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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야기/오늘의 추천SF

만화(애니) 플라네테스(프라네테스)



  유키무라 마코토의 플라네테스는, 인류가 달에 도시를 건설하고 우주로 생활 무대를 넓힌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우주로 삶의 무대를 넓힌 만큼, 그들에게는 지구에서와는 다른 위협이 존재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스페이스 데브리(우주 쓰레기)이며, 그래서 이들을 회수하는 '데브리 회수과'가 등장하게 되지요.

  플라네테스는 바로 그런 데브리 회수과의 일원들을 주역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갑니다.

  우주에서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그들의 생활은 어느 것 하나 우주와 관련없는게 없습니다. 이를테면, 중력이 약한 세계에서 살아가기에 운동을 게을리한 주인공은 실수로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한 여성을 만나게 되는데, 자기와 비슷한 나이라 생각했던 그녀가 사실은 10대 초반의 어린애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식이죠. (달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소녀는 중력이 약하다보니 지구보다 몸이 금방 자라납니다. 결국 지구에서보다 훨씬 크게 자라나겠지만, 그들은 지구로 결코 돌아올 수 없겠지요. 그들에겐 지구는 중력이 6배인 세계니까요.)

  플라네테스에서는 거창한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대개 일상의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 하나하나는 '우주에서의 삶'을 충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재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골초인 승무원이 담배 때문에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작은 소원'편은 정말 압권이죠.


  그럼에도 이 작품은 지구에서의 현실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 세계에서 지구는 아직도 수많은 국가가 존재하며 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현실은 우주에서의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지요. 지구의 정치적 대립으로 우주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그 결과 무수한 스페이스 데브리가 생겨나는 상황은 정말로 안타깝기 이를데 없습니다.

 
  <플라네테스>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것이 우주 세계의 삶이지만, 한편으로 현재의 현실과 충분히 연결되어 있으며,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의 가능성으로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하치마키를 통해서 이 작품은 사실은 지구라는 세계도 우주의 일부이며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1999년에서 2004년에 걸쳐 연재된 이 작품은 2003년에 선라이즈사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총 26화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은 원작보다 인물도 늘어나고 스토리 전개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지요. 하지만, '명작'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선라이즈의 애니메이션 <플라네테스>는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명작 중 하나라고 손꼽습니다. 특히 SF 작품으로서의 연출에서 이 작품을 따를 만한 것이 없다고 감히 장담합니다. 과학적인 사실성이라는 면에서도 얼마전 추천한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테러범이 조종하는 인공위성이 우주 정거장으로 날아올 때 레이저로 대응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소리는 나지 않으며 당연히 레이저빔도 보이지 않지만, 레이저가 발사되어 실패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줍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영화와 전개가 다소 다르지만, 프라테스가 보여주고 한 메시지는 충실하게 담고 있습니다. 만화책으로는 이미 품절되어 찾을 수 없지만(이 작품이야 말로 '애장판'으로 다시 나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애니메이션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꼭 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도서관에 오시면 만화책도 보실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이 봐서 페이지가 떨어질 지경...^^;; 보수해야 겠네요.)

  2003년에서 2004년에 걸쳐 만들어진. 8년 전의 작품이지만, 지금의 어떤 작품보다도 만족스러울 것이라 자신합니다.


여담) 일본에는 SF 팬들이 뽑는 '성운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운상은 대개 작품이 완결된 후에 후보작이 되는데, 플라네테스는 만화 부분에서 이례적으로 연재 중 후보작이 되어 성운상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이 작품이 SF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는 것이겠지요.

여담) 지금으로부터 3년전인 2009년 2월 12일. 시베리아 상공에서 두 개의 인공위성이 서로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위성 공격무기 등에 의한 인위적인 것이 아닌 우발적인 충돌로서는 최초로, 이 사건에 의해 수많은 스페이스 데브리가 생겨나고 말았지요.
  이 사건을 통해서 <플라네테스>라는 작품을 다시 한번 떠올린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어떤 점에서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참고 : 오늘의 SF 0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