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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야기/오늘의 추천SF

(오늘의추천작) 시어도어 스터전의 "인간을 넘어서", 인간이 모여 초인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통한 미래상 (02월 26일)

  오늘은 1950년대의 SF 작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하나인 시어도어 스터전이 태어난 날입니다. 그는 “SF 소설의 90퍼센트는 쓰레기다. 하지만, 모든 것의 90퍼센트 역시 쓰레기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SF가 쓰레기라는 얘기보다는 아무리 쓰레기가 많아도 항상 명작이 있다는 이야기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장르 작품은 모두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꼭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 말을 한 스터전이 당대의 작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일반 문학 작품‘으로 인정받을만큼 완성도 높은 SF 작품을 쓴 사람이라면.

  하지만 아무리 말을 해도 쉽게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이란 본래 그런 법이거든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인류가 자신을 넘어선 ‘초인류’로 진화하지 않는 한…….


  적어도 90%의 쓰레기에는 속하지 않을 시어도어 스터전의 작품 <인간을 넘어서(More Than Human, ’인간 이상‘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는 인간이 호모 게슈탈트라는 독특한 존재로 진화(혹은 퇴보?)한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 이제는 찾기 힘든 '인간을 넘어서'. 꼭 재간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개합니다. 보고 싶은 분은 도서관으로...^^]


  국제 판타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인간을 넘어선’ 초인(超人)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초인이라면 ‘슈퍼맨’이나 ‘초인 로크’ 같은 인물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 말은 결국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존재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을 넘어선다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요? 어떤 점에서 인간을 넘어섰다는 것이고, 어떤 것이 인간 이상의 존재라는 것일까요?

  여기에서 스터전은 여럿이 모여서 하나의 유기체를 구성하는 ‘호모 게슈탈트’라는 존재를 등장시킵니다. 어떤 점에서는 장애자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새로운 개체로서 발전하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롭고 독특하지요.

  스터전의 호모 게슈탈트는 단순히 인간이 의식을 공유하는 텔레파시 같은 능력으로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능력을 가진 이들이 하나로 모여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궁극적으로 하나의 존재처럼 무언가를 하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서 태어난 호모 게슈탈트는 말 그대로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줍니다. 정신 감응 능력을 발휘하고 공간 이동을 하고... 하지만, 그들이 모여 하나의 개체로서 탄생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그 능력을 이용하여 잔인한 짓을 저지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온갖 과정 끝에 부족했던 점들을 서로 보완하고 완성된 호모 게슈탈트는 ‘인류의 보호자’ 같은 존재로서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나갑니다. 그야말로 ‘초인’으로서 완성되어가는 것이지요.

  그들의 ‘결말’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보아야 할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이들이 서로를 메우고 새로운 존재로서 거듭난다는 스터전의 ‘초인’ 개념은 한편으로 우리네 인간의 성향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또한 긍정하게 해 줍니다.

  우리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따금 지나치게 성공한 나머지 그렇게 착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 역시 사회의 도움이 없이는 그런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인간의 넘어서’에 나오는 온갖 사람들과 같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모여서 서로의 부족함을 더하고 나아가 사회를 구성하면서 ‘인류’라는 개체로서 ‘문화’를 낳아간 것이지요.

  물론 그 과정에 항상 쉬운 것은 아닙니다. 많은 이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갈등하고 다투고 심지어는 전쟁을 벌이기도 하니까요.

  때문에 호모 게슈탈트의 미래는 멀고도 험난한 것이지만, 스터전의 이야기는 그런 역경 속에서도 궁극적으로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담) 한 게임 제작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열심히 게임을 만들었지만, 누구도 그의 작품을 인정하지 않았지요. 하루는 그가 게임 제작자들의 파티에 참여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그는 얘기했습니다. “누구도 내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
  그러다 다가온 사람이 게임을 보여달라고 했지요. 그는 게임을 보여주었고, 다른 사람은 그것을 보고 ‘이거야 말로 내가 바라던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안했지요. “함께 회사를 차리자.”라고...
  그렇게 윌 라이트와 제프 브라운은 만나서 ‘맥시스’라는 회사를 이루었고, ‘심시티’라는 역작이 탄생했습니다.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갖고 있던 둘이 우연히 만나 새로운 것을 낳은 모습... 이 역시 ‘호모 게슈탈트’로서의 미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