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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작가라는 삶, 그리고 꿈에 대해서...

  "작가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는 백수나 다를 게 없습니다."

  한 작가 분의 말씀입니다. 작가가 작품을 쓰지만, 그것을 발표하여 수익을 얻지 못하는 이상은 직업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작가라는 것은, 그것이 소설가이건 번역가 건, 시나리오 작가건, 아니면 잡지의 필자건 '글'을 팔아서 먹고 사는 직업입니다. 물론 작가라는 것은 취미의 일환이 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무언가를 먹고 살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의, 식, 주'라는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람입니다. 수익이 필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 은둔 중인 작가와 한 작가 지망생 소년과의 만남을 그린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잔잔한 감동과 작가가 되고 싶다는 기분을 이끌어낸다. ( Copyright (c) Columbia Pictures All right Reserved ) ]



  작가의 수입은 '글'을 통해서 나옵니다. 글을 팔고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입니다. 제 아무리 많은 글을 써도 글이 팔리지 않으면 작가는 백수나 다를바가 없습니다. 아니 백수보다 나쁠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그래도 글은 남고 글실력도 향상되니 백수보다는 낫다.'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수입은 -글만을 기준으로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원고료
2) 인세
3) 부가판권료

  여기에 인기를 끌면 강연 등의 출연료로 부수입이 들어올 수 있지만, 글만을 기준으로 하면 사실상 이것이 전부입니다.

  각각의 수입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대한민국 기준이며 다소 추측이 섞여 있습니다.)


1) 원고료

  잡지나 신문, 포털 등에 글을 기고해서 얻는 돈입니다. 대개 원고를 1번 수록할 수 있는 권한으로 원고의 기본적인 권리는 작가에게 있습니다. 매체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특히 발행 부수에 따라), 국내의 매체 중에서 원고 하나로 먹고살만한 원고료를 주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한 추리 소설가 분의 말씀에 따르면 단편소설 하나를 기고할 때 많아야 30만원 정도라 합니다. 다만 이는 동인 형태에 가까운 사례로 대다수 잡지나 신문은 그보다 훨씬 높습니다.

  원고료는 대개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하는데, 잡지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포털에서는 원고지 1장당 5,000원 정도. 문학 잡지에서는 7,000원에서 만원대. 신문은 더 많은 것으로 압니다.

  단편 작품은 원고지 100매~150매 정도이므로, 포털에서는 단편 하나에 50~75만원. 문학 잡지에서는 100~150만원 정도입니다.
 
  매우 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품을 쓰는데 들어가는 노력을 생각할 때 결코 큰 돈이 아닙니다. 한 달에 한 편씩 문학잡지에 쓸 수 있다고 해도 고작 한국의 4인 가족 최저 생계비 149만 5550원(물론 이 금액도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건 잘 아실 겁니다.)에 미치기 어렵습니다.

  잡지나 신문은 자리가 얼마 되지 않는 만큼 매달 쓴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매달 1편씩 잡지에 기고한다고 해도 1년 수익은 1,200~1,800만원에 불과합니다.

  한편 칼럼은 자리가 더 많으며 대개 장수에 비해서 원고료가 높은 편입니다. 많은 소설가가 칼럼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그러한 현실도 한몫하고 있을 것입니다.

  근래에 포털에서 소설을 소개하는 사례가 있어 그나마 자리가 늘어나는가 했지만, 아쉽게도 네이버에서는 소설 기재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한편, 잡지 원고료는 단행본(초판 3,000부 기준)보다 페이지 당 원고료가 높은 편인데, 그것은 잡지가 광고로 돈을 버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대개 단행본보다 많이 나가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대개 1달이면 원고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이점입니다.

