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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과 도시전설

이집트 비행기? 사카라 새의 미스터리(Mysteries of Egypt Saqqara Bird)

  1898년 이집트의 사카라(Saqqara) 마을 근처에서 한 무덤이 발굴되었습니다.


  그 무덤에는 기묘한 형상의 조각상이 있었는데, 그 조각상이 있는 벽에는 ‘하늘을 날고 싶다.’라는 말이 있었다고 하지요.



  이 새 모양의 조각상은 카이로 박물관에서 전시되었지만,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라고 합니다. 한 이집트 학자가 이것을 다시 살펴보기 전까지는.


  이 새 모양의 조각상이 실제의 새와는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한 그는 이것이 혹시 글라이더의 모형이 아닌가 하고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의 상상을 자극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 새 모양의 조각상의 꼬리 부분이 새처럼 평평하지 않고 수직으로 세워져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그는 모형을 바탕으로 새로 만들어서 풍동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사카라의 새’ 모형은 훌륭하게 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 카이로 박물관에서는 한때 이 모형을 글라이더의 모형이라고 하여 전시했고, 수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고대인들이 지금보다도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초고대 문명설), 또는 외계인들이 인류에게 비행 지식을 가르쳐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외계인 문명설)도 있었지요.


  그리하여 사카라의 새 모형은 파라과이 근처에서 발견된 황금의 조각상과 함께 고대 문명이 비행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졌습니다…라는 것이 앞서 말한 두 부류의 분들이 주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카라의 새 모형은 훌륭한 글라이더이며 이집트인들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왜 무덤의 주인은 “하늘을 날았다.”나 “하늘을 날 수 있다.”라고 쓰지 않고, “하늘을 날고 싶다.”라고 썼을까요? 일부 사람들의 주장대로 사카라의 새 모형이 항공 역학적으로 완벽해서 하늘을 날 수 있었다면, 그리고 확대해도 날 수 있을 것이라면 그가 더 큰 모형을 만들어 날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예산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대형의 ‘사카라 새’를 만드는 것은 많은 돈이 들어갈 테니까요.


  하지만 파라오나 귀족이었다면 어떨까요? 신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에 그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사카라 새 모형이 정말로 하늘을 멋지게 날아 보였다면, 아마도 그들은 제작자에게 투자하여 사람이 타고날 수 있는(최소한 무덤에서 발견된 것보다는 훨씬 큰) 모형을 만들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를 개발한 무덤의 주인이 맨 처음 시험 비행을 해 봤을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하늘을 날고 싶다.”라고 쓸 필요는 없었겠지요.


  또는 외계인이 그에게 항공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면, 실제로 비행기나 비행접시에 태워 보여주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소한 비행기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경우에도 그는 ‘하늘을 날았다.’라고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었겠지요. 그런데 왜 그는?



  정답은 매우 가까운 데에 있습니다. 사실 ‘사카라의 새 모형’은 -적어도 무덤에서 발견된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었던 것이지요.


  다음은 실제로 발굴 직후에 찍었다는 ‘사카라의 새 모형’ 사진입니다.




  어딘지 비행기를 닮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발굴 당시의 사진만을 보면 뭔가 삐딱하니 별로 좋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눈 같은 걸 빼면 비행기처럼 안 보이는 것도 아니지요.


  그렇다면 이것은 하늘을 날 수 있을까요? 히스토리 채널의 풍동실험 내용을 살펴보면 이대로는 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해도 뒤가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걸 모형으로 만들어 던진다면 획 뒤집혀서 떨어져 버릴 것 같습니다.


[ 풍동 실험 결과. 아무리 해도 꼬리 부분이 가라앉는다. (히스토리 채널) ]


  이에 대해 몇몇 이들은 뒷부분에 무언가 떨어져 나간 흔적을 예로 들며 수평 꼬리 날개가 있었으리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듣고보면 그런 것도 같습니다. 해당 무덤에서 꼬리 날개로 해당하는 게 없는데다 앞날개는 날개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게끔 홈이 파여 있지만, 꼬리 날개 쪽은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하도록 하겠습니다.



[ 꼬리 쪽에 뭔가 파인 흔적. 여기에 꼬리 날개가 달리지 않았을까? (히스토리 채널) ]


  그렇게 꼬리 날개를 달아서 풍동 실험을 진행하니... 이게 왠일입니까? 꼬리 부분이 가라앉지 않고 수평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오, 그렇다면 이 사카라의 새 모형은 실제로 하늘을 날 수 있겠군요...


