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승무원이며, 달에 발을 딛은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대중의 대응은, 적어도 한국에서 그들 두 사람에 대한 반응은 굉장히 다릅니다.
심지어 "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못한다."라면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광고가 나왔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버즈 올드린이 닐 암스트롱 이상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폴로 11호 이후 거의 잠적하다시피했던 닐 암스트롱과 달리, 버즈 올드린은 그후 수많은 대중 매체에서 활약하면서 우주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고자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대중 매체에서 버즈 올드린의 이름을 접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토이스토리에서 우리는 '버즈'를 만날 수 있죠.
트랜스포머 3나 우주 형제 같은 영화에서는 버즈 올드린 본인을 만날 수도 있고요.
심지어 그가 쓴 SF 소설도 찾을 수 있습니다.(존 반스와 공저한 작품인데다, 국내에선 버즈 앨드린이라는 이름으로 표시되었습니다만.)
닐 암스트롱이 "작은 발자국"으로 세계의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많은 이에게 '우주를 향한 꿈'을 심어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주 개발의 발전 과정에서, 아폴로 계획을 비롯한 우주 개발 계획을 대중에 알림으로써 꿈을 가능성으로 바꾸는데 노력했다는 점에서는 버즈 올드린이 더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사람들을 우주로 이끄는 역할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인류가 달에 간건 거짓이다."라며 그 자신만이 아니라 아폴로 계획에 참여한 수많은 이를 모욕한 -자칭?-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주먹도 날리면서 말이죠.^^)
동방의 어떤 나라의 어떤 사람들은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한다고 '착각'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그리고 세상이라는 것은 한 순간의 1등이 아니라, 평생의 2등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버즈 올드린은 잘 보여줍니다.
한편, 아폴로 11호에는 또 한 명의 승무원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이클 콜린스"입니다. 그는 아폴로 11호의 승무원입니다만, 달에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에서 임무를 진행하는 동안, 그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하여 사령선에 남아서 달 궤도에 머물러 있었지요.
우리들은 닐 암스트롱을 기억합니다. 버즈 올드린 역시 여러가지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지요. 그렇다면 마이클 콜린스는 어떨까요?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위키피디아를 보면 고작 3줄 밖에는 내용이 없을 정도고요.
그는 닐 암스트롱만큼 유명해진 것도 아니고, 버즈 올드린처럼 그 후에 대중적인 활동을 많이 하지도 못했습니다.(스미소니언 연구소의 부소장을 맡아 활동한 만큼 남긴 업적이 적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마이클 콜린스가 아니었다면,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이클 콜린스는 바로 그것을 자신의 자랑으로서 많은 이에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가 제미니의 승무원으로서, 그리고 아폴로의 승무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이들 임무를 성공시켰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아폴로 11호가 달로 날아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에서는 이들 외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그들을 알지 못하며, 어떤 이들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폴로 11호 착륙의 그 순간에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행복해 합니다.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할지도 모르지만, 행복이라는 것은 1등에게만 찾아오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직 1등만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세상이 1등만 기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1등이 되어야 한다며 날뛰고, 남들보다 윗자리에 서고자 노력하며, 1등이라는 권위에만 매달리고 집착하면서 다툼을 벌이게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2등이 1등을 질투하고 다툰다고 생각하지요.
이를테면, 아폴로 11호의 임무 수행 사진은 오직 버즈 올드린의 모습만이 남아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인 아래 사진의 주역도 역시 버즈 올드린이지요.
이에 대해서 어떤 이들은 버즈 올드린이 고의적으로 닐 암스트롱의 사진을 찍지 않았다고 합니다. 2등인 버즈 올드린이 1등이 되지 못하는 것을 질투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버즈 올드린은 고의적으로 닐 암스트롱의 사진을 찍어주지 않은게 아닙니다. 단지 당시 아폴로 11호의 임무 내용에 있어 역할을 분담하며, 사령관인 닐 암스트롱이 사진을 전담하여 찍도록 되어 있을 뿐이었죠.
아래 사진처럼 카메라가 우주복에 고정되어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나도 찍어줘"라고 할 수 있는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닐 암스트롱은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 담당으로서 버즈 올드린의 모습을 멋지게 찍어주기 위하여 노력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사진은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은 것입니다. 버즈 올드린이 질투를 해서가 아니라, 닐 암스트롱이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기 때문에...
만약에 그들이, -일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듯이- 세상이 기억할 1등 만을 바라고 행동했다면 과연 어떠했을까요?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닐 암스트롱의 사진이 없다는 사실이 버즈 올드린의 질투처럼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달에서 활동하던 그 순간 두 사람에게는 1등도 2등도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폴로 11호의 성공을 기억하며 언젠가 달로 향하여 그들의 유적(^^)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닐 암스트롱만이 가치가 있고, 버즈 올드린이 질투 때문에 사진을 찍어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음모와 협잡만이 판치게 될 것입니다. 모두가 '세상이 알아주는' 1등이 되겠다며 상대의 발목만을 잡고, 상대를 쓰러뜨리려 애쓸 것입니다.
그리고 1등만이, 아니 1등조차도 행복하지 않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인생의 행복은 세상이 기억하는 1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자랑스러워할만한 '인생의 1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세상이 기억하는 1등이나 2등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1등이나 2등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럼으로서 행복해지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최소한 버즈 올드린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라고 하거나 닐 암스트롱의 사진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버즈 올드린이 질투해서 그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과학과 우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직 미국 대통령, 광고에 등장하다?! (1) | 2014.03.15 |
---|---|
3월 15일 토요일은 우주의 날? (3) | 2014.03.14 |
아마존의 자동 배달 시스템 이야기 (1) | 2013.12.03 |
큐리오시티 로버의 도착을 기대합니다. (2) | 2012.08.06 |
덕의 극치? 아트 로봇 쿠라타스(Kuratas) (0) | 2012.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