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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비정상적인 저작권법에 대한 잡담

현행 저작권법은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저작권법이라는 것이 본래 저작권자, 이를테면 소설가나 만화가 등의 창작으로 인한 수익을 얻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창작을 도와주는 목적에서 생겨났지만, 현재는 2차 창작권자인 회사들의 권익에 의해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현재의 미국 저작권법을 '미키마우스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그 같은 비정상적인 형태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겠군요.




누군가의 창작에 대해서 저작권이 적용되고 그것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권익을 얻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적용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미국을 기준으로 현행 저작권은 작가의 사후 70년까지의 저작권을 보장하며, 회사 등의 단체에서 만든 저작물에 대해서는 99년(!)이라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본래 50년이었지만, 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의 판권이 곧 종료되는 상황에서(정확히는 월드 디즈니 사후 50년이 다 되어가면서) 디즈니사에서 로비를 해서 70년으로 연장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작가의 사후 50년이건, 아니면 70년이건 '작가 사후 저작권'이라는 것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저작권법의 본래 목적인 '창작자에 대한 보호'와는 무관해져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작가가 죽었는데 죽은 작가가 저작권으로 돈을 번다니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말하자면, 저작권이라는 것을 대물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그것도 상속세 같은 건 전혀 물지 않고 말이지요.


'작가 사후 xx년'이라는 조항이 들어간 시점에서 이미 저작권법은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렸습니다. 단지 회사의 이익만을 위한 무엇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이 같은 저작권은 창작의 자유를 훼손하는 문제도 가져옵니다. 누군가가 작품을 썼을때 자그마치 70년 전에 죽은 작가의 작품까지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창작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을 감안할 때 



저작권이라는 것은 정식으로 발표된 시점부터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선, 해적당에서 말하듯 5년은 너무 짧습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작가도 있을 뿐더러, 시리즈 작품이 마감되기까지 오래 걸릴 수도 있고(1권은 저작권이 풀리고 나머지는 아닌 사태가...) 한참이 지난 뒤에 영화 등으로 개작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소한 10년, 가능한 20년 정도는 저작권을 유효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0년까지 늘여도 큰 문제는 없을까요?) 물론 이는 작가 생존과는 무관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작가가 죽으면 저작권 종료.... 같은 조건을 거는 순간 저작권 때문에 살인이 벌어지는 사태가 생겨날 수도 있으니까요.


어느 쪽이건, '작가 사후 xx년'의 저작권 조항은 심각한 문제를 가진 조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품이 정식으로 소개된 이후(예를 들면 ISBN을 받아서 출간된 이후나 극장에 개봉된 이후 등...)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저작권이 만료되는 형태로 바꾸어야 합니다.


또한, 이 같은 형태라면 작품의 개작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개작이 진행될 경우 새로운 작품으로 본다고 가정할 경우, 작가가 저작권이 만료되기 전에 자신의 작품을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욕구를 가질 수가 있습니다. 영화도 감독 편집판이나 기타 다른 방법으로 새롭게 만들어서 저작권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작품은 무료로 풀리게 되겠지만, 새롭게 개작된 작품은 유료로 나가게 됩니다.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면 그만한 평가를 받게 되겠지요.


한편으로는 새로운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저작권을 새롭게 만들어낼 것입니다. 과거의 작품이 무료로 풀리는 만큼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테니(그만큼 그에 대한 책도 많이 나올테니) 새로운 작품에 대한 평가도 더욱 잘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창작자들을 위한 일이 아닐까요?



근래에 미국과의 FTA 이후 저작권 기간이 연장되는 사태가 생겨났습니다. 작가들은 죽었는데, 그의 대리인들이 계속 돈을 벌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작가 사후 저작권'이라는 제도는 창작을 돕겠다는 저작권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만큼 이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개정이 필요합니다.


단, 저작권법 그 자체는 존속되어야 합니다. 창작자들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벽이자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불법복제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죽고 50년도 넘게 지난 미키마우스를 유치원 아이들이 그려서 전시한다고 해서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외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은 이제좀 그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디즈니와 같은 회사가 로비를 계속하는 한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되찾고 비정상적인 저작권을 바꾸어나가는 노력은 결코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1권이 처음 나온지 60년이 넘었으며, 작가가 죽은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파운데이션이 SF 독자들의 것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파운데이션의 충실하고 방대한 세계를 바탕으로 수많은 SF 독자와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요? 물론 93년에 나온 "파운데이션을 향하여"까지 공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닙니다만...



여담) 문득 생각됩니다. 만일 정말로 대단한 작품이 하나 나왔다면, 그리고 그 저작권을 공공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단체가 있다면(프리메이슨? ^^) 그 작품이 나옴과 동시에 작가를 죽여버리고 조금이라도 빨리 저작권이 만기되기를 바라는 상황은 어떨까 말이지요. 물론 50년이니 70년이니 하는 기간은 너무도 거창한 것이겠지만, 음모 조직 입장에서는 긴 기간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