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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노력은 정말로 쓸모가 없는가? 1만 시간 법칙이 틀렸다는 얘기...

최근 한 연구 내용이 논쟁이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바로 노력해 봐야 재능을 따라 잡을 수 없다...라는 이야기.


노력하면 된다? '1만 시간 법칙' 틀렸다.(중앙일보)



에디슨이 이야기했다죠.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에서 나온다."


이 중 1%의 영감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99%의 노력에 맞추어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과거의 수많은 위인들은 99%의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에디슨 자신이 그랬지요. 그는 기차에서 신문을 팔면서 사람들이 먼 나라 얘기보다는 주변 얘기에 관심이 있음을 깨닫고 직접 신문을 만들어 팔아 돈을 벌 정도로 감각이 있는 사람입니다. (요즘으로 생각하면 엄청난 파워블로거가 되었을만한 재능이죠.^^)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전구용의 필라멘트를 찾기 위해서(더 정확히 말하면 가장 효율 좋은 필라멘트의 재료를 찾기 위하여) 수천 종의 재료를 실험하고 심지어는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까지 직원을 파견하였습니다.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그가 '발명왕'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물론, 한때 에디슨 회사의 직원이었던 테슬라처럼 정확한 이론에 근거하여 발명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듯, 이번의 연구는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체능 분야의 다양한 결과와 관련하여 연습보다는 재능이 더 영향을 준다는게 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마치 유전자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계시지요.


문제는, 이 연구가 사람의 '유전자'나 재능 그 자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연구팀이 내놓은 것은 기존의 논문 수십종을 조사하여 분석한 결과물일 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재능'이니 '유전자'니 얘기할 수 없다는 점이지요. 왜냐하면 기존의 연구 역시 태아 때부터 그들의 재능을 측정하거나, 유전자를 조사하거나 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되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해당 연구는 단지 가설의 하나일 뿐이며, 그것도 직접적인 조사와 분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연구 논문 분석에 의한 간접적인 연구에 지나지 않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위에서 소개된 기사는 이 같은 연구 가설을 바탕으로 마치 진실인 것인 양 과장하여 이야기를 한 사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신문 기사 내용만으로 '노력이 재능을 이길 수 없다'라고 단정을 내리는 건 타당하지 않습니다.



선천적으로 좋은 신체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물론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좋은 음감을 타고난 사람도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좋은 반사신경을 타고난 사람도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좋은 미각을 타고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같은 선천적인 능력이 정말로 선천적인 능력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태아를 대상으로 신체 능력이니 뭐니 하는 걸 측정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물론 몸무게를 재거나, 소리가 잘 들리는지를 확인하거나 하는 일은 있겠지만, 정확한 미각 등을 측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기들은 말 그대로 '백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설사 선천적인 능력이 있다고 가정해도 그것이 나이가 들어서도 유지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음악이건, 요리건, 스포츠건, 그림이건,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성공하는 계기가 되는 일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음악의 신동이라는 모차르트는 음악가인 아버지가 아주 어릴 때부터 데리고 다니면서 철저한 음악 영재 교육을 시켰습니다.


설사 모차르트가 재능을 타고 났다고 가정해도 이 같은 영재 교육이 없었다면 우리는 '음악의 신동'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을 것입니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만화가 중 하나입니다. 그의 "드래곤볼"은 지금 이 순간에도 SD판으로 다시 만들어져 -스토리는 거의 원래 그대로- 인기를 끌 정도이며, 게임, 애니메이션이 계속 나옵니다.


하지만 그가 성장하기까지는 공업 디자이너 출신이었던 그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1년 간 집중적으로 협력했던 토리시마라는 편집자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그 자신도 그 동안 수백페이지의 원고를 만들고는 퇴짜받기를 반복해야 했습니다만.



최고의 천재는 '재능'에 의해서 결정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테즈카 오사무가 일본 만화의 신이라 불리게 된 것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저명한 영화 감독이 된 것도, 시드 마이어가 자신의 이름만으로 게임을 팔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된 것도 그들이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그 분야에서 노력하였고, 나아가 그들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서 이끌어 나갔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또한,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모든 사람이 테즈카 오사무가 될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원한다면 만화가가 될 수 있습니다. 토리야마 아키라만큼 성공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절한 훈련과 노력이 있다면 스스로 만족하며 다른 이가 재미있어할만한 작품을 선보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이른바 성공하는 사람 대부분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많이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이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게 좋을 듯 합니다.


물론, '즐기는 것이 재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담) 위 기사를 쓴 기자 분이나 연구자 분께는 최근에 선보인 "블랙잭 창작 비화"라는 작품을 추천해 주고 싶군요. 테즈카 오사무가 단순히 '재능' 때문에 만화의 신이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느끼게 해 줍니다.



여담) 학술에서 재능이 차지하는 비율이 4% 밖에는 안 된다면... 그럼 저 연구자가 80편이 넘는 논문을 조사하며 분석한 것은 '노력'과는 별 관련이 없다는 말인가요? 연구자분들이 뭔가 심각하게 착각을 하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