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고 한다면...
"그래. 이거야. 이걸 보고 싶었어."입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예거는 80m 정도 키의 엄청나게 큰 물건입니다. 그만큼 크고 육중하다는 느낌을 살려야 하는데 확실히 그런 부분을 잘 살려주었습니다. "거대하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나왔던 "고질라"는 뭔가 크기보다는 얍삽한 도마뱀 느낌이었지만, 여기서 나오는 괴수와 로봇은 크다는 것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전 스토리 따윈 완전 무시했거든요.^^ (스토리텔링 강사가 이런 얘길 해도 되나?)
스토리라고 본다면.... 사실 진정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은 내면적인 갈등이 문제가 되죠. 그런데 여긴 그런게 없어요. 주인공은 5년간이나 방랑하다 돌아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예거에 타니... 그러니 무시하는거죠.
사실 예거의 효율이니 뭐니하는 설정 부분은... 당연히 문제입니다. 예거라는 물건은 로봇인데 로봇보다는 울트라맨처럼 싸우거든요.
사용하는 무기도 거의 울트라맨 수준. 그러니까 딱 일본 특촬물입니다.
사실 로봇과 생명체의 싸움이라는 건 로봇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마련입니다. 생명체는 약점이 엄청나게 많으며 아주 약간만 피해를 입어도 행동이 힘들어집니다. 이를테면 손만 다쳐도 아파서 힘들어하겠죠. 그러나 로봇은 팔이 잘리건 다리가 잘리건 상관없습니다. 작동만 되면 되니까요.
게다가 로봇은 생체의 한계라는게 없죠. 팔이 3개 달린 중국산 예거 크림슨 타이푼은 그런 걸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더 극단적으로 보면...
[초인전대 바라타크]
이런게 나올 수 있죠.
[지구방위기업 다이가드]
아님 이런거라던가...
위에 다이가드처럼 파일 벙커 같은 장비를 달고 나오면 괴수 따윈 한방에 끝입니다. 멀리서 머리를 잡고 찍어버리면 끝나니까요.
(실제로 위에 소개한 '지구방위기업 다이가드'는 괴수와 싸우는 로봇 이야기인데 이런 식으로 싸웁니다.)
게다가 괴수가 나오는 출몰 지점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주변에 기지를 마련해 두고 괴수가 나올 때 이동 지점에 예거를 집중시켜서(괴수의 이동 속도보다 예거의 수송 속도가 더 빠른건 당연하니) 한 두대가 괴수를 잡고 한 대가 파일 벙커를 먹여주면 더 좋겠군요.
어느 쪽이건 설정으로 봤을 때는 비현실적이고 비정상적이죠..... 하지만 그런 건 다 좋습니다. 어차피 과학적인 설정을 생각하면 이런거 못 보죠.
"퍼시픽 림"은 일본 특촬물 오타쿠가 특촬물의 감각을 살려서 완성한 영화입니다. 특촬물 같은 느낌이 잘 살아있고 여기에 실사판 로봇-괴수 대결에 어울리는 박력과 육중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지요. 더 이상 뭐가 필요할까요?
추신) 물론 이런게 더 나온다면 다음에는 좀 더 충실해지길 바라지만, 현재 흥행 성적으로는 별로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추신) 사실 괴수-로봇 대결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준 작품은 위에서 소개한 "지구 방위 기업 다이가드"라고 봅니다. 여기선 괴수와의 싸움보다는 인간들의 갈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괴수와의 싸움도 물론 잘 보여주지만) 그럼으로써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지요.
자세한 소개는
지구 방위 기업 다이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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