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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야기

브레인웨이브, IQ400 폭주하는 지능이 가져오는 독특한 미래상


토끼가 빗장을 열고 덫에서 탈출하고 말은 자신들을 얽매던 쟁기를 발로 밟아 부러뜨리며 원숭이가 산탄총을 쥐고 거리로 나선다. 오랜 기간 멍에나 채찍으로 동물들을 지배하던 인간에겐 지옥 같은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더 지능화되었다는 점이다. 돼지들이 울타리를 뚫고 달아날 때 인간들은 세상보다도 그 자신의 변화에 당황하고 두려워하며 심지어는 노벨상 수상자 평균치보다 몇 배는 똑똑해진 사람들이 광신적인 신흥 종교에 빠져서 무리를 지어 날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폴 앤더슨 SF 걸작 《브레인 웨이브》는 지구 상 모든 동물의-'혹성탈출'에서처럼 원숭이만이 아니라 생쥐까지도- 뇌활동이 활발해져 매우 똑똑해진 이야기다. 


SF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휴고상을 7번 네뷸러상을 3번 수상하며 '가장 SF다운 SF를 쓰는 작가'로 이름 높은 작가 폴 앤더슨은 태양계가 원래부터 전자기와 전기화학적 현상을 억제하는 거대한 역장에 둘러싸여 있었다는 독특한 상상을 통해 소설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폴 앤더슨의 상상력은 뇌의 활동이 전자기적인 현상이라는 과학적 상식에서 출발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간단한 과학 상식에서 시작된 가정이 ‘이러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로 발전하는 모습은 SF 창작을 위해선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쌓는데 그치지 않고 상상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크게 네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지적장애자였던 농장 직원 브룩, 생물학자인 코린스, 그의 아내인 실라와, 지역 정부의 대표가 된 맨델바움. . 제각기 입장도 상황도 다른 이들의 모습이 나열되고 교차하는 가운데 미래의 모습이 다채롭게 전개된다.


흥미로운 것은 어떤 이들은 ‘절대’ 지성으로 새로운 존재가 되어 운명을 찾지만, 어떤 이들은 '평범한' 지성 속에서 자연과 손을 잡고 새로운 운명을 발견한다는 점이다.


서로 상반된,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결말은 폴 앤더슨이 뛰어난 상상력만큼 현실을 잘 이해하는 통찰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류의 미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며, 그만큼 이후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이끈다.


이처럼 여러 사람의, 수많은 이야기가 고작 270쪽의 짧은 분량 속에 담겨있다는 사실은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인 동시에 굉장한 강점이다. 복잡한 설명 없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이야기 덕분에 쉴 틈 없이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으니 말이다.


<타우제로>, <타임패트롤> 등 수많은 걸작으로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작가’라고 불렸던 폴 앤더슨이 자신의 최고 걸작 다섯 개 중 하나로 꼽는 <브레인 웨이브>는 호기심과 두려움, 기대가 뒤섞인 미래사회에 대한 대중의 누적된 상상력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한다. 판타지와 SF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폴 앤더슨의 《브레인웨이브》에서 보여주듯 과학상식을 통한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