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기 전에 한 가지 확인해 둡시다. 여기서 소개한 '과학적인 고찰'은 어디까지나 재미의 하나입니다. 현실적인 중량과 실제 설정상 중량이 얼마나 다르건 그건 영화의 내용이나 재미에 아무런 관련을 주지 않습니다. 퍼시픽 림은 거대 로봇과 괴수의 대결을 잘 그렸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입니다. 굳이 과학적 설정이 옳고 그르고를 따질 필요는 없죠. 어디까지나 또 하나의 재미라고만 생각해 주세요.
국내 영화에서 번역에 오류가 있는지 카이주의 키가 40m니 뭐니 하고 나오고 있지만... 카테고리 2의 카이주인 오니바바(어린시절의 마코를 쫓다가 사령관이 탑승했던 코요테 탱고와 싸워서 쓰러진 카이주)만 해도 키가 60m였고, 2대 괴수 대격전(^^)에 등장한 오타치(날개 달린 카이주)의 키는 약 64m. 오타치와 함께 등장한 레더백은 약 81m에 이릅니다. 한편, 예거의 키는 집시 데인저가 79m, 좀 더 큰 체르노 알파가 85m... 확실히 번역에 비해서 2배 쯤 크고 길고 한 것이지요.
[ 카이주의 시체를 수송 중인 항모. 과연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 ]
여기서 이들의 (설정상) 중량과 키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니바바 : 2040톤(60m)
오타치 : 2690톤(64m)
레더백 : 2900톤(81m)
집시 데인저 : 1980톤(79m)
체르노 알파 : 2412톤(85m)
보기엔 엄청난 중량처럼 생각되지만, 일본의 고지라가 키 50m에 몸무게 3만톤. 울트라맨이 키 40m에 몸무게 3만5천톤에 이르는 것을 생각하면 솔직히 조금 가볍지 않나 생각되기 쉽지요. 그렇다면 이들의 현실적인 중량은 어느 정도인가? 이들과 모습이 비슷한 다른 존재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 자동차와 비교해 보는 집시 데인저. 그 크기는 정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
우선 예거부터 생각해 봅시다. 예거는 그대로 사람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몸 위에 원자로처럼 생긴 뚜껑이 있는 체르노 알파나 팔이 세개 달린 크림슨 타이푼도 있지만 일단 예외로 칩시다.) 가장 사람처럼 생긴 집시 데인저의 키는 79m. 키 170cm인 사람과 비교하면 약 46배입니다. 키 170cm인 사람의 표준 체중은 60kg으로 46배라면 2788kg....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키가 46배라면 그 중량은 46*46*46배가 되어야 하니까요. 즉, 2788kg의 46배에 다시 46배... 이렇게 하면 몸무게는 5899톤이 나오게 됩니다. 다시 말해 집시 데인저는 최소한 5899톤의 중량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지요.
게다가 한가지 빼먹은게 있습니다. 집시 데인저의 몸은 '강철'로 되어 있다는거죠. 인간의 비중은 보통 1정도. 이에 반해 강철의 비중은 약 7.8. 다시 말해 집시 데인저는 인간의 키를 46배 한 것과 비교해도 무려 7.8배나 더 무겁다는 말이 됩니다. 이 경우 집시 데인저의 중량은 4만 6천톤! 집시 데인저는 현실적인 무게에 비해서 자그마치 23분의 1 밖에 안 될 정도로 가볍습니다. 집시 데인저의 비중은 0.33 정도로 물에 뜨게 됩니다. 아무리 애써도 집시 데인저가 물 속에 가라앉는 건 불가능하지요. 최소한 5899톤은 되어야 물에 가라앉을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가 될테니까요.
[ 집시 데인저에게 달려드는 레더백. 이름이 붙은 카이주 중엔 가장 크고 무거운 놈 중 하나다. ]
그럼 카이주는 어떨까요? 가장 크고 무거운 레더백을 생각해 봅시다. 레더백은 고릴라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릴라와 비교하면 간단할 것 같군요.
고릴라 중에서 가장 큰 롤랜드 고릴라의 키는 약 180m. 몸무게는 180kg 정도입니다.(서울대공원에 들어온 수컷 고릴라인 우지지의 키와 중량) 이에 비해서 레더백의 키는 81m. 대충 45배 정도 크군요. 앞서 집시 데인저와 마찬가지로 계산하면 레더백의 중량은 16402톤.
카이주의 몸은 주로 규소로 되어 있습니다. 규소의 비중은 2.33. 고릴라의 비중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에 비해서 조금 큰 1.2정도라고 가정하면 카이주는 이보다 2배 정도 비중이 높습니다. 그러니 본래대로라면 대략 3만톤 정도의 중량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레더백의 중량이 2900톤이지만, 이 역시 비중으로보면 0.1 정도로 물에 뜹니다. 플라스틱 정도의 비중일까요? (스티로폼보다는 훨씬 높지만 여하튼 굉장히 가볍습니다.)
