ] 

 

  뱅가드를 대신하여 바톤을 쥔 폰 브라운은 여러 기관을 합쳐 새롭게 탄생한 항공우주국(NASA)의 마셜 우주 비행 센터 소장이 되었고, 1958년 익스플로러 1호를 시작으로 하는 수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가 개발한 전장 110m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새턴V 로켓은 아폴로 우주선을 달 궤도까지 보내어 안착시켜 닐 암스트롱이 내딛은 '한 사람의 작은 발걸음'을 성공하는데 이바지했다.


  아폴로의 성공 이후 폰 브라운은 화성 로켓의 개발에 착수했지만, 아폴로 성공, 그리고 소련의 헛걸음이 계속되면서 더 이상 경쟁이 필요없게 된 미국에서는 아폴로 17호 이후의 모든 계획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실망을 감추지 못한 폰 브라운은 1972년 NASA를 떠나 독자적인 우주 개발을 위해 민간 회사인 페어차일드 항공 우주 회사에 기술 개발 부사장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신장암으로 쓰러졌고 결국 1977년 6월 16일 숨을 거두었다.

  그가 개발한 새턴 V는 1973년 미국의 우주 정거장 스카이 랩을 우주에 띄우는데 사용되었지만, 이후 사용이 중단되었고 지구 주변에만 겨우 오를 수 있는 우주 왕복선이 대신하기에 이른다.

  그후 NASA에서는 2010년에 퇴역할 예정인 우주 왕복선을 대신하여 강력한 아레스 로켓의 개발을 발표했지만, 그조차 사실상 중단되고 말았다. 결국 폰 브라운이 바랐던 누구나 자유롭게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그리고 우주에 머물러 생활할 수 있는 시대는 아직도 찾아오지 않고 있다. 근래에는 민간 회사들의 합류로 새로운 희망이 보이긴 하지만...


참고 - 미국의 우주 비행... 9년간의 공백기?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오늘은 우주 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 비행 중 사망자'를 낳은 소유즈 1호가 발사된 날입니다. 다음 날 발사될 예정이었던 소유즈 2호와 랑데부하여 소유즈 2호의 승무원 3명 중 2명이 옮겨탈 예정이었기에 소유즈 1호에는 블라디미르 코마로프 혼자만 타고 있었는데, 소유즈 1호는 발사 후 태양 전지가 펼쳐지지 않는 등의 사고가 일어나면서 결국 임무를 포기하고 귀환하게 되었습니다.


  임무를 변경하여 구조선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소유즈 2호는 발사 기지의 날씨가 좋지 않아 쏘아올리지 못했고, 소유즈 1호의 승무원 코마로프는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고 지구 돌입 단계에 들어섰지요. 어쩌면 큰 문제 없이 돌아올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고, 보조 낙하산조차 엉키면서 소유즈 1호는 엄청난 속도로 지상에 격돌,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일설에는 소유즈 1호, 2호의 발사 계획이 전날인 레닌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강력한 정치적 압력으로 결함이 있음을 알면서도 발사했다는 거죠. 코마로프 역시 위험을 알았지만, 자기 대신 백업 요원인 유리 가가린이 위험해질 것을 우려하여 탑승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보스호트 1호의 비행에 성공하여 최초의 '복수 승무원의 우주 비행'에 성공하였던 코마로프는 돌아오지 못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보스호트 1호도 본래는 2인용을 정치적 압력으로 3인용으로 무리하게 발사했던 우주선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소련의 우주 계획은 크게 뒤쳐지게 됩니다. 소유즈 2호의 출발은 이로부터 6개월이 지난 10월에야 진행되었지요. 하지만,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더욱 큰 사고가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코마로프의 희생은 큰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우주 개발 단계에서 희생되었던, 그리고 우주 개발에 모든 것을 바치며 노력했던 이들을 기리면서 오늘은 호시노 유키노부의 2001 야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0년도 전에 제작된 이 작품은 21세기 말로부터 4세기에 걸친 인류의 우주 개발 역사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미소의 냉전과 경쟁으로 급격하게 진행된 초기의 우주 개발 계획과 달리, 미국과 소련의 정치 지도자가 우주에서 만나 함께 우주로의 진출을 꿈꾸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인 이 작품은,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우주로 뻗어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그려냈지요.


  매우 사실적인 느낌에 다채로운 내용으로서 거의 30년 가까운 예전에 이런 상상을 했다는 것이 정말로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플라네테스 등 여러 우주 개발 이야기와 함께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을 수 있지요.


  우주 개발 과정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무수한 위기와 역경이 찾아오고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작품의 근간에는 그럼에도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과감하게 뻗어나가는 이들의 희망이 충실하게 녹아 있습니다.


