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과 도시전설 2014.06.11 01:21

영화 인디아나 존스 4에서인디아나 존스는 마야의 수정해골을 둘러싸고 히틀러의 나치가 아닌 소련의 공산주의자들과 맞서게 됩니다.


일반적인 것과 달리 머리 뒤쪽으로 길게 뻗은 그 기묘한 수정 해골은 도저히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게 되지요.



결국 그들은 수정 해골을 갖고 유적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것은 사실 외계인의 두개골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수정 해골이 모두 모이게 되자, 외계인의 의식은 깨어나게 되고 그들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날아갑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영화가 개봉되고 몇 해 뒤 멕시코의 한 지역에서 이처럼 기묘하게 생긴 모양을 한 해골들이 발견됩니다.(물론 그 전에 이런 해골이 발견되지 않은게 아닙니다만, 이처럼 대량으로 발견된 건 처음이었지요.) 일각에선 '외계인의 뼈'라면서 흥분했고, 일부 사람들은 자칭 학자라는 이들의 입을 빌려 '이들은 명백하게 인간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지요.(물론 진짜 학자들이 그렇게 말한 일은 없습니다. DNA 검사 결과 이 두개골은 모두 인간의 것이었으니까요.)


지금도 "마야 외계인"이라고 검색해 보시면 인터넷 여기저기서 이 뼈가 외계인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보게 됩니다. 사실 이 같은 형태로 만들어지는 병이 없는 것 아니지만, 한 자리에서 발견된 뼈 여러개가 동시에 이 같은 모양을 한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니... 저 역시 '뭔가 이상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궁금했지만, 답을 알 수 없었지요.


하지만 답은 예상 밖으로 가까운 지점에 있었습니다. 바로 이들은 "고대 종교의 희생자"였던 것이지요.



종교 의식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연기'라는 측면을 뺄 수가 없습니다. 애니미즘이나 샤머니즘 같은 원시 종교로부터 그리스나 노르드족, 또는 마야나 잉카 등에 이르는 고대 종교에 이르기까지(아니 심지어 그리스도교나 이슬람교 같은 세계 종교까지도) 모든 종교는 인간이 타고나면서 할 수 있는 '연기'라는 특성을 통해서 의식화됩니다.


종교의 의식을 통해서 인간은 스스로가 신, 또는 신의 힘을 받은 무언가라고 인식하고 선언하며, 다른 이도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가능하면 신과 같은 모양을 하고자 합니다. 가면이라는 것은 바로 그렇게 해서 생겨나고 다양하게 발전하게 된 것이지요.


물론 이 과정에는 지도층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열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시 종교의 샤먼에서부터 수메르를 거쳐, 수많은 종교 속의 신들은 사실 당대의 지배자들이 '신명 사상(신의 뜻을 받았다는 사상)'에 따라서 권력을 쥐었음을 주장하고, 그 자신이 신의 대행자이자, 사실상 신 그 자신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지배층은 단순히 말로서만이 아니라 신의 모습을 닮고자 노력하였고, 이를 위해 가면을 만들거나 의복으로 꾸미고, 문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꾸밈'의 형태는 지금도 원시 종교가 계승되는 수많은 지역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두개골 형태는... 바로 그 같은 '꾸밈'의 극단적인 형태 중 하나입니다. 바로 '편두'라는 의식이죠.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아이들의 두상을 좋게 만든다며 엎드려 재우는 일이 있습니다. 이로 인한 돌연사가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이는 어린 시절엔 두개골이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아서 변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두라는 것은 바로 그 현상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겠군요.



바로 이런 식으로... 아이의 머리를 강제적으로 눌러서 길게 만드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마야에서는 왜 '편두'를 했는가...라는거죠?



이렇게 사람의 외모를 변형시키는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미(美)적인 이유입니다. 튀어나온 머리는 현대인이 보기엔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마야인들에게는 멋지게 보일 수도 있는 겁니다. 실례로...



중국의 소수민족인 카렌족에선 이런 사람을 미인으로 친다지요?



중국에선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이처럼 기형적으로 생긴 전족이 '작은 발이 예쁘다'라는 이유로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신발을 신으면 이렇게 보이니 뭔가 예뻐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맨발일 때는 도저히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을텐데 말이죠.(솔직히 위 모습도 뭔가 사람발이 아니라 말발굽 같네요.)


지금도 세계 각지에는 우리가 보기엔 기묘한 모습의 '미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미적인 이유라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뜻이죠.



하지만, 마야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이유였던 모양입니다. 바로 '신의 모양'을 닮기 위해서...라는거죠.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신이 저렇게 생겼단 말인가요?


바로...



옥수수입니다.


중앙아시아 최초의 문명인 올멕에서부터 신봉되었고, 마야, 아즈텍에서도 주된 신의 하나로 받아들여진... 심지어 신이 사람을 만드는데 사용했던 재료이기도 한 작물. 사실상 그들의 문명을 유지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던 만큼, 이 사실은 이들이 이 작물에 얼마나 많이 의존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마야 신화에 따르면, 옥수수의 신은 최고 신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 마야의 왕들은 옥수수를 닮은 복장을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죠.


