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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 2011.05.31 11:45
총과 버터 - 역사의 전쟁
(Gun & Butter - War of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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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800년 전. 오논 강 상류에 세워진 거대한 제단에 한 사람의 사내가 하늘을 마주하고 서 있었다. 강인한 눈길의 그 청년... 아흔 아홉의 계단 아래 펼쳐진 평원, 일제히 나열한 십만의 정병을 바라보며 그는 횃불을 들어 올렸다.

  "징기스칸!"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서 시작된 파문은 어느새 십만의 환성으로 이어졌다. 언제까지고 계속되는 소리의 물결... 그것은 방대한 몽골 초원을 넘어 무한히 퍼져 나갔다. 그들이 정복한 세계... 그리고 앞으로


그들이 손에 넣을 광활한 세계를 향하여...


  그렇게 시작된 정복의 꿈. 역사상 가장 넓고도 강대했던 제국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때 수없이 많은 부족으로 갈라져 대결하던 초원의 전사들... 그들이 외치는 하나의 함성과 더불어...

[ 제단 위에서 그는 전 몽골의 칸으로 군림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 대몽골 제국. 역사상 그 누구도 이만한 제국을 세우지 못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푸른 늑대, 그 위대한 탄생
(* 흔히들 몽골을 한자로 몽고(蒙古)라고 부르지만, 이것은 프랑스를 불란서(佛蘭西), 러시아를 아라사(俄羅斯)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낡고 잘못된 표현이며, 중국에서 몽골을 낮추어 부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글에서는 몽골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 푸른 늑대와 흰 사슴의 전설 (원조비사 / Copyright © Koei All rights reserved ) ]

  방대한 유아시아 대륙의 북동쪽, 한족들이 자부심을 갖고 중원(中原)이라 부르는 영토를 지나 죽음의 세계 고비 사막을 넘어서면 세계의 끝까지 펼쳐진 드넓은 초원이 그들을 맞이한다.

  황량한 대지와 낮은 구릉. 사시사철 메마른 바람만이 부는 가운데 기대할 것이라고는 밤하늘의 별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 곳에서도 사람들의 역사는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소와 말, 양과 염소 만을 벗 삼아, 바람가는 대로, 그리고 별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던 이들... 어느 한 곳에 머무르는 일 없이 끝없는 초원 위를 떠도는 사람들...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몽골이라 불렀다.

[ 몽골인. 그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유목민에 지나지 않았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800년 전, 그들은 다 합쳐봐야 200만에 지나지 않았지만, 제각기 수많은 이름으로 나뉜 채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며 살아왔다. 소와 양에서부터 재물, 심지어 신부마저도 마음대로 빼앗으면서...

  문자조차 없이 그야말로 유목이라는 생활 속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에게도 전설, 그리고 신화는 존재하고 있었다. 푸른 늑대와 흰 사슴... 바로 몽골인의 위대한 역사를 시작한 두 신성한 존재의 이야기를...

  하지만, 12세기 당시, 그들은 불운한 운명에 놓여 있었다. 동족끼리... 그들은 싸움을 벌여야 했고 그렇게 해서까지 얻은 얼마 안 되는 땅과 재물은 당시 강대한 세력을 자랑하던 여진족의 금(金)... 그리고 그들에게 몰려 몽골로 들어온 잘래어 족에게 빼앗겨야 했다.

  게다가, 금의 책략으로 벌어진 타타르족과의 대결에서 패배함으로서 더욱 큰 재앙이 밀려오고 말았다. 한때 초원을 질주하던 그들은 이제 말을 버리고 숨었고 들판을 기어 다니며 들쥐를 잡아먹고 썩은 고기를 주워 먹어야 했다. 한 끼의 식사를 위해 형제를 내버리고 자식들을 팔아버리는 현실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들의 삶은 점차 고달픈 것으로 변해갔다.

[ 당초엔 불길하다 생각된 아이의 탄생에는 패자의 운명이 점쳐져 있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보르지긴 테무진... 후일 징기스칸이라는 이름 아래 위대한 제국을 수립한 그 사람은 바로 그런 세상에서 태어났다. 후일 위대한 이름을 얻게 되는 그곳, 몽골을 가로지르는 오논 강의 상류에서.

  사로잡은 타타르인 적장의 이름을 물려받은 아이. 오른손에 핏덩이를 쥐고 태어난 그 아이에겐 세계의 지배자가 되리라는 예언이 있었다고 하지만 당시엔 그 누구도 이런 예언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이다. 테무진이 태어나던 1167년, 여름이 시작되는 당시 몽골족은 그 수많은 종족 중에서 가장 수가 적고 또한 약한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축복과 더불어 태어난 소년, 테무진은 초원의 아이들이 그렇듯 또래 아이들과 더불어 초원을 달리며 세계를 배웠고, 자연을 통해 영혼과 육체를 키워나갔다. 강인한 전사인 예스게이. 그리고 현명한 정신을 가진 외삼촌 마메이의 도움을 받아... 그렇게 그는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미래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훌륭한 소년으로...


