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이야기 2012. 5. 1. 23:37

광선과 캡슐? : 작품으로 살펴보는 SF 전쟁의 역사
- 기동전사 건담과 1년 전쟁 이야기 -


GM, 전쟁의, 전쟁에 의한, 그리고 전쟁을 위한 병기




  우주세기 0079년 초. 지구에서 가장 먼 우주도시 사이트 3이 지온공국이라는 이름 아래 지구 연방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군을 일으켰다.


  스페이스 노이드에 대한 차별과 착취에 반대한다는 것을 이유로 시작된 이 전쟁은 그 해 말에 이르러 지온공국을 이끌던 자비가의 일원들이 사라지면서 지온 측의 항복으로 종결되었지만, 후일 1년 전쟁이라 불리게 되는 이 전쟁 과정에서 연방에 비해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세력을 가진 지온군이 그 기간 대부분에 걸쳐 전쟁을 주도했다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인 기억을 남겨주고 있다.


  루움 전투 이후 기적적으로 탈출한 연방의 레빌 장군이 “지온에는 군사가 없다.”라고 선언했듯, 지온이 연방에 비해 유리한 점은 없었다. 우선 경제력에서 뒤지는 그들은 인구조차 충분하지 않았고, 그나마 쓸만한 인재들조차 ‘자비 가문’이라는 독재 정권 아래 적재 적소에 투입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온군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모빌슈트라는 병기를 동원한 기습 전술로 연방군의 허를 찔렀고, 루움 전투에서 연방군 함대를 괴멸시키는 등 연전연승을 거두는 등 선전할 수 있었다.


  남극 조약이 본래는 항복 선언이라는 소문처럼, 당시 전황은 연방군에게 그다지 좋다고 볼 수 없었다. 루움 전투에서 함대 대부분을 잃어버린 연방군은 지온군의 연이은 지구 강하 작전을 방관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지구도 상당 부분 지온군에 빼앗긴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연방군이 지온에 비해 막대한 세력을 갖고 있었던 것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연방군이 최종적으로 승리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보는 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마스 드라이버에 의한 지상 포격과 소행성 충돌에 비길만한 우주 콜로니의 연이은 충돌(브리티쉬 작전)에 이어 루움 전투로 막대한 물적, 인적 손실을 본 연방군이 북미 대륙 등 지구 각지를 빼앗긴 상황에서도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지온을 몰아내고 최종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 것에는 무언가 특이할 만한 요인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연방군은 어째서 괴멸적인 타격을 받은 지 불과 수개월 만에 거의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일까? 그것도 영토 상당 부분을 빼앗기고 군대가 사실상 괴멸한 상태에서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연방군의 주력 병기이자, -지온군의 모빌슈트와는 달리- 역사상 최초로 ‘전쟁을 위한 목적으로 개발, 생산된 모빌슈트’인 짐(GM)의 존재가 있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 연방군의 주력 모빌슈트인 GM. 이 투박한 병기가 전쟁의 양상을 바꾸었다. >


  모빌슈트라고 하면 건담 아니면 자쿠를 떠올리듯, 모빌슈트를 좋아하는 밀리터리 팬들에게 있어 GM은 그다지 좋은 병기라고 할 수 없다.


  아무로 레이라는 영웅적인 뉴타입의 활약으로 잘 알려진 건담을 그야말로 최대한 단순화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디자인은 투박하기 이를 데 없고, 지상전이건 우주전이건, 또는 수중전이건 어중간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 전투력, 게다가 개량형들마저 -팬이라도 되지 않는 한- 뭐가 뭔지 구분할 수 없는 단순한 외모에 이르면, 간단히 말해 ‘멋대가리 없다.’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기종이 된다.



< 건담과 GM 개발의 주역인 템 레이 박사. 영웅 아므로 레이의 부친이기도 했던 그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연방군의 모빌슈트 계획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


  게다가 병기로서의 GM이 탁월한 성능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투입 당시 지온군의 주력이었다는 자쿠보다 성능이 앞선 기종이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월등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고, 자쿠 이후에 개발된 다양한 기종들에 비하면 도리어 성능이 떨어지는 점은 ‘주력 병기’라고 부르기에 부끄러울 정도였다고 해도 좋다.