그들의 삶은 옥수수에 의해 지탱된만큼 옥수수를 신봉하고 그 모습처럼 닮게 하려는 것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당대의 지도층은 모두 옥수수 모양의 머리를 하고 있었을까요? 글쎄요... 현재까지 발견된 마야 문명의 유골 중 그 같은 모양을 한 것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꼭 그랬던건 아닌 모양입니다.


사실 그런 머리 모양은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도 많았을테고요. 



그럼 왜 한 지역에서 그런 뼈가 많이 발견된 것일까요? 역시 외계...인이 아닙니다. DNA 검사 결과 그들은 모두 인간이었거든요.


이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마야 문명'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들은 수메르나 그리스처럼 하나의 나라로서 이루어진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각 도시마다 왕이 존재하고 각기 다른 정치 체제를 갖고 있는 도시 국가 문명이었죠.


수메르나 그리스에서 각 도시마다 다스리는 수호신들이 따로 있었듯이, 마야에서도 각 도시마다 중요한 신은 따로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실제로 각 도시 유적에는 그들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당대의 왕이 중요하다고 인정한- 신들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사실 이건, 고대 종교가 가진 특성 탓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고대 종교 속 수호신이라는 것은 사실 각 도시를 다스리는 정치적, 종교적 지도자였으니까요. 같은 신이 두 도시에 등장할 수는 없으니(이건 전쟁의 빌미가 되기에 충분할 겁니다.) 각 도시마다 지도자들은 다른 신의 화신을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옥수수신을 받는 일부 지역에서만, 그것도 일부 사람들을 대상으로 옥수수 머리를 만드는 일이 행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 보니 뭔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거나 해서 중단했을지도 모르지요. 실제로 그런 모양의 머리는 아무리 보아도 생활이 편하다고 볼 수 없으며(특히 전쟁시엔 치명적일 겁니다.) 지나친 편두 현상은 두뇌에도 피해를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일부 두개골에선 치아의 파손이 목격되었다는 것이 그 같은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물론, 한 나라가 아니라 단지 한 가문의 대표가 옥수수에 너무 미친 나머지 자신의 자식이나 자손들만을 옥수수 머리로 바꾸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황당하게 느껴지겠지만, 전족이나 카렌족이나 여기저기 무수한 인체 변형의 사례 역시 정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해답이 '외계인이 마야 문명을 만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라는 추측보다도 훨씬 자연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나요?



여담) 옥수수 신을 본떠서 편두를 했다는 이야기는 EBS의 다큐 프라임 "불멸의 마야"에서 보았습니다. 옥수수가 중요한 신이었다는 것, 고대에 편두라는 현상이 세계 각지에서 존재했다는 것, 여기에 원시/고대 종교에는 '연기'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떠올리니 납득이 가더군요. 상당히 좋은 다큐멘터리인데 꼭 보시길 권합니다. 내일 9시 50분에 마지막 3편이 할 예정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음모론과 도시전설 2013.05.30 02:13

  1898년 이집트의 사카라(Saqqara) 마을 근처에서 한 무덤이 발굴되었습니다.


  그 무덤에는 기묘한 형상의 조각상이 있었는데, 그 조각상이 있는 벽에는 ‘하늘을 날고 싶다.’라는 말이 있었다고 하지요.



  이 새 모양의 조각상은 카이로 박물관에서 전시되었지만,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라고 합니다. 한 이집트 학자가 이것을 다시 살펴보기 전까지는.


  이 새 모양의 조각상이 실제의 새와는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한 그는 이것이 혹시 글라이더의 모형이 아닌가 하고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의 상상을 자극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 새 모양의 조각상의 꼬리 부분이 새처럼 평평하지 않고 수직으로 세워져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그는 모형을 바탕으로 새로 만들어서 풍동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사카라의 새’ 모형은 훌륭하게 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 카이로 박물관에서는 한때 이 모형을 글라이더의 모형이라고 하여 전시했고, 수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고대인들이 지금보다도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초고대 문명설), 또는 외계인들이 인류에게 비행 지식을 가르쳐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외계인 문명설)도 있었지요.


  그리하여 사카라의 새 모형은 파라과이 근처에서 발견된 황금의 조각상과 함께 고대 문명이 비행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졌습니다…라는 것이 앞서 말한 두 부류의 분들이 주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카라의 새 모형은 훌륭한 글라이더이며 이집트인들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왜 무덤의 주인은 “하늘을 날았다.”나 “하늘을 날 수 있다.”라고 쓰지 않고, “하늘을 날고 싶다.”라고 썼을까요? 일부 사람들의 주장대로 사카라의 새 모형이 항공 역학적으로 완벽해서 하늘을 날 수 있었다면, 그리고 확대해도 날 수 있을 것이라면 그가 더 큰 모형을 만들어 날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예산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대형의 ‘사카라 새’를 만드는 것은 많은 돈이 들어갈 테니까요.