늑대의 첫 발걸음

[ 아버지인 예수게이의 사망. 이 사건으로 테무진의 운명은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늑대는 아직 어렸고 주변은 너무도 험난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가장으로서 독립하게 된 것은 그 만이 아니라 몽골족에 있어서도 불운한 일이었다.

  그것은 부친 예스게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시작되었다. 폭풍을 만나 헤매던 중 우연히 타타르인의 천막에서 휴식을 취하게 된 그는 길을 잃거나 굶주린 손님은 적과 동지를 가리지 않고 돕는다는 초원의 규율을 어긴 주인에 의해 독을 먹고 만 것이다. 어렵게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온 그였지만, 몸에 퍼진 독을 치료하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 안다의 맹세. 그것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고귀한 형제의 맹세였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당시 테무진의 나이는 열 살. 그리고 그 어린 나이에 가장으로서 독립한 그 앞에는 너무도 힘든 상황이 펼쳐졌다. 아직 한 가족조차 보호할 수 없는 그를 몽골족 만 오천 가구가 주인으로 받아들일 리는 없었고 어린 그에게 공손할 이는 아무도 없었기에.

  그럼에도 그는 용기를 갖고 가장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 함께 자라난 친구, 그리고 지금은 안다의 맹세를 통해 초원의 의형제라는 인연을 맺은 자무카의 격려를 통해서...

  두려움을 느낀 부족들이 보호를 바라며 떠나버리고 반란으로 인해 지도자로서의 자격까지 빼앗긴 상태에서도 테무진은 굴하지 않았다. 가장으로 그는 집안의 질서를 지키고자 했고 무엇보다 예스게이의 후계자로서 당당한 자세를 지켜야만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에게 도전할 뿐만 아니라 형제의 사냥감에 멋대로 손을 대기도 하는 배다른 형제, 벡터를 쏘아 죽여야만 했고, 이를 빌미로 그를 암살하려던 자들과 대결해야만 했다.

[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규율을 지키고자, 그는 이복 동생을 죽이고 만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가난뱅이들이나 손을 대는 들쥐나 마못을 잡아먹으면서도 그는 자신의 이름처럼 강철 같은 사나이로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위기 속에서 그는 동지를 만날 수 있었고, 오랜 약혼녀 보르테와의 혼인을 성사시키는 등 부족을 다시 규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랜 만에 만난 보르테는 아름다웠고, 예물로 가져온 검은 담비털은 더 없이 탐스러웠다. 테무진은 양 1000마리 값어치에 달한다는 그 털가죽을 아버지의 의형제였던 토그룰 칸의 환심을 샀다. 힘과 지혜를 입증하여 호감을 얻은 테무진은 토그룰 칸을 양부로 모셨다. 그리고 그의 휘하에서 테무진은 오랜 형제, 자무카와 재회하였다.

  어릴 때 함께 초원을 달렸고, 안다의 약속을 나누었던 자무카. 토그룰 칸의 도움으로 자다라트족의 족장 자리를 되찾게 된 그와의 재회는 단순히 개인적인 기쁨 이상의 가능성을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새로운 바람, 그리고 우정의 종말

  그렇게 테무진은 가능성을 얻게 되었지만, 동료들을 더하여 고작 5채의 집에 불과했던 그의 힘은 미약한 것이었다. 때문에 오랜 원한을 갚기 위해 밀려온 메르키드족의 습격자들 앞에서 그는 아내인 보르테의 손을 놓고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단 두 명의 부하와 아홉 필의 말. 테무진에게는 그것 밖에 없었지만, 복수의 일념은 그의 행보를 더욱 빠르게 했다. 6개월에 걸쳐 2천 5백의 병사를 규합한 그는 양부인 토그룰 칸, 그리고 안다 자무카의 군대와 합류하여 전진했다. 아내를 구하고 명예를 되찾겠다는 마음을 다지며...

[ 테무진과 자무카, 그리고 토그룰 칸은 말머리를 함께 하고 메르키드족을 공격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 토그룰 칸, 그리고 자무카에게 있어 그 전쟁은 사실 테무진과의 의리보다는 메르키드라는 기름진 먹이를 노릴 수 있는 기회였다. 테무진의 상황은 바로 이를 위한 명분을 제공해 주었으며, 특히 오래전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어머니를 첩으로 빼앗기는 굴욕을 겪어야만 했던 자무카는 개인적인 원한도 더하여 더욱 기세등등했다.)

  "돌진하라!"

