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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과 도시전설

두개의 태양? 2012년 인류는 멸망할까?

  최근 태양 흑점의 폭발로 태양풍이 밀려오면서 전파 장해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탓에 2012년 멸망설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 말이 맞다면 우리의 역사는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것입니다.

  태양흑점폭발, 단파통신 장애지속…국내 항공사 북미지역 항로변경

  그렇다면 정말로 그런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지요. 만약에 정말 올해 지구가 멸망한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멸망에 대비하거나 향락적인 삶으로 전념해야 할테니까요.

  이와 관련하여 이전에 썼던 글을 하나 소개합니다. (2011년 1월 23일 네이버 블로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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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전설에는 아주 오랜 옛날 태양이 10개 동시에 떠올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렬한 햇빛으로 땅은 말라 붙었고, 사람들은 스러졌다고 하지요. 이에 천제는 뛰어난 활의 신 후예(后羿)를 지상에 내려 보내었고, 후예는 활을 당겨 하늘을 향해 쏘니 9개의 태양은 모두 떨어지고 오직 하나만 남았다고 합니다. 이때 화살에 맞은 태양은 까마귀로 변했다고 하니, 이것이 태양에 산다는 까마귀였지요. 이 전설은 태양이 여러 개가 떴을 때의 위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태양은 빛과 열을 보내어 우리를 도와주는데, 만일 태양이 여러 개가 뜬다면 그만큼 우리는 위험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행하게도 정말로 태양이 10개가 뜨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2개 정도 뜰 수는 있을 것 같군요.
  이전에 오리온 자리의 적색거성 베텔기우스가 가까운 장래에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태양이 2개 뜬 것 같은 현상이 관측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일이 있습니다.
 
 

[ 두개의 태양이 뜨는 세계... 사실 태양이 두개라도 이렇게 동시에 뜨고 지는 일은 드물다. (스타워즈) ]
 
  베텔기우스는 현재 하늘에 보이는 가장 밝은 10개의 별 가운데 하나로 워낙 크고 밝게 보여서 그 크기가 관측된 최초의 별일 뿐만 아니라, 표면 사진까지 촬영된 별입니다.

  지름이 태양의 800배 정도, 질량은 20배 정도로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그 반지름이 지구에서 태양간의 거리(1AU)의 5.5배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만일 베텔기우스가 우리 태양 위치에 있다면 화성만이 아니라 목성까지 먹어치울만큼 거대한 것입니다.

  지구에서 베텔기우스까지의 거리는 약 640광년. 우주의 크기에 비하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까운 거리. 그만한 거리에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면, 그다지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베텔기우스의 상상도 ]
 
  베텔기우스가 언제 폭발할지는 모릅니다. 사실은 이미 폭발했을 수도 있지만, 여하튼 그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려면 얼마나 남았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베텔기우스는 640년 전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 어쩌면 올해나 내년에 베텔기우스가 폭발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생애에 우리 눈으로 초신성 폭발을 볼 수 있는 매우 희귀한 기회입니다.
지금도 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중 하나인데, 그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내년에 터질지도 모른다는 말에서 “2012년 지구 멸망설”이 다시금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2개의 태양이 떠서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후예가 활을 쏘았다는 전설만큼은 아니지만, 2개의 태양이 뜬다면 확실히 세상에는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습니다. 낮이 더 늘어나고 지구에 쏟아지는 열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스타워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 감독 같은 이도 2012년 멸망설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정말로 그렇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 인류는 2012년에 종말을 맞이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결론을 내기에 앞서서 2012년 지구 멸망설에 대해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2012년 종말론은 멕시코계 미국 작가 호세 아구에이아스(José Argüelles)를 통해서 처음 제기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뉴에이지 계열의 작가나 연구자를 통해 마야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본격적인 것은 바로 이 작가의 책자에서 소개되었습니다. 그의 책자에 따르면 마야의 달력은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고 합니다. 역사상 많은 왕조가 그렇듯, 마야의 천문학도 매우 뛰어나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고 이를 바탕으로 살펴볼 때 인류의 역사가 2012년 12월 21일에 막을 내린다는 것이었지요.

  이후 많은 뉴에이지 연구자들이 여러 의견을 제기합니다. 가령 멸망론이 나올 때마다 항상 소개되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새로운 예언’이 발견되었고, 어떤 이는 주역을 통해서, 또 어떤 이는 인터넷의 단어들을 통해 주식 시장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2012년 12월 21일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이 옳고 그름은 잠시 접어두고, 이들의 주장은 이후 다양한 저서를 통해서 대중에 소개됩니다. 그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책자는 로렌스 조셉이라는 작가의 <아포칼립스 2012>로, 국내에도 번역, 소개되었을 정도입니다. 당연히 할리우드에서 이를 놔두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롤랜드 애머리히 감독이 연출한 <2012>라는 영화가 소개되기에 이릅니다.
 