  하지만 파라오나 귀족이었다면 어떨까요? 신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에 그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사카라 새 모형이 정말로 하늘을 멋지게 날아 보였다면, 아마도 그들은 제작자에게 투자하여 사람이 타고날 수 있는(최소한 무덤에서 발견된 것보다는 훨씬 큰) 모형을 만들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를 개발한 무덤의 주인이 맨 처음 시험 비행을 해 봤을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하늘을 날고 싶다.”라고 쓸 필요는 없었겠지요.


  또는 외계인이 그에게 항공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면, 실제로 비행기나 비행접시에 태워 보여주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소한 비행기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경우에도 그는 ‘하늘을 날았다.’라고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었겠지요. 그런데 왜 그는?



  정답은 매우 가까운 데에 있습니다. 사실 ‘사카라의 새 모형’은 -적어도 무덤에서 발견된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었던 것이지요.


  다음은 실제로 발굴 직후에 찍었다는 ‘사카라의 새 모형’ 사진입니다.




  어딘지 비행기를 닮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발굴 당시의 사진만을 보면 뭔가 삐딱하니 별로 좋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눈 같은 걸 빼면 비행기처럼 안 보이는 것도 아니지요.


  그렇다면 이것은 하늘을 날 수 있을까요? 히스토리 채널의 풍동실험 내용을 살펴보면 이대로는 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해도 뒤가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걸 모형으로 만들어 던진다면 획 뒤집혀서 떨어져 버릴 것 같습니다.


[ 풍동 실험 결과. 아무리 해도 꼬리 부분이 가라앉는다. (히스토리 채널) ]


  이에 대해 몇몇 이들은 뒷부분에 무언가 떨어져 나간 흔적을 예로 들며 수평 꼬리 날개가 있었으리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듣고보면 그런 것도 같습니다. 해당 무덤에서 꼬리 날개로 해당하는 게 없는데다 앞날개는 날개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게끔 홈이 파여 있지만, 꼬리 날개 쪽은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하도록 하겠습니다.



[ 꼬리 쪽에 뭔가 파인 흔적. 여기에 꼬리 날개가 달리지 않았을까? (히스토리 채널) ]


  그렇게 꼬리 날개를 달아서 풍동 실험을 진행하니... 이게 왠일입니까? 꼬리 부분이 가라앉지 않고 수평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오, 그렇다면 이 사카라의 새 모형은 실제로 하늘을 날 수 있겠군요...


  그런데 글라이더 제작자인 마틴 그레고리(Martin Gregorie)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사카라의 새 모형은 날 수 없다.”라고 말이지요. 그가 실험한 내용을 보면 히스토리 채널에서 실험한 것과 비슷한 모형을 갖고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히스토리 채널에서는 ‘날 수 있다.’라고 하는 반면, 마틴 그레고리는 ‘날 수 없다.’라고 합니다. 어디에서 이런 오류가 생기는 것일까요?


[ 마틴 그레고리가 제작한 사카라의 새 모형의 모형 ( copyright Martin Gregorie ) ]


  간단합니다. 히스토리 채널의 실험에는 한 가지 큰 오류가 있었습니다. 바로 ‘모형을 실제로 날려보지 않았다.’라는 점입니다. 풍동실험 당시 사카라의 새 모형은 천정에 매달린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앞에서는 강한 바람을 보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것이 ‘글라이더로서 쓸 만한지’ 알 수 없습니다. 단지 날개에 바람을 보내면 양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정말로 사카라의 새 모형이 글라이더처럼 날 수 있는지 알려면 풍동 실험보다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던져 보는 거죠. 종이 비행기를 시험하듯 말입니다. 히스토리 채널에선, 그리고 ‘사카라 새 모형이 날 수 있다.’라고 주장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앞에서 바람을 부니까 양력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 사카라 새 모형은 날 수 있다.’라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풍동 실험에서 양력 발생’이 곧 ‘비행’은 될 수 없습니다. 양력은 위가 둥글고 아래가 편편한 물건은 모두 발생합니다. 이를테면 자동차가 빨리 달리면 양력이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자동차가 하늘을 날 수 있나요? 아주 빨리 달리면 공중으로 약간 떠오를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비행’은 아니지요.

  얇은 종이를 손에 들고 바람을 불면 종이는 위로 떠오릅니다. 초보적인 풍동실험이죠. 그렇다면 종이는 글라이더처럼 작동할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얇은 종이를 던지면 그것은 비행기처럼 안정적으로 날아가지 않거든요.


  사카라의 새 모형에서는 분명히 양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날개 모양을 볼 때 위가 둥글고 아래가 편편한 구조니까요. 하지만 그것과 사카라 새 모형이 글라이더처럼 안정적으로 날아가는 것은 다릅니다.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던져 보면 잘 날아가는 것과 잘 날아가지 않는 게 있습니다. 양력이 발생하더라도 무게 중심이나 적절한 무게, 날개 크기, 좌우의 균형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적절하게 맞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카라의 새 모형은 어떨까요?


  마틴 그레고리의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꼬리 날개가 없으면 날개를 중심으로 뒤로 빙글빙글 돌다가 떨어진다.

