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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이야기

슬레이어즈와 상상 과학... SF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판타지?


[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국내 판타지 작품에 많은 영향을 남긴 슬레이어즈 (슬레이어즈! / 칸자키 하지메, 후지미서점 ) ]

  마법 소녀 리나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됨으로서 밍키와 새롬이에 이어서 신세대 마법 소녀의 전설(?)을 남겼던 슬레이어즈.

 

  이 작품은 개그 판타지의 전형으로서 일본식 판타지를 대표하게 되었고, 일본에서 속칭 '라이트 노벨'붐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내에서 넘쳐나게 된 먼치킨 판타지를 탄생시킨 주역이라 인식되고 있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동시에 마법을 세계관의 핵심에 배치하는 한편, 거의 과학이라 불릴 정도로 완성도 높은, 그리고 논리적이며 현실적인 마법 체제를 도입한 작품으로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마법이라는 요소에 대해서 과학적인 요소를 도입한 최초의 일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대개의 판타지 작품에서 마법은 보조적인 수단에 지나지 않거나 혹은 -결코 논리적이라 할 수 없는- 세계의 질서로서 등장합니다.(나니아 연대기에서 세계의 질서라는 것은 말하자면 일종의 마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슬레이어즈에서 마법은 도구이면서도 작품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마치 하드 SF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위치를 그대로 마법이 계승하고 있다고 할까요?

 

  마법이 과학의 하나라면? 이러한 가정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슬레이어즈가 사실은 SF라는 놀라운 결론이 돌출될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마법이 나온다고 해서 SF가 아니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지요.

 


  마법 과학을 작품의 전면에 등장시키고, 이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사건을 해결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SF 작품은 무수하게 많습니다.

 

  행복한 책 읽기에서에서 나온 < 귀족 탐정 다아시경 - 셰르부르의 저주 >가 대표적이지요. 인류가 현재의 과학과는 달리, 마법을 과학으로서 발전시킨 평행 세계를 무대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판타지 세계에서만 등장하는 것으로 생각된 마법을 하나의 과학 법칙으로서 준비하고, 이를 통해서 각종 범죄 사건들을 해결한다는 흥미로운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마법 과학이 놀랍게도 슬레이어즈에서의 마법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이에 대해서 제가 아는 누군가는 '마법계의 CSI'라고 했던가요?)

 

  우리들은 흔히 마법이 나오면 판타지, 그렇지 않으면 SF라고 구분하지만, 판타지에서 SF에 이르는 수많은 갈래 속에서 사이언스 판타지, 혹은 뉴에이지 SF 등이 존재하고 여기에는 마법들이 포함되기도 한다는 것을 잊곤 합니다. (또 하나, SF의 세계 속에서 "매우 발전된 과학은 마법과 같다."는 말이 있다는 것도 잊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슬레이어즈를 보고서 그냥 "이건 판타지야"라고 말하고 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등장하는 과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마법 체제, 그리고 그 마법 체제가 작품의 중심에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는 상황에서 슬레이어즈에서 SF의 냄새를 느끼곤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냄새...일 뿐 슬레이어즈가 SF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것을 가장 먼저 느낀 것은 1부의 이야기 중 하나로서, 생리 중인 상황에서 트롤과 대면한 리나의 대처였습니다. 이 세계 속에서 트롤은 치유력이 엄청나게 높기 때문에 어지간한 상처로는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그런데 리나는 이를 역으로 이용하여 트롤을 물리치지요. 바로 치유력을 반대로 작용하도록 바꿈으로서... 평범한 인간이나 다른 몬스터라면 이 마법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자연 치유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반대로 작용한다고 해도 상처가 조금 벌어지는 정도... 하지만 트롤에게 대해서 작용할 경우, 아주 작은 상처 하나가 트롤을 소멸시켜 버리는 결과를 낫습니다...

 

  "트롤을 이렇게 처리할 수 있다니..."

 

   처음 이 글을 보았을때 제 느낌은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논리적인 상상력에 경탄을 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SF에도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깨달았던 것입니다. '슬레이어즈는 왠지 SF 같은데?'

 

  슬레이어즈에서 마법 과학의 활용은 트롤을 처치한 사례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대등한 마법력에 의한 주문 간섭이나, 마족으로부터 힘을 빌리고 있다는 특성으로 인하여 마족에게 사용한 마법이 도리어 술자를 해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고, 보다 고위의 존재인 금색의 마왕 루시퍼의 힘을 빌리는 마법이 사실은 그를 이 세계에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그리고 한편으로 그 마법은 세계를 오염시켜 마치 핵폭탄이 터진 듯, 주변에 생물이 살 수 없에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리나는 각성에 의해서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변신을 하거나 파워업 하지도 않으면서 훨씬 강한 상대를 쓰러뜨려갑니다. 바로 그러한 마법학의 응용에 따라서 말이지요.

 

  그러한 과정 하나하나는 너무도 참신하고 독특하기 때문에 찬사를 일으키기에 충분하고 또한 연구할 가치를 느끼게 합니다. 어떠한 선입견도 없이 그리고 발상의 제약도 없이 넘쳐나는 상상력... 그러면서도 논리라고 하는 과학적 요소에 충실하게 짜맞추어나가는 그 과정은 어지간한 SF에서도 보기 드문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한편으로, 저기 어딘가 '마법이 정말로 존재하는 세계'에서 펼쳐지는 SF라고 해도 안될 것은 없다는 말이지요.^^

 


추신) 슬레이어즈 속에서 등장하는 마법은, "도구"이며 동시에 "지식"입니다. 그것은 리나가 세계를 창조해낸 금색의 마왕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됨으로서 제대로 된 기가 슬레이브를 쓸 수 있게 된다는 설정에서 명확하게 연출되고 있지요.


  단순히 주문을 익혀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질서를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마법을 쓰고, 기존의 마법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개념. 바로 마법 과학의 요소가 바로 슬레이어즈의 세계를 밑에서 떠받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개그물로 생각되는 이 작품은 충실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물론 간단한 마법이라면 주문만 외워도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슬레이어즈 세계의 마법은 과학적 지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추신) 사실 본래부터, 슬레이어즈는 SF로서 기획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꾸미던 과정에서 그 이야기는 우주가 아닌 지상을 무대로 하게 되었고 마치 판타지를 연상케하는 분위기를 갖게 되었을 뿐이지요.^^

 

추신) 슬레이어즈와 비교되곤 하는 -그래서 크로스 오버 작품도 제작된- <마술사 오펜> 역시 일본의 판타지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한편으로 슬레이어즈보다 SF에 더 가까운데, 여기서 사용하는 마법이라는 것이 사실은 '초능력의 일종'이기 때문이지요. (모 작품에서 나오는 누군가의 설명에 따르면 '일종의 최면으로 그것이 마치 일어난 것처럼 착각하게 하여 발생한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마술사 오펜에서의 마법은 주문이 들리지 않는 범위에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상대, 또는 목표에게 주문이 도달하는 범위에서만 효과를 발생한다는 점이 특이한 것이지요.)


[ 독특한 마법사들의 크로스오버. 슬레이어즈 VS 오펜. 여기서도 마법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등장한다. ]


(*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