[ 우리는 경고 받았다고? 누구한테? 언제? ( 2012 ) ]
 
  <2012>에서는 대재앙의 원인으로 태양의 활동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 여러 뉴에이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의견 중 하나로, 마야의 종교가 기본적으로 태양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가령 마야에서는 태양이 빛을 잃지 않도록 인신 공양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인신 공양을 위한 제물을 얻고자 주변국와의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멸망론에 대한 믿음에는 한때 중남미에서도 큰 힘을 갖고 군림했던 마야라는 대국이 매우 신비하게 멸망했다는 생각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이가 마야 멸망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으며 한 순간에 사라졌다고 믿고 있습니다. 고대(?)에 신비하게 사라져 버린 대국, 일식 등을 완벽하게 예측할 만큼 뛰어난 천문학과 발달한 기술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어느 한 순간 사라져 버린 제국… 마야에 대해 많은 이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나라에서 남긴 달력에서 2012년 12월 21일 인류의 멸망을 제기했다니, 정말로 놀랍고도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그들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라는 생각이 2012년 종말론을 지지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마야의 달력을 기준으로 한 2012년 멸망설은 마야인들 사이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처음 제기한 것은 멕시코계 미국인 작가이며, 이를 이어 받은 것은 대부분 미국의 뉴에이지 작가들. 정작 마야인의 후손 중에는 2012년 멸망설을 믿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무엇보다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고 해서 그날 세계가 멸망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자, 여러분의 눈 앞에 달력이 있다면 한번 펼쳐보세요. (참고로 여러분 앞의 달력은 역사상 그 어떤 달력보다 정확합니다.) 아마도 2013년 1월 31일까지 표시되어 있을 겁니다. 그럼 세계는 2013년 1월 31일에 멸망할까요? 마야의 달력을 기준으로 한 2012년 멸망설은 우선 여기서부터 큰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마야 문명에 대한 여러 가지 신비한 분위기와는 달리, 마야 문명은 역사상 존재했던 여러 다른 문명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들의 천문학은 물론 뛰어났지만, 그렇다고 동시대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탁월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일식의 예언 등은 마야가 아닌 다른 문명(이를테면 마야보다도 훨씬 앞선 여러 문명)에서도 얼마든지 등장합니다. 사실 천문학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일식이나 월식 등의 예언은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리고 농업을 기반으로 했던 많은 나라는 천문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 마야 문명은 항상 신비한 분위기로 소개되곤 한다. 영화 아포칼립토의 포스터 ]
 
  영화 속에서는 고대 세계에서 ‘일식’이 일어날 때 세계가 멸망한다고 웅성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나오지만, 이것은 역법이나 천문학에 미개한 일반 대중에만 한정되었을 뿐, 지배층들은 그다지 걱정하지도 않았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마야 문명의 멸망이 ‘신비하다’라고 믿는 이들이 많지만, 그들의 멸망은 과거의 여러 문명이 그렇듯, 지나친 인구 증가와 이로 인한 과도한 개발 탓이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많은 양의 식량이 필요했는데,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화학 비료가 없었기에 식량 생산은 계속 줄어들었고 결국 식량 부족 사태로 제국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식량 부족 사태조차 어찌하지 못해서 무너져 버린 제국이 수백 년 뒤의 인류 멸망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요? (과도한 개발로 인해 멸망한(쇠퇴한) 문명은 굉장히 많습니다. 모아이 덕분에 신비한 문명으로 인식되는 이스터섬의 문명도 바로 그 ‘모아이’ 때문에 멸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아이를 만들고 세우는데 필요한 막대한 양의 목재를 마련하다 보니 섬이 황폐해졌고 결국 쇠퇴한 것입니다.)
 
  마야 문명의 천문학은 현재 우리세계의 천문학과는 비교 안될 정도로 뒤집니다. 그리고 현대의 천문학에서는 세계 멸망의 조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마야의 달력이 세계의 종말을 예언했다는 주장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무시하더라도, 설사 마야에서 세계 종말을 예언했다고 해서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믿는 것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바탕으로 1999년 지구가 멸망한다고 믿는 것’ 만큼이나 허황됩니다.
 