2. 꼬리 날개를 달면 빨리 떠올랐다가 바로 추락한다. (종이비행기에서 무게에 비하여 양력이 지나치게 클 때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양력이 많이 발생했다기보다는 종이비행기가 너무 가벼워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 앞서 빙글빙글 도는 것도 결국 비슷한 현상이다. 이를 막고자 꼬리 날개를 달아봐야 소용없다는 뜻.)

3. 꼬리 날개를 달고 무게 추를 달면 조금 날다가 떨어진다. 마치 비행기라기보다는 벽돌에 날개를 단 느낌.


참고 : http://www.catchpenny.org/birdtest.html


[ 마틴 그레고리가 실험한 여러 크기의 꼬리 날개. 하지만 어느 쪽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 copyright Martin Gregorie ) ]

  다시 말해 사카라의 새 모형을 만들어 날려 보았을 때, 제대로 날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양력은 발생하지만, 글라이더로서는 균형이나 무게나 여러 가지 면에서 좋지 않다는 것이지요.


  위의 현상을 잘 보면, 사카라의 새 모형은 일단 너무 가볍고, 항력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게 추를 달지 않으면 위로 솟구쳤다가 떨어져 버리고, 무게 추를 달면 아주 약간 날다가 항력으로 인해서 금방 떨어져 버리는 것이지요.


  물론 이를 제가 직접 실험하지는 않았기에 무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껏 발명 수업 등으로 이런 저런 비행기나 글라이더를 만져보고 실험한 느낌에서 억측하자면 마틴 그레고리의 실험 결과가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사카라 새 모형의 무게는 –꼬리 날개나 무게추를 달지 않으면- 39.12g, 날개의 폭은 18cm. 이대로는 너무 가볍습니다. 게다가 모양을 보면 날개가 너무 앞에 있어서 무게 중심이 맞지 않게 생겼습니다.(동체의 앞쪽이 뚱뚱한 만큼 더욱) 동체는 너무 뚱뚱한데다 날개는 지나치게 두꺼워서 항력이 많이 발생하게 생겼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글라이더로는 뭔가 어색한 느낌이라는 것이지요.



  어찌되었든 마틴 그레고리의 실험 결과가 타당하다면 사카라 새 모형은 적어도 그 자체로서는 글라이더의 모형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그렇다면 사카라의 새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무덤의 주인이 고대의 항공 기술자라서 비행기 모형을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새의 눈이나 입 같은 부분은 그냥 장식이었겠지요. 하지만 “하늘을 날고 싶다.”라는 표현 그대로 사카라의 새가 하늘을 날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무덤에까지 보관된 새 모형과 ‘날고 싶다.’라는 메시지는 그런 그의 비탄을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많은 학자가 생각하듯 장난감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실제 이집트 무덤에는 장난감이 꽤 많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내세의 삶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즐거움도 필요하니까요. 또는 일부 학자들이 과감하게 제시하듯, 풍향계 같은 것의 조각일지도 모르지요. 앞서 보았듯 하늘을 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도구지만, 매달리거나 고정된 채로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풍향을 알려주는 데는 꽤 괜찮은 물건이니까요. 꼬리 부분이 수직으로 세워진 것은 그런 점에서도 더 좋을 것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사카라 새 모형에는 구멍이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사카라의 새는 –그것이 항공 역학적으로 그다지 좋은 물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른바 오파츠는 아닙니다. 초고대문명의 증거도, 외계인이 지구에 내려왔다는 흔적도 되지 않습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충분히 만들 수 있었고 나름대로 쓸 수 있는 물건이었지요. (* 오파츠 – 그 시대에는 존재할 수 없는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유물이나 그 시대에는 존재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공룡시대의 로마인 발자국이나 크리스탈 해골 등을 오파츠라고 부르지만, 고고학계에서 진실로 오파츠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설사 사카라의 새가 정말로 글라이더의 모형이고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해도 이것이 오파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의 이집트엔 사카라의 새를 거대하게 만들어서 하늘로 띄울 수 있는 공예 기술은 없었겠지만, 설사 그런 기술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외계인이나 우리 문명보다 뛰어난 어떤 것은 아니니까요. 어디까지나 당시 이집트인이 만들 수 있는 정도지요.


  물론 ‘사카라의 새’를 초고대문명이나 외계인의 유산이라 생각하며 상상을 키워나가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자에겐 엄청나게 흥미로운 소재이며, 이를 통해서 고대인들의 이야기를 다른 관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저는 도리어 이런 이야기나 음모론 등을 열심히 보고 즐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창작자라면 말이죠.