  여기에 루움 전투 등으로 숙련된 파일럿을 대부분 잃어버린 상황에서 나오는 승무원들의 경험 부족으로 GM이 투입된 당시 최소 3대 1 이상의 우위에 서지 않는 한 지온군 쪽이 우세한 현실을 낳고 말았다.


  이는 20세기에 벌어진 제 2 차 세계 대전 당시, 아메리카 공화국의 셔먼 전차가 5대 1 이상의 우위에 서지 않는 한 나치의 티이거 전차와 대결하지 않았던 상황과 비교될만한 상황이었고, ‘신형’이라고 투입된 GM이 때로는 자쿠에게도 유린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연방군의 수많은 장병들은 군 상층부에 대해 불신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 지온군의 주력병기 자쿠. 이 기종은 전쟁 말기까지 널리 생산, 사용되었다. >


  그러나 자쿠에 비해서는 분명히 뛰어난 성능을 가진 GM이 특히 베테랑 조종사들에게 혹평을 받은 것은 GM이 본래 모빌슈트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를 위해 만든 기종이었기 때문이다.


  GM은 다양한 시스템을 자동화하여 누구나 쉽게 조종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자동차를 기준으로 한다면 GM은 자동 기어를 가진 차량인 셈이고, 지온군의 모빌슈트는 수동 기어 차량이라고 할까?


  분명 자동 시스템은 편리하지만, 그 한계가 존재한다. 자동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정해진 환경에서 최선을 발휘할 뿐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자동 기어가 등장한 이래 많은 발전을 거듭하면서도 경주용 자동차를 비롯한 고급 차량들은 수동 기어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모두 그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GM은 초보자를 너무 중시한 나머지 베테랑에 대한 배려가 전혀 되지 않았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의 조종 밖에 못한 신참이나 베테랑이나 별 차이가 없는, 개성 없는 기종이 되고 말았다. (이 점은 GM 스나이퍼 등 개량형에서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지온군의 기종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었다.)


  이는 지온군 쪽에는 수많은 에이스들이 존재하는 반면, 연방에서는 -건담이라는 특별한 기종을 조종한 아무로 레이나, ‘춤추는 검은 사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리드 울프 정도를 빼면- 이른바 에이스, 또는 영웅이라고 알려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붉은 혜성이나 푸른 거성 등 수많은 에이스를 내세웠던 지온군이 그들 조종사들의 요구에 맞추어 속칭 ‘전용 기종’을 만들어 주었던 것과는 달리 연방군에서는 건담 외 일부 뉴타입 실험기를 제외하면 ‘전용’은 존재하지 않았고, 이런 점 역시 베테랑 조종사들의 불만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GM이 연방군 승리의 주역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순되는 말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GM이 사병들의 불만을 사는 병기였다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종사는 싫어해도 병기로서는 탁월한’ 기종이었다는 말이다.


  당시 활동했던 기술 사관의 말에 따르면 GM은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병기"이다.


 

< 개전 이전부터 사용된 건탱크. 모빌슈트 개발을 위한 연방군의 노력의 결정체이기도 했지만, 모빌슈트 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


  건담 등의 실험기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생략하여 만들어낸 GM은 그 투박한 디자인만큼 내부 구조 또한 단순하며 속이 비었다고 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이렇듯 단순하고 넉넉한 구조는 대량 생산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수리하기도 쉽고, 그만큼 고장도 잘 나지 않는다.


  대량 생산을 위해 성능보다는 안정성을 택한 GM은 본래의 성능을 어느 정도 억제한 만큼 모든 부분에 여유가 있는데다 넉넉한 내부 구조로 인해 기술자가 만지기도 편하다.


