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이야기/오늘의 추천SF 2012. 2. 20. 13:34
  오늘은 미국에서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머큐리 6호(프렌드쉽 7호)가 발사된 날입니다. 몇 번의 위기가 있긴 했지만, 존 글렌의 우주 비행과 무사한 귀환으로 미국을 소련을 따라 잡아 빠르게 우주 개발을 진전시키고 결국 달 착륙이라는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당시의 이 같은 우주 개발은 냉전이라는 체제가 낳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물론 우주 개발을 주도한 소련의 세르게이 코롤료프와 미국의 폰 브라운의 노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며 서로 경쟁하는 체제가 아니었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우주 개발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달 개발이 더 진전되지 못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말일지도 모릅니다. 우주 개발에서 얻는 가치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돈을 들인 달 착륙 로켓의 결말이 ‘소련에 이겼다는 승리의 기쁨’과 고작 수백 kg의 월석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냉전 시대라는 기묘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달 착륙이라는 결과는 아예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그만큼 우주 개발을 추진하는 이들의 성공은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어떤 점에서 소련과 미국의 우주 개발 경쟁은 우주에 대한 꿈을 꾼 이들이 정치적 환경을 이용하여 꿈을 달성하고자 했던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이와 마찬가지로 분쟁이라는 환경이 낳은 우주 개발의 진전을 보여준 작품이 떠오릅니다.

  바로 가이낙스의 첫 작품인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입니다.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



  ‘오네아미스의 날개’는 가이낙스라는 회사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고, 한 편으로는 상업적 실패로 막대한 빚을 낳음으로써 일회성으로 해체될 예정이었던 가이낙스를 계속 이어나가 지금에 이르게 한 작품입니다. 어떤 점에서는 우주 개발을 가져오고 지속하게 만든 ‘냉전의 경쟁’과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군요.

  이 작품의 작가인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에 따르면 이 작품은 그가 훗날 “에반게리온” 등의 성공을 가져온 안노 히데아키의 폭발 장면에 매료되어 시작되었습니다. 오사카에서 열린 SF 대회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모였던 사람들 중 하나인 안노 히데아키는 그야말로 앉아서 그림만 그리는 사람의 전형이었는데, 흥미롭게도 다른 무엇보다도 폭발 장면에 열중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하지요. 그러한 매력을 살리고자 기획된 것이 바로 “오네아미스의 날개”인 것입니다.

  이러한 개발 배경 덕분인지 “오네아미스의 날개”에서 안노가 연출을 맡은 후반의 로켓 발사 장면은 CG를 통해 사실적인 장면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지금보아도 정말 매력적입니다. 포탄이 날아들고 전투기가 추락하는 등 격전을 벌이던 병사들이 모두 말을 잃고 로켓을 바라보았듯이 관객들도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들여다 볼만큼 환상적이지요.

  하지만 우주 개발 경쟁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과 닐 암스트롱의 메시지로 클라이막스를 맞이했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또한 수많은 감동을 남겨주었듯이, ‘오네아미스의 날개’도 그 장면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부분에서 즐거움을 줍니다.

  이 작품은 “훌륭한 영상미”를 가진 작품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군을 중심으로 로켓 발사에 이르는 이야기의 구성도 매우 충실하게 잘 연출되어 있지요. (돈도 없고 명성도 없는 젊은이들의 집단에 호의를 갖고 응원해 주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완성된 작품을 어느 정도 평가하면서도 주인공 이외에 노력해 왔던 선배들의 모습을 그리지 않은 것에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만...)