그러니까 영화 속에서 보여주었던 집시 데인저와 레더백의 대결은 과학적으로 보면 4만 6천톤의 집시 데인저와 3만톤의 레더백이 맞붙는 것이 됩니다. 집시 데인저 쪽이 더 호리호리하지만 중량은 훨씬 더 나가며, 대충 라이트급과 헤비급의 싸움이 될 것 같군요. 아무리 보아도 집시 데인저가 압도적으로 유리할까요? 전신이 티탄으로 되어 있다는 크림슨 타이푼은 집시 데인저보다도 훨씬 가벼운 1722톤으로 되어 있는데,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2만톤 정도는 됩니다.(티탄은 강철의 절반 정도 비중) 레더백에 비하면 조금 더 가볍지만, 결코 쉽게 볼 상대는 아니겠지요.
보통 사람의 사람이 팔 하나의 중량이 몸 전체의 1/15~1/20 정도이니 집시 데인저의 팔 하나만 해도(설정상 전체 중량보다도 무거운) 3000톤 정도. 자신의 팔 길이(어깨를 뺄때 대략 23m) 높이만큼 들어서 아무런 힘을 주지 않고 자유 낙하시킨다고 해도 7억J의 위력을 발휘합니다. 이건 TNT 180kg 정도를 폭발시킨 위력과 비슷한데, 대전차 미사일에 비해서 10배 이상의 위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유낙하가 아니라 속력을 가해서 때린다면 수배에서 수십, 수백배에 이르게 되겠지요. (영화에서처럼 팔꿈치 로켓이라도 쓴다면 더욱.)
혹여 자기 키 정도로 뛰어서 내리친다면 4만 6천톤 중량으로 두들기는 셈이니 360억줄. TNT 9톤 정도 위력에 달하지요. 핵병기에 비하면 대단치 않을지 몰라도 이걸 맞고 버틸 카이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카이주가 3만톤 정도 되더라고 이 정도면 두개골이 버티지는 못하겠지요. 물론 집시 데인저의 주먹도 버틸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한편, 이런 4만 6천톤 중량의 집시 데인저가 5만 피트(약 15000m) 높이에서 자유낙하를 했다면 이때의 위력은 TNT 1700톤. 영화 속에선 도중에 추진 장치로 속도를 급격하게 줄였습니다만, 그래도 한 1000m 정도의 높이는 되었을 것 같네요. 그러면 TNT 114톤. 이 정도 충격에 집시 데인저가 버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착륙한 경기장 정도는 날아가지 않을까요? (영화 속 설정대로 2000톤 정도에 1000m 높이에서 속도를 줄이고 떨어졌다면, TNT 4톤 정도로 영화에서 나온 연출 정도로 문제가 없습니다. 도시는 고사하고 경기장도 날아가지 않을 겁니다. 다만 집시 데인저가 무사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바닥이 충분히 연하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볼때 영화 "퍼시픽 림"은 분명히 거대한 괴수와 로봇의 싸움을 보여주었지만, 조금 더 현실에 가까웠다면 그 이상으로 거대하고 강력한 싸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담) 기왕 딴죽을 건 김에 한가지만 더 추가해 볼까요? 과연 집시 데인저의 조종석은 어느 정도로 강한가...
집시 데인저의 조종석이 작아보이지만, 실제 집시 데인저의 머리 부분은(몸에 묻힌 부분을 빼고) 폭과 높이가 대략 7m 정도 됩니다. 생각보다 크죠. 한편 집시 데인저의 조종석은 두 명의 조종사가 양 팔을 벌렸을때의 폭에서 조금 큰 정도. 한 사람이 양 팔을 최대한 벌린 정도에서 3배 정도 된다고 해 봅시다. 인간이 양 팔을 벌리면 자기 키와 비슷합니다. 그러면 집시데인저의 조종석 부분은 폭이 5~6m정도. 나머지 부분에서 기계가 차지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시데인저의 조종석은 양 옆으로 1m 정도의 장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재질은 잘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강철로만 되어도 전차포의 직격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강철은 압축 강도가 매우 우수한 금속으로 1m 두께의 강철 캔을 눌러서 망가뜨리는 것은 쉽지 않지요. 머리에 조종석을 놓는 것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원래대로라면 어떤 카이주도 집시 데인저의 조종석을 쉽게 망가뜨리지 못할 것입니다.
[ 예거의 조종석. 매우 위험해 보이지만, 본래라면 그다지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 ]
'별 작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퍼시픽 림은 순항 중? (0) | 2013.08.06 |
---|---|
크로스오버... 혹은 배경 설정을 공유하는 작품을 볼때의 씁쓸함? ^^ (3) | 2013.08.04 |
퍼시픽 림의 짧은 감상 (0) | 2013.07.25 |
음모론이 느껴질 정도로 이상한 바이러스, 월드 워 Z (0) | 2013.07.25 |
스타쉽트루퍼스로 시작하여 나는 전설이다를 거쳐 로드런너로 끝나는 영화, 월드 워 Z (0) | 2013.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