< GM 스나이퍼 II. 상급자를 위해 개발한 이 기종은 GM의 기본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처음 GM이 도입된 이래 얼마 안 되는 시간만에 GM 코만도나 GM 스나이퍼 등 개량형이 간단히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 할 것이다. (당시 소문에 따르면 일부 기술 장교들은 그들 나름대로 GM을 개조해서 다양한 개량형을 만들어냈다고 하는데, 어찌 보면 군법 회의를 받을지도 모르는 이런 일로 인해 GM은 -개인적인 개조를 포함하면- 가장 단시간 내에 가장 많은 개량형을 가진 베스트셀러 병기로 성장했다.)


  게다가 이들 개량형의 GM은 본래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만큼 생산 공정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것은 지온군이 기존의 생산 공정을 쉽게 바꾸지 못해서 전쟁 말기까지도 자쿠를 계속 생산한 것과 대비된다.)


  단순한 조종 시스템은 모빌슈트의 대량 생산에 필요한 ‘대량의 조종사’를 빠른 시간 내에 확충할 수 있다는 이점을 주었다. 게다가 GM의 조종 시스템은 파생형에 관계없이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기에 신형이 나오더라도 익숙해지기 쉬웠다.


  이 역시 지온군 조종사들이 구형의 조종 시스템에 익숙해진 나머지 신형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실과는 대비되는 점으로서 연방군의 우위를 확고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GM은 대량 생산이 쉽고, 개조나 개량 작업, 그리고 수리가 쉬운 만큼 운용도 편리한 병기이며 누구나 쉽게 조종할 수 있는 기종이다. 때문에 군사 전문가들은 GM을 2차 대전 당시 아메리카군이 사용한 셔먼 전차에 비교하곤 한다.


  물론 셔먼 전차가 티이거에 1대 1로 상대가 되지 않았듯, GM역시 지온군의 신형 모빌슈트에 1대 1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조종사들에게는 불리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연방군 조종사의 생존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짧은 기간의 훈련만으로 적응할 수 있는 GM의 조종 시스템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점과 함께 연방군이 GM을 대량으로 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져왔고, 결국 1년 전쟁을 불과 1년 만에 종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점에서 “GM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병기”이며 “장군들을 위한 병기”라고 해야 할까?



  만일 일부 밀리터리 팬들의 주장처럼 연방군이 “건담”이라는 기종에 집착하여 이 병기의 대량 생산을 추구했다면 과연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일부 기록에 따르면 “건담” 역시 소규모이긴 하지만 양산되어 실전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 실험용 모빌슈트 건담. GM에 비해 성능은 탁월했지만, 양산에 문제가 있었다. >


  그랬다면 -사병들의 바램대로- 연방군에서도 아무로 레이 이외의 많은 에이스들이 나왔으리라. 


  게다가 지온군처럼 매우 다채로운 모빌슈트가 등장했을 수도 있다.  (이것은 GM 이전의 모빌슈트인 건탱크, 건캐논, 건담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 만큼 연방군에도 GM 이외의 인기 모델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전쟁은 길어질 것이고, 더 많은 병사들이, 그리고 더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될 수 밖에 없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GM은 “연방에 승리를 가져다 둔 병기”일 뿐만 아니라, 1년 전쟁을 1년 전쟁으로 끝낼 수 있었던(그보다 길어지지 않고 끝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비록 -과거의 셔먼이 그랬듯- 후세의 밀리터리 팬에게 인기 있는 모델을 될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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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선과 캡슐은 '총과 버터'라는 이름으로 모 잡지에서 연재했던 전쟁 이야기의 SF 판입니다.


  SF 작품 속에서 나오는 전쟁이나 병기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의 설정이 옳은지 그른지는 지적하지 않고- 이야기하는거죠.


  그러니까... 그냥 도락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런 만큼 언제 또 쓸지는 전~~~~혀 모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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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Edit/Del  Reply 릿찡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토미노 유시유키가 꼴리는 대로 만들면서 기나긴 전설이 시작했지요

    2012.05.02 14:26 신고
    •  Addr  Edit/Del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스폰서의 뜻에 따라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는데... 그 것이 '리얼 로봇 전설'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물론 초반엔 인기가 없어서 조기 종결되었지만...

