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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이야기

판타지 여전사들의 간소한 복장, 그녀들은 왜 몸을 드러내고 있는가?



[ 코난과 대비되는 여전사의 대표격인 레드 소냐. 그녀의 복장은 도저히 갑옷이라 부를 수 없다. (그래서 몸엔 상처도 많지만...) ]


  판타지 작품, 특히 일본의 판타지 작품(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여전사들을 보면 조금 이상한 점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녀들의 복장이 너무도 간소하고, 사실상 갑옷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점이지요.



[ 풀플레이트의 잔다르크와 사슬 갑옷에 투구까지 쓴 "윌로우"의 소샤. 판타지(?)의 여전사들이 모두 노출도가 높은 건 아니라는 증거일까? (잔다르크, 윌로우) ]


  도대체 방어력이라는 게 있는 거야? 아니,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거야? 라고 할 정도로 그녀들의 복장은 정말이지 초라(?)합니다. 예외가 있다면 ‘잔다르크’나, 조지 루카스 감독의 판타지 영화 “윌로우”에 등장하는 ‘소샤’ …. 그리고 “로도스섬 전기”에 등장하는 ‘디트리트’ 정도일까요?(그녀 역시 팔, 다리는 드러나 있습니다만…)


  도대체 그녀들은 왜 그런 –방어력에는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이는-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일까요? 누군가 얘기하듯 “눈길을 끌기 위함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물론 그런 의미가 존재할 것입니다. 여하튼 여성들의 노출도가 높아지면 시청자(혹은 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성들의 주목도가 올라가게 마련이니…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녀들이 실제로 활약하는 경우 그에 합당한 뭔가…. 어떤 요인이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모 만화에서 나왔던 “나신활살권”(벗으면 벗을수록 강해지는 권법. “마O로 매틱”에서 등장하는 모 여선생의 주특기. 그녀의 최대 실력은 전투 안드로이드인 마호O에 필적한다고?)이나 "봉O연의"의 달기가 주특기로 하는 섹O포즈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 달기의 O시 포즈는 노출도가 높을수록 정신 지배력을 높여준다고 하지만, 소년지라는 제약이 존재하고 있다. (봉신연의) ]


  그렇다면 여전사들의 복장이 간소해 질 수 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당히 재미있게도 그 이유는 그녀들이 ‘여성’, 그리고 ‘전사’라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사람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 ‘여성’은 ‘남성’에 비해서 연약합니다. 유니 섹스 시대라고 하는 지금에도 그런데 수렵이나 농경을 중심으로 생활했던 과거의 시대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무엇보다도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녀들이 갖출 수 있는 무장의 중량에는 제한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적게는 30kg에서 많게는 40kg을 넘어가는 전신 철판 갑옷(풀플레이트 메일) 같은 것을 입고 전투를 벌이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물며 그녀들이 이러한 갑옷을 입었다고 하여 남성 전사들에 비해서 방호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전사’로서 중요한 민첩성과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녀들 자신에게 맞는 갑주가 필요한데, 체력적인 제약에 따라 아무래도 그녀들의 갑주는 가볍고 간소한 것이 좋은 것이지요.


  대개 여성 전사들은 남성 전사들에 비하여 키와 체격이 작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 전사와 같은 무장을 가져봐야 그녀들에게는 하등의 이익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도리어, 작고 날렵한 체격을 더욱 더 살리는 게 좋을 수 있지요.


  바로 보다 가벼운 장비, 보다 간편한 복장을 갖추는 것입니다.


[ 의문의 미소녀 전사 큐티 가면(^^) 여전사의 날렵한 솜씨를 최대한 발휘하는 절묘한 복장이 아닐까? (프린세스 미네르바 / 레드 컴퍼니 ) ]


   이를테면, 비교적 가벼운 가죽 갑옷에, 레이피어를 드는 디트리트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그녀의 경우 무두질한 갑옷으로 된 갑옷조차 어깨와 가슴 부분을 가리는 정도 나머지는 사실상 노출되어 있는데, 그것은 엘프이자 여성인 그녀가 자신에게 체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 디트릿트. 잘 보면, 그녀 역시 갑옷은 대단치 않다. ]


  전설 속의 아마조네스 부족이나 북구신화의 발키리를 비롯한 여전사들의 복장은 그런 면에서 ‘최적의 경량화’를 추구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장이라는 부위와 직결되어 있는 가장 중요한 가슴 부위를 가리고(동시에 가슴 부위가 흔들려서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고정시키는 역할도 병행합니다. 아마조네스의 경우 활을 쏘기 편하게 한쪽 가슴을 태웠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여기에 칼 싸움 중에 표적이 되거나 부상을 입기 쉬운 팔, 다리, 그리고 어깨 부위를 확실하게 보호하는 무장...


  최대한 경량화하면서도 최소한의 방호력을 부여하는 그런 복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이러한 컨셉은 MSX2, PC엔진 등으로 출시된 몽환전사 바리스의 복장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최소화된 갑옷’에는 매우 큰 단점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격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우연히 날아가던 화살이나 표창 등에 맞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실례로, “야만인 코난”에서 등장한 여전사는 적의 보스가 날린 화살(뱀)을 노출된 옆구리에 맞아서 그대로 죽어 버리고 맙니다…)

  게다가 앞의 적과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넘어진 사람에게 부딪치기만 해도 꽤 피해가 클 수 있습니다.


