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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작품 이야기

즐거운 웹게임. 링드림(リング☆ドリーム)



  "링 드림"은 여자 프로레슬링 단체를 소재로 한 웹 게임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아직도 프로레슬링이 완전히 죽지 않은(아니, 수많은 이종 격투기 붐 속에서도 나름대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에서는, 남자들만의 프로레슬링이 아니라 여자 프로레슬링도 인기가 높은데, 바로 이들을 소재로 엮은 게임인 것이지요. (사실, 현재 일본 여자 프로레슬링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열기가 꽤 식은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오랜 팬들이 꽤 있죠.)


  여자 프로레슬링 게임이라면 "럼블 로즈"처럼 볼거리에만 치우친 내용을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실 일본 여자 프로레슬링은 남자 프로레슬링 못지 않게 격하고 강렬합니다. 게다가 상당히 열기가 넘치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미국 WWE에서 등장하는 디바 같은 들러리가 아니라, 당당한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지금도 꽤 많은 단체가 운영 중이고, 다양한 선수들이 다채로운 활약으로 관객들의 환성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많은 단체가 운영 중인게, 일본 여자 프로레슬링의 열기가 식은 원인 중 하나죠. 너무 작은 규모의 단체들이 늘어서 있으니 그만큼 특징도 약하고, 각 단체의 선수층도 얇고 말입니다.)



(*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프로레슬링은 고대 로마 시대의 검투 경기에 가장 가깝습니다. 누가 이기고 지는가 하는 승부의 결과가 아니라 승부의 내용을 통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말이죠. 실제로 로마 시대 검투 경기에서 인기 있는 것은 실력있는 검투사가 아니라 사람들을 열광하고 감동하게 만드는 선수였다고 합니다. 반면 실력에 관계없이 형편없는 대결을 벌인 검투사들은 욕을 먹고 심지어 처형되기도 했다고 하죠.)


  그래서인지 간혹 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나오기도 하죠. 이를테면 아래 소개했던 "세계에서 제일 강해지고 싶어." 같은 애니메이션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매년 꾸준하게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WWE와는 달리 일본 프로레슬링은 게임으로 나오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이전만 해도 "파이어 프로레슬링"같은 게임이 있었지만, 요즘엔... 게다가 일본 여자 프로레슬링 게임 중 가장 오래 사랑 받았던 "레슬엔젤스" 시리즈가 서바이버 2를 끝으로 더는 나오지 않게 되기도 했고요. (휴대폰용 게임도 있었지만, 일본 내 한정이었죠.)


  그런 점에서 비록 웹 게임이라곤 해도 이 "링 드림"이 선보인 것은 정말로 즐거운 일입니다. (선보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1년 전에 나왔습니다. 이제 곧 1주년인가 되니까요. 에궁...)



  얼마 전 "세계에서 제일 강해지고 싶어."를 소개하다가 이게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달려가 시작했지요. 한동안 이쪽에 신경을 끊고 산게 잘못이에요. 에궁... 벌써 수많은 이벤트가 이벤트가...


  네... "링 드림"이라는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 "이벤트"라는 것입니다. 이벤트 따윈 웹 게임이라면 다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게 좀 다릅니다. 뭔가 하면...


  "이벤트가 곧 링 드림 세계의 스토리"라는거죠.



( 이야기 속 중심 단체인 도쿄 여자 프로레스의 악역 레슬러(힐)의 2인자인 스파이더 키쿠치 )



  WWE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WWE 같은 프로레슬링에서는 무언가 스토리가 존재하여 흘러갑니다. WWE에서는 각본가가 있어서 이야기를 엮어내지만, 일본 프로레슬링에서는 선수가 주도해서 무언가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일이 많습니다. (심지어 경영 자체에도 깊이 관여하는 바람에 단체 운영이 엉망이 되기도 합니다만.)

  이를테면 챔피언 벨트 경기에 갑자기 뛰어들어서(난입) 링을 휘젓는다거나, 챔피언에게 "넌 잘못하고 있어!"라고 외치고서 '반란군'이 되어 도전한다던지...


  "링 드림"에서는 바로 그 같은 사건들을 소재로 이벤트를 만들고 계속 진행합니다. 본래 일본의 웹 게임들이 이벤트를 자주 하기로 유명하지만, "링 드림"은 거의 2, 3주 간격으로 쉼없이 제공하면서 손을 뗄 수 없게 합니다. 게다가 플레이어들의 참여를 통해서 이벤트의 결과를 연출하기도 하죠.(그야말로 관객의 환성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도 하는 실제 프로레슬링을 보는 느낌일까요?)