  더욱이 잡지는 신인 작가들을 끌어내어주는 등용문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기성 작가 작품도 실리지만, 신인 작가의 작품도 실리게 마련이며 독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작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학 잡지는 문학 수준을 끌어올려주는 원천인 동시에 그 나라의 문학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문학 잡지를 찾기 힘든, 특히 장르 문학 잡지를 볼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은 정말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많은 나라에서는 단편 1편으로 받는 원고료로 꽤 오랜 기간 생활할 수 있습니다. 잡지가 팔리는 숫자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작품에 대해 '정당한 값'을 치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 인세

  책을 내어 그 책의 판매에 대한 수익입니다. 기본적인 인세(대개 초판본에 대한 인세)에 추가로 판매된 책자의 인세가 더해집니다. 인세는 대개 책 가격의 일부로 작가에 따라, 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라고 가정하고 책값이 10,000원이라면, 초판 3,000부를 판매했을 때 대략 300만원의 수익이 들어옵니다.
  실제로는 계약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한때 무협소설이나 추리소설은 초판을 2만부로  계산했다는데 당시 책값이 절반 정도였으니 대략 1,000만 원 정도 수익이 되겠군요.

  지금도 일부 작가는 2만부 정도의 수입은 보장받는다고 합니다. 엄청난 수익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장편 1권을 내려면 짧게는 반년 길게는 수 년이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1년 수입이 300만원에서 2000만원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인기 작가라면 이보다 2배에서 3배 정도의 기본 수입이 될 수 있겠지만. 생활하는건 쉽지 않습니다. (작가는 프리랜서이므로 고용보험이나 의료 보험은 없습니다.)

  1년 수입이 300만원이라면 생활은 불가능합니다. 시장에서 장편을 보기 어려운 것은 장편을 써서 생활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시장에 넘쳐나는 대여점 판타지 소설은 훨씬 짧은 시간에 많이 나올 수 있어서 수입은 어느 정도 늘어납니다. 한 권당 200~300만원이라 가정하면 1년에 10권을 쓰면(그게 모두 다 계약된다면) 2,000~3,000만원이 될 수 있겠지요.

  다만 이는 매우 이상적인 사례로 근래는 판매 수량에 따른 '판매 부수'로 계산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대여점의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책이 나온다고 해서 대여점에서 모두 수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판매되었다가 반품되는 일도 있고, 처음에 반응이 안 좋으면 후편은 아예 받지 않거나 내지 않기도 합니다.

  때문에 대다수 작가는 1년에 10권을 내도 1,000만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한편, 여러 작가가 단편을 모아 '단편선집'이라는 이름의 책을 내는 사례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인세가 나누어집니다. 보통 단편 10개를 모아 1권을 만드는데 초판 3,000부 기준에서 300만원으로 생각하면 작가당 30만원씩 받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앞서 살펴본 잡지의 원고료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입니다. 거의 동인 수준에 가까운 정도이지요. 잡지가 부족한 국내에선 단편선집이 잡지를 대신해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되기도 하지만, 역시 잡지가 필요합니다.


3) 부가판권료(2차 판권)

  작가의 글을 바탕으로 드라마나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이 나올 때 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작품 매출의 일부를 받기도 하지만, 일부 금액으로 매절하는 사례가 많으며, 장르 세계에서는 상당히 많은 작가가 책과 함께 부가 판권도 넘겨버리곤 합니다. (당연히 별로 크지 않습니다.)

  만화 왕국 일본에서 만화가의 주수입은 단행본 인세와 부가판권료입니다. 특히 [드래곤볼]이나 [원피스] 같은 인기 작품은 부가 판권 수익이 매우 큽니다. (단행본만 해도 1억부가 넘게 팔렸으니 인세를 10%로 계산하면 1억부당 40억엔(약 400억원)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를 기하기는 힘듭니다. 작가의 글을 바탕으로 작품이 나오는 사례가 적은데다 대개 출판사에 넘겨 버리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부가 판권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한다고 해도 작가의 원작을 쓰지 않는 사례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작가의 작품을 '참고'만 하고는 무시하기도 합니다.

  부가 판권료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은 작가들에게 더욱 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백수와 다를게 없습니다. 글을 팔아야만 수입을 얻을 수 있는데, 그 수입은 고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당연하게도’ 4대 보험 혜택은 없습니다.

  얼마 전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굶고 병들어 죽은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한국에서의 작가가 놓인 현실을 보여줍니다. 아니, 작가라는 이가 놓인 상황은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닙니다. 롤랜드 애머리히 감독의 영화 [2012]에서 주인공은 SF 작가입니다. 책을 냈지만 별로 팔리지 않았기에 운전사로 일 하면서 먹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엄청나게 성공했지만, 해리 포터의 작가인 조앤 롤링이 실업급여를 받으며 글을 썼다는 사실이나 12번이나 퇴짜를 맞으며 겨우겨우 받아들여진 것, 스티븐 킹이 [캐리]가 성공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세탁소에서 일하며 겨우겨우 먹고 살았다는 것도 잘 알려진 일입니다.

