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주 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 비행 중 사망자'를 낳은 소유즈 1호가 발사된 날입니다. 다음 날 발사될 예정이었던 소유즈 2호와 랑데부하여 소유즈 2호의 승무원 3명 중 2명이 옮겨탈 예정이었기에 소유즈 1호에는 블라디미르 코마로프 혼자만 타고 있었는데, 소유즈 1호는 발사 후 태양 전지가 펼쳐지지 않는 등의 사고가 일어나면서 결국 임무를 포기하고 귀환하게 되었습니다.
임무를 변경하여 구조선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소유즈 2호는 발사 기지의 날씨가 좋지 않아 쏘아올리지 못했고, 소유즈 1호의 승무원 코마로프는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고 지구 돌입 단계에 들어섰지요. 어쩌면 큰 문제 없이 돌아올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고, 보조 낙하산조차 엉키면서 소유즈 1호는 엄청난 속도로 지상에 격돌,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일설에는 소유즈 1호, 2호의 발사 계획이 전날인 레닌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강력한 정치적 압력으로 결함이 있음을 알면서도 발사했다는 거죠. 코마로프 역시 위험을 알았지만, 자기 대신 백업 요원인 유리 가가린이 위험해질 것을 우려하여 탑승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보스호트 1호의 비행에 성공하여 최초의 '복수 승무원의 우주 비행'에 성공하였던 코마로프는 돌아오지 못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보스호트 1호도 본래는 2인용을 정치적 압력으로 3인용으로 무리하게 발사했던 우주선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소련의 우주 계획은 크게 뒤쳐지게 됩니다. 소유즈 2호의 출발은 이로부터 6개월이 지난 10월에야 진행되었지요. 하지만,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더욱 큰 사고가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코마로프의 희생은 큰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우주 개발 단계에서 희생되었던, 그리고 우주 개발에 모든 것을 바치며 노력했던 이들을 기리면서 오늘은 호시노 유키노부의 2001 야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0년도 전에 제작된 이 작품은 21세기 말로부터 4세기에 걸친 인류의 우주 개발 역사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미소의 냉전과 경쟁으로 급격하게 진행된 초기의 우주 개발 계획과 달리, 미국과 소련의 정치 지도자가 우주에서 만나 함께 우주로의 진출을 꿈꾸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인 이 작품은,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우주로 뻗어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그려냈지요.
매우 사실적인 느낌에 다채로운 내용으로서 거의 30년 가까운 예전에 이런 상상을 했다는 것이 정말로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플라네테스 등 여러 우주 개발 이야기와 함께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을 수 있지요.
우주 개발 과정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무수한 위기와 역경이 찾아오고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작품의 근간에는 그럼에도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과감하게 뻗어나가는 이들의 희망이 충실하게 녹아 있습니다.
총 3권으로 발매되었고, 이후 5+1이라는 단편집이 추가로 나와 소개되었지요. 30년 가까운 과거의 작품이지만, 호시노 유키노부의 세밀한 그림, 그리고 사실적이고 충실한 상상력은 더 없는 만족을 줍니다.
아직 이 작품을 보지 못하신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권합니다. 우주라는 신천지에 담겨있는(담겨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가능성, 그리고 그 가능성을 넘어가고자 애쓰는 무수한 이들의 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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