[ 큰 사건이 소개되면 항상 선보이는 노스트라다무스. 하지만, 그는 '예언'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그러고 보면, 2012년 종말론과 관련하여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다시 나왔습니다. 자…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자가 아니라 풍자 시인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은 무시하고, 무언가 큰일이 나올 때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소개되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이를테면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얘기가 나왔지요.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중 가장 유명한 1999년 종말론은 이미 한참 전에 시효가 지나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만화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서는 앙골모아라는 공포의 대왕 종족의 소녀가 늦잠 자는 바람에 늦게 내려왔다는 개그를 넣기도 했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사실상 의미가 퇴색된 것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잘 알려진 여러 예언들은 실제론 노스트라다무스가 쓴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1999년 종말론의 근거가 되었던 예언(?)조차 노스트라다무스가 낸 풍자 시집의 초판에는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죽고 한참 지난 후에 그의 친족이 추가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9.11 테러 당시에 나온 예언은 인터넷의 루머에 불과했으며 2012 종말론과 관련하여 ‘새로 발견되었다’라는 예언서도 노스트라다무스가 썼다는 증거가 없고 그 내용이 2012 종말론을 뜻한다는 근거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편 주역을 통해서 분석한다는 이야기… 이를 만든 것도 미국의 뉴에이지 학자입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중국의 주역 학자가 ‘낭설’, ‘주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한 바가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만든 연구자는 '주역을 근거로 체크해보니 4천년에 걸친 인류사의 변화와 일치한다….라고 주장했으며, 어느 순간 0이 되는데 그것이 바로 2012년 12월 21일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단지 주역의 괘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인류의 변화를 예측한다는 말이지요?
 
 
  이처럼 2012 종말론은 전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타당한 근거가 없으며 낭설이지요. 하지만 근래에 들어 이러한 낭설에 ‘과학적인 근거’가 추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2012년을 전후하여 대규모 태양 활동으로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태양 폭풍이 밀려올 예정입니다. 이는 10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위력으로 지구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 하지요.
 
  태양의 활동의 극대기는 보통 11년 주기로 찾아오며, 이따금 좀 더 강력한 위력으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1859년과 1921년 에 이러한 현상이 있었고 그로 인해 각지에서 사소한 혼란이 있었습니다. 가령 전신망이 마비되고, 무선 통신을 할 수 없는 등의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이 21세기이며 전자시대라는 점입니다. 강력한 태양 폭풍은 전자 장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우주에 노출되어 있는 인공 위성에는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21년에는 인공 위성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활의 모든 것이 인공 위성을 경유해서 이루어집니다. 이제는 개인도 인공위성 수신 장비나 GPS 등을 들고 다니는 시대이니까요.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비행기나 배는 위치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인공위성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통신도 먹통이 되어 버립니다. 타이타닉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게다가, 태양 폭풍의 활동은 대기에도 영향을 줍니다. 평소 대기는 지구의 자기장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태양풍의 하전 입자가 직접 대기에 닿지 않도록 해서 보호하는 것입니다. (자세한 원리 등은 다음 내용을 보세요. ' 지구 자기장과 태양풍... 지자기가 사라지면 인류는 멸망할까?  )
 
  하지만, 태양풍이 강해지면, 하전입자가 자기장의 보호를 넘어 대기권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텐이 더 잘 되는 일은 없지만, 대기권이 하전입자에 밀려 손상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양 반대편으로 대기의 두께가 두꺼워진다면 이를 통과하는 위성이 손상되거나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정말로 재앙과 같은 사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2012 종말론과 연결될 일은 없습니다. 분명히 이는 재앙이지만, 쓰나미나 태풍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지 않듯, 태양 폭풍으로 인류가 멸망하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영화<2012>처럼 중성미자 때문에 지각 활동이 활발해지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정말로 심각한 과학적 오류였지요. 영화 속에서조차 딴죽을 걸 정도로…)
 

  그런데 여기 한가지 문제가 더 발생할 수 있게 되었군요. 바로 ‘초신성 폭발’입니다.
 

[ 할리우드는 별 걸 다 영화로 만든다. 영화 슈퍼노바(초신성) ]
 
  초신성이 언제 폭발할지는 모릅니다. 아니, 정확히는 초신성 폭발의 효과가 언제 작용할지는 모릅니다. 100만년 안에 폭발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정말로 올해 안에 폭발할지도.
 
  초신성 폭발은 가까운 별들에는 재앙입니다. 초신성 폭발시에 발생하는 감마선의 양은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초신성 폭발은 수십 광년 떨어진 별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초거대 초신성(하이퍼노바)이라면 500광년 떨어진 행성의 생물까지 절멸시킬 수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베텔기우스가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요? 2012 종말론 신자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별 영향이 없을 겁니다. 베텔기우스는 물론 거대한 항성이지만, 고작 태양의 20배 질량 밖에 안 되는 작은 신성입니다. 게다가 640광년이나 떨어져 있습니다.
 