  이를테면 얼마 전에는 "링 드림"의 힐(악역 레슬러)의 넘버 2인 스파이더 키쿠치가 현 챔피언이자 베이비(베이비 페이스, 선역 레슬러)의 우두머리(^^)인 여제, 칸자키 레이코에게 도전하는 이벤트가 개최되어 시리즈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선수를 모으거나 능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경기를 통해서 칸자키와 키쿠치 간의 대결 이야기를 즐기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죠. 게다가 각각의 이벤트는 하루에 1개씩 열립니다. 중간에 빼먹고 뒷날 다시 할 수는 있지만, 일단 이벤트가 끝나는 시점까지 다 하지 못하면 스토리를 모두 보는게 불가능한거죠.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일단 끝난 이벤트는 다시 하지 않습니다. (만화 "프라레스 산시로"의 캐릭터인 사쿠라히메를 모델로 한 코스츔 플레이 레슬러, 사쿠라 히메를 얻는 이벤트 같은 건 스토리와 관련 없는 만큼 한번 더 하기도 했습니다.


( 사쿠라 히메 이벤트. 개인적으로 프라레스 산시로의 팬인 만큼 반드시 얻어야 하는데... 그야말로 밤새가며 카드 모아 얻었다. 그나마 이벤트가 끝나기 전에 알아서 다행일까? )



  하지만 각각의 이벤트는 매번 새롭게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생각해 보면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대화만으로 간단히 연출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해도 거의 2~3주마다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내서 준비한다는게 말이지요. 그것도 단순히 계절 이벤트 같은게 아니라 이 작품의 세계에 잘 맞으면서 프로레슬링의 정열을 느끼게 하는 그런 이벤트라면...



  웹 게임인 만큼, 게임의 시스템은 매우 단순합니다. 경기 자체도 버튼 한 두 번이면 종료되고요. 개입의 여지도 거의 없죠.


  하지만 웹 게임이기 때문에 이 같은 스토리의 묘미를 더하고 재미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시작하기 못한게 정말 아쉬운 일이지만 말이죠....



여담) 링 드림처럼 2,3주마다 이벤트를 신설하고 진행하는 것은 매우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그만큼 수익 향상에서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카드 모으기 게임은 자칫 카드 자체가 그냥 숫자만 보게 되는(또는 그림 모으기에 불과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카드마다의 개성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같은 스토리를 통해서 일단 그들에게 다양한 개성을 주고 나아가 이벤트 중에는 특정 카드에 이점을 주거나, 서비스로 제공하거나 해서 그 카드에 맛을 들이게 합니다. 게다가 고작 2,3주... 짧은 시간에 카드를 얻거나 하려면 돈이라도 들일 수 밖에요. 오래 진행한 사람들은 레벨이 높고 체력이 많으니 더욱 애착을 갖고 뛰어들게 됩니다. 캐릭터 하나하나를 키우는데도 굉장히 고심하고요.


  더욱이 이 같은 이벤트를 통해서 게임을 계속 새로운 느낌으로 바꾸어가기에 오랜 기간 선전할 수도 있습니다. 스토리에 신경을 쓰긴 했지만, 이벤트가 없어서 결국 지루해지게 마련인 "캐슬 에이지" 같은 게임과는 조금 다른거죠.

(제 경우 '야후 모바게'( http://yahoo-mbga.jp/ )에서 진행 중인데, 다행히도(?) 제가 가진 어떤 카드도 여기서 결재에 쓸 수 없죠. 그렇지 않다면... 참 엄청나게 돈을 썼을지도 모르겠어요.^^)


여담) 아래서도 소개했지만, 본래 "링 드림"이라는 것은 TRPG(테이블토크 롤플레잉 게임)인 겁스용으로 제작한 여자프로레슬링 룰북이었습니다. 프로레슬링의 재미를 더 높이고자 캐릭터를 설정하고, 단체나 캐릭터간의 관계 등 다채로운 내용들이 기술되었는데,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하나의 '프로레슬링 세계'로서 키운 것이 "링 드림"이죠.

  개인적으로는 "레슬엔젤스" 쪽의 세계나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드는 만큼, 꼭 "레슬엔젤스"를 이런 식으로 다시 만들어주면 좋겠네요.


  "레슬 엔젤스 서바이버" 같은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 프로레슬링은 경기 자체의 열기도 있지만, 선수들 간의 이야기가 또한 재미를 끌어내는 요소니까요.


여담) 앞서도 말했지만, 현재 일본 여자 프로레슬링은 열기가 조금 식었습니다. 하지만 "링 드림"은 모델이 된 "레슬엔젤스"가 그렇듯이, 이른바 여자 프로레슬링의 전성기를 모델로 만들어져서 굉장히 열기 넘치는 이야기가 즐겁습니다.^^ 기존에 끝난 이벤트도 대사들은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나씩 읽어보니 꽤 재미있네요.

  솔직히 게임 스토리텔링 작가인 저로선 이런 식의 게임을 만들고 스토리를 계속 만들어 나가면서 일하는 것이 참으로 부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