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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이야기

강제 수용소의 닌자들... 과연 쓸모가 있을까?



  아래서 소개한 닌자 어쌔신은... 사실 닌자의 이야기도 아니고 어쌔신의 이야기도 아닌... 작품 속에 흔한 악당 암살 집단의 이야기입니다.


[ 닌자를 죽이라고? 글쎄... 여기 어디서 닌자가? ( 닌자 어쌔신 / 워너브라더즈) ]

 

  어릴 때 아이들을 납치해서는 암살자로 기르는 조직에 속한 주인공이 암살 집단의 행동에 의문을 품고 대결하는 이야기지요.

  여하튼 피가 무진장 튀는 걸로 -그래서 나중에는 빨간 잉크 정도 밖에는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인데...

 

  문득 의문이 생겼습니다. 과연 이런 암살 집단이 어느 정도로 효과적일까 하고 말이지요.

  요즘 세상에 칼이니 사슬낫 같은 것을 가지고 싸우는 건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저들은 정말로 암살자로 쓸만한 걸까요?

 

  이따금 여러 작품을 보면 굉장히 신비한 모습을 한 비밀 조직이 등장합니다. 대개는 휴대폰조차 터지지 않을 듯한 산중에 처박힌 그들의 기지는 전자제품이라곤 라디오 하나 볼 수 없고, 요즘 세상에는 도저히 정상이라 할 수 없는 패션 센스의 사람들만 득실거리곤 합니다. 그리고 오로지 무술 수행에만 전념하며 "세계 정복"이니 "사회 정화"니 하며 이야기하지요.


[ 어둠의 세력이 숨어있는 사원. 인터넷은 고사하고 TV조차 있을 것 같진 않다. (배트맨 비긴즈 / 워너 브라더즈 ) ]

 

  생각해 봅시다. 요즘 세상에 인터넷의 O자는 고사하고 휴대폰이 아닌 전화의 ㅈ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과연 현대 세상에서 활동할 수 있을까요? <배트맨 비긴즈>의 브루스 웨인이야 나이가 들만큼 들어서 그 안에서 수련했으니 그렇다고 칩시다. <닌자 어쌔신>처럼 철모를 어린 시절에 납치되어 산속에 처박힌 아이들이 밖에 나온다면 과연 어떤 상황일까요?

 

  <풀 메탈 패닉!>이라는 작품에서는 평생 전쟁터에서 살아온 소년이 일본의 평범한(?) 고등학교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살아온 소년은 일반 상식을 단순히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만큼 그의 주변에서는 항상 소동이 끊이지 않습니다.

 

[ 좌충우돌. 그야말로 소동이 끊이지 않는 사가라 소스케. 다 좋은데 그 놈의 무기들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오는거냐? ( 풀 메탈 패닉 / 곤조 ) ]


  전투원으로서 그는 유능한 인물이고, 여하튼 전장에 파견될 때 그런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단순히 수련을 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전장을 거치며 많은 이들과 만나서 생활한 만큼 <닌자 어쌔신> 속의 닌자 어쌔신들보다는 낫겠지요.)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그의 모습은 분명히 무진장 튀고, 상황은 엉망이 됩니다.


  한편, <내일의 요이치>라는 작품에선 평생 숲에서 아버지와 함께 수련만 하던 소년이 평범한 학교에 들어가 생활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역시 소동이... (뭐 이쪽의 소동은 조금 핑크빛(?)이라는게 다르겠군요.)


[ 여학생들에 둘러싸인 요이치. 여하튼 면역력(?)이 없다는 점에서도 골치아픈 일일까? ( 내일의 요이치/ AIC )  ]

 

  <드래곤볼>의 손오공은 어떻습니까? 브루마를 만나자 마자 몸을 두드리면서 '너, 여자구나.'라는 상황...


  그래도 이들은 괜찮습니다. 사가라 소스케는 그 환경을 이미 밝히고 주변에서 이해(?)하는 상황이고, 요이치 역시 학교 생활을 보내는데 있어서 만큼은 큰 문제는 없겠지요. 손오공처럼 어차피 사회 생활은 생각도 않는 상황도 문제는 없겠지요.

 

  문제는... 사회 속에 잠입하고 대상에 몰래 접근해서 상대를 해쳐야만 하는 닌자 애쌔신 같은 이들입니다.

 

  검은 색의 옷은 원래 엄청나게 튀는 복장인데(생각과는 달리 밤에도 눈에 잘 띕니다.) 그런 복장은 제쳐두더라도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일 것 같지 않습니다. 왠지 말만하면 조선시대 말투가 툭툭 튀어 나올 것 같고, 신발을 벗고 택시를 타고, 변기에서 손을 씻을 것 같지 않습니까?


[ 아무리 봐도 평범한 행인 A로 밖엔 보이지 않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판 홈즈. 이렇게 자연스러운 쪽이 탐정일에도 어울리는 법이다. ( 셜록홈즈 / 워너브라더즈 ) ]


[ 눈 속이라면 조금 괜찮아 보일만한 복장. 하지만 이 차림으로 거리에 나오면... 그야말로 나 잡아달라고 사정을 하는 듯 하지 않나? ( 지아이조 / 파라마운트 ) ]


  그야말로 "너무도 수상해서 도리어 사람들이 눈을 돌릴 만한 느낌"... 그런 상황에 잠입이라니...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지요.

 

  그들의 목적이 세계 정복이건, 사회 정화건, 아니면 단순한 암살이나 첩보 임무건... 사회를 잘 알고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야만 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들어가는 것'은 오랜 기간 생활을 통해서 가능한 법입니다.

 

  KGB가 현지인 첩자의 양성에 애썼던 이유... 한편, 통신 위성에만 의존하던 CIA의 첩보력이 나날이 떨어지는 이유도 역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침략 외계인의 좌충우돌 코미디 <케로로 중사>에서는 닌자 소녀인 코유키(권설화)가 등장합니다.

  닌자 마을 출신의 그녀가 케로로 일행이 사는 마을에 오게 된 것은, 닌자 마을의 장로가 닌자들의 해산을 명했기 때문이지요.

  닌자들은 각지로 흩어져 평범하게 살아가게 되는데...

 

  당시 해산을 명한 장로는 시대가 바뀌어 평범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며 해산을 명합니다.

  그리고 MP3의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이렇게 말하지요.

 

  "앞으로는 모바일의 시대다!"


[ 닌자를 떠나 평범하게... 그것이야 말로 새로운 수업... (케로로 중사 11권) ]

 

  이런 마을에서 살았기 때문에 코유키가 -이따금 이상하긴 해도- 평범한 소녀로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만큼 자연스레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고, 피(?)로 얼룩진 삶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겠지요.

 

  반면, 조직을 나왔지만 세상에 적응할 수 없었던 닌자 어쌔신, 라이조는 결국 사회에서 왕따를 당한 끝에 자신을 이렇게 만든 조직에 복수를... ^^


여담) 어쩌면 조직은 세상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이처럼 수용소를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아는 닌자라면 조직의 명령을 잘 듣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세상을 너무 모른 나머지 세상에 나오자마자 택시 강도를 당해 활동 자금을 모두 빼앗기는 '간첩 리철진' 같은 일은 없어야 겠죠?


[ 간첩 리철진. 간첩이라면 모름지기 세상을 잘 알아야 함을 잘 보여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