      2012.05.08 08:50 신고
  2.  Addr  Edit/Del  Reply spawn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humorbest&no=470265&page=1&keyfield=&keyword=&mn=&nk=%B5%BF%B9%B0%C0%C7%C7%C7&ouscrap_keyword=&ouscrap_no=&s_no=470265&member_kind
    엔하위키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항목의 5월 2일자에서 발췌한

    2012.05.03 23:01
  3.  Addr  Edit/Del  Reply spawn

    글입니다.

    2012.05.03 23:01
  4.  Addr  Edit/Del  Reply 좀비헝크

    저는 자쿠보다도 짐을 굉장히 선호하는 편입니다. 건담보다도 짐만보면 우와 하고 감탄했을 정도니까요. 사람들이 왜 짐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짐이야말로 연방을 나타내주는 표상이나 마찬가지일텐데.. 연방의 거의 모든 양산 기체들은 짐의 후속기인데 왜 다들 짐을 싫어하는지. 항상 당하는 입장이라 싫어하는거라면 좀 안타깝습니다.
    저는 게임에서도 항상 짐 한두기는 빠지지 않고 썼고 항상 짐의 늠름한 모습을 볼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건담 시리즈에서 짐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2012.06.14 20:54
  5.  Addr  Edit/Del  Reply 좀비헝크

    전쟁의 목적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기는것이 목적이기 때문인지 연방군은 특별 전용기를 만들기보다는 특별기 만들 돈으로 신병들에게 줄 짐을 양산하는게 더 낫다고 본것 같습니다. 뭐랄까 사람을 도구 취급했다고나 할까요. 볼만 해도 그렇습니다 차라리 구세대 전투기 세이버피시를 양산했다면 오히려 대 모빌슈트전에서는 그나마 나은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세이버피시보다는 일단 써먹을 수 있는 볼을 양산함으로서 연방은 인간 몇 죽어나가는것보다는 압도적인 물량으로 전쟁의 판도를 뒤집는것을 원했던것 같습니다. 이건 뭐 싸고 조작이 간편해서 병사들 훈련시간이 적다고 2차 세계대전 항공전에 1차 세계대전때 쓰던 복엽기를 날려보낸 꼴이니...거함 거포주의에서 패배하고 그토록 징그럽게 싫어하던(스타더스트 메모리에서도 ms사양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령함이나 살라미스 개량형이 진수식에 나온것을 보면 ms경시 사상이 짙게 보입니다) ms를 나오게 했으니 여기에 돈 더 투자하기는 싫고 ms는 마련해줬으니 잘 싸워보라 이런식이 아니었을까. 연방군의 비 인간적인 처사는 꽤 많죠 자쿠한테 맞서 싸우라고 꼴랑 대 ms용 바주카 몇발 쥐어주고 막으라고 하고. 08ms 소대에서도 전장에서 사고는 흔히 있는일이 아닌가? 하고 병사들을 희생시키기도 하고. 참 잔혹한 면을 많이 부각시키고 되려 지온군을 미화시키는 모습이 보이는데 저로서는 둘다 똑같다고밖에. 전쟁에서 빨리 이기겠다고 콜로니에 독가스 뿌리고 그걸 낙하시키는 놈들이나.. 병사 희생시키는 놈들이나 윗대가리는 다 거기서 거기죠.

    2012.06.14 23:40
    •  Addr  Edit/Del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사실 건담의 설정에서 생각하자면, 모빌슈트는 무적이다 보니 모빌슈트 이외의 병기 생산은 하지 않지요.

      과학적으로 생각하자면 세이버 피시가 모빌슈트보다 우수할 가능성도 높지만, 그건 일단 생각하지 않는게 약속인 것 같습니다.