  하지만 ‘초고대 문명의 유산인 사카라의 새’를 창작 소재로 사용하는 것과 고고학에서 이를 비행기 모형이나 초고대 문명의 유산으로 받아들이며 그런 이야기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비판하며 생각하는 습관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소재가 있어도 여기서 상상력을 키워낼 수는 없는 법이지요. 그런 얘기를 그대로 받아들여봐야 고작 외계인의 문명을 노리고 싸우는 비밀 조직이니 초고대 문명의 유산을 노리는 비밀 조직 같은, [스프리건]이나 [엑스파일] 같은 작품의 짝퉁 정도 밖에는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초고대 문명설이나 외계 문명설은 창작자에게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그것을 무조건 따르고 고개를 끄덕이기보다는 이들을 바탕으로 더 넓고 다채로운 상상을 해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한때 카이로 박물관에서 ‘글라이더의 모형’이라고 공개했던 사카라의 새 모형은 이후 그 내용이 빠져버렸고 현재는 전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시품을 계속 교체하는 건 어느 박물관이나 마찬가지지만, 카이로 박물관은 특히 많은 전시품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카이로에 가봐야 볼 수 없지만, 사카라의 새 사진을 보며 한 번쯤 상상해 봅시다. 오랜 옛날 이집트에서 ‘하늘을 날고 싶다.’라는 열망으로 평생을 바쳤던 사람이 있었다고…. 고대 이집트의 풍경 속에서 이런저런 실험을 반복하며 고민하는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의 이야기만으로도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그가 남긴 문헌을 우연히 먼 훗날의 발명가(이를테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발견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로 완성했다면 어떨까요? 어찌 생각하면 이는 외계인 문명설이나 초거대 문명설보다도 매력적인 작품(이를테면 대체역사)의 소재가 될 수 없을 겁니다.


  외계인 문명설과 초거대 문명설이 매력적이라면 무조건 한쪽으로 몰아버리기보다는 이를 뒤섞어 보는 것도 좋겠지요. 하늘을 나는 외계인의 침략 병기에 맞서 하늘을 나는 도구로 대항하려는 이집트의 기술자. 그리고 그의 시도는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고….

  

  이편이 모든 것을 고대의 초문명으로, 또는 모든 것을 외계의 방문자로 몰아버리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다채로울 것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음모론과 도시전설 2012.06.30 22:38

  1908년 6월 30일. 시베리아의 상공에 거대한 불덩이가 나타났다. 자정 무렵임에도 주변을 대낮처럼 밝힌 불덩이는 동쪽으로 날아가다가 퉁구스카 강 근처의 대규모 수림 지대 상공에서 폭발했고,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 1908년 자정 퉁구스카... ( secret files : tunguska ) ]  


  훗날, TNT 10메가 톤에서 15메가 톤 정도로 추정되는 폭발로 일어난 충격파는 수천 km 밖까지 이르렀고, 1,000km 밖의 건물 유리창이 박살 났다. 당시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달리고 있었는데, 이때 발생한 충격파와 지진으로 450km 떨어진 곳에서도 열차가 탈선되어 부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폭발 지점에서 15km 떨어진 지점에서는 방목 중이던 가축 1,500마리가 불에 타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지만, 주변에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 희생자는 1명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드러나지 않은 희생자가 몇이나 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소식은 물론 멀리 떨어진 모스크바에까지 전해졌지만, 당시 러시아는 러일 전쟁의 패전 이후 각지에서 민중 운동이 계속되고 있었고, 제1차 세계 대전과 혁명 등의 혼란으로 조사대에 나서지 못했고, 소련이 세워진 이후 1921년에야 천문학자인 레오니드 클리크(Leonid Kulik)를 중심으로 한 조사대를 파견할 수 있었다.


  사건 이후 13년에 지나 퉁구스카에 도착한 탐사대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였다. 반경 수십 km에 걸쳐 거의 모든 나무가 뿌리째 뽑혀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사건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여기저기 어린나무가 자라고 있었지만, 수많은 거목이 쓰러진 처참한 광경을 뒤덮지는 못했다.

  나무들은 어느 한 지점을 중심으로 바깥쪽으로 쓰러져 있었다. 조사대는 폭발의 중심이라 여겨지는 지역을 조사했지만, 그곳에서는 어떠한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들이 기대했던 운석구(크레이터)조차도…. 주변의 나무들이 모두 쓰러진 것과는 달리 그처럼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시작 지점에는 나무들이 꼿꼿이 서 있기도 했다.

 

[ 사방으로 쓰러져 버린 나무들.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도 대부분은 쓰러져 버렸다. ] 


  훗날 조사 결과 폭발의 피해는 시발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나갔는데, 폭 동서로 70km, 남북으로 55km, 총 2,000평 방 킬로미터를 넘어서는 그 모습이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펼친 듯하다고 하여 ‘퉁구스카 나비(Tunguska Butterfly)’라고 불렀다. (훗날 소련에서 실시한 공중 폭발 실험에서도 비슷한 형상의 흔적이 생겨났는데, 당시에도 폭발 지점 바로 아래의 나무는 -충격파가 수직으로 작용해서- 쓰러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이 사건이 운석에 의해 일어났다고 확신한 클리크는 이후 10여 년에 걸쳐 몇 번이고 퉁구스카를 방문하여 조사를 진행했고, 운석구로 여겨지는 크고 작은 구덩이를 발견했다. (훗날 단순한 자연 지형임이 입증되었다.) 그는 또한 250평 방 킬로미터에 이르는 지점을 탐사하여 수많은 사진을 찍고, 심지어는 항공사진까지 찍었다고 하는데, 그 중 많은 사진이 소실되었고 항공사진은 클리크와 함께 조사를 했던 지질학자이자 훗날 소련 과학 아카데미의 위원장이 된 예프게니 크리노프(Yevgeny Krinov)의 명령으로 소각되었다고 한다.