  테무진의 신호와 함께 그의 부대는 상류의 산악 지역을 지나 적의 본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메르키드족이 혼란에 빠진 사이, 자무카와 토그룰 칸의 대군이 강을 넘어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수많은 천막이 불타오르는 가운데 메르키드 족은 처참하게 패배했고, 수많은 피난민들의 소음 속에서 테무진은 그의 사랑하는 여인, 보르테를 구출해 내었다.

  테무진, 그리고 자무카에 있어 진정한 대승으로 손에 넣은 영광,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를 통해 얻은 막대한 재물과 노예는 그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으며, 그것이 우정의 결과라는 것은 그들을 더욱 기쁘게 해 주었다. 두 번째 안다의 맹세, 그리고 그 후 함께 했던 시간은 그들의 우정을 더욱 굳게 만들어 주었다. 하나의 마음... 그것이 영원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 미소짓는 두 사람, 그러나, 둘 사이의 골은 점차 깊어져만 갔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계가 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이 그들에게 어떤 운명을 가져다 줄 지를...


동에서 서까지, 무한한 가능성을 향하여...

  그것은, 메르키드족 포로 처리에 대한 논쟁에서 시작되었다.

  "나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막지 않으며, 또한 나를 떠나는 모든 사람을 막지 않는다."

  아버지 예스게니가 그러했듯, 테무진은 모든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몽골에 사는 모든 이들이 하나의 부족이라 생각하는 그는, 한때 적이었던 이들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주었다. 작은 재물에서부터 노예에 이르기까지 그는 어느 것 하나 아낌없이 그리고 공평하게 분배하고자 노력했다. 재산이나 가축, 땅, 그리고 여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유를...

[ 테무진군. 이렇게 다채로운 깃발에서 알 수 있듯. 그의 군대는 많은 부족으로 구성되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그에게는 적도 아군도 존재하지 않았다. 한때 적이었던 존재와 아군이 있을 뿐. 날카로운 지혜로 그는 부하들의 공적과 과오를 정확하게 판단했고 상벌을 명확하게 했다.

  부하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심지어 자신의 말조차 마음대로 타도록 내어주는 그에게 있어 전통이라는 것은 관계가 없었다. 혈통도, 부족도, 그리고 신분도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 탁월한 지도자였던 자무카. 그는 전통에 집착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자무카는 달랐다. 자다라트 부족 족장의 아들, 다시 말해 높은 출신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항상 인식하고 있던 그는, 귀족과 노예가 존재하지 않고 부족도 존재하지 않는 몽골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 패권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질서를 바탕으로 자신의 부족을 강대하게 키우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전체의 칸(카칸)에 오르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그는 중원을 지배하는 금의 강대한 힘을 알고 있었다. 60만 대군이 군림하는 그 세계의 힘을. 몽고의 독립을, 그리고 통일을 바라지 않는 주변 세력의 위협을... 강자로서 자무카는 권력을 원하고 있었지만, 그로 인해 끝없는 전쟁이 펼쳐지는 것을 바라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대하면 자연적으로 따를 것이다."

  이러한 테무진의 생각은 자무카에게 있어 이단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었다. 우정으로서, 그들은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지만, 서로 상반된 견해를 가진 두 사람의 결별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둘의 동반 관계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계급에 따라 막사를 짓도록 하자는 자무카의 제안에 대해 테무진이 그와 함께 야영하기를 포기하고 행군을 계속하면서. 그리고 그런 그의 뒤를 자무카의 부하였던 이들이 따름으로서 두 사람의 결별은 결정적인 것이 되었다.

  주변의 유민들을 받아들이며, 그렇게 테무진의 세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몇 달 전 만 해도 다섯 채에 불과했던 영토에 수많은 이들이 몰려들고 수년에 걸쳐 그것은 5만 가구로 성장했다. 테무진의 키야트몽골족을 중심으로 몰려든 13개 부족. 그들은 테무진을 자신들의 칸, 테무진 칸으로 선출했다.

  만장일치의 민주적 방식에 의해 선출되는 칸,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상의 대표에 불과했다. 권력은 거의 없으며, 독립성이 강한 부족들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형태에 만족할 수 없었던 테무진은 절대적인 군주제를 위하여 보다 명확하고 확고한 체제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것은 형태나마 지켜지고 있던 자무카와의 우정을 완전히 깨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아내를 구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테무진이 자신과 결별을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휘하에 있던 많은 무리들을 데리고 간 것에 분노한 그는 테무진의 칸 선언을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테무진의 양부인 토그롤 칸이 테무진을 지지하고 있었기에 자무카는 테무진을 제거하겠다는 마음을 잠시 감출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그를 공격할 명분이 생기리라 생각하면서...