  ‘오네아미스의 날개’는 하늘에 대한 꿈을 꾸었다가 잠시 좌절했지만, 다시금 우주를 향해 걸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군대’라며 비난받고 있는 왕립우주군이 결국은 우주로의 한 발짝을 걸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단지 ‘꿈’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주 개발을 둘러싼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작품의 배경에 어울리는 기술력으로 완성된(다소 스팀펑크 분위기가 느껴지는) 각종 장비나 시스템의 모습이 매우 잘 만들어졌고, 힘겹지만 꽤 코믹한 훈련 역시 사실적인 분위기가 넘치지만, 왕립우주군의 기지 앞에서 앉아있는 걸인이나 ‘그 돈을 우리에게 달라’라며 시위를 벌이는 빈민들의 모습, 그리고 로켓을 적국에 대한 위협용으로 사용하려는 정계나 이에 대해 자객을 파견하는 적국의 모습, 그리고 개발 스탭의 죽음과 같은 다양한 모습이 현실적인 드라마를 그려내며 이야기를 이끌어줍니다.
  
  가이낙스의 여러 작품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본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는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후반의 전쟁 장면에 이르기까지 이렇다 할 액션이 없으며 다소 잔잔한 분위기로(그러면서도 때로는 지나치게 돌발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실제의 우주 개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그 이야기를 들은 이들이라면, 이 작품이 또 다른 세계를 무대로 한 매우 사실적이며 완성도 높은 우주 개발 드라마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며 감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을 감상할 때는 이것이 냉전 시대의 우주 개발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키워나간(애니메이션 작업 이외에는 뭘 할지 모르는?) 가이낙스 사람들의 노력의 결정체라는 것을 떠올리면 더 좋을 것입니다.


여담) 한 가지 아쉬운 것은 10년 쯤 전에 속편 개발 계획이 있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은 언젠가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지만, 과연 그 날이 찾아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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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야기/오늘의 추천SF 2012. 2. 19. 20:58

  오늘은 소련에서 미르 우주정거장을 쏘아 올린 날입니다. 물론 그 완성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2001년 대기권에 돌입하여 소멸하기까지 15년에 걸쳐 미르는 수많은 이들이 방문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엮어내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최초로 일본의 방송인이 리포터로 방문하여 생중계하는가 하면, 미국의 우주정거장이 방문하여 함께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상업적인 리얼리티 방송까지 진행되기도 했지요.

  한편 미르의 최후에 대해서는 ‘우주 박테리아 때문에 미르호가 위험에 처했기에 폐기했다.’라는 음모론도 존재합니다. ( 참고 : 미르 정거장의 우주박테리아. 박테리는 정말로 미르를 먹어치웠을까? )

  물론 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미르 우주정거장이 우주 개발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으며, 친근하게 느낀다는 사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주라는 곳이 그만큼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 하지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길게는 수백일간 우주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체험을 하였고 지구와는 다른 삶을 살아갔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르는 지구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소중한 존재였다고 생각됩니다.


  만일 우리가 우주 어딘가에 도달한다면 우리는 일단 우주궤도에서 정거장을 만들어 관측을 하고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많은 사건이 벌어지겠지요.

  이러한 내용을 소재로 한 SF 작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를테면 우주 스테이션을 무대로 한 <스타트랙 : 딥스페이스 9> 같은 드라마 시리즈도 존재하지요. (조금 다를까요? ^^)

  하지만 이들 작품 중에서 독보적인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폴란드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쓴 소설, <솔라리스>입니다. 이 작품은 <솔라리스>라는 신비한 바다로 둘러싸인 행성 궤도에 건설된 우주 정거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건설 이래 수많은 사건으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던 우주 정거장에서 주인공 크리스 케르빈은 기묘한 사건을 겪습니다. 심지어는 죽은 연인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지요. 스스로 제정신인지 고민하기도 했던 크리스는 동료 과학자들도 기묘한 현상을 체험하다는 것을 알고 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자살한 연구원의 기록을 바탕으로 솔라리스의 ‘바다’와 접촉을 진행하지요.


  <솔라리스>를 충실하게 이해하려면 그 솔라리스의 바다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데, 그 존재는 인간의 인지를 완전히 초월할 뿐만 아니라 더없이 신비한 존재인 만큼 표현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다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지구의 생명체’와는 근본적으로 틀린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소련과 미국 등에서 3번이나 영화화되었지만, 비교적 완성도가 높았다는(다만 꽤 지루한데다 원작자의 견해를 완전히 무시한 듯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조차 이를 충실하게 재현했다고는 하기 어려울 만큼 그 존재는 놀랍지요.