  총 3권으로 발매되었고, 이후 5+1이라는 단편집이 추가로 나와 소개되었지요. 30년 가까운 과거의 작품이지만, 호시노 유키노부의 세밀한 그림, 그리고 사실적이고 충실한 상상력은 더 없는 만족을 줍니다.


  아직 이 작품을 보지 못하신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권합니다. 우주라는 신천지에 담겨있는(담겨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가능성, 그리고 그 가능성을 넘어가고자 애쓰는 무수한 이들의 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오늘은 미국에서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머큐리 6호(프렌드쉽 7호)가 발사된 날입니다. 몇 번의 위기가 있긴 했지만, 존 글렌의 우주 비행과 무사한 귀환으로 미국을 소련을 따라 잡아 빠르게 우주 개발을 진전시키고 결국 달 착륙이라는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당시의 이 같은 우주 개발은 냉전이라는 체제가 낳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물론 우주 개발을 주도한 소련의 세르게이 코롤료프와 미국의 폰 브라운의 노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며 서로 경쟁하는 체제가 아니었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우주 개발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달 개발이 더 진전되지 못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말일지도 모릅니다. 우주 개발에서 얻는 가치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돈을 들인 달 착륙 로켓의 결말이 ‘소련에 이겼다는 승리의 기쁨’과 고작 수백 kg의 월석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냉전 시대라는 기묘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달 착륙이라는 결과는 아예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그만큼 우주 개발을 추진하는 이들의 성공은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어떤 점에서 소련과 미국의 우주 개발 경쟁은 우주에 대한 꿈을 꾼 이들이 정치적 환경을 이용하여 꿈을 달성하고자 했던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이와 마찬가지로 분쟁이라는 환경이 낳은 우주 개발의 진전을 보여준 작품이 떠오릅니다.

  바로 가이낙스의 첫 작품인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입니다.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



  ‘오네아미스의 날개’는 가이낙스라는 회사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고, 한 편으로는 상업적 실패로 막대한 빚을 낳음으로써 일회성으로 해체될 예정이었던 가이낙스를 계속 이어나가 지금에 이르게 한 작품입니다. 어떤 점에서는 우주 개발을 가져오고 지속하게 만든 ‘냉전의 경쟁’과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군요.

  이 작품의 작가인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에 따르면 이 작품은 그가 훗날 “에반게리온” 등의 성공을 가져온 안노 히데아키의 폭발 장면에 매료되어 시작되었습니다. 오사카에서 열린 SF 대회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모였던 사람들 중 하나인 안노 히데아키는 그야말로 앉아서 그림만 그리는 사람의 전형이었는데, 흥미롭게도 다른 무엇보다도 폭발 장면에 열중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하지요. 그러한 매력을 살리고자 기획된 것이 바로 “오네아미스의 날개”인 것입니다.

  이러한 개발 배경 덕분인지 “오네아미스의 날개”에서 안노가 연출을 맡은 후반의 로켓 발사 장면은 CG를 통해 사실적인 장면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지금보아도 정말 매력적입니다. 포탄이 날아들고 전투기가 추락하는 등 격전을 벌이던 병사들이 모두 말을 잃고 로켓을 바라보았듯이 관객들도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들여다 볼만큼 환상적이지요.

  하지만 우주 개발 경쟁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과 닐 암스트롱의 메시지로 클라이막스를 맞이했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또한 수많은 감동을 남겨주었듯이, ‘오네아미스의 날개’도 그 장면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부분에서 즐거움을 줍니다.

  이 작품은 “훌륭한 영상미”를 가진 작품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군을 중심으로 로켓 발사에 이르는 이야기의 구성도 매우 충실하게 잘 연출되어 있지요. (돈도 없고 명성도 없는 젊은이들의 집단에 호의를 갖고 응원해 주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완성된 작품을 어느 정도 평가하면서도 주인공 이외에 노력해 왔던 선배들의 모습을 그리지 않은 것에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만...)

  ‘오네아미스의 날개’는 하늘에 대한 꿈을 꾸었다가 잠시 좌절했지만, 다시금 우주를 향해 걸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군대’라며 비난받고 있는 왕립우주군이 결국은 우주로의 한 발짝을 걸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단지 ‘꿈’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주 개발을 둘러싼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작품의 배경에 어울리는 기술력으로 완성된(다소 스팀펑크 분위기가 느껴지는) 각종 장비나 시스템의 모습이 매우 잘 만들어졌고, 힘겹지만 꽤 코믹한 훈련 역시 사실적인 분위기가 넘치지만, 왕립우주군의 기지 앞에서 앉아있는 걸인이나 ‘그 돈을 우리에게 달라’라며 시위를 벌이는 빈민들의 모습, 그리고 로켓을 적국에 대한 위협용으로 사용하려는 정계나 이에 대해 자객을 파견하는 적국의 모습, 그리고 개발 스탭의 죽음과 같은 다양한 모습이 현실적인 드라마를 그려내며 이야기를 이끌어줍니다.
  