  그런데 글라이더 제작자인 마틴 그레고리(Martin Gregorie)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사카라의 새 모형은 날 수 없다.”라고 말이지요. 그가 실험한 내용을 보면 히스토리 채널에서 실험한 것과 비슷한 모형을 갖고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히스토리 채널에서는 ‘날 수 있다.’라고 하는 반면, 마틴 그레고리는 ‘날 수 없다.’라고 합니다. 어디에서 이런 오류가 생기는 것일까요?


[ 마틴 그레고리가 제작한 사카라의 새 모형의 모형 ( copyright Martin Gregorie ) ]


  간단합니다. 히스토리 채널의 실험에는 한 가지 큰 오류가 있었습니다. 바로 ‘모형을 실제로 날려보지 않았다.’라는 점입니다. 풍동실험 당시 사카라의 새 모형은 천정에 매달린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앞에서는 강한 바람을 보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것이 ‘글라이더로서 쓸 만한지’ 알 수 없습니다. 단지 날개에 바람을 보내면 양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정말로 사카라의 새 모형이 글라이더처럼 날 수 있는지 알려면 풍동 실험보다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던져 보는 거죠. 종이 비행기를 시험하듯 말입니다. 히스토리 채널에선, 그리고 ‘사카라 새 모형이 날 수 있다.’라고 주장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앞에서 바람을 부니까 양력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 사카라 새 모형은 날 수 있다.’라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풍동 실험에서 양력 발생’이 곧 ‘비행’은 될 수 없습니다. 양력은 위가 둥글고 아래가 편편한 물건은 모두 발생합니다. 이를테면 자동차가 빨리 달리면 양력이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자동차가 하늘을 날 수 있나요? 아주 빨리 달리면 공중으로 약간 떠오를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비행’은 아니지요.

  얇은 종이를 손에 들고 바람을 불면 종이는 위로 떠오릅니다. 초보적인 풍동실험이죠. 그렇다면 종이는 글라이더처럼 작동할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얇은 종이를 던지면 그것은 비행기처럼 안정적으로 날아가지 않거든요.


  사카라의 새 모형에서는 분명히 양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날개 모양을 볼 때 위가 둥글고 아래가 편편한 구조니까요. 하지만 그것과 사카라 새 모형이 글라이더처럼 안정적으로 날아가는 것은 다릅니다.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던져 보면 잘 날아가는 것과 잘 날아가지 않는 게 있습니다. 양력이 발생하더라도 무게 중심이나 적절한 무게, 날개 크기, 좌우의 균형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적절하게 맞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카라의 새 모형은 어떨까요?


  마틴 그레고리의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꼬리 날개가 없으면 날개를 중심으로 뒤로 빙글빙글 돌다가 떨어진다.

2. 꼬리 날개를 달면 빨리 떠올랐다가 바로 추락한다. (종이비행기에서 무게에 비하여 양력이 지나치게 클 때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양력이 많이 발생했다기보다는 종이비행기가 너무 가벼워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 앞서 빙글빙글 도는 것도 결국 비슷한 현상이다. 이를 막고자 꼬리 날개를 달아봐야 소용없다는 뜻.)

3. 꼬리 날개를 달고 무게 추를 달면 조금 날다가 떨어진다. 마치 비행기라기보다는 벽돌에 날개를 단 느낌.


참고 : http://www.catchpenny.org/birdtest.html


[ 마틴 그레고리가 실험한 여러 크기의 꼬리 날개. 하지만 어느 쪽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 copyright Martin Gregorie ) ]

  다시 말해 사카라의 새 모형을 만들어 날려 보았을 때, 제대로 날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양력은 발생하지만, 글라이더로서는 균형이나 무게나 여러 가지 면에서 좋지 않다는 것이지요.


  위의 현상을 잘 보면, 사카라의 새 모형은 일단 너무 가볍고, 항력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게 추를 달지 않으면 위로 솟구쳤다가 떨어져 버리고, 무게 추를 달면 아주 약간 날다가 항력으로 인해서 금방 떨어져 버리는 것이지요.


  물론 이를 제가 직접 실험하지는 않았기에 무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껏 발명 수업 등으로 이런 저런 비행기나 글라이더를 만져보고 실험한 느낌에서 억측하자면 마틴 그레고리의 실험 결과가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사카라 새 모형의 무게는 –꼬리 날개나 무게추를 달지 않으면- 39.12g, 날개의 폭은 18cm. 이대로는 너무 가볍습니다. 게다가 모양을 보면 날개가 너무 앞에 있어서 무게 중심이 맞지 않게 생겼습니다.(동체의 앞쪽이 뚱뚱한 만큼 더욱) 동체는 너무 뚱뚱한데다 날개는 지나치게 두꺼워서 항력이 많이 발생하게 생겼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글라이더로는 뭔가 어색한 느낌이라는 것이지요.



