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우주 이야기 2012. 6. 15. 00:16

(* 2010년 5월 14일 하야부사의 귀환을 기념하여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입니다. 하야부사가 귀환한 5월 13일을 기념하며 이전했습니다.)


  2010년 5월 13일 11시경 하늘에서 한 개의 낙하산이 떨어졌습니다. 낙하산이 떨어지는 일이야 뭐 대단할 게 있겠습니까마는, 어제의 낙하산은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그 안에는 자그마치 7년 만에 지구로 귀환한 탐사선의 자취가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야부사. 일본어로 ‘매’라는 뜻의 탐사선은 2003년 5월 9일 지구를 떠나, 이토카와라는 이름의 소행성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 먹이를 향해 날아오른 하야부사. (ISAS/JAXA) ] 

 

  그야말로 먹이를 향해 날아오르는 매처럼 화려하게 떠오른 하야부사였지만, 그 여정은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주로 날아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4기의 이온 엔진 중 한기의 출력에 문제가 일어났고, 2003년 11월에는 관측사상 최대 규모의 태양 플레어가 폭풍처럼 하야부사를 덮친 것입니다. 그 탓에 메모리에 약간 이상이 일어나고 태양 전지의 출력이 저하되기도 했지만, 매는 상처를 입었음에도 건재하게 목표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2004년 5월 19일. 하야부사는 이온 엔진을 조종하여 지구 근처로 돌아오면서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속도를 높였습니다.


  그해 12월에는 이온 엔진을 가동한 지 2만 시간에 이르렀고, 이온 엔진 우주선으로는 최대 기록을 경신해나갔습니다.

 

[ 왠지 하트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토카와 (ISAS/JAXA) ]

 

  2005년 7월 29일. 소행성 이토카와를 발견한 하야부사는 사진 촬영에 성공. 이들을 바탕으로 정밀한 궤도 계산를 실시했고, 드디어 목표를 향한 마지막 돌격을 준비했습니다. 3기의 자세 제어 장치 중 1기가 고장난 상태였지만, 처음부터 1기를 예비로 장착했던 연구원들의 노력 덕분에 무사히 자세를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0월 2일. 남은 2기의 자세 제어 장치 중 하나가 고장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발사팀에서는 고심 끝에 연료를 최대한 절약하면서 화학 로켓을 병행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고, 드디어 목표(먹이)를 향해 매는 돌진을 시작했습니다.

 

  리허설 강하 중 이상이 발생하는 등 난항을 겪긴 했지만, 11월 20일 목표에 40m까지 접근한 매는 타켓 마커를 이토카와를 향해 발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에는 하야부사 발사 전에 실시한 “작은 왕자를 만나러 가지 않겠습니까?” 캠페인 당시 참가한 88만 명의 서명이 담겨 있었습니다. (에잇, 나는 왜 몰랐지?)

 

[ 타겟 마커 발사. 88만명의 바램이 담겨 있다. (ISAS/JAXA) ]

 

  매...라고 불렀지만, 하야부사의 접근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세 제어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력이 약한 소행성 위에 내려앉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한 차례의 시험 착륙(11월 20일), 도중에 전지가 방전되어 전기 계통이 재시동되고(추정. 11월 27일) 통신이 끊어지는 등(11월 28일) 수많은 문제가 계속되었지만, 즉석에서 제어 프로그램을 개량하는 등의 노력 끝에 결국 귀환을 시작했습니다.

 

[ 소행성에 착륙한 하야부사의 상상도 ]


  다양한 문제 탓에 이토가와에서의 시료 채취에 성공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전력이나 통신이 몇 차례나 끊어지는 등 문제 속에서도 하야부사는 지구를 향한 긴 여정에 돌입했습니다.

 

  본래 2007년 여름에 돌아올 예정이었던 하야부사의 귀환 길은 수많은 역경 속에 2010년으로 연기되었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힘겹게 지구로 향했습니다. 그 동안 탐사팀이 하야부사의 행적을 추적하며 귀환을 돕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2010년 1월 13일. 지구의 인력권에 들어선 하야부사는 6월 13일 마지막 힘을 내어 알(소행성의 시료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탐사 캡슐)을 낳고는, 지구의 모습을 그 눈에 담은 채 지구의 대기 속으로  불타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하야부사가 낳은 알(캡슐)은 13일 19시 54분에 분리되어 낙하산을 매단 채 지구로 들어왔고, 14일 0시 5분. 헬리콥터에 의해 발견되어 회수되었습니다.

 

  전체 중량 510kg. 일방통행이 아니라 지구로 귀환을 목적으로 한 탐사선으로는 그다지 듬직하다 보기 어렵지만, 결국 지구를 날아오른 매(하야부사)는 폭풍과 부상을 딛고 목표로 날아가 돌아왔습니다.

 

  비록 임무 중 일부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통신 두절 등의 힘든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하야부사를 상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야부사가 남긴 캡슐 속에서 소행성의 파편이 발견되었습니다. 조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이러한 성과를 생각하지 않고 그간 하야부사가 남긴 수많은 업적만으로도 우주 탐사의 역사 속에 길이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한정된 예산, 열악한 환경, 그리고 예기치 못한 재해 등 무수한 어려움 속에서도 하야부사의 귀환을 믿고 지원한 발사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같은 노력이 계속되어 ‘영원한 신천지’, 우주를 빛낼 수 있기를...


 

추신1) 하야부사가 소행성 시료 채취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탐사 작업을 통해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특히 -비록 1기가 고장났지만- 이온 엔진을 이용한 초 장거리, 초 장시간 항행 기록은 주목할만합니다.

  장거리 우주 탐사에서 이온 엔진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군요. 무엇보다도 3년이나 늦어졌지만, 무사 귀환한 사실은 향후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수많은 나라가 소행성 탐사에 뛰어들도록 분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여깁니다.


추신2) 2010년 도쿄에서 열렸던 일본 SF 대회에서 SF 대회 와중에 인기를 끈 누군가를 수상하는 '암흑 성운상 코스츔 부문'에서 두 사람의 소녀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 사람은 수상자인 아키노씨.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암흑성운상의 실행 위원장의 따님이었지요.



  아키노씨는 바로 하야부사의 코스츔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 하야부사짱? 사진이 흔들린게 너무 아쉽다...-_-;; ]


 등뒤의 이온엔진(?)에서 불도 켜지는 본격적인 디자인이었지요. 그럼 심사위원장의 따님은...? 바로 하야부사가 내려앉은 이토카와의 정령(?)... (위의 하야부사짱(?)이 손에 든 것이 이토카와. 바로 심사위원장의 따님의 코스츔이었습니다.)


  하야부사라는 우주 탐사선까지 의인화시켜 코스츔하는게 기묘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대단한 위업을 이룬 존재라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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