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F 이야기/오늘의 추천SF

야기누마 코우의 만화, 트윈 스피카(두개의 스피카, ふたつのスピカ)



  트윈 스피카(두개의 스피카, ふたつのスピカ)는 우주개발이라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꿈을 키워나가는 한 소녀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소년 소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일본 최초의 유인 우주 탐사 로켓이 될 뻔 했던 ‘사자호’의 사고로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로켓 운전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수많은 역경을 딛고 한 발씩 걸어 나가는 주인공 아스미와 주변의 여러 인물들을 통해 우정이나 우주에 대한 동경, 과거와의 갈등 등을 중심으로 펼쳐낸 사람들의 이야기이지요.

  어머니를 앗아간 로켓에 증오보다는 동경을 품고 자라나는 소녀와 로켓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사자가면을 쓴 유령으로 소녀 앞에 나타나 그녀를 이끌어 주는 라이온씨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어 소녀 소년의 만남이 이어지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나갑니다.

  로켓조종사의 유령이 소녀에게 훈련을 시켜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SF가 아닌 판타지, 동화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동화풍에 가까운 그림체에 파스텔 색조가 어울릴만한 색상을 가진 작품으로 꿈과 희망에 가득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과거와의 갈등이나 어른들의 정치적인 판단처럼 심각한 이야기들도 눈에 띄고, 우주 훈련 등에서는 매우 사실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주역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주 시대의 생활보다는 우주를 향한 동경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플라네테스>나 <문라이트 마일>, <우주형제> 같은 작품과는 조금 다른 입장의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로켓 발사와 그 이후의 임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로켓걸>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 소녀들의 동경과 노력이 충실하게 그려지고, 이 이면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 사실적인 세계를 그려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작품입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연재되어 총 16권으로 완결되었지만, 국내엔 출판사인 세주의 사정으로 6권 이후로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2004년엔 NHK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총 20편 분량으로 역시 초반 부분의 내용에 그치고 있습니다. 작품이 완결된 2009년엔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인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멀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고작 6권의 만화책, 그리고 투니버스에서 보여준 애니메이션으로 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국내에 선보인 부분만으로도 이 작품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합니다.(다행히도 이 작품은 중고로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역시 금방 찾아볼 수 있고요.)

  1973년의 오늘 태어난 작가의 생일을 축하하며, 동시에 이 작품이 언젠가 제대로 번역되어 모두 소개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추천작으로 소개합니다.


여담) 이 작품은 일찍이 작가의 데뷔작인 <2015년에 쏘아올린 불꽃>과 사실상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바탕으로 4편의 단편을 더 만들고 <트윈 스피카>의 연재를 시작했지요.
 
  애니메이션에서는 초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2015년에 쏘아올린 불꽃>을 가장 첫 머리에 배치하여 이들 작품의 연관성을 더욱 명확하게 하고 있으며, 캐릭터 설정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주었습니다.

  한편, 작가는 신카이 마코토 원작의 만화 <별의 목소리>의 소설판 삽화를 맡기도 했는데, 태어나면서부터 청력이 좋지 않아 신카이 마코토와의 대담에서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작중의 주인공 아이미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나 장애를 갖고 있다가 극복하는 것은 어쩌면 그 자신의 경험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여담) 사실 이 작품은 처음 봤을때 SF인지 몰랐습니다. 그림체부터가 달랐거든요. 뒤늦게서야 이 작품을 알고 보게 되었고, 6권까지만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결국 일본에서 주문해서 사기에 이른 작품이기도 하지요.
   원작은 따로 갖고 있으니, 추후 우주 여행 작품 특집 같은 형태로 도서관에서 소개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