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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야기/오늘의 추천SF

프랭크 허버트의 듄 (02월 11일)

  1986년의 오늘 타계한 작가 프랭크 허버트는 참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기자로 시작, 기고자와 편집자 등의 활동을 거쳐 SF 작품을 집필한 것이 40세 때의 일이었고, 대작 [듄]은 1965년에야 완성되었으니까요. ([듄]도 신문의 기고자로서 활동할 때 모래 언덕에 대한 기사를 쓰고자 조사했던 자료가 기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정작 그 원고는 쓰지 못했지만, 지나치게 많은 자료가 아라키스라는 독특한 세계를 구성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죠.)

  장장 6년간의 자료 조사와 집필. 하지만, 그 작품은 이제까지 보았던 여타 SF와는 많이 틀린 것이었고, 자그마치 20여개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게 됩니다. 그 중 한 편집장은 "지금 나는 10년간 가장 큰 실수를 하는지도 모른다..."라는 메모를 남겼다는데, 그렇게 퇴짜 끝에 출간된 [듄]은 폭발적이지는 않아도 꽤 성공한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그후에도 계속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의 명성을 높여주었지요. 그후에도 프랭크 허버트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고, 그 와중에 선보인 듄의 후속작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듄 시리즈는 SF 문학 사상 가장 잘 팔리는 시리즈 작품이 되었습니다.

  [듄]은 무엇보다도 '듄'이라 불리는 행성 '아라키스'를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눈길을 끄는 작품입니다. 모래벌레(SandWorm)이라 불리는 거대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사막의 행성 아라키스는 이들 모래벌레에 의해 만들어진 스파이스라는 독특한 물질로 수많은 이들이 노리는 곳이 됩니다. (게임에선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가 우주를 지배한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죠.)

  한편, 아라키스에는 '프레멘'이라 불리는 토착민이 살고 있는데, 이들의 문명은 사막이라는 삶에 맞추어 굉장히 특이한 느낌을 줍니다. 가령, 침을 뱉는 것이 '경의'를 표하는 행위라는 것이 그 중 하나입니다. 물이 중요한 곳인 만큼 자신의 물을 나누어 주는 것은 더 없는 존경과 친애의 표현이라는 것이지요. 이처럼 아카키스라는 독특한 생태계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 그리고 그곳에 어울리는 사람들의 문화를 창조하고 이를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듄]은 이른바 '가장 충실한, 생태학적인 SF'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최초의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충실한 조사와 집필 과정을 통해 완성된 작품. 프랭크 허버트는 가히 하나의 세계를 완성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서 C 클라크가 '듄에 비할 작품은 반지의 제왕 정도 밖에는 없다.'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얘기죠.

  웨스트우드가 듄의 스토리가 아닌 그 세계관과 정치 관계만으로 새로운 전략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듄]의 세계가 충실하게 완성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매우 알아보기 쉬우면서도 파고들수록 감탄사가 나오기에 충분하니까요.

  [듄]은 또한,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니까요.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펼쳐내는 드라마는 방대하고 완성도 높은 세계관이라는 것에 부담을 느낄 필요없이, 그리고 그 엄청난 분량에 겁먹을 필요도 없이 손쉽게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아서 C 클라크의 말 그대로 '판타지에서의 반지의 제왕'에 비견할 만한(아니 톨킨의 작품 세계 전부와 비교할만한) 거대한 서사시이자, 살아숨쉬는 듯한 사실성과 완성도를 가진 작품.

  1986년의 오늘 타계한 프랭크 허버트를 기념하면서 "오늘의 SF 작품"으로 소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