  베텔기우스가 폭발하더라도 그 밝기는 보름달보다 조금 어두운 정도…. 제2의 태양처럼 거창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베텔기우스의 폭발은 지구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베텔기우스에서 발생하는 감마선은 지구에까지 이를 테니까요. 하지만 그 양은 태양에서 발생하는 것과 비교되지 않습니다. 대기권이나 오존층에 아주 약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사실상 영향은 0에 가깝습니다.
 
  베텔게우스가 폭발한다면 지구에는 영향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가령 보름달이 두 개가 된다면 그만큼 밤은 더 밝아질 것입니다. 생태계에 영향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지구에 도착하는 감마선이 아주 조금이나마 늘어난다면 지구의 에너지 총량에도 약간은 영향을 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로 인해 인류 멸망이 발생할까요?
 
 
  성경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났을 때 하늘에는 밝은 별이 나타나 동방 박사들을 인도했다 합니다. 이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는 접어두고, 이처럼 옛 이야기, 또는 역사 속에 소개되는 ‘기묘하게 밝은 별’은 신성이나 초신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사상 중요한 인물의 탄생과 관련하여 이런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단순한 전설일 가능성을 제외하더라도 인류 역사상 초신성 폭발을 목격한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동방박사를 인도한 별이 혜성인지 초신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꼭 멸망을 불러온다는 얘기는 아니다. ]
 
  초신성이 폭발할 때마다 인류 종말의 위기가 찾아온다면, 이미 인류는 몇 번이고 종말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있습니다. 1999년 멸망설을 믿다 죽은 이들에겐 우리는 이미 죽은 존재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와 관계없이 인류의 역사는 끊어지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됩니다.

  가까운 장래. 정말로 인류를 위협할만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태양 폭풍이나 베텔기우스의 폭발은 인류를 멸망시킬만한 요인은 아닙니다. 그것이 인류에게 시련을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 인류의 역사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2012년 종말론이 아닌 다른 무언가의 종말론이 탄생하겠지요.
 

  1910년 5월 18일 헬리혜성이 지구 근처에 접근하였고, 지구는 혜성의 꼬리를 지나갔습니다. 사람들은 동포에 떨며 지구를 탈출해야 한다는 둥, 혜성이 지나가는 동안 숨을 참고 있어야 한다는 둥 소동을 부렸지만, 정작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종결되었습니다.
 

[ 1910년 프랑스에서 나온 엽서 ]
 
  하지만 그날을 앞두고 숨을 참는 동안 마시기 위한 자전거 튜브가 동이 났고, 혜성의 기운을 막아준다는 신비(?)한 반지나 목걸이 같은 게 여기저기서 인기를 끌곤 했지요. 물론, 혜성이 찾아왔을 때 살아남기 위한 비결을 담은 책자 역시 수없이 나왔다고 합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종말론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종말론이 존재하는 한, 이를 이용해서 이익을 보는 이들도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2012년을 앞두고, 수많은 뉴에이지 작가들이 전문가를 자칭하며 무수한 책을 내놓습니다. 여기에는 온갖 종류의 ‘멸망할거다.’라는 얘기가 넘쳐나지요. 하지만, 그런 책을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정말로 멸망한다면 그런 책을 아무리 봐야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시간과 돈 낭비일 뿐이지요.
 

[ '생존용 벙커 만들기' 방법을 소개하는 온라인 상점. 이런 상점을 무수히 찾을 수 있다. ]

  한편, 생존을 도와준다는 도구를 파는 이들도 많습니다. 자칭 초능력자들은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는 유리 조각이나 도자기를 파느라 열중하며 심지어 해탈을 도와준다는 기술을 가르치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심지어는 자살을 준비하는 단체들도 눈에 띕니다.
 
  이 모든 것이 1910년, 1987년, 1999년 등을 앞두고 벌어진 일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자칭 예언자들의 말에 현혹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여담) 사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언론 탓도 있습니다. 언론에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눈길을 끄는 방향으로 떠들어대기 때문이지요.
  
이를테면 베텔기우스의 초신성 폭발과 관련된 내용에서도 학자는 ‘가까운 장래’라고 이야기하고 있을 뿐 정확하게 언제라고 이야기한 일이 없습니다. 더욱이 베텔기우스가 폭발하더라도 달 정도의 밝기 밖에는 되지 않으리라는 의견이 대부분… 2012년이라고 하면서 태양이 2개 뜬다고 표현하는 언론이 아니라면 이 사실은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베텔기우스의 초신성 폭발이 정말로 가까운 장래에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수백, 수 천 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우주쇼이니까요. 하늘에 달이 2개 뜬 듯한 장관, 어쩌면 낮에도 보일지도 모르는 초신성 폭발을 내 일생에 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정말로 행운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