달란 발주트, 그 처참한 결별의 현장

[ 그것은 칭기스칸의 최악의 패전이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그것은 초원에서 흔한 말도둑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테무진의 막사에서 멀리 떨어진 사아리 대초원에서 발생한 그 사건은 추적자들의 화살에 맞은 말 도둑의 사망으로 간단히 종료되는 듯 했지만, 바로 그 말 도둑이 자무카의 이종사촌동생으로 친동생처럼 아끼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당시 그가 비무장 상태였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었다.

  "살인자를 양도하라."

  자무카의 요구는 지극히 간단했지만 그것은 결코 테무진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이기도 했다. 칸으로서 그는 자신의 추종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자무카가 바라고 있던 전쟁을 위한 구실이기도 했다.

  안다의 맹세는 깨어지고 둘은 군대를 이끌고 맞섰다. 몽골 고원 중심부의 달란 발주트에서 양 쪽을 합쳐 6만에 이르는 대군이 정면으로 격돌한 것이다. 아침에서 시작하여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는 격전, 그 격한 대결에서 보다 우수한 장비와 병력을 이끌고 있던 자무카는 시종일관 테무진의 군대를 압도하였고 저녁 무렵에는 그의 군대를 거의 포위하기 시작했다.

  사방의 활로가 막힌 상태에서 테무진은 험준한 산맥을 뚫고 겨우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태양처럼 솟아오르던 테무진, 그의 처참한 패전이 결정되는 순간... 그리고 그것은 테무진에 대한 자무카의 복수가 결정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삶아죽이기... 이것이야 말로 몽골 최악의 잔혹한 처벌이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산더미 같은 전리품을 수레에 쌓은 그는, 테무진의 포로 대부분의 목을 잘라 버렸고, 그 중 고급 장교들은 산채로 삶아 죽였다. 그것은 사람의 영혼이 피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몽골인에게 있어 혼백마저도 죽여 버리는 가장 처참하고도 끔찍한 처벌이었다.

  이제껏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잔혹한 처벌, 어쩌면 그것은 단순히 복수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자신의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형제 없이 자라났기에 인간의 정을 그리워하기도 했던 자무카, 테무진에게 분노하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그를 설득하고자 했던 그인 만큼, 이렇게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통해 의지를 다질 필요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것은 뛰어난 지도자였던 그의 단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혈통이라는 전통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테무진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는 겁을 먹지도 않았고 자무카를 증오하지도 않았다. 단지 자신의 실책을 괴로워하며 "다시는 패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을 뿐...


  달란 발주트. 그 처참한 전쟁의 결과는 테무진의 성장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고 말았다. 그의 세력은 자무카가 무시할 정도로(아니 달란 발주트에서 최후의 진격을 포기했듯 무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줄어들고 말았다. 모든 이들이 테무진의 종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신이 믿고 있었듯이 그에게는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패전 이후에도 변함없는 공정함과 정치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패기를 통해 그는 사람들을 포섭하였고 그의 세력은 나날이 커져 강대해져 갔다.
  적의 내분이나 자무카가 움직이지 않는 틈을 타서 더욱 강대한 세력을 키우는데 성공한 그는 왕칸으로 추대된 토그톨 칸과 함께 몽골 초원 제압에 나섰다. 타타르를 밀어내고 쥬치족을 장악하는가 하면 타이추트 족을 무너뜨리는 그의 거듭된 행보에 몽골의 수많은 부족들은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과거의 안다, 자무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달란 발주트에서의 완승 때문인지, 테무진의 재기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던 그이지만 근처의 타이추트족이 멸망한 사실은 테무진에 대한 자무카의 위기감을 높여주었다. 자무카는 타이추트 족의 생존자를 포섭하면서 반 테무진-왕칸 세력을 집결시켰다.

  "여진족으로부터 왕의 칭호를 받은 배신자." 왕칸과 테무진에 대한 증오심은 자무카를 중심으로 부족들을 뭉치게 했다.

  그리하여, 몽골 고원에서 이제껏 볼 수 없는 대 병력이 집결한 가운데, 그들의 대표자인 자무카는 구르 칸이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 수많은 부족들이 자발적으로 떠받드는 위대한 자... 자무카의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개혁과 전통... 대제국을 향하여...

  이렇게 자무카를 중심으로 한 대동맹군이 결성되는 순간, 본거지인 규렐큐 산하의 초원 지대에 머무르고 있던 테무진은 한 사내를 맞이하고 있었다. 동맹군에 속한 부족 출신 사내, 그는 테무진이 심어둔 첩자였다. 과거의 경험, 특히 달란 발주트에서의 패전을 바탕으로 첩보의 중요성을 깨달은 테무진은 몽골리아의 주요 부족에 첩자를 심어두었고 이를 통해 그는 자무카의 움직임을 거의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5만이 넘는 대군. 그것은 몽골에 인간이 살아간 이래 최대 규모의 병력이었고 이제껏 테무진이 상대한 그 어떤 적보다 강대한 세력이었다. 그리고 이를 지휘하는 것은 테무진 자신조차 참패했던 경험이 있는 탁월한 지휘관, 자무카였다.