  그런 점에서 이 같은 존재를 상상하고 글로서 충실하게 연출한 스타니스와프 렘의 솜씨는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솔라리스>는 매우 심각한 분위기의 작품이지만(사실 스타니스와프 렘은 유머 감각이 넘치는 작가입니다.) 다채롭고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우주 정거장의 유령’. 사람에 따라선 이런 제목을 붙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공포물로서도 솔라리스는 꽤 매력적이니까요.

  그러나 여기에서 그친다면 이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느꼈다고 하기 힘들 겁니다. 이 작품은 SF 공포물로서의 재미를 넘어 수많은 감상을 전해줄 수 있는 작품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지구 중심설에 빠져 있는 수많은 SF에 대한 도전이자 ‘코페르니쿠스의 발상’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라는 세계와 다른 생명체를 묘사하면서도 고작해야 피부병 걸린 지구인 정도로만 연출하고, 지구에서와 다를 바 없는 생활과 대립이 펼쳐지는 여느 작품과는 완전히 다르며, 우리에게 이들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해 주는 작품이니까요.


  1473년의 오늘 태어난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며 인간만이 고귀하다는 인식에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진행 중이던 1942년의 2월 19일 미국에서는 ‘적성 외국인의 강제 수용’을 위한 대통령령에 사인이 진행되고 있었지요.
  그리하여 미국은 ‘전시 위기를 극복하고자’ 십만이 넘는 외국인을 강제수용소에 쳐넣습니다. 그중에는 미국시민권을 지닌 2세, 3세나 유럽에서 도망친 유태인 망명자도 포함되어 있었죠.

  훗날, 미국은 이를 ‘편협한 인종 차별의 하나’라고 인정했지만, 지금도 미국에서는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는 등 인종과 문화에 대한 차별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합니다.

  같은 지구에서 살고 같은 인간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솔라리스라는 미지의 생명체를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을지...


  앞서 미르 정거장의 박테리아 음모론을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음모론이고 사실은 아니지요. 그런데 만약에 미르 정거장의 박테리아가 실제로는 지능을 지닌 우주의 방문자였다면 어땠을까요? 그런데 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채 미르를 불태워 버렸다면?

   먼 훗날 다른 존재와의 만남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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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야기/오늘의 추천SF 2012. 2. 17. 13:39

[ 루비박스에서 새로 번역된 엔더의 게임. 이 표지는 조금 문제가 있을까요? ^^ ]


  오늘은 이탈리아의 사상가인 조르다노 부르노가 카톨릭 교회에 의해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한 날이기도 하지만, 아파치 인디언의 투쟁 전사 제로니모가 사망한 날이기도 합니다.
  추장으로 잘못 알려진 그는 아파치 인디언의 샤먼 중 한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평화를 약속하고 뒤통수를 쳐서 그의 가족을 학살한 멕시코군의 만행은 그를 비롯한 수많은 전사를 게릴라 부대로 바꾸어 놓았지요.
  세계 역사 속에서 다른 민족이나 종족에 대한 만행은 끝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살인하지 말라”라는 계율을 지닌 모 종교에서조차 “이교도는 인간이 아니다.”라는 주장으로 학살을 정당화했으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오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이 떠오릅니다. 가볍게 보면 평범한 스페이스 오페라물 같고, 그래서 엄청난 두께에도 불구하고 쉽고 재미있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이 작품은, ‘게임’이나 ‘훈련’이라 생각하고 진행했던 전쟁이 실제의 싸움이었고, 그 결과 하나의 종족이 멸망하고 말았다는 사실에서 충격을 안겨줍니다.