  가이낙스의 여러 작품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본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는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후반의 전쟁 장면에 이르기까지 이렇다 할 액션이 없으며 다소 잔잔한 분위기로(그러면서도 때로는 지나치게 돌발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실제의 우주 개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그 이야기를 들은 이들이라면, 이 작품이 또 다른 세계를 무대로 한 매우 사실적이며 완성도 높은 우주 개발 드라마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며 감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을 감상할 때는 이것이 냉전 시대의 우주 개발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키워나간(애니메이션 작업 이외에는 뭘 할지 모르는?) 가이낙스 사람들의 노력의 결정체라는 것을 떠올리면 더 좋을 것입니다.


여담) 한 가지 아쉬운 것은 10년 쯤 전에 속편 개발 계획이 있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은 언젠가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지만, 과연 그 날이 찾아올지...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트윈 스피카(두개의 스피카, ふたつのスピカ)는 우주개발이라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꿈을 키워나가는 한 소녀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소년 소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일본 최초의 유인 우주 탐사 로켓이 될 뻔 했던 ‘사자호’의 사고로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로켓 운전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수많은 역경을 딛고 한 발씩 걸어 나가는 주인공 아스미와 주변의 여러 인물들을 통해 우정이나 우주에 대한 동경, 과거와의 갈등 등을 중심으로 펼쳐낸 사람들의 이야기이지요.

  어머니를 앗아간 로켓에 증오보다는 동경을 품고 자라나는 소녀와 로켓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사자가면을 쓴 유령으로 소녀 앞에 나타나 그녀를 이끌어 주는 라이온씨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어 소녀 소년의 만남이 이어지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나갑니다.

  로켓조종사의 유령이 소녀에게 훈련을 시켜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SF가 아닌 판타지, 동화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동화풍에 가까운 그림체에 파스텔 색조가 어울릴만한 색상을 가진 작품으로 꿈과 희망에 가득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과거와의 갈등이나 어른들의 정치적인 판단처럼 심각한 이야기들도 눈에 띄고, 우주 훈련 등에서는 매우 사실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주역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주 시대의 생활보다는 우주를 향한 동경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플라네테스>나 <문라이트 마일>, <우주형제> 같은 작품과는 조금 다른 입장의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로켓 발사와 그 이후의 임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로켓걸>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 소녀들의 동경과 노력이 충실하게 그려지고, 이 이면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 사실적인 세계를 그려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작품입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연재되어 총 16권으로 완결되었지만, 국내엔 출판사인 세주의 사정으로 6권 이후로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2004년엔 NHK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총 20편 분량으로 역시 초반 부분의 내용에 그치고 있습니다. 작품이 완결된 2009년엔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인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멀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고작 6권의 만화책, 그리고 투니버스에서 보여준 애니메이션으로 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국내에 선보인 부분만으로도 이 작품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합니다.(다행히도 이 작품은 중고로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역시 금방 찾아볼 수 있고요.)

  1973년의 오늘 태어난 작가의 생일을 축하하며, 동시에 이 작품이 언젠가 제대로 번역되어 모두 소개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추천작으로 소개합니다.


여담) 이 작품은 일찍이 작가의 데뷔작인 <2015년에 쏘아올린 불꽃>과 사실상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바탕으로 4편의 단편을 더 만들고 <트윈 스피카>의 연재를 시작했지요.
 
  애니메이션에서는 초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2015년에 쏘아올린 불꽃>을 가장 첫 머리에 배치하여 이들 작품의 연관성을 더욱 명확하게 하고 있으며, 캐릭터 설정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주었습니다.

  한편, 작가는 신카이 마코토 원작의 만화 <별의 목소리>의 소설판 삽화를 맡기도 했는데, 태어나면서부터 청력이 좋지 않아 신카이 마코토와의 대담에서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작중의 주인공 아이미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나 장애를 갖고 있다가 극복하는 것은 어쩌면 그 자신의 경험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여담) 사실 이 작품은 처음 봤을때 SF인지 몰랐습니다. 그림체부터가 달랐거든요. 뒤늦게서야 이 작품을 알고 보게 되었고, 6권까지만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결국 일본에서 주문해서 사기에 이른 작품이기도 하지요.
   원작은 따로 갖고 있으니, 추후 우주 여행 작품 특집 같은 형태로 도서관에서 소개할 생각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