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그 성격상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선샤인(Sunshine)"과 관련된 내용의 누설이 있음을 밝힙 니다. "선샤인"이라는 작품 자체가 설사 내용을 다 알고 보더라도 -그 영상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영화를 보는 재미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고 싶지 않은 이들이라면, 우선 이 작품을 직접 보고(가능한 극장에서 보는 것을 권한다.) 이 글을 읽는 것이 좋겠지요.)
대니 보일 감독의 "선샤인"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작품입니다. 언제부터인가(대략 지금으로부터 50여년 뒤) 태양의 활동이 점차 약해지면서 얼어붙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태양으로 향하는 우주선과 그 승무원의 이야기... 바로 "인류를 구원하는 임무"에 뛰어든 영웅들의 이야기이지요.
비교적 가까운 미래의 상황을 충실하게 연출하기 위하여 이 작품은 영국의 젊은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콕스를 과학 자문으로 기용하고, 우주선의 세밀한 부분까지 NASA의 규격에 맞추어 구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이 작품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비현실적이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 작품은 비현실적이고 타당하지 않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이 작품의 내용과 설정을 바탕으로 몇가지 과학적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기해 볼까 합니다.
이 작품의 이야기에 있어 가장 궁금한 것은 물론, "왜 태양이 식어 가는가?(활동이 약해져 가는가?)"이겠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이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것은 생략하겠습니다. (많은 이들은 그 설명을 바라고 있겠지만 이 작품의 이야기 구조상(그리고 그 위치상) ‘태양이 왜 식어 가는지’에 대해 설명이 들어갈 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게돈"이나 "코어"처럼 위기가 다가오기 전부터 시작된 이야기라면 모를까. 이미 태양으로 날아가고 있는 승무원들을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그들 중에서 '태양이 식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 아마 지구 상의 인류까지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타당한 이유도 없이 설명을 추가하는 것은 관객들로부터 '영화적 재미'를 빼앗는 일로서 지루함만을 더해주겠지요. 그럼에도 궁금한 이들은 일단 해당 영화의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으며, DVD에선 브라이언 콕스의 음성 해설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자체만으로 볼 때 많은 이들의 의문을 갖는 것은 역시 영화의 이야기 구조 그 자체가 아닐까 합니다. 할리우드의 '재난 영화'들이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승무원들의 실수를 통해서 위기를 발생시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작품 속의 승무원들은 '바보에 둔짜'이고 그들을 빼버리고 컴퓨터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문제는 생기지 않을거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해피엔딩(임무 성공)으로 끝난 결과론을 바탕으로 추론한 의문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컴퓨터 만의 임무 수행'이 반드시 성공하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빛의 속도로 8분이 걸리면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다.)으로 보내는 우주선을 오직 ‘컴퓨터에게만’ 맡기는 것은 5살 짜리 아이에게 약도와 심부름값 만 주고 홀로 심부름을 내보내는 것과 같습니다.(그것도 처음으로...)
아이는 물론 약도를 갖고 있으며 여러 가지 주의를 들었겠지만, 어떤 사고가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약도를 잘못 보아 길을 잃을 수도 있고(물론, 처음부터 약도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잘못해서 물건 살 돈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혹은 차에 치이거나 누군가에게 유괴를 당할 수도 있지요.
영화나 소설에서 보여지는 컴퓨터의 모습 때문에 컴퓨터가 엄청나게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컴퓨터는 때로는 5살짜리 어린애보다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컴퓨터 역시 이러한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 농담조차 이해하는 키트. 하지만, 실제의 컴퓨터는 그렇지 않다. )
오직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어진 질문에 대한 대답 만을 할 수 있는 컴퓨터는 엄청나게 고지식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요. (SF의 컴퓨터 역사상 가장 잘 알려진 HAL9000조차 작은 착오로 승무원을 몰살시키는 짓을 저질렀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처음부터 컴퓨터가 갖고 있는 데이터에 오류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실례로 미터법과 야드법을 혼동하는 바람에 화성 탐사선이 완전히 실종되어 버린 사례가 있듯, ‘지구의 운명’이 걸린 임무에서 데이터 입력에 실수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분명 태양은 화성보다 엄청나게 크지만, 태양으로 똑바로 날아가는 게 생각만큼 쉬운 건 아니지요.)