  솔직히... 이 작품을 읽기까진 '외계인 학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적으로 등장하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죠. 이를테면 판타지 세계의 마왕 같은 존재들. 아니, 거의 초반 경험치용으로 날려 버리는 '슬라임' 같은 존재들에서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제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고 작품을 보는 눈을 넓혀주었습니다.
  휴고상과 네뷸라 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지만, 그런 기록보다도 작품을 보고 직접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은 작품입니다. 심지어 ‘결말’을 알고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엔더의 게임은 이성인의 침략이 벌어지는 지구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세계는 인류 존망을 건 싸움에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이들조차 이런 상황에서는 예외가 되지 못합니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아이들은 전투 학교를 통해 전사가 되고 이성인과의 싸움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주인공인 엔더인 것이지요.

  “엔더의 게임”은 엔더 시리즈의 첫 작품이지만, 한편으로 그 시리즈의 모든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10살도 안 되는 소년이 훈련소의 생활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그 안에서 엔더가 경험하는 수많은 체험과 감정은 

  “제노사이드”나 “엔더의 아이들” 같은 작품은 후일담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엔더의 게임”의 느낌을 더욱 충실하게 전해주며 만족감을 남겨줍니다. (‘종족의 학살자’인 엔더에게 씌워진 멍에와 이러한 죄를 조금이라도 씻고자 하는 엔더의 이야기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물론, 이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분들도 많겠습니다만...)

  “엔더의 게임”에 이어 휴고상, 네뷸러 상 등을 수상한 “사자의 대변인”은 조금 다릅니다. “제노사이드” 등의 작품이 “엔더의 게임”의 단순히 후일담에 가까운 것이라면, “사자의 대변인”은 엔더의 이야기로부터 수 천 년이 흐른 뒤에 벌어진 또 다른 지성인과의 접촉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엔더의 게임”이 독특한 색채의 우주 전쟁물이라면, “사자의 대변인”은 이성인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 인간 자신에 대해 다시 살펴보게 하는 사회파 SF라고 해도 좋겠군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새로 번역되어 나오지 않은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근래에는 5편인 “엔더의 그림자”가 소개되었습니다. “엔더의 그림자”에서는 엔더가 아닌 ‘엔더를 만난 소년’의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엔더의 게임”과 동일한 시간대를 배경으로, 엔더의 보좌관으로서 활약했던 ‘빈’의 눈으로 살펴본 엔더와 사회의 모습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지요.  엔더와는 달리 유전자 조작으로 지능을 얻게되었지만, 버려진 캐릭터라는 것이 좀 더 흥미롭습니다. 



  가능하면 “엔더의 게임”을 먼저 보고 보는 것이 더 만족을 느끼게 해 주겠지만, “엔더의 게임”을 보지 않았더라도 단독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엔더의 게임”처럼 뭔가 메시지를 느끼게 하기보다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스페이스 오페라(또는 밀리터리 SF)라고 보는 게 좋겠습니다. (엔더의 그림자란 제목 그대로, "엔더의 게임"을 읽은 이들에겐 '그림자' 같이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에 따라 평은 많이 갈리겠지만, “엔더 시리즈”에 대해서는 “엔더의 게임”과 “사자의 대변인”을 가장 높이 보고(사람에 따라선 “사자의 대변인”을 최고로 치고) 나머지 작품은 외전이나 후일담 정도로 불리곤 합니다.

  하지만, 다섯 작품 모두 만족감에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가벼운 전쟁물을 찾는 이라면 “엔더의 게임”보다도 “엔더의 그림자”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엔더의 게임”은 영화화될 예정입니다. <엑스맨 탄생:울버린>의 감독인 게빈 후드 감독이 맡는다고 하여 조금 의문시되긴 하지만(게다가 한번 무산된 일이 있었기에) 이 명작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요.