   잔다르크나 소샤 같은 이들이 남성과 같은 중무장을 하고 있는 것은, 그녀들이 여전사가 아니라 여장군이기 때문입니다. 소규모 근접전 만을 벌이는 전사, 혹은 몬스터들과 대결하는 모험가와는 달리 대규모 군대의 전투를 벌이기 때문이지요.

  실례로 잔다르크나 소샤 외에도 전쟁터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전신 철판 갑옷을 입고 있으며 어떤 점에서는 남성 이상의 중무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장이 아니라 일대일 대결이 주로 벌어지는 모험에서라면 이동만으로도 체력을 빼앗기는 중무장보다도 경장이 훨씬 효과적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 몽환전사 바리스. 이것이야 말로 경량화와 최소한의 장갑을 겸비한 복장이다! (몽환전사 바리스) ]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판타지 세계 속의 여전사들은 결코 ‘섹시함’ 만을 목적으로 가볍고 간단한 복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지면서 그러한 점을 노린 것도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여전사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부각하기 위한 실용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판타지에 대한 흔한 오해(라기보다는 농담)처럼, “여전사의 방어력은 갑옷의 크기에 반비례한다.”는 일은 없습니다. ‘바리스’나 ‘레드 소냐’ 등의 방호력은 분명히 쟌다르크나 소샤에 비해서 뒤지지만, 전쟁터가 아니라 소규모 근접 대결에 나서는 그녀들은, 방어력보다 기동성과 민첩성을 선택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확실히 말해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갑옷이 없이 노출된 그녀들의 피부는 화살이나 표창이 아니라 전투 중 튄 돌맹이에도 상처 입을 수 있으니까요.

  진정으로 격렬한 전투에 임한다면, 충실한 갑주를 갖추는게 좋습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 중무장을 한 매드 마티건. 얼굴도 잘 보이지 않지만 이 편이 훨씬 듬직하다. (윌로우) ]


  그런 만큼, 설사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방호력을 포기한 그녀들의 각오는 분명히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을 위하여,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자신의 안전을 포기하며 싸우는 그녀들의 노력은….


  그것이 선정적인 매력으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것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닐가 생각합니다.



여담) 하나 추가하자면, 무두질한 가죽이나 강철, 혹은 미스릴처럼 무거운 갑옷은 줄이더라도, 디트리트처럼 옷 하나 정도는 더 입는게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망토는 무겁고 거추장스럽기만 할 뿐이므로 제외. 단, 여행시에 비를 막거나 이불 대용 등으로는 효율적이다.)

  위에 말했듯 여전사들의 복장이 간소한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배를 드러낼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지요. 모 소설에서 나오듯, 얇은 천 하나라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데다 배를 드러내면 속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디트리트처럼 옷 하나를 더 걸치거나, 혹은 일본 만화 속의 레이디즈(여성 폭주족)나 야쿠자처럼, 배에 붕대를 감는 것이 조금이라도 전투 효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 파괴마 사다미츠. 배의 붕대는 내장을 다칠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것. 물론 복대 대용도 되어 준다.(^^) ]


추신) PC-9801이나 PC엔진으로 제작되었던 게임(소설도 있음), “프린세스 미네르바”에서는 이러한 설정들 외에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마법 능력이 높으며, 노출도가 높을수록(즉, 몸을 가리는 부분이 적을수록) 마법의 효과가 크다는 설정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기동성과 민첩성 외에도 마법 효과를 위해서 그녀들의 프로텍터는 매우 작고 가볍게 되있으며, 프로텍터와 망토 외에는 다른 옷을 두르지 않습니다.(심지어 그녀들은 프로텍터 아래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있습니다.)

[ 프린세스 미네르바. 노출도가 높지만, 전사라는 느낌을 잘 전해진다. ]


   미스릴이나 아다만티움 등의 희소 금속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없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서 갑옷(프로텍터)의 크기는 줄어듭니다.(실례로 남성 전사들의 경우에도 마법 방어력이 높은 갑옷은 희소금속을 이용하고 있어, 심장을 비롯한 일부분만 가리는 작은 프로텍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프린세스 미네르바”의 여전사 설정은 가장 마지막 문제(배를 드러내는 것이 타장하지 않다는 문제)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변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추신2) 판타지는 아니지만, "패트레이버"나 "철완 버디"의 작가 마사미 유우키씨의 만화 "어셈블 인서트"에서는 육중한 갑주형의 파워드 슈트를 개발했다가 입는 사람이 소녀라는 것이 결정되면서 아래와 같은 디자인으로 바뀐 일도 있습니다.

[ 어셈블 인서트의 슈퍼소녀, 마론의 파워드 슈트(?). 보기는 이래도 꽤 방호력이 높다. ]

  디자인은 저래도 드러난 부분은 전자장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는 설정... 어쩌면 여전사들의 노출도 높은 갑옷도 마법 방호벽이 쳐져 있는 것일지도?


추신3) 그래도 여전사는 '섹시함이 주무기'라고 말하시면 어쩔 수 없지요.^^ 네...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겁니다.


(*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져와 수정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