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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판타지도서관

'양산형' 판타지...?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나.

  저는 현재 SF&판타지 도서관이라는 장르 전문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SF와 판타지 장르에 초점을 맞춘(여기에, 무협, 추리, 호러, 로맨스 등도 일부 추가) 도서관으로 한국에 나온 SF와 판타지 작품을 가능한 많이 수집하여 소개하고, 나아가 장르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여하튼 거창한 목적으로 만들어져 5년째 운영 중인데...


  제 개인의 사비로 운영하다보니 아무래도 제약이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도서관에 보관하는 장서의 제한이지요.


[ 기증 들어온 판타지 소설들. 한번의 기증으로 책장 몇개 분량이 가득차게 됩니다. ]


  현재 도서관에는 만화책, 잡지 등을 포함하여 15,000권 정도의 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7000권 정도로 시작했으니 거의 두배로 불어난 것이며, 소설만도 6,000권에 가까우니 결코 작지 않은 양이지요.


  그러다 보니 책장도 처음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났고, 이제는 완전히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이제 더 늘릴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결국 '도서관에 들어오는 모든 책을 수용한다.'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버리거나 팔거나 하지는 않지만, 전시용으로 내놓는 것을 계속할 수는 없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고민 되는 것이 바로 속칭 '양산형 판타지 소설', 약칭 '양판소'입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판타지 소설이 있습니다. 하루에만도 소설이 2~30권씩 쏟아져서 대여점으로 들어갑니다.일년이면 5,6천권. 돈도 돈이지만, 일년마다 현재 도서관에 전시된 소설과 맞먹는 양의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들을 구매하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도서관에는 그만한 예산도 없고요. 하지만 가끔 이런 소설을 상자로 기증하는 사례가 있어서 문제가 됩니다. 보통 수십, 수백권이 들어오는데, 문제는 이들 소설을 수용할만한 여력이 없다는거죠.


  '좋은 작품만 고른다.'라는 기준을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도서관에서는 작품의 질을 따지지 않습니다.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거든요.



  그럼에도 대여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만화나 소설은 가능한 전시하지 않으려 하는데... 한편으로 이들 속에서도 간혹 장르 작품으로서 충실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 있게 마련이라서 고민됩니다. 숫자는 많지 않을지 몰라도, 짚 속에서 바늘 찾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거죠.


  그렇지만, 그 기준은 무엇일까요? 앞서 말했듯 도서관은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고 말이죠.



  사실은 도서관 개관부터 시작된 고민이었지만, 도서관의 5주년이 된 오늘도 이 같은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SF&판타지 도서관에는 어떤 기준이 필요한 것일까 하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