      2012.06.15 14:09 신고

SF 이야기/오늘의 추천SF 2012. 2. 22. 17:10

  2006년의 오늘 일본의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에서 개발한 적외선 천문위성 아카리가 발사되었습니다. 조명이나 작은 빛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아카리는 망원경의 방향을 바꾸면서 하늘을 핥듯이 관측하며 적외선으로 살펴본 우주의 지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아카리를 통해 우리는 은하의 기원과 진화의 비밀에 대해 조금 더 접근할 수 있었고, 태양계 밖의 행성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지요.

 
 아카리는 우주 저 먼곳의 비밀을 아주 조금이나마 우리에게 더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저 먼 곳 어딘가에는 우리 인간과는 다른 어떤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더하게 해 주었지요.

 
  그런데 정말로 그들이 우리를 찾아온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오늘의 추천작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마크로스는 20090222(바로 3년 전의 오늘) 진수식을 올린 우주 전함의 이름입니다. 19997의 달.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했다는 공포의 대왕 대신에 하늘에서 떨어진 이성인의 전함을 개조하여 완성된 함선이지요.

 
  이 전함의 존재는 인류에게 다른 지적 존재, 그것도 우리 인류보다 훨씬 기술이 발달한 지적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우주를 호기심이 아닌 두려움의 존재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고자 마크로스와 각종 우주 전함이 건조되었지요.

 
  우주로부터의 침략자에 대항해야 한다는 의식은 세계 정부의 출현으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이권을 다투는 인간의 통합 정부는 오랜 전쟁 끝에야 실현되었으니까요.

  그리고 2009222. 마크로스의 진수식에서 사건을 발생합니다. 마크로스, 정확히는 그들의 적국인 감찰군의 함선을 추적한 이성인 젠트러디의 전함이 지구로 다가온 것입니다. 마크로스는 갑자기 작동하여 주포로 전함들을 날려버립니다. 이는 감찰군이 남겨놓은 부비트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인류가 이성인에게 먼저 선제공격을 한 결과가 된 겁니다.

 
 렇게 시작된 마크로스의 이야기는 SF와 애니메이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로보테크라는 이름으로 -여러 다른 작품과 뒤섞여 괴상하게 재편집되긴 했지만- 호평받았으니까요.

 
<우주전함 야마토><기동전사 건담>과는 달리 SF와 애니메이션팬들로 구성된 '신세대' 제작진들이 만든 <초시공요새 마크로스>SF 만이 아니라 아이돌이나 러브 코미디 같은 당시의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던 문화를 잘 반영한 작품이었습니다. 훗날 가이낙스를 만드는 주역들인 야가마 히로시나 안노 히데아키 등도 대거 참여한 이 작품은, 말하자면 오타쿠 제작진들이 만든 첫 작품이라고 해도 좋았지요.

 
자연히 그들 사이에선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만들자.”라는 분위기가 넘쳐났고,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SF로서의 마크로스는 이성인과의 첫 번째 만남(퍼스트 콘택트)을 다룬 동시에 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전쟁물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전쟁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도 특징이며, 이야기 전반에서 문화라는 것이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도 기존의 우주 전쟁물과는 차별화된 작품이지요.

 
설정이나 영상 측면에서의 마크로스는 기존의 로봇 애니메이션과도 다른 측면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리얼 로봇이라는 흐름에 충실한 작품이었던 것이지요.

 
마크로스는 길이 1.2km의 거대 전함이 로봇으로 변신하여 주먹을 날리는 슈퍼 로봇 같은 측면을 보여주면서도, 그 내면에는 당시로서는 가장 사실적이고 또한 밀리터리적인 메카들을 등장시킨 작품입니다.

 
리얼로봇의 효시라고도 할만한 <기동전사 건담>이 사람을 거대화시킨 슈퍼로봇이나 강화복의 연장선에 있다면, ‘마크로스의 병기들은 기존의 전차나 전투기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데스트로이어라 불리는 지상용 병기들의 디자인은 기존의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에서는 찾을 수 없는 혁신적이고 참신한 것이었지요.

