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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야기/오늘의 추천SF

(오늘의 추천작)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인간과 지구 중심의 SF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명작


  오늘은 소련에서 미르 우주정거장을 쏘아 올린 날입니다. 물론 그 완성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2001년 대기권에 돌입하여 소멸하기까지 15년에 걸쳐 미르는 수많은 이들이 방문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엮어내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최초로 일본의 방송인이 리포터로 방문하여 생중계하는가 하면, 미국의 우주정거장이 방문하여 함께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상업적인 리얼리티 방송까지 진행되기도 했지요.

  한편 미르의 최후에 대해서는 ‘우주 박테리아 때문에 미르호가 위험에 처했기에 폐기했다.’라는 음모론도 존재합니다. ( 참고 : 미르 정거장의 우주박테리아. 박테리는 정말로 미르를 먹어치웠을까? )

  물론 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미르 우주정거장이 우주 개발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으며, 친근하게 느낀다는 사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주라는 곳이 그만큼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 하지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길게는 수백일간 우주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체험을 하였고 지구와는 다른 삶을 살아갔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르는 지구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소중한 존재였다고 생각됩니다.


  만일 우리가 우주 어딘가에 도달한다면 우리는 일단 우주궤도에서 정거장을 만들어 관측을 하고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많은 사건이 벌어지겠지요.

  이러한 내용을 소재로 한 SF 작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를테면 우주 스테이션을 무대로 한 <스타트랙 : 딥스페이스 9> 같은 드라마 시리즈도 존재하지요. (조금 다를까요? ^^)

  하지만 이들 작품 중에서 독보적인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폴란드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쓴 소설, <솔라리스>입니다. 이 작품은 <솔라리스>라는 신비한 바다로 둘러싸인 행성 궤도에 건설된 우주 정거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건설 이래 수많은 사건으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던 우주 정거장에서 주인공 크리스 케르빈은 기묘한 사건을 겪습니다. 심지어는 죽은 연인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지요. 스스로 제정신인지 고민하기도 했던 크리스는 동료 과학자들도 기묘한 현상을 체험하다는 것을 알고 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자살한 연구원의 기록을 바탕으로 솔라리스의 ‘바다’와 접촉을 진행하지요.


  <솔라리스>를 충실하게 이해하려면 그 솔라리스의 바다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데, 그 존재는 인간의 인지를 완전히 초월할 뿐만 아니라 더없이 신비한 존재인 만큼 표현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다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지구의 생명체’와는 근본적으로 틀린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소련과 미국 등에서 3번이나 영화화되었지만, 비교적 완성도가 높았다는(다만 꽤 지루한데다 원작자의 견해를 완전히 무시한 듯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조차 이를 충실하게 재현했다고는 하기 어려울 만큼 그 존재는 놀랍지요.

  그런 점에서 이 같은 존재를 상상하고 글로서 충실하게 연출한 스타니스와프 렘의 솜씨는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솔라리스>는 매우 심각한 분위기의 작품이지만(사실 스타니스와프 렘은 유머 감각이 넘치는 작가입니다.) 다채롭고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우주 정거장의 유령’. 사람에 따라선 이런 제목을 붙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공포물로서도 솔라리스는 꽤 매력적이니까요.

  그러나 여기에서 그친다면 이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느꼈다고 하기 힘들 겁니다. 이 작품은 SF 공포물로서의 재미를 넘어 수많은 감상을 전해줄 수 있는 작품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지구 중심설에 빠져 있는 수많은 SF에 대한 도전이자 ‘코페르니쿠스의 발상’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라는 세계와 다른 생명체를 묘사하면서도 고작해야 피부병 걸린 지구인 정도로만 연출하고, 지구에서와 다를 바 없는 생활과 대립이 펼쳐지는 여느 작품과는 완전히 다르며, 우리에게 이들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해 주는 작품이니까요.


  1473년의 오늘 태어난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며 인간만이 고귀하다는 인식에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진행 중이던 1942년의 2월 19일 미국에서는 ‘적성 외국인의 강제 수용’을 위한 대통령령에 사인이 진행되고 있었지요.
  그리하여 미국은 ‘전시 위기를 극복하고자’ 십만이 넘는 외국인을 강제수용소에 쳐넣습니다. 그중에는 미국시민권을 지닌 2세, 3세나 유럽에서 도망친 유태인 망명자도 포함되어 있었죠.

  훗날, 미국은 이를 ‘편협한 인종 차별의 하나’라고 인정했지만, 지금도 미국에서는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는 등 인종과 문화에 대한 차별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합니다.

  같은 지구에서 살고 같은 인간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솔라리스라는 미지의 생명체를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을지...


  앞서 미르 정거장의 박테리아 음모론을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음모론이고 사실은 아니지요. 그런데 만약에 미르 정거장의 박테리아가 실제로는 지능을 지닌 우주의 방문자였다면 어땠을까요? 그런데 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채 미르를 불태워 버렸다면?

   먼 훗날 다른 존재와의 만남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