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TV만이 아니라 극장에서 상영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아십니까?
개구리남자 상회(蛙男商会)에서 제작한 [비밀 결사 매의 발톱단]은 모든 화면을 플래시로 제작하여 극장 상영까지(그것도 3번이나) 진행한 놀라운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도 CGV의 일본 영화제의 일환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 속의 모든 성우를 프로그맨이라는 별명의 제작자가 직접 맡은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지요. (일부 여성 캐릭터나 아이의 목소리나 극장판 2편의 일부 캐릭터(?)는 전문 성우가 맡기도 했습니다만.)
2006년 4월. 프로그맨 쇼(Frogman Show)라는 제목으로 텔레비 아사히에서 이 작품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만이 아니라 그 넘쳐나는 개그 센스에 더욱 놀랐습니다.
“비밀 결사 매의 발톱단”이라는 이름 그대로 세계 정복을 노리는 비밀 결사 매의 발톱단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멋들어진 이름과는 달리 매의 발톱단의 위용은 정말 초라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본래 “용의 발톱단”이라는 이름으로 거대 병기를 갖고 수많은 조직원을 이끌고 활약했지만, 슈퍼 히어로 주제(?)에 아무런 예고 없이 필살기부터 날리고 보는 적, 딜럭스 파이터에게 완전히 박살나고 새롭게 구성한 결사.
“매의 발톱단”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은 좋지만, 타카노츠메((鷹の爪, 매의 발톱)이란 사실 고추를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을 모른 채 탄생한 이 조직은 더 한층 ‘프로그래시브’하게 변모하여 총통 이하 전투원이 고작 2명에 불과한데다, 본부는 싸구려 아파트인 상태로 출발합니다.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서 평화롭고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라는 이상은 거대하지만, 당장 집값에도 쫓기는 현실…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비밀기지(?)를 다 알고 있는 딜럭스 파이터에게 도리어 협박당하는 상황, 게다가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지경의 현실에서 그들은 과연 세계 정복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인데…
이렇게 시작된 작품은 2007년 3월 17일 세계 최초로 전편 플래시로 제작한 극장판 작품으로 선보이면서 충격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전투원 중 하나인 요시다가 시마네 출신이라는 것을 이유로 시마네의 홍보 캐릭터로 전격 발탁되는 등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뉴욕에서 열린 국제 인디펜던트 영화제(독립 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 감독상을 받기도 했지요.
그리하여 다음 해인 2008년 5월 24일. 드디어 두 번째 작품이 공개됩니다. 본래 소개되었던 제목은 “~시마네에서 사랑을 담아~”였지만, 실제 공개되었을 때는 영화 사상 최초로 네이밍 라이트(상품명 등록)를 채택, 음료 회사인 산토리의 상품명인 ‘검은우롱차’(黒烏龍茶)’의 사용 계약을 맺어서 “~나를 사랑한 검은우롱차~”라는 제목으로 선보입니다. (산토리 광고를 유치한다는 과감한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처음엔 스폰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멋대로 광고’를 했지만, 이후 정말로 산토리의 광고를 유치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여기서 “매의 발톱단” 전설이 막을 내리는가 했지만, 2009년에는 제2기 TV 시리즈 [비밀결사 매의 발톱단 카운트 다운]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2010년 1월 16일에 영화 제 3 탄 [비밀결사 매의 발톱단 더 무비 3~http://Takanotsume.jp는 영원히~(〜http:// 鷹の爪.jpは永遠に〜)]가 공개되었지요.
주제가를 영국의 오디션 방송 [브리튼 갓 탤런트]에서 못생긴 외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가창력으로 전설을 낳았던 수잔 보일이 불렀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그보다 충격적인 것은 1만 명의 성우 모집이라는 캠페인을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1만 명이 “매의 발톱단(다카노츠메)”를 외치는 것이지요. 사실은 2편에서도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엄청난 기획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게도 대성공! 자그마치 14,137명이 “매의 발톱단”을 외치고 극장판 3편에 수록했습니다. 엔딩롤에서는 참가자 전원의 이름이 소개되었지요.
2010년 6월 18일에는 영화 제3탄의 DVD가 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놀랍게도 OVA판인 4번째 극장판이 함께 수록됩니다. (그 전에 프로그맨이 “4번째는 재수도 없고 해서 만들지 말까…라고 말하다 엄청나게 깨지는 동영상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4번째 극장판인 [카스펠스키를 가진 남자(カスペルスキーを持つ男)]는 이후 토호시네마즈의 록본기 힐즈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아시겠지만, 각 영화판의 부제는 007 시리즈에서 따왔습니다.)
2011년 1월에는 총통이 주연을 맡은 스핀오프 작품 [하이브리드 형사(ハイブリッド刑事)]가 일본 최초의 토요타의 전면적인 협찬을 받아 완전 무료 상영으로 한정 공개되는 등. 그야말로 수많은 전설을 낳았습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캐릭터의 인기도 상승, 산토리를 비롯한 여러 업체의 협찬 작품이 제작되었는데, 근래에는 서일본의 JR(일본 철도)와 협찬을 맺고 전철에서의 예절에 대한 공익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지요.(2010년에 진행했지만, 2011년에도 새로 제작했다고 하니 인기가 좋았던 모양이죠?)
[ 일본 여행 중 발견한 매의 발톱단 예절 공익 광고 포스터. ]
플래시로만 제작한 애니메이션, 그것도 거의 모든 캐릭터를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내어 만든 작품이 TV에서 소개된 것으로도 놀라운 일이지만, 4편의 극장판 작품이 제작, 극장에서 상영되고 수많은 광고를 유치하며 꾸준히 선보이는 것은 애니메이션 왕국 일본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비밀결사 매의 발톱단]은 솔직히 그림이 멋진 것도 아니고, 박력이 넘치는 것도 아닙니다. (극장판에서는 나름대로 CG도 쓰고 좀 멋지게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플래시로 만든 초저가 작품인 만큼(극장판 1편에선 피자 때문에 제작비의 절반이 날아가기도 했다는 전설(?)이 나올 정도) 움직임도 거칠고 단순합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인기를 끌고 극장에서까지 공개되어 독립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던 것은 역시 남을 즐겁게 해 주겠다는 발상과 여기서 쏟아져나오는 독특한 아이디어 덕분이 아닐까요? 많은 제작비와 화려한 CG로 덧칠된 영화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매의 발톱단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남을 즐겁게 해 주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요?
* 여기에 쓰인 사진 및 동영상은 모두 蛙男商会에서 제작하여 소개한 것으로 저작권은 모두 해당 제작사에 있습니다.
추신) 여하튼 재미있는 작품... 그야말로 매 순간 웃음을 그칠 수 없는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어떻게 보는가? 일단 TV판은 자막이 삽입되어 유투브 등에서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극장판은 무리일까요? (여하튼 무진장 대사가 많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작품은 모두 함께 보자는 뜻에서 6월 11일(토) SF&판타지 도서관에서 극장판 2편을 상영합니다. 오후 8시부터.
1편은 이미 상영한 일이 있지만, 일찍 오시면 1편도 소규모 상영회를 생각 중입니다. 당연히 한글 자막은 모두 달려 있지요.^^
조만간 3, 4편이 수록된 DVD를 살 예정인데, 이후에는 1~4편을 모아서 상영회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TV판까지 더하면 금상첨화지만 그건 시간이 너무 걸리고요. 하지만, 아직 미정입니다. 언제일지는...^^
궁금하신 분은 바로 오늘 찾아주세요. (자세한 안내는 http://www.sflib.com/347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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