[ 멕워리어 팬들에겐 '워해머'란 이름으로 친숙한 데스트로이어 토마호크. 지금보아도 매우 참신하고 사실적인 디자인이다. ]


  
그래서일까요? ‘마크로스의 메카 디자인은 미국에서도 호평 받아 FASA에서 무단으로 이용해서 자사의 제품인 배틀테크(메크워리어)’에 등장시키기에 이릅니다. 훗날 이 문제로 소송이 제기되었고 결국 FASA와의 사이에 화해가 진행되어 FASA에서 정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죠. (하지만 마크로스가 아닌 로보테크의 판권을 가진 골드하베스트의 소송 제기로 메크워리어 5’가 출시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한편으로 마크로스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미국에 받아들여지는 일련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마크로스SF팬이었던 제작진들의 ‘SF적인 리얼 추구라는 방향성에 의해 탄생한 작품으로서 한편으로 일본에서 SF가 대중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성인과의 최초의 만남과 교류, 그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문화나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 같은 SF적 소재에 그들이 생각하는 가능한 사실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도입하여 완성된 작품이니까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라는 작품은 기존의 작품에서 일탈한 새로운 흐름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젠트러디들이 지구인의 문화를 접하며 프로트컬쳐라고 외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지요.

 
비록 스탭들의 경험 부족이나 제작 단축과 연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특히 외주 작업의 품질이 매우 나빴다는 점도 겹쳐서), 분명히 일본의 애니메이션 역사, 그리고 SF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일 것입니다. 작품으로서의 특성이나 이 작품으로부터 파생된 여러 가지 작품의 존재, 그리고 이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제작자들의 존재를 생각해 보아도...

  그
런 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말고에 관계없이 한번 쯤 꼭 볼만한 작품입니다. 비록 80년대의 작화, 게다가 중간 중간의 외주 작업이 지금 보기에 아쉬울지도 모르겠지만...

  참고로 '마크로스'는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극장판으로도 유명한데, 우선은 TV판의 이야기를 먼저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여러가지 주제나 내용 면에서 극장판보다 TV판 쪽이 좀 더 충실하기 때문이죠. (극장판이 작화나 애니메이션으로서의 겉보기에 훨씬 좋다는 점도 있고요.^^)


여담) 개인적으로 마크로스의 이야기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첫 번째 접촉에서 문화라는 이질적인 존재에 굴복했던 이성인들이 다시금 반란을 일으키는 부분입니다. ‘나는 아군을 죽이는 캠진이라며 지구 측을 도왔던 캠진이 반란의 주역으로 그는 동료와 입맞춤을 하며 문화란 고작 이런거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지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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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야기/오늘의 추천SF 2012. 2. 17. 13:39

[ 루비박스에서 새로 번역된 엔더의 게임. 이 표지는 조금 문제가 있을까요? ^^ ]


  오늘은 이탈리아의 사상가인 조르다노 부르노가 카톨릭 교회에 의해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한 날이기도 하지만, 아파치 인디언의 투쟁 전사 제로니모가 사망한 날이기도 합니다.
  추장으로 잘못 알려진 그는 아파치 인디언의 샤먼 중 한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평화를 약속하고 뒤통수를 쳐서 그의 가족을 학살한 멕시코군의 만행은 그를 비롯한 수많은 전사를 게릴라 부대로 바꾸어 놓았지요.
  세계 역사 속에서 다른 민족이나 종족에 대한 만행은 끝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살인하지 말라”라는 계율을 지닌 모 종교에서조차 “이교도는 인간이 아니다.”라는 주장으로 학살을 정당화했으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오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이 떠오릅니다. 가볍게 보면 평범한 스페이스 오페라물 같고, 그래서 엄청난 두께에도 불구하고 쉽고 재미있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이 작품은, ‘게임’이나 ‘훈련’이라 생각하고 진행했던 전쟁이 실제의 싸움이었고, 그 결과 하나의 종족이 멸망하고 말았다는 사실에서 충격을 안겨줍니다.

