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잘 알려져 있는 한편, 생각 만큼 유명하지 않은 것 중의 하나는 아돌프 히틀러가 어렸을 때는 성가대 출신이었고, 성직자가 되고 싶어했으며, 자라면서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특히 그림을 열심히 그렸는데, 언젠가 화가로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를 꿈꾸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엔나의 예술 학교 시험에 떨어져서 노숙자가 되었고, 빈궁한 생활 속에서 반 유대주의와 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그의 빈궁한 생활을 도와준 것이 -그나마 그의 그림을 사주었던- 유대인 미술상과 유대인 친구였다고 합니다.)
히틀러가 예술 학교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그는 이러한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자네는 건물이나 풍경을 그리는데는 실력이 있지만, 사람은 전혀 그리지 못하는군."
히틀러가 생전에 그린 그림을 보면(심지어 1차 대전 참전 중에도 시간만 나면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정말로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또는 사람은 보이더라도 눈 코 입이 없고 뭔가 또렷한 모습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거의 풍경에 묻힌 느낌이 들죠.
그에 반해 건물만큼은 본래보다도 거창하고 위압적인 느낌을 줍니다. (사진처럼 그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리 봐도 사진보다는 건물들이 더욱 과장된 느낌이 있습니다.)
이 같은 히틀러의 그림은 그의 성격이나 정책을 잘 보여줍니다. 바로 '사람의 삶에는 관심없고 집단적인 통치에만 관심을 가진다'라는 점 말이죠.
이러한 성격은 성가대 시절에 수많은 종교 행사를 통해서 길러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그 자신도 성가대 시절의 경험을 통해서 열정적인 연설의 힌트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종교 행사에서 사람은 묻혀버립니다. 그리고 군중의 하나로 바뀌어 버리죠. 성가대는 바로 그러한 모습의 극단입니다.
문제는 개개인의 삶에 관심이 없는 이들은 개개인의 개성도, 그리고 그들의 바람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민을 잘 살게 한다.'라고 하지만, 그들 국민 개개인이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생각하는지에는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바로 '전제주의', 또는 '권위주의'라 불리는 방식입니다.
히틀러와 같은 전제주의적, 권위주의적 정치가들은 국민이 수많은 개성의 집합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 개개인의 생활에는 관심이 없이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고, 웅장한 건축물을 만들어 집어넣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히틀러가 다스리던 독일처럼 경제가 발전하고 뭔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삶은 존재하지 않는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 나갑니다.
한국 사회는 이러한 경향이 굉장히 심한 나라입니다. 정치가만이 아니라 사람들마저도 '개개의 삶과 개성'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거창한 무언가, 숫자로 보여지는 실적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대개 -히틀러가 그랬듯이-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남기기 때문에, 뭔가 성공한 것처럼, 잘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개인의 꿈은 무시되고, 삶은 망가지며 톱니바퀴 같은 존재들에 의한 세상만이 남게 됩니다.
한국 사회는 오랜 세월 동안 전제주의와 권위주의에 의해서 물들어온 나라입니다. 교육조차도 획일적이며 몰개성적으로 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나의 행복'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국민의 삶, 국민의 자랑, 그리고 국민의 발전을 생각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꿈과 행복을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돌프 히틀러가 남긴 자화상 중 하나입니다. 다리 위에 앉은 자신의 모습... 하지만 눈 코 입이 없이 자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히틀러의 눈에는 독일 국민들 역시 저렇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히틀러를 희대의 괴물로 생각하며, 그만이 이상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사람들을 저렇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쯤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우리 자신을 저렇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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