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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작품 이야기

말이 제국을 만들고, 제국의 크기를 결정지었다? (히스토리 채널의 '과학이 만드는 역사')

히스토리 채널에서는 가끔 여러 방송들을 하루 종일 보여주는 마라톤 방송이 있습니다.


그간 픽커즈(고물 사냥꾼)나, 덕 다이너스티 같은 리얼리티 방송만 보여주었는데, 오늘은 얼마전부터 시작한 "빅 히스토리(과학이 만든 역사)"의 마라톤 방송을 해 주는군요.


빅 히스토리는 정말로 히스토리 채널답고, 히스토리 채널이기에 만들 수 있는 방송이라고 생각됩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관련된 내용들을 소개하고, 역사를 매우 넓고 깊게 살펴봅니다.





소금이라는 것이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1회)


황금이라는 것은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2회)


그리고 말이나, 거대 건축물, 추위, 고기....



각각의 내용을 볼때마다 굉장히 흥미롭고 독특합니다.


황금은 왜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았을까? "빅 히스토리"에서는 고대 세계에 갈증에 지친 사냥꾼들이 물의 반짝임을 쫓았던 것에서 그 가능성을 찾고 있으며, 인류에게 알려진 다양한 금속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왜 황금 같은 위치에 놓일 수 없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가량 철은 너무 무겁고 납은 너무 무르고, 동과 은은 변하고....


오랜 옛날 지구가 탄생할 때 황금을 비롯한 중금속 대부분은 지구 깊숙이 들어가 버렸고, 그 후에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이 현재의 황금을 가져왔다거나...



황금 이야기와 관련하여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황금을 구대륙(이라고 불리는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반면, 신대륙(이라 불리는 아메리카)에서는 오직 종교의 상징으로서만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종교적 상징으로서의 황금에 관심이 없었던 서양인들은 이들을 모두 녹여서 거래의 수단으로 썼지만 말이죠.



가장 특이했던 이야기는 바로 '말'(馬, Horse)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중앙 아시아 지역에서 길들여져 사용된 '말'은 유럽과 아시아에 퍼져 서로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말의 도움으로 거대한 제국이 세워졌지만, 동시에 말로 달려서 14일 이상 걸리는 거리까지 성장하기는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죠.


더욱 재미있는 것은 말이 가장 먼저 탄생한 것이 아메리카 대륙이었다는 것인데....


"빅 히스토리"에서는 빙하기 시대 아메리카의 말들이 먹거리로만 사용되었고, 이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중앙 아시아에서 이들을 활용하면서 거대한 제국의 역사들이 시작되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말을 사용하는 구대륙 사람들이 신대륙을 방문했을때 그들은 말이라는 존재에 충격을 받았고, 말이라는 존재를 활용하는 전술에 더욱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만약에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가령 아메리카에서 먼저 말을 활용했다면 어떠했을까요?


그랬다면 아메리카와 유럽의 역사가 반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되는군요.


넓은 평야가 펼쳐진 북아메리카에는 몽골 이상의 강대한 제국이 세워졌을지도 모르며, 잉카나 아즈텍도 거대한 제국으로서 군림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역사라는 것이 특정한 기술이나 존재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는 어디까지나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삶 이면에 다채로운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할때, 도구나 기술을 통해서 살펴보는 역사의 관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히스토리 채널의 "빅 히스토리(과학이 만드는 역사)"는 바로 그러한 점을 충실하게 정리하고 소개한 작품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통해서 여러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보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담)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보다도 좀 더 다채로운 느낌입니다. 다채로운 과학을 통해서 역사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말이죠.


여담) 추위가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다시 볼 수 있죠. 바로 프랑스군의 단추가 '주석'으로 되어 있었다는 점... 주석은 날씨가 추워지면 변화하게 되고, 가루가 되어 망가집니다. 그로 인해 프랑스군의 의복은 단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추위를 막는데 더 취약해진 것이고...


여담) 사실 하나의 주제나 사건을 바탕으로 역사를 넓고 깊이있게 살펴보는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과학이 만드는 역사" 덕분에 이런 관점을 더욱 넓힐 수 있는 느낌이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그리고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다큐멘터리는 "하이테크 고대문명"이지만, 이 작품은 그에 못지 않게 좋아하고, 영향을 받는 작품이 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