  솔직히... 이 작품을 읽기까진 '외계인 학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적으로 등장하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죠. 이를테면 판타지 세계의 마왕 같은 존재들. 아니, 거의 초반 경험치용으로 날려 버리는 '슬라임' 같은 존재들에서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제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고 작품을 보는 눈을 넓혀주었습니다.
  휴고상과 네뷸라 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지만, 그런 기록보다도 작품을 보고 직접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은 작품입니다. 심지어 ‘결말’을 알고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엔더의 게임은 이성인의 침략이 벌어지는 지구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세계는 인류 존망을 건 싸움에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이들조차 이런 상황에서는 예외가 되지 못합니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아이들은 전투 학교를 통해 전사가 되고 이성인과의 싸움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주인공인 엔더인 것이지요.

  “엔더의 게임”은 엔더 시리즈의 첫 작품이지만, 한편으로 그 시리즈의 모든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10살도 안 되는 소년이 훈련소의 생활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그 안에서 엔더가 경험하는 수많은 체험과 감정은 

  “제노사이드”나 “엔더의 아이들” 같은 작품은 후일담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엔더의 게임”의 느낌을 더욱 충실하게 전해주며 만족감을 남겨줍니다. (‘종족의 학살자’인 엔더에게 씌워진 멍에와 이러한 죄를 조금이라도 씻고자 하는 엔더의 이야기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물론, 이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분들도 많겠습니다만...)

  “엔더의 게임”에 이어 휴고상, 네뷸러 상 등을 수상한 “사자의 대변인”은 조금 다릅니다. “제노사이드” 등의 작품이 “엔더의 게임”의 단순히 후일담에 가까운 것이라면, “사자의 대변인”은 엔더의 이야기로부터 수 천 년이 흐른 뒤에 벌어진 또 다른 지성인과의 접촉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엔더의 게임”이 독특한 색채의 우주 전쟁물이라면, “사자의 대변인”은 이성인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 인간 자신에 대해 다시 살펴보게 하는 사회파 SF라고 해도 좋겠군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새로 번역되어 나오지 않은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근래에는 5편인 “엔더의 그림자”가 소개되었습니다. “엔더의 그림자”에서는 엔더가 아닌 ‘엔더를 만난 소년’의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엔더의 게임”과 동일한 시간대를 배경으로, 엔더의 보좌관으로서 활약했던 ‘빈’의 눈으로 살펴본 엔더와 사회의 모습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지요.  엔더와는 달리 유전자 조작으로 지능을 얻게되었지만, 버려진 캐릭터라는 것이 좀 더 흥미롭습니다. 



  가능하면 “엔더의 게임”을 먼저 보고 보는 것이 더 만족을 느끼게 해 주겠지만, “엔더의 게임”을 보지 않았더라도 단독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엔더의 게임”처럼 뭔가 메시지를 느끼게 하기보다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스페이스 오페라(또는 밀리터리 SF)라고 보는 게 좋겠습니다. (엔더의 그림자란 제목 그대로, "엔더의 게임"을 읽은 이들에겐 '그림자' 같이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에 따라 평은 많이 갈리겠지만, “엔더 시리즈”에 대해서는 “엔더의 게임”과 “사자의 대변인”을 가장 높이 보고(사람에 따라선 “사자의 대변인”을 최고로 치고) 나머지 작품은 외전이나 후일담 정도로 불리곤 합니다.

  하지만, 다섯 작품 모두 만족감에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가벼운 전쟁물을 찾는 이라면 “엔더의 게임”보다도 “엔더의 그림자”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엔더의 게임”은 영화화될 예정입니다. <엑스맨 탄생:울버린>의 감독인 게빈 후드 감독이 맡는다고 하여 조금 의문시되긴 하지만(게다가 한번 무산된 일이 있었기에) 이 명작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요.


여담) 엔더의 게임과는 관계없지만, 작가인 오슨 스콧 카드가 쓴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원제:How to Write Science Fiction & Fantasy)”도 매우 좋은 책입니다. 특히 SF나 판타지 작품을 쓰려는 이들에게는, 그리고 그 같은 장르 세계관을 꾸미고 싶은 이들에겐 매우 좋은 지침서이지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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