  왕칸의 군을 포함하여 4만의 군세를 이끌고 있는 테무진. 그는 이 일생일대의 결전을 맞아 무엇보다도 신속한 기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목표는 코이텐 지역에 위치한 세 봉우리. 이를 얻기 위해 그는 알탄, 다리타이, 쿠차르에게 각각 2천의 병사를 주고 선발대로 진격하도록 명했다. 그들의 목적은 봉우리를 차지하고 아군의 주력 부대를 맞이하는 것.

  바람을 가르는 듯한 행군으로 그들은 세 봉우리를 점령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 그들 앞에 아추, 쿠투 등이 이끄는 자무카의 선봉이 다가오고 있었다.

[ 테무진의 군은 바람처럼 진격해 나갔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본대가 도착하기 전에는 절대로 적과 맞서지 말 것." 이것이 테무진의 명령이었지만, 그대로 두면 적의 선봉이 자신들에게 공세를 가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 그들은 밤이 다가온다는 것을 이용하여 크게 함성을 지르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자무카의 선봉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적과 대면하게 된 것을 우려하며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바로 그 순간 코이텐 전투의 승리는 왕칸-테무진 동맹 진영에 들어가고 말았다.

  더 많은 군대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빨리 이동할 필요가 있었지만, 자무카는 신속한 기동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눌러 앉고 말았다.
   그로부터 고지를 빼앗기 위해 거의 한달 간에 걸친 소규모 격전이 계속되었고 그때마다 번번이 손해를 보는 건 자무카 진영이었다. 높은 곳에 위치한 테무진 진영에서 여유 있게 대처하는 상황에서 낮은 곳의 자무카군은 결사적으로 봉우리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무너져야 했다. 그렇게 한 달 여의 대결 끝에 결전은 전개되었지만, 분열되고 지친데다 식량도 떨어져가는 자무카의 군세는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 왕칸의 우둔한 아들이었던 상쿤은 자무카의 계책에 말려들고 만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하지만, 탁월한 지도자이자 외교적 술책을 갖고 있는 자무카는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테무진의 성공을 의심하는 왕칸의 아들, 상쿤을 꼬드겨 왕칸과 테무진이 갈라서게 만들었고 이를 이용하여 한때 테무진을 무너뜨리기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테무진은 단순히 군의 숫자가 적다는 것을 비관하지 않고 그것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다.

  아니, 그것은 단순히 강한 군대 만은 아니었다. 과거의 패배가 군대의 질적 차이에서 나왔다고 생각한 그는 무조건 격렬하게 싸우는 야만족의 전사로서가 아니라 거대한 군대로서의 체제를 구축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 몽골의 군세. 그것은 로마 군단 이후 최초로 등장한 근대적이고 지극히 효율적인 전투 집단이였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체계화된 훈련, 그리고 실적과 실력에 근거한 확고한 계급 체제, 그리고 명확한 군율에 의해 구성되는 그의 군은 이제 더 이상 오합지졸의 떼거리 전사가 아니었다. 바로 훗날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몽골군. 몽골 기병대가 탄생한 것이다.

  그것은 동방 최초의 근대적인 군대였다. 만-천-백으로 내려오는 조직 구성은 현대식 부대 체계를 연상케 하고, 충실한 보급 체제와 장비, 그리고 체계적인 훈련에 의해 구성되는 그들은 로마 군대가 사라진 이래 최초로 등장하는 근대식 군대였다.


자무카, 그 최후의 전장

  왕칸과 상쿤이 쓰러지고, 테무진 칸의 위세는 계속되었다. 그에 맞서기 위해 자무카는 남은 세력들을 모두 집결시키는 한편, 강대한 나이만족과 손을 잡고 일어선다. 나이만 하나 만으로도 5만에 이르는 대군. 여기에 남은 부족들을 합쳐 7,8만에 이르는 군사가 불과 2만에 지나지 않는 테무진의 군세를 막아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적이 훨씬 많은데다 자신들은 지쳐있고 말도 쇠약해졌다는 것을 아는 테무진이 그들을 기만하는 전술을 세운 것이다.

  어느날 밤, 테무진 군이 주둔하고 있는 사아리 대초원이 불길에 휩싸인 듯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적어도 산정에서 내려다 보는 나이만의 첩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하늘의 별보다 많은 횃불... 허상에 불과한 그것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적의 수가 너무 많아서 그들이 들고 있는 횃불의 수가 하늘의 별보다 많습니다."