 

[ 퉁구스카 폭발의 중심 지점. 별다른 흔적은 남아있지 않으며 당시에도 운석구를 발견하지 못했다. ]


  1950년대에서 60년대에 걸친 조사에서 해당 지역의 토양에서 미세한 규산염과 자철광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심지어 쓰러진 나무 속에 박힌 채로 발견되기도 했는데, 주변 토양에 대해 실시한 화학적 조사로 상대적으로 많은 니켈 성분을 찾아내고, 그 밖에 이리듐을 비롯한 다양한 광물질을 찾아내어 지구 밖에서 날아온 무언가(아마도 운석)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다.


  1908년 6월 30일 퉁구스카에서 일어난 대폭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 1921년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탐사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단지 ‘운석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과학적으로 가장 타당한 가설은 다음과 같다.

 

  1908년 6월 30일. 수십m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졌다. 지구의 자전에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떨어져 내린 소행성은 대기와의 마찰로 고열을 내기 시작했다. 지상에서 6~10km 지점에서 급격한 열팽창에 견디지 못한 소행성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고, 해방된 에너지가 충격파가 되어 사방을 퍼져 나갔다.

  퉁구스카 지역에서 발견된 여러 가지 운석 물질을 살펴볼 때 그 소행성은 철보다는 암석 성분이 많은 석질 운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소행성이 아닌 얼음과 먼지로 이루어진 혜성의 파편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2005년에 발견된 혜성 2005NB56(COMET 2005NB56)이 당시 지구를 스키고 지나가다 폭발을 일으켜 우주로 돌아가 버렸다는(2045년에 다시 지구에 돌아온다는) 대담한 가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 불길을 내며 떨어져 내리는 소행성. 이처럼 소행성의 추락은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다. ]

 

  하지만 소행성이나 혜성이라는 주장 이외에도 퉁구스카 대폭발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소 폭탄에 의한 것이라던가, 작은 블랙홀이 지구를 지나면서 일어난 일이라는 의견도 있으며, 심지어 일부 학자들은 반물질 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주장은 퉁구스카 지역에 넓게 퍼져 나간 이리듐 등의 물질을 증명하지 못한다.) 2008년에는 본 대학의 물리학자 볼프강 쿤트(Wolfgang Kundt)가 지표 깊은 곳에서 1,000만톤에 이르는 가스가 분출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더욱 대담한 가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1946년, 러시아의 공학자이자 SF(에스에프) 작가인 알렉산도르 카잔체프(Alexander Kazantsev)는 <The Explosion(폭발)>이라는 작품에서 ‘핵엔진으로 작동하는 이성인의 우주선이 추락하여 폭발했다.’라는 내용을 소개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의 소식에서 영감을 얻은 카잔스키의 글은 어디까지나 SF(에스에프) 창작 작품에 지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퉁구스카 지역에서 잔류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이는 이를 가설의 하나로 받아들였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러시아의 로스웰’이라 부르며 수많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심지어 2009년 퉁구스카 지역에서 외계인의 우주선 잔해를 발견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 카잔체프의 소설. 폭발. 히로시마 원폭 사건에 영감을 얻어 쓴 이 작품은 러시아판 로스웰의 단초가 되었다. ]


  ‘러시아의 로스웰’ 가설에 대한 증거는 -카잔체프의 소설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지만, 이 신비한 폭발 사건의 이야기는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었고 다양한 작품에서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만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13년이나 지나서야 조사단을 파견했다는 점, 첫 조사대의 단장인 레오니드 클리크가 2차 대전 당시 민병으로 활동하다 독일군에 사로잡혀 포로수용소에서 죽었다는 사실, 항공사진을 파기했다는 주장 등은 이 이러한 가설에 좀 더 흥미를 넣어준다.)

 

  1998년에 선보인 TV 시리즈 <The Secret KGB UFO Files>나 <엑스파일>의 4시즌, 그리고 게임 <시크릿 파일즈 : 퉁구스카(Secret Files : Tunguska)>에서 선보인 외계인 가설은 대개 러시아 정부가 무언가를 발견했지만, 이를 은폐했다는(또는 이를 바탕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로즈웰 사건에서 미국 정부를 러시아(또는 소련) 정부로 바꾼 형태를 띠고 있다.

 


[ 2006년에 선보인 게임 Secrect Files : Tunguska. 로스웰 사건과 같은 전형적인 음모론으로 각색했다. ]

 

  한편, 외계인의 우주선이 아니라 ‘반물질 등의 특수한 물질’ 가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도 다수 눈에 띄는데, 일본 만화가 우노 히로시(宇野比呂士)는 <천공의 패자 Z(天空の覇者Z)>라는 작품에서 퉁구스카에 떨어진 운석에 반중력을 만들어내는 특수한 물질 Z광의 운석이 있어, 이를 둘러싸고 나치와 대결한다는 이야기를 엮어내기도 했다.