혹은 어떤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버그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우주선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수십만, 아니, 수백, 수천만 단위의 프로그램에서 하나라도 실수가 없다는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사소한 일로 블루 스크린을 발생시키는 윈도를 생각해 봅시다. (물론 이런 오류의 대부분은 불법판 윈도의 문제이거나, 기타 잘못된 응용 프로그램으로 인해 발생합니다만.)
그 밖에도 컴퓨터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때문에 우주 탐사선에서는 가능한 다양한 시스템이 보완 체제를 갖추어 문제를 줄이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문제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항상 통신을 통해 체크를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역시 통신을 통해서 그 문제를 처리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구와 통신을 할 수 없는 이카루스 2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설사 통신이 된다고 해도 빛으로 왕복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카루스 2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요.)
이카루스 2의 임무는 "인류를 구하는 것"입니다. 5살짜리 어린애가 사와야 할 물건이 여러분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좌우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과연 어린애 혼자 심부름을 보낼까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즉, 주어진 상황 그대로 진행된다면) 컴퓨터 쪽이 인간에 비해 훨씬 정확하기 때문에 컴퓨터에게 맡기고 인간은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 (실제로 영화의 초반부에서 그들은 관측실에서 태양 감상이나 하고 요리 얘기나 하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또한 지구에서 이카루스 2를 보낸 이들이)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그들은 컴퓨터를 대신하여 임무를 수행하는(임무 내용을 조정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바로, 7년 전에 발사되어 사라졌을 것이라 생각한 이카루스 1호로부터 구조 신호를 받게 된 것이지요.
( 이카루스 1의 구조 신호를 받음으로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전개되어 간다. )
이카루스 1호가 살아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설사 있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작동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은 '인간적인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바로 계획을 다소 수정하여 이카루스 1호와 랑데부하고 이에 대해 조사하기로 한 것이지요.
이카루스 1호의 승무원들을 구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제를 조사하고 한편으로 그들이 남긴 폭탄을 사용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 만약을 대비해 한 장의 카드를 더 갖기로 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그들의 임무가 ‘단지 태양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므로 계획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는 ‘임무 성공’이라는 결과론에 입각한 생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는 것은 단지 맨하탄 크기-라곤 해도 태양에 비하면 먼지조차도 못되는- 폭탄을 무조건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가능한 정확한 상황에서 기폭 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임무의 성공 가능성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궤도를 바꿈으로서 계획이 약간 바뀌더라도 두 개의 폭탄을 선택한 그들의 결정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옳은 결정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카루스의 컴퓨터가 제 아무리 고성능이라고 해도 ‘변경된 상황’에 간단히 대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컴퓨터는 오직 정해진 문제와 그에 해당하는 답만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거나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이는 이카루스 1과 2가 랑데부했을 때 이카루스 1의 선장이 이카루스 2에 몰래 잠입한 것을 컴퓨터가 알려주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카루스의 컴퓨터에는 외부의 침입자에 대해 경고하는 기능이 없으며("에일리언"도 아니고, 지구에서 1억 km 이상 떨어진 우주선에 침입자가 발생하리라고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승무원이 탑승할 때 일일이 확인하는 기능도 없습니다.
때문에 컴퓨터는 승무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에 대한 사실은 오직 컴퓨터가 대답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질문을 계속하여 알게 되었을 뿐이지요.
승무원의 질문에 대해서 컴퓨터는 오직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 만을 반복하는데, 마치 중증의 자폐증 환자를 상대하는 듯한 대화 내용은 상당히 답답해서 개그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극증의 긴장감을 점차 고조시켜주는 '영화적 역할' 만이 아니라, 이제까지의 SF 사상 가장 '컴퓨터다운 컴퓨터'의 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한 느낌이 듭니다. (이 대화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해 보길 권합니다.)