  본래 의학박사 출신으로 영화감독으로도 알려졌으며 집안 자체가 부유한데다 데뷔작부터 베스트셀러+영화화를 거쳐 떠오른 마이클 크라이튼 같은 이는 극히 드문... 손꼽는 사례입니다. (그야말로 엄친아...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지요. 60대 초반에 병사한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작가는 생활하기 어려운 직업입니다. 아니, '백수'입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무엇을 바라고서 일을 하는 것일까요?

  우선, 모든 작가들은 ‘성공’을 꿈꿉니다.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바라고 작품으로 큰 돈을 벌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성공이라는 것은 보장되지 않고 우리나라처럼 도서 시장이 크지 않은 곳에서의 성공은 더욱 어렵다는 것을 상기할 때 “상업적인 성공”을 바라고 작가로 활동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불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다른 모든 직업과 마찬가지로 작가 역시 상업적인 성공은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라는 직업이 가진 본질... ‘글을 써서 완성하는 것’. 그리고 나아가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어 자신의 생각(또는 상상)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백수입니다. 글을 팔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보험 외판원’ 같은 사람이라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설사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한 작가라는 직업은 유지될 수 있습니다.

  누구든 ‘작가가 되겠다.’라는 꿈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한, 그는 ‘내 직업은 작가(또는 작가 지망생)’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작가 지망생, 또는 작가가 있을 것입니다. 대개는 글로서 생활하지 못하는 이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로의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버리지 않는다면, ‘작가’라는 직업을 꾸준히 이어나가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옛날, 작가는 극소수 사람의 직업이었습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작가로서 글을 써서 완성하고 발표하는 것은 얼마 안 되는 사람만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작가나 작가 지망생은 과거의 어지간한 작가들보다 많은 독자에게 자신의 글을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상업적 성공이라는 가능성을 손에 쥘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비록 현실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닐지라도...



여담) 작가는 ‘글을 쓰는 한 작가일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작가를 위한 현실이 더 나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조앤 롤링이 실업연금을 받아가며 글을 썼다고 했는데, 이는 ‘글을 쓰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활 지원은 주어졌다는 뜻입니다. 물론 영국의 복지 제도는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최소한 작가가 ‘남는 밥이 있으면 주세요.’라고 하다가 죽을 정도는 아닌 것입니다.
  더욱이 인터넷을 통해 작가들이 글을 소개할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났다곤 해도, 잡지처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로가 적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장르 분야에서 비교적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무협 문학에는 아예 잡지가 없고, 추리 문학 역시 작가 협회에서 내는 계간지 정도만 존재하니까요.
  작가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와 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굶주림과 지병으로 사망한 최고은씨 사건으로 제안된 ‘예술인 복지법’은 위원회를 통과했지만, 6월 달에 유보되었고 ‘8월말까지는 통과’시킨다는 얘기와는 달리 지금 이 순간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이 잊혀졌습니다.

  원고료나 인세, 부가판권 등의 수입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이를테면 시나리오 작가는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는 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영화가 도중에 중단되면 아예 못받고 맙니다.) 복지 혜택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냄비 근성’이니 뭐니 하고 얘기하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이 한 가지 사회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당장 삶의 문제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계속 환기하고 정치가들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단체가 필요합니다. 여러 시민 단체도 있지만, 작가 협회나 예술인 협회처럼 스스로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단체도 필요합니다.

  작가는 매우 외로운 직업일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글’은 그 자신이 완성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작가의 창작 그 자체는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 격려하고 의견을 내면서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작가의 힘든 삶도 서로 돕고 한 목소리로 문제점을 지적하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작가는 혼자 창작만 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가의 모든 글은 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틀 속에서 나오는 것을 생각할 때 사회에는 관심도 없는 작가가 정말로 제대로 창작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겁니다.

  실제로 역사상 많은 작가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작가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 작가라는 직업을 유지하고 꿈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성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좋은 글을 완성하는 것이 곧 작가라는 직업의 행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이 놓인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작가라는 직업"에 걱정없이 전념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