 

[ 퉁구스카 사건을 소재로 대체 역사 스타일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천공의 패자 Z ]


  그렇다면 정말로 퉁구스카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앞서 말했듯 현 시점에서는 소행성이 공중에서 폭발했다는 것이 가장 그럴 듯한 가설이다. 실제로 석질로 이루어진 소행성이 하늘에서 폭발하는 일은 그다지 드문 것이 아니어서, 21세기에 들어서 비교적 큰 사건으로만 4번. 2009년에도 인도네시아 상공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만, 이들 사건은 대개 10km 이상 높은 곳에서 수 킬로톤에서 수십 킬로톤 정도의 위력으로 별 피해가 없었던 만큼, 고작 8km 높이에서 20메가 톤 가까운 폭발이 일어난 퉁구스카의 사건은 분명히 인류의 역사에 기록된 최대 규모의 소행성 사건임은 분명하다. (2009년 인도네시아 상공에서 폭발한 소행성도 50킬로톤 규모에 이르렀지만 20km 정도 상공이었기에 피해가 없었다.)

 

[ 인도네시아 상공에서 폭발한 소행성은 이처럼 비디오로 촬영되어 방송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

 

유투브 영상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것이 만일 황량한 시베리아 상공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면 음모론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소행성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불과 몇 시간 정도만 뒤에 떨어졌다면 모스크바 북방이나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중심지에서 대폭발을 일으켰을 것이다. (만일 조금만 남쪽이었다면 독일의 베를린이나 영국의 런던 같은 곳 위에서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 퉁구스카 폭발이 일어난 지점. 조금만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면 대참사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

 

  퉁구스카 대폭발이 반경 수십 km에 걸쳐 피해를 주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런 도심지에서 폭발했다면, 그 사상자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한 나라의 존속을 좌우하고 결과에 따라 1차 대전을 앞당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할 때 당시 인류는 엄청나게 운이 좋았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퉁구스카 대폭발이 사실상 소행성의 공중 폭발로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도 각종 가설과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것이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연재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구약 같은 신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하늘의 재앙이나 천벌이 정말로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우리들의 눈을 진실에서 돌리고 온갖 허황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흥미롭고 이를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분명 부정할 수 없겠지만...

 

[ 소돔과 고모라. 어쩌면 이 이야기는 퉁구스카 대폭발과 같은 사건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음모론과 도시전설 2012.03.09 14:39
  최근 태양 흑점의 폭발로 태양풍이 밀려오면서 전파 장해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탓에 2012년 멸망설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 말이 맞다면 우리의 역사는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것입니다.

  태양흑점폭발, 단파통신 장애지속…국내 항공사 북미지역 항로변경

  그렇다면 정말로 그런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지요. 만약에 정말 올해 지구가 멸망한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멸망에 대비하거나 향락적인 삶으로 전념해야 할테니까요.

  이와 관련하여 이전에 썼던 글을 하나 소개합니다. (2011년 1월 23일 네이버 블로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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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전설에는 아주 오랜 옛날 태양이 10개 동시에 떠올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렬한 햇빛으로 땅은 말라 붙었고, 사람들은 스러졌다고 하지요. 이에 천제는 뛰어난 활의 신 후예(后羿)를 지상에 내려 보내었고, 후예는 활을 당겨 하늘을 향해 쏘니 9개의 태양은 모두 떨어지고 오직 하나만 남았다고 합니다. 이때 화살에 맞은 태양은 까마귀로 변했다고 하니, 이것이 태양에 산다는 까마귀였지요. 이 전설은 태양이 여러 개가 떴을 때의 위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태양은 빛과 열을 보내어 우리를 도와주는데, 만일 태양이 여러 개가 뜬다면 그만큼 우리는 위험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행하게도 정말로 태양이 10개가 뜨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2개 정도 뜰 수는 있을 것 같군요.
  이전에 오리온 자리의 적색거성 베텔기우스가 가까운 장래에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태양이 2개 뜬 것 같은 현상이 관측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일이 있습니다.
 
 

[ 두개의 태양이 뜨는 세계... 사실 태양이 두개라도 이렇게 동시에 뜨고 지는 일은 드물다. (스타워즈) ]
 
  베텔기우스는 현재 하늘에 보이는 가장 밝은 10개의 별 가운데 하나로 워낙 크고 밝게 보여서 그 크기가 관측된 최초의 별일 뿐만 아니라, 표면 사진까지 촬영된 별입니다.

  지름이 태양의 800배 정도, 질량은 20배 정도로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그 반지름이 지구에서 태양간의 거리(1AU)의 5.5배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만일 베텔기우스가 우리 태양 위치에 있다면 화성만이 아니라 목성까지 먹어치울만큼 거대한 것입니다.