  그 보고는 수적으로 우세한 나이만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그들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것이 사실 한 사람당 5개씩 들도록 한, 거짓 횃불... 그리고 허수아비 병사라는 사실을 모르는 채. 나이만군은 나가서 싸우기 보다 유인 계책을 쓰기로 결정했다.

[ 질서 정연하게 나아가는 몽골군. 바로 이것이 그들의 전설이 시작됨을 알리는 행군이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그렇게 테무진군은 불과 2만도 안 되는 군세로 나이만의 영토 깊숙이 파고드는데 성공했다. 그제서야 나이만은 테무진군이 자신들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속은 것이다!

  결전을 앞두고 테무진은 군을 불러 보았다.

  "하나의 부족은 하나의 화살처럼 쉽게 부러지지만, 많은 부족들이 합치면 절대로 부러질 수 없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화살의 예를 들어 그는 병사들의 단결을 강조하였다.


[ 대군을 이끌고 최후의 결전에 기대한 자무카. 그러나, 테무진의 군세는 그 이상의 힘을 보여주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오늘은 운명의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테무진의 진격 명령과 더불어 2만의 병사들은 일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수적으로 부족한 아군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그는 밀집 대형으로 전진을 개시했고 이윽고 질서 정연하게 산개하며 적의 허점을 노리고 파고 들었다.


  테무진의 명령 하나하나에 따라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군대. 그것은 그야말로 하나의 살아있는 생물과 같았다. 하나하나의 전사가 아니라 무리를 지어 군대로 움직이는 테무진군. 그들은 쐐기처럼 적진을 파고들어 혼란을 가중시켰다.

  격렬한 접전이 계속되던 중 갑자기 테무진의 군세 하나가 방향을 틀어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나이만군은 기세를 타고 추격을 시작했지만, 함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 추적하던 자무카의 군세는 복병에 말려들고 말았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그리고 그것은 팽팽하던 상황을 완벽하게 뒤집기에 충분한 일격이기도 했다. 무너지는 군세 속에서 자무카는 병사들을 이끌고 도망쳤다.


징기스칸 그 위대한 전설의 시작

  그렇게 몽골의 마지막 군세는 흐트러졌지만, 전쟁을 종결되지 않았다. 나이만과 메르키드의 잔당들이 연합 전선을 형성하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력하기 이를데없는 그 공세는 순식간에 평정되었고 테무진의 적의 최후를 보기 위해 잔적 소탕을 명령했다.

[ 두사람의 재회. 자무카는 전사로서의 운명을 택한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해가 바뀌고 테무진의 눈앞에 한 사람의 사내가 끌려왔다. 바로 부하에게 끌려오는 자무카의 쓸쓸한 모습이었다. 주인을 배신한 부하에게 테무진은 처형이라는 상을 내리고 한때 안다였던 이를 일으켜 세웠다.

  "자무카, 나의 오랜 친구여."

  테무진은 다시 자신과 함께 할 것을 부탁했지만, 자무카는 그것을 거절했다. 단지 "피를 흘리지 않는 죽음"을 허락해 달라는 말만을 남기며...


  "나의 영혼은 초원 위를 감돌며 자네와 후손들이 번영하기를 기도하겠네."

  마지막 말을 끝으로 그는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 칭기스칸. 그의 여정은 끝이 없었고, 금나라 수도의 성채조차 그에겐 작은 장해물에 지나지 않았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자무카의 죽음으로부터 얼마후 테무진은 새로운 칭호를 얻었다. 징기스칸. 하늘에 태양이 하나이듯, 오직 하나 뿐인 몽골의 지배자로서... 그와 더불어 그의 개혁, 그리고 정복의 역사는 계속 되었다. 금나라의 수도 베이징을 공략하고, 서하를 쓸어버리고 페르시아마저 짓밟으며...

  그리고 그는 이루었다.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제국을... 몽골족 하나 만이 아니라, 몽골에 사는 모든 부족들... 그리고 더욱 많은 이들을 하나로 규합하는 세계를...


  그것은, 전통적인 혈연과 신분에 얽매이지 않는 현실적인 발상을 통해서 나온 꿈이며, 자무카로 대표되는 전통 세력과의 대결에서 승리함으로서 얻어진 운명이기도 했다. 자무카와 테무진. 두 사람은 능력 면에서 비교될만한 인재였고 라이벌로서 대결을 펼쳤지만, 결국 테무진의 승리로 종결되고 만 것이다.

  테무진, 그는 달란 발주트에서의 처참한 패배를 자신의 힘으로 딛고 일어서 스스로의 발로 걸음을 걸었다. 역경 속에서 그는 더욱 성장할 수 있었고, 보다 적극적으로 개혁을 실시하며 맞서 나갔다.

