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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강의를 하는 건 자신을 가르치는 일이네요.

저는 시간 강사입니다. 현재 두 군데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it 전문 학교, 그리고 청강문화전문대학교입니다. (봄에는 콘텐츠 아카데미에서도 합니다.)


[ 옛날 강의 스타일. 요즘은 좀 더 그럴 듯(?)한 옷차림으로 하고 있죠.^^ ]


한국IT 전문학교는 양재에 있습니다. 제가 주로 가르치는 장소로 주 3회 강의를 나갑니다. 가르치는 과목은 아이디어 발상, 게임 기획 개론, 그리고 게임 분석. 총 4개반을 가르치죠.


청강대학교는 이천에 있습니다. 수원에서는 가깝지만 제가 사는 곳(연신내)에서는... 현재 게임 프레젠테이션과 게임 밸런싱을 가르칩니다.


지난 학기에는 한국IT에서 아이디어 발상과 게임 시나리오를 가르쳤고, 청강대에서는 신화와 내러티브, 그리고 레벨디자인..


작년에는 아이디어 발상 하나만 가르쳤으니 모두 올해 들어 새로 가르치는 과목이죠.


자... 사실은 이게 문제입니다. 새로운 과목이라는 것은 우선 과정을 전부 새로 기획해야 합니다. 교재 선정부터 전체 과목 내용을 결정하고 필요하다면 직접 교재를 만들어야 합니다. 과제도 결정해야 하고 시험도 정해야 합니다. 게다가 프레젠테이션 문서도 만들어야 하죠.


새로운 과목이면 이 과정이 더욱 골치 아픕니다. 비슷하더라도 다른 만큼, 게다가 같은 과목이라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테면 1학기에 가르친 아이디어 발상과 2학기에 -다른 반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아이디어 발상이 같을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배운 정도나 상황에 따라서 내용을 바꾸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가르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강의 시간이 1시간이면 3시간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는데, 때로는 그보다 더 걸리기도 합니다. 정말로 바쁜 일이죠.


기존에 과목이 존재하는 경우 나름대로 참고를 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닌게 많아서 무시하기 일쑤. 완전히 새로 만들어 진행하려니 더더욱 골치아프죠.


게다가... 처음 가르치는 과목인 만큼 시행 착오도 있고, 진행하는 상황에 따라서(학생들의 학습 정도라던가) 내용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궁을 손으로 헤집고 가는 기분이죠.



하지만 그것이 제게는 참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가령 1학기의 레벨 디자인은 실무 때에 직접 진행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접했던 내용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고 공부하게 해 줍니다. 밸런싱에 가서는 더더욱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죠. 게임 기획 개론을 통해서 이제까지 막연하게 알고 느끼던 것을 가르칠 수 있게 다시 되새기고 정리하고 있으며,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통해서 제 자신의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훨씬 향상됩니다. (특히 이 중 프레젠테이션 수업은 정말로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험을 교재로, 그리고 강의 내용으로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서 현업에 있을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깨우치게 됩니다.


"만일 내가 현업에서 이런 걸 느끼고 배웠다면?"이라고 몇 번이고 생각하게 되죠. 한편으로는 "내가 일하던 회사의 게임이 왜 망했나?"라는 걸 좀 더 객관적으로 느끼고 생각하게 됩니다. (망할 수 밖에 없었다....라는 결론이 나올 때 정말로 씁쓸하고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하고 말이죠. 아니, 막연하게 안 것도 있었지만, 왜 좀 더 잘 하지 못했을까...라고...)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입니다. 분명한 것은 학생들이 배우는 것 이상으로 제가 배우고 스스로를 가르치는 일이 더 많다는 거죠.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언가를 배우고 생각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솔직히 힘겨운 것도 사실입니다. (매주마다 강의를 준비하는건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제 자신이 변화해가는 걸 실시간으로 느낀다는 경험이 정말로 놀랍지요.


이제 기말 고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말고사를 확정할 때죠. 내년에는 또 새로운 과목, 그리고 새로운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사실, 제가 상당히 게으른 편이라, 이렇게 강의를 통해서 강제하지 않으면 배움을 게을리 하기 쉽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