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작은 오늘 태어난 작가 앤 맥카프리의 "퍼언 연대기"입니다.
3부작만 해도 2,000쪽에 이르는 대작 “퍼언 연대기”는 SF 분야에서 여성 작가로서는 가장 먼저 네뷸러상과 휴고상 두 개를 모두
받은 작가, 앤 맥카프리의 대표작입니다.
제목 그대로 퍼언이라는 행성에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용(Dragon)'이라 부르는 생물을
조종하는 용기사(그리고 그들의 용)을 주역으로 하지만, 한편으로 매우 과학적인 사실에 충실한 SF 작품이기도 하지요.
처음에는 용을 타고 다니는 판타지처럼 생각했지만, 하나 둘 페이지를 넘길수록 뭔가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을 일부 사람들은 ‘사이언스 판타지(역시 약자는 SF입니다)’라고 불렀고, 이후 이 같은 작품이 많이 등장하게 되지요.
국내에서 선보인 3권의 작품은 각각 엄청난 두께를 자랑합니다. 그 두께는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용을 소재로 한 작품’인 “테메레르”보다도 압도적이고, 무엇보다도 세 권이 함께 나왔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입니다. 출판사에서는 세 권을 묶어서 목욕 가방 같은 것에 -친절하게 수건까지 더해서- 판매했는데 그만큼 가격도 친절한 편이었지만, 들고 다니기엔 지나치게 큰 체격에 부담을 느낀 것인지 판매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죠. 하지만, 그만큼 품절된 이후에 아쉽게 여긴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퍼언 연대기는 퍼언 행성에 쏟아져 들어오는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보호하는 용기사들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불을 뿜는 용이
하늘을 나는 이 세계의 모습은 판타지 작품에서 흔히 보는 그것과 별 다르지 않지만, 한편으로 매우 현실적이며 다채로운 느낌을 줍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우리 세계에 당장 등장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그들과의 관계, 특히 정치적인 암투와
대립은 선과 악으로 지나치게 단순하지 않으면서도 충실하게 연출됩니다.
퍼언 이야기는 머나먼 외계에서 다가오는 공포에 맞서는 용기사들의 모험담인 동시에, 사실은 그들을 중심으로 그들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삶의 이야기입니다. 몰락해가는 용기사 중 하나로서 영웅으로 성장하여 세계를 구원하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그로 인하여 새롭게 찾아온 용기사와의 대립이 진행되고 혼란을 더해갑니다.
외계의 침략(행성의 주기에 따라 날아오는 외계 생명체의 포자)를 물리치는 싸움으로 시작된 대결이 용기사들 간의 암투로 전개되고 장중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세계의 기원을 파고들면서 SF적인 연출을 더합니다.
이 작품 속에서 특히 매력적인 것은 한편으로 매우 인간(?)적인, 다시 말해 기존의 작품 속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다른, 다채로운 감정을
가진 용의 존재입니다. 그들과 용기사와의 교류, 용들간의 교류는 용기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나 대립, 협력과 조화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루어지면서 기존의 용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바꾸어놓기에 충분하죠.
테메레르와도 비교되는(하지만, 한편으로 좀 더 용다운?) 퍼언
연대기의 용들은 이 작품 속의 또 다른 주역입니다.
작품이 매우 길지만, 쉽게 읽힌다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며, 심각한 정치 대결이 벌어지는 와중에서도 로맨스가 뒤섞여 펼쳐지는 것이 이러한 장점을 더해줍니다. 그만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 크기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들고 다니면서 보거나 화장실에서 읽기에는 부담이 되겠지만... (2,000쪽에 달하는 책임에도 이것만으론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는게 또 하나의 특징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시리즈는 언제쯤 볼 수 있을지...)
이제는 품절된 작품이지만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책(그것도 꽤 싼 값으로). 5년 전 작품이지만, 결코 퇴색되지 않은 재미를 가진 이 작품을 작가인 앤 맥카프리의 생일을 기념하며 한번 읽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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