[ 의료부대를 창설하는 등, 그의 개혁은 끝이 없었다. Copyright © history channel All rights reserved ]

  자무카는 그렇지 못했다. 신분과 혈통, 전통... 그리고 정에 얽매인 그는 기회를 기회로서 살리지 못했고, 패배를 거름으로 삼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자무카가 구세대고, 징기스칸이 신세대이기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징기스칸이 단순한 야만족이 군사 지도자가 아니라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정치, 군사적 천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자무카가 뛰어났던 만큼 더욱...)


  그는 단순히 군 지휘관으로서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체제를 완전히 바꾸어 새로운 가능성을 낳을만한 역량, 그리고 탁월한 이상을 지닌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역량이 친형제보다 가까웠던 동료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역시 천재라는 인물의 숙명...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혁파의 숙명이 아닐까 한다.

  마찬가지로 천재적인 개혁파였던 카이사르가 "브루투스 너마저..."라고 외치며 숨을 거둔 것이나 멍청이라는 별명의 탁월한 개혁자 오다 노부나가가 측근이었던-그리고 구세대의 질서를 중시하던-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당하고 만 것은 바로 그런 개혁자들의 외로움을 입증한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개혁은 꾸준히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면, 결국 그들이 가고자 했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기는 편 우리편"이라는 매우 간단한 논리로서 결국 승자가 선지자라는 것으로 귀결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미디어로 살펴보는 징기스칸

[ 고기를 뜯어먹는 야만인. 많은 작품 속에서 징기스칸. 그리고 몽골제국은 야만족으로 희화되어 표현되곤 한다. (엑설런트 어드벤쳐 Copyright © Ori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 ]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의 소유주...라고는 하지만, 징기스칸에 관한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영화가 몇 편 만들어지긴 했지만, 1965년에 미국과 영국에서 만든 영화처럼 징기스칸 자체를 지극히 추하게 희화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 심지어, [엑셀런트 어드벤쳐]([매트릭스]로 유명한 키아누 리브스의 초기작 중 하나.) 같은 작품에선 원시인 같은 복장을 하고 닭고기를 마구 뜯어 먹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 할리우드에서 만든 최초의 영화판 징기스칸. 몽골인은 나오지도 않는다. Copyright © Colo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수 년 전 KBS에서 몽골에서 만든 드라마, "징기스칸"을 방영해 주었고 이와 관련하여 징기스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해줌으로서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물론, 그 전에 방영했던 "이순신" 만큼 길지도 않고 그만큼 인기도 부족했지만 말이다.그 밖에도 소설이나 각종 매체로 수없이 많은 내용이 나오면서 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징기스칸을 소재로 한 게임은 뭐가 있을까? 그다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기서 가장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역사 시뮬레이션의 명가, 코에이 사의 '징기스칸' 시리즈이다. 국내에 한글화되어 출시되었던 이 작품은 총 4개의 시리즈가 소개되었는데, 윈도용으로 만들어진 [징기스칸 4]가 비교적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다.

  코에이의 여타 게임과 달리 몽골편과 세계편으로 구분되어 있는 이 작품은 몽골 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국내판에선 고려로 진행할 수 있지만, 장수의 능력이 정말 형편없어서 골치 아프게 한다. 그에 반해 일본은 압도적인 우위에 서 있는데, 그 중에서도 플레이 스테이션용 [원조비사]에서는 -사무라이의 위력은 제쳐두고- 아예 일본 내의 통일을 다룬 별도의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 있을 정도. 게다가, 징기스칸이 일본인이라는 묘한 설을 입증이라도 하듯, 미나모토 요시츠네와 징기스칸의 능력치를 동일하게 만들어 놓고 있어 황당한 느낌을 준다.)

  각 지역을 점령하면서 후궁을 얻고 그녀들과의 관계를 잘 진행시켜 자녀들을 많이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 원조비사의 후궁 모드. 연애 게임에 가까운 느낌도 있었다. Copyright © KOEI All rights reserved ]

  후궁 모드가 지나치게 부각되긴 했지만, 각 국의 다양한 병종과 특색을 잘 살렸고 적당한 수준에서 세계 정복까지 이룩하는 즐거운 게임으로서 기억할만 하다.

(* 징기스칸 일본인설 - 일본 겐페이 합전 시대 유명한 장수, 미나모토 요시츠네(源義經)가 대륙을 넘어가서 징기스칸이 되었다는 설. 그에 대한 일본인의 애정을 드러내는 얘기이지만, 동시에 몰지각성을 드러내는 낭설이다. 요시모토와 징기스칸이 비슷한 세대의 사람이라는 점 외에 어떤 증거도 없는 개그에 지나지 않지만, 의외로 많은 일본 만화,소설에서 다루어졌다.)