여담) 엔더의 게임과는 관계없지만, 작가인 오슨 스콧 카드가 쓴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원제:How to Write Science Fiction & Fantasy)”도 매우 좋은 책입니다. 특히 SF나 판타지 작품을 쓰려는 이들에게는, 그리고 그 같은 장르 세계관을 꾸미고 싶은 이들에겐 매우 좋은 지침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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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야기/오늘의 추천SF 2012. 2. 14. 10:30


  트윈 스피카(두개의 스피카, ふたつのスピカ)는 우주개발이라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꿈을 키워나가는 한 소녀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소년 소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일본 최초의 유인 우주 탐사 로켓이 될 뻔 했던 ‘사자호’의 사고로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로켓 운전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수많은 역경을 딛고 한 발씩 걸어 나가는 주인공 아스미와 주변의 여러 인물들을 통해 우정이나 우주에 대한 동경, 과거와의 갈등 등을 중심으로 펼쳐낸 사람들의 이야기이지요.

  어머니를 앗아간 로켓에 증오보다는 동경을 품고 자라나는 소녀와 로켓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사자가면을 쓴 유령으로 소녀 앞에 나타나 그녀를 이끌어 주는 라이온씨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어 소녀 소년의 만남이 이어지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나갑니다.

  로켓조종사의 유령이 소녀에게 훈련을 시켜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SF가 아닌 판타지, 동화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동화풍에 가까운 그림체에 파스텔 색조가 어울릴만한 색상을 가진 작품으로 꿈과 희망에 가득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과거와의 갈등이나 어른들의 정치적인 판단처럼 심각한 이야기들도 눈에 띄고, 우주 훈련 등에서는 매우 사실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주역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주 시대의 생활보다는 우주를 향한 동경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플라네테스>나 <문라이트 마일>, <우주형제> 같은 작품과는 조금 다른 입장의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로켓 발사와 그 이후의 임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로켓걸>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 소녀들의 동경과 노력이 충실하게 그려지고, 이 이면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 사실적인 세계를 그려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작품입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연재되어 총 16권으로 완결되었지만, 국내엔 출판사인 세주의 사정으로 6권 이후로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2004년엔 NHK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총 20편 분량으로 역시 초반 부분의 내용에 그치고 있습니다. 작품이 완결된 2009년엔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인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멀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고작 6권의 만화책, 그리고 투니버스에서 보여준 애니메이션으로 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국내에 선보인 부분만으로도 이 작품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합니다.(다행히도 이 작품은 중고로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역시 금방 찾아볼 수 있고요.)

  1973년의 오늘 태어난 작가의 생일을 축하하며, 동시에 이 작품이 언젠가 제대로 번역되어 모두 소개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추천작으로 소개합니다.


여담) 이 작품은 일찍이 작가의 데뷔작인 <2015년에 쏘아올린 불꽃>과 사실상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바탕으로 4편의 단편을 더 만들고 <트윈 스피카>의 연재를 시작했지요.
 
  애니메이션에서는 초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2015년에 쏘아올린 불꽃>을 가장 첫 머리에 배치하여 이들 작품의 연관성을 더욱 명확하게 하고 있으며, 캐릭터 설정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주었습니다.

  한편, 작가는 신카이 마코토 원작의 만화 <별의 목소리>의 소설판 삽화를 맡기도 했는데, 태어나면서부터 청력이 좋지 않아 신카이 마코토와의 대담에서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작중의 주인공 아이미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나 장애를 갖고 있다가 극복하는 것은 어쩌면 그 자신의 경험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여담) 사실 이 작품은 처음 봤을때 SF인지 몰랐습니다. 그림체부터가 달랐거든요. 뒤늦게서야 이 작품을 알고 보게 되었고, 6권까지만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결국 일본에서 주문해서 사기에 이른 작품이기도 하지요.
   원작은 따로 갖고 있으니, 추후 우주 여행 작품 특집 같은 형태로 도서관에서 소개할 생각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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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Edit/Del  Reply 아깝네요

    이 만화 예전에 tv에서 하길래 엄청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데, 20화가 끝이고 책으로도 완결이 안났었군요. 문득 생각이 나서 한번 찾아봤는데 아깝습니다. 나머지 권도 정발됬으면 좋겠네요ㅎ

    2013.02.04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