이카루스의 컴퓨터에는 수성을 이용해서 가속한 이카루스 2가 궤도를 바꾼다는 계획은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모든 작업은 -정확한 궤도의 계산을 시작으로 각 시스템의 구동 등...- 인간이 직접 처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의 도움을 받기는 하겠지만 임무에 대한 긴장과 함께 얼마 안 되는 시간 내에 수많은 작업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 아무리 뛰어난 승무원이라도 실수는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방열판의 수리를 위해) 태양빛을 가리는 그늘을 만들기 위해 방열판을 기울일 때 산소 농장이 파괴될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 것도 역시 예상 밖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러한 것은 ‘승무원’이 아니라 ‘컴퓨터’가 경고해야 할 일이지요.)
컴퓨터는 물론 태양빛에 직접 노출된 통신탑이 파괴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신탑이 파괴된 채 태양빛에 직접 노출되어 반사된 빛이 -통신탑에서 꽤 떨어진- 산소 농장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은 예측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승무원들은 산소 농장과 함께 대량의 산소, 그리고 소중한 선장을 잃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모든 것을 컴퓨터에게 맡기지 않은 탓도 아니고, 그들 자신이 바보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이기도 아닙니다.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사실 첫 번째 실수는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컴퓨터가 예측하지 못했고(물론 승무원도 예상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최악의 상황이 닥쳐왔을 뿐...(이는 또한, ‘컴퓨터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안 된다...’는 것을 드러내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굳이 잘못이라면 본래의 계획을 바꾸었다는 정도일까요? 하지만 한 개의 폭탄으로 성공한 것은 이것이 ‘영화’이기 때문일 뿐. 현실이었다면 분명 대부분의 상황에서 같은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이들이 ‘산소 농장’을 대신할 수 있는 뭔가 장비를 만들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사실 산소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다른 물질과 결합해서 쓸 수 없는 상태(이산화탄소 등)가 되었을 뿐이지요.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기만 하면 산소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그들이 그렇게 대처할 만한 시간이 있었다고 생각되지는 않으니 이 역시 그들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굳이 말하면, -효율성 때문인지- 산소 농장을 하나만 만든 이카루스 제작자들의 실수일까요? 아니면, 소화 장치를 충분히 강력하게 만들지 못했기 때문? 물론 그들 역시 이런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겠지만...)
승무원들의 실수... 그리고 컴퓨터의 실수라는 문제는 이런 정도가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 있어서 ‘과학적’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요소... "우주선 내의 중력"이라는 요인은 어떻게 설명하는게 좋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일단 ‘영화적인 재미’를 우선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또한, 마찬가지로 영화적 재미 측면에서- “어떤 일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는 말로 대신할까 합니다.
모 평론가는 이카루스 우주선 내에서 ‘인공 중력 장치 같은 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인공 중력 장치”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가요? 설마 ‘드래곤볼’에서 나온 그런 기계를 말하는 걸까요?