  어찌되었든 마틴 그레고리의 실험 결과가 타당하다면 사카라 새 모형은 적어도 그 자체로서는 글라이더의 모형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그렇다면 사카라의 새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무덤의 주인이 고대의 항공 기술자라서 비행기 모형을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새의 눈이나 입 같은 부분은 그냥 장식이었겠지요. 하지만 “하늘을 날고 싶다.”라는 표현 그대로 사카라의 새가 하늘을 날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무덤에까지 보관된 새 모형과 ‘날고 싶다.’라는 메시지는 그런 그의 비탄을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많은 학자가 생각하듯 장난감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실제 이집트 무덤에는 장난감이 꽤 많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내세의 삶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즐거움도 필요하니까요. 또는 일부 학자들이 과감하게 제시하듯, 풍향계 같은 것의 조각일지도 모르지요. 앞서 보았듯 하늘을 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도구지만, 매달리거나 고정된 채로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풍향을 알려주는 데는 꽤 괜찮은 물건이니까요. 꼬리 부분이 수직으로 세워진 것은 그런 점에서도 더 좋을 것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사카라 새 모형에는 구멍이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사카라의 새는 –그것이 항공 역학적으로 그다지 좋은 물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른바 오파츠는 아닙니다. 초고대문명의 증거도, 외계인이 지구에 내려왔다는 흔적도 되지 않습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충분히 만들 수 있었고 나름대로 쓸 수 있는 물건이었지요. (* 오파츠 – 그 시대에는 존재할 수 없는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유물이나 그 시대에는 존재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공룡시대의 로마인 발자국이나 크리스탈 해골 등을 오파츠라고 부르지만, 고고학계에서 진실로 오파츠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설사 사카라의 새가 정말로 글라이더의 모형이고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해도 이것이 오파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의 이집트엔 사카라의 새를 거대하게 만들어서 하늘로 띄울 수 있는 공예 기술은 없었겠지만, 설사 그런 기술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외계인이나 우리 문명보다 뛰어난 어떤 것은 아니니까요. 어디까지나 당시 이집트인이 만들 수 있는 정도지요.


  물론 ‘사카라의 새’를 초고대문명이나 외계인의 유산이라 생각하며 상상을 키워나가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자에겐 엄청나게 흥미로운 소재이며, 이를 통해서 고대인들의 이야기를 다른 관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저는 도리어 이런 이야기나 음모론 등을 열심히 보고 즐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창작자라면 말이죠.


  하지만 ‘초고대 문명의 유산인 사카라의 새’를 창작 소재로 사용하는 것과 고고학에서 이를 비행기 모형이나 초고대 문명의 유산으로 받아들이며 그런 이야기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비판하며 생각하는 습관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소재가 있어도 여기서 상상력을 키워낼 수는 없는 법이지요. 그런 얘기를 그대로 받아들여봐야 고작 외계인의 문명을 노리고 싸우는 비밀 조직이니 초고대 문명의 유산을 노리는 비밀 조직 같은, [스프리건]이나 [엑스파일] 같은 작품의 짝퉁 정도 밖에는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초고대 문명설이나 외계 문명설은 창작자에게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그것을 무조건 따르고 고개를 끄덕이기보다는 이들을 바탕으로 더 넓고 다채로운 상상을 해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한때 카이로 박물관에서 ‘글라이더의 모형’이라고 공개했던 사카라의 새 모형은 이후 그 내용이 빠져버렸고 현재는 전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시품을 계속 교체하는 건 어느 박물관이나 마찬가지지만, 카이로 박물관은 특히 많은 전시품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카이로에 가봐야 볼 수 없지만, 사카라의 새 사진을 보며 한 번쯤 상상해 봅시다. 오랜 옛날 이집트에서 ‘하늘을 날고 싶다.’라는 열망으로 평생을 바쳤던 사람이 있었다고…. 고대 이집트의 풍경 속에서 이런저런 실험을 반복하며 고민하는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의 이야기만으로도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그가 남긴 문헌을 우연히 먼 훗날의 발명가(이를테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발견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로 완성했다면 어떨까요? 어찌 생각하면 이는 외계인 문명설이나 초거대 문명설보다도 매력적인 작품(이를테면 대체역사)의 소재가 될 수 없을 겁니다.


  외계인 문명설과 초거대 문명설이 매력적이라면 무조건 한쪽으로 몰아버리기보다는 이를 뒤섞어 보는 것도 좋겠지요. 하늘을 나는 외계인의 침략 병기에 맞서 하늘을 나는 도구로 대항하려는 이집트의 기술자. 그리고 그의 시도는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고….

  

  이편이 모든 것을 고대의 초문명으로, 또는 모든 것을 외계의 방문자로 몰아버리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다채로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