[ 원조비사. 코에이의 이 작품에선, 후궁이라는 요소를 흥미롭게 -지나칠정도로- 연출하고 있다. Copyright © Koei All rights reserved ]

  그 밖에 MS사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서 몽골군을 선택하고 진행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몽골은 주역이 아니라는 것이 다소 아쉽다.

[ 에이지 오브 킹스. 몽골보다 일본이 부각되는 건 역시 상업적 목적일까? Copyright © Microsoft All rights reserved ]

  언젠가는 징기스칸의 매력을 잘 살린,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코에이에서 <징기스칸4>이래 시리즈가 더 나오지는 않는 것을 보면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몽골에서 드라마를 제작했듯 언젠가 그들의 손으로 그들의 역사를 충실하게 살릴 수 있는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남의 역사를 두고 뭐라고 할 것 없이 우리 자신의 역사를 우리 자신의 손으로 충실하게 살려서 세계에 알리는게 더 필요하겠지만.



여담) 이 글은 오래전 PC 플레이어에서 연재했던 글입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쟁이나 전투를 중심으로 역사의 분기점을 살펴보려는 것입니다. 단순히 전술, 전략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경제 등 여러가지 요소를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총과 버터라는 제목은 '총(군사)'과 '버터(경제)'를 함께 살펴보겠다는 뜻입니다.) 물론 지면 한계 등으로 인해 일부 내용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시리즈물로 다른 시대의 다른 전쟁 이야기는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pyodogi )에 등록되어 있습니다만, 역시 보완해서 다시 올릴 예정입니다.


총과 버터 시리즈 전체 목록

01. 알렉산더의 위대한 원정 - 가우가멜라 전투
02. 게티스버그, 그 탄생을 위한 시련
03. 완벽한 승리, 그러나 패망으로의 첫걸음, 진주만 기습전
04. 가장 적은 소수의 가장 큰 영웅담, 배틀 오브 브리튼
05. 위대한 정복자? 살인마? 카이사르의 대원정
06. 나폴레옹 영광의, 그리고 패망의 전장 아우스텔리츠
07. 천년 분쟁의 시발, 예루살렘 공방전
08. 카게무샤의 전설, 다케다 기마군단의 패망
09. 낙양 공방전, 솥발처럼 갈라진 천하
10. 대제국의 꿈, 몽골 초원의 결전
11. 임진왜란 그 변화의 시발전, 진주 전투
12. 승리를 향한 결정타, 행주 전투
13. 전설의 역전극, 명량 해전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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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Edit/Del  Reply 하루에 한걸음

    위인의 기준을 어떻게 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위대한(...?) 정복자임에는 틀림없죠. 농경민 등 유착민이 아닌 유목민을 통합하고, 점령지를 다스리는 방법을 보면 정말 탁월한 정치가, 지도자인거 같습니다. 도덕성이야 지금과 그때는 다르니.. 전쟁을 통한 살인은.. 평가할 수 없는거겠죠. 요즘 다음에 연재되고 있는 허영만 화백님의 '말무사'를 재밌게 보고있는데 표도기님의 글과 함께보니 더 재밌군요! :D

    2011.06.05 01:18 신고
    •  Addr  Edit/Del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처음부터 항복하는 이에게는 관대했다는 점에서도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의 관례로는 거의다 약탈 -> 노예화로 진행되었을텐데 말이지요.

      거대한 몽골 제국을 구성하는 기초를 닦은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탁월한 정치가이고, 군사 지휘관으로서도 뛰어난 인재였다는 것은 분명할까요?

      물론 정복자라는 이의 뒤에는 항상 수많은 희생이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몽골인에게는 영웅이지만, 세계 기준에서 보면 학살자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2011.06.07 15:50 신고
  2.  Addr  Edit/Del  Reply 모다

    글 재미나게 잘 보고 가요~
    징기스칸...정말 훌륭한 군주임에는 틀림 없죠~ 동아시아 사람들의 눈에는 멋있는 정복가로 보이겠지만 우리와 정서가 많이 다른 서양인에 눈에 보면 ㄷㄷ하겠죠~ ㅋㅋ
    아무래도 중앙 아시아에서 1500만명 이상 학살을 했기때문에 야만인의 이미지는 지울 수 없을듯하네요~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한 없이 관대한 그였지만 반대로 끝까지 저항하던 이들에게는 정말 ㄷㄷ했죠~ 물론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이긴 했지만~
    그리고 몽골군들은 양고기를 말려서 식량으로 말에 차고 다녔었는데 당시 서양인들은 그것을 인육이라고 생각했었다네요 ㅋㅋ 또 전쟁이 장기화 되면 자신이 타는 말을 죽여 피를 마시고 먹는 모습이 아무래도 서양애들한테는 공포였겠죠~
    재미나는 다음 글 기대할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11.09.29 1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