영화 속에 나온 장치 중에서 그 ‘인공 중력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흔히 SF 영화를 보면 이런 것을 일일이 설명해 줘야 한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것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요.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이며, 그 안에 나오는 모든 과학적 설정을 설명해 줄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다큐멘터리’에서조차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최고로 과학적인 SF 영화라는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HAL이 왜 반란을 일으켰는지 설명해 주나요? 무중력 상태에서 왜 엉거주춤 괴상한 걸음을 걸어야 하는지 설명해 주는가요? 왜 모노리스가 존재하며 그것이 무슨 존재인지? ‘인공 동면’의 원리가 뭔지 나옵니까? 디스커버리호의 엔진이나 동력이 무엇이며, HAL이 어떻게 우주선을 통제하는지, 그리고 소형의 우주정이 -추진 시스템이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게다가, ‘디스커버리호’는 중력보다 중요한 산소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요? 적어도 '영화속의' 디스커버리 호 내에는 이카루스의 산소 농장에 해당하는 시설은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과학적인 SF라고 평가되는 것은 설명을 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우주여행'을 하지 못한 당시에 '우주 여행시의 가능성'에 대해서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지 ‘중력 발생 장치처럼 보이는 기계’가 나오지 않았고, 그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고 해서(무슨, 보도 영화도 아니고 우주선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관객 쪽을 보면서 ‘이건 중력 방생 장치입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 ‘과학적인 기본’이 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SF 영화는 과학자들이 나와서 ‘이건 뭘까요?’를 외치는 그런 작품이 아닙니다. 아이들 대상의 과학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모든 것을 친절히 설명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사실 이 작품에서도 ‘이걸로 중력을 발생시키는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할 만한 요소는 존재합니다. 잘 모르겠다면, 역시 SF 팬들이 ‘과학적 영화의 바이블’처럼 생각하고 있는(하지만 분명 과학적 오류가 없다곤 할 수 없는)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참고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작품에서 인공 중력을 어떻게 발생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선샤인”을 떠올리면 이카루스에도 비슷한 원리의 중력 발생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는 게 아닌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설명이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요. (가령 회전하고 있지 않은 폭탄 부분이나 컴퓨터가 정지된 이카루스 1호 등))
( 왜 그렇게? 선샤인... 이런 식의 설명이 꼭 필요할까요? )
이렇듯 ‘설명’은 없지만, "선샤인"은 근래 보기 힘든 ‘과학적으로 충실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연출은 ‘인공두뇌’에만 익숙한 이들에게 ‘진정한 컴퓨터’의 신선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우주선 내부 구조나 그들의 생활과 활동 등은 -중력 문제만 빼면- 거의 교과서를 보는 듯 하고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등도 매우 사실적입니다. (태양풍에 의해 인간이나 기계가 소멸되어 버리는 장면이나 방열판의 각도를 바꿀 때 급격한 열팽창으로 비틀어지는 소리가 나는 것 등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지요.)
( 태양 빛에 직접 노출된 선장. 그야말로 지옥을 들여다본 듯 하다 )
‘태양의 활동이 약해지는 가능성’을 시작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행해지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매우 다채로운 상상력과 인상적인 장면들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은 과학적인 면에서도 흥미로운 부분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이렇듯 ‘흥미로운 과학적 상상력’들을 제쳐두고 오직 ‘다큐멘터리’ 이상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까요? 그것은 ‘영화 감상’이나 ‘비평’ 만이 아니라, SF에 대한 감상과 비평으로서도 가장 피해야할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SF는.... 어디까지나 미래 세계의 가능성. 상상(혹은 공상?) 과학의 이야기이지. 바로 지금 우리 세대의 과학으로 완벽하게 재단되는 ‘논픽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만일 여러분이 아직도 “선샤인”을 보지 못했다면 여러분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이라는 것은 잠시 잊고 살펴보길 권합니다. SF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과학적 상상력’을 얼마나 재미있게 펼쳐냈는가 하는 점이지, 사실 그대로를 똑같이 재현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과학적 설정은 모두 보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도 좋은 것이니까요.
이를 통해 무엇보다 "SF의 재미와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이 글은 선샤인이 개봉했을때 조이SF 클럽에 등록했던 글로, 일부 수정하여 재 등록했습니다.)
'별 작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스토리 채널 다큐멘터리 - 고대의 외계인 (0) | 2012.03.28 |
---|---|
히스토리 채널 다큐멘터리, 하이테크 고대문명(Ancient Discoveries) (4) | 2012.03.28 |
(다큐멘터리) 드래곤 환타지...너무도 진짜 같은 가짜 이야기 (1) | 2012.03.26 |
토르 : 천둥의 시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북유럽 신화의 리메이크 (1) | 2012.03.21 |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 영화의 마술사 조르주 멜리에스와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바치는 찬사 (0) | 2012.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