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판타지 이야기

판타지 몬스터에 맞서기... 로렐라이에 맞서는 법?

이라고 할까요?


'산적 얼굴의 왕자'를 첫 등장시켜 충격을 주었던 "슬레이어즈!" 이래 일본에선 판타지의 이야기를 적당히 뒤집어서 재미를 주는 작품이 꾸준히 선보였습니다. 이른바 판타지의 전형이라 할만한 내용을 다르게 해석하거나 뒤집거나 해서 말이죠...


최근 눈에 띄는 작품으로 "던젼밥(ダンジョン飯)"이 있지요.



[ 참 재미있는 만화인데 번역본은 언제쯤 들어와 줄까요? ( ダンジョン飯 / (c) 九井諒子, Enterbrain ]


"위저드리" 설정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던젼 탐험 판타지인데, 독특한 던젼에서의 일상, 특히 몬스터들을 어떻게 요리하는가가 흥미를 끄는, 그런 작품이죠.


근데 "던젼밥"에선 요리 기술만 특이한게 아닙니다.


몬스터들의 특성이나 몬스터에 맞서는 방법 등이 뭔가 현실적이면서도 흥미롭거든요.



그 중 한 대목...


바로 노래로 사람을 유혹해서 물 속으로 끌어들이는 적, 로렐라이나 세이렌 같은 인어와의 대결 장면이 눈에 띕니다.


오디세우스의 세이렌처럼 바다의 괴물이 노래로 사람을 유혹한다는 설정은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서는 방법으로는 대개 '귀를 막는다.'라는 것이 제시되죠. 실제로 오디세우스도 그렇게 해서 세이렌에 맞섰고 말입니다.



[ 세이렌에 맞서는 오디세이아. 일반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바다 괴물은 이렇게 미인으로 그려지지만, 정작 오디세이아 일행은 세이렌을 보지 못했지요. ]


자... 근데 생각해 보면, 귀를 막는 것은 오디세우스처럼 배에 타고 있는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동료들과 함께 어떤 함정이나 적이 숨어있을지 모르는 던젼에서는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이어폰을 끼고 밤길을 걷는 상태. 뒤에서 누가 다가와도, 동료가 습격당해 죽어도 알기 어렵거든요.


너무 귀를 잘 막았다가는 동료가 비명을 질러도 들리지 않고...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요? "던젼밥"의 동료들은 바로 이런 방법을 사용합니다.





"또 마지막까지 부르지 못했네. (모처럼 외웠는데.)"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노래를 맞춰 부르는건 굉장히 무섭다고."



네... 인어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인어의 노래에 유혹의 힘이 있다는 것이 어떤 방식일지는 몰라도 제대로 된 노래일때 성립하는 법. 바로 옆에서 동료가 큰 소리로 같은 노래를 따라 부를 때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지는 아무도 모르죠.


인어도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모처럼 즐겁게 노래하고 있는데, 엉뚱한 사람이 되지도 않는 목소리로 합창을 해대는 상황. 흥이 깨지고 말 건 뻔 합니다.


자이언(퉁퉁이) 수준의 음치라도 되었다간 유혹은 고사하고 도리어 고문을 당하는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르죠...



판타지에는 전형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생각에 따라선 뭔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것을 설정으로 잡는 것으로 끝내는건 별로일 것입니다.


"던젼밥" 같은 작품이 재미있는 것은 재미있는 발상이 아니라, 그것을 이야기에 녹여내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