  지구에서 베텔기우스까지의 거리는 약 640광년. 우주의 크기에 비하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까운 거리. 그만한 거리에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면, 그다지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베텔기우스의 상상도 ]
 
  베텔기우스가 언제 폭발할지는 모릅니다. 사실은 이미 폭발했을 수도 있지만, 여하튼 그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려면 얼마나 남았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베텔기우스는 640년 전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 어쩌면 올해나 내년에 베텔기우스가 폭발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생애에 우리 눈으로 초신성 폭발을 볼 수 있는 매우 희귀한 기회입니다.
지금도 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중 하나인데, 그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내년에 터질지도 모른다는 말에서 “2012년 지구 멸망설”이 다시금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2개의 태양이 떠서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후예가 활을 쏘았다는 전설만큼은 아니지만, 2개의 태양이 뜬다면 확실히 세상에는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습니다. 낮이 더 늘어나고 지구에 쏟아지는 열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스타워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 감독 같은 이도 2012년 멸망설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정말로 그렇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 인류는 2012년에 종말을 맞이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결론을 내기에 앞서서 2012년 지구 멸망설에 대해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2012년 종말론은 멕시코계 미국 작가 호세 아구에이아스(José Argüelles)를 통해서 처음 제기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뉴에이지 계열의 작가나 연구자를 통해 마야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본격적인 것은 바로 이 작가의 책자에서 소개되었습니다. 그의 책자에 따르면 마야의 달력은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고 합니다. 역사상 많은 왕조가 그렇듯, 마야의 천문학도 매우 뛰어나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고 이를 바탕으로 살펴볼 때 인류의 역사가 2012년 12월 21일에 막을 내린다는 것이었지요.

  이후 많은 뉴에이지 연구자들이 여러 의견을 제기합니다. 가령 멸망론이 나올 때마다 항상 소개되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새로운 예언’이 발견되었고, 어떤 이는 주역을 통해서, 또 어떤 이는 인터넷의 단어들을 통해 주식 시장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2012년 12월 21일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이 옳고 그름은 잠시 접어두고, 이들의 주장은 이후 다양한 저서를 통해서 대중에 소개됩니다. 그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책자는 로렌스 조셉이라는 작가의 <아포칼립스 2012>로, 국내에도 번역, 소개되었을 정도입니다. 당연히 할리우드에서 이를 놔두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롤랜드 애머리히 감독이 연출한 <2012>라는 영화가 소개되기에 이릅니다.
 

[ 우리는 경고 받았다고? 누구한테? 언제? ( 2012 ) ]
 
  <2012>에서는 대재앙의 원인으로 태양의 활동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 여러 뉴에이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의견 중 하나로, 마야의 종교가 기본적으로 태양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가령 마야에서는 태양이 빛을 잃지 않도록 인신 공양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인신 공양을 위한 제물을 얻고자 주변국와의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멸망론에 대한 믿음에는 한때 중남미에서도 큰 힘을 갖고 군림했던 마야라는 대국이 매우 신비하게 멸망했다는 생각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이가 마야 멸망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으며 한 순간에 사라졌다고 믿고 있습니다. 고대(?)에 신비하게 사라져 버린 대국, 일식 등을 완벽하게 예측할 만큼 뛰어난 천문학과 발달한 기술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어느 한 순간 사라져 버린 제국… 마야에 대해 많은 이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나라에서 남긴 달력에서 2012년 12월 21일 인류의 멸망을 제기했다니, 정말로 놀랍고도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그들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라는 생각이 2012년 종말론을 지지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마야의 달력을 기준으로 한 2012년 멸망설은 마야인들 사이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처음 제기한 것은 멕시코계 미국인 작가이며, 이를 이어 받은 것은 대부분 미국의 뉴에이지 작가들. 정작 마야인의 후손 중에는 2012년 멸망설을 믿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무엇보다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고 해서 그날 세계가 멸망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자, 여러분의 눈 앞에 달력이 있다면 한번 펼쳐보세요. (참고로 여러분 앞의 달력은 역사상 그 어떤 달력보다 정확합니다.) 아마도 2013년 1월 31일까지 표시되어 있을 겁니다. 그럼 세계는 2013년 1월 31일에 멸망할까요? 마야의 달력을 기준으로 한 2012년 멸망설은 우선 여기서부터 큰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마야 문명에 대한 여러 가지 신비한 분위기와는 달리, 마야 문명은 역사상 존재했던 여러 다른 문명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들의 천문학은 물론 뛰어났지만, 그렇다고 동시대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탁월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일식의 예언 등은 마야가 아닌 다른 문명(이를테면 마야보다도 훨씬 앞선 여러 문명)에서도 얼마든지 등장합니다. 사실 천문학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일식이나 월식 등의 예언은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리고 농업을 기반으로 했던 많은 나라는 천문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 마야 문명은 항상 신비한 분위기로 소개되곤 한다. 영화 아포칼립토의 포스터 ]
 
  영화 속에서는 고대 세계에서 ‘일식’이 일어날 때 세계가 멸망한다고 웅성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나오지만, 이것은 역법이나 천문학에 미개한 일반 대중에만 한정되었을 뿐, 지배층들은 그다지 걱정하지도 않았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마야 문명의 멸망이 ‘신비하다’라고 믿는 이들이 많지만, 그들의 멸망은 과거의 여러 문명이 그렇듯, 지나친 인구 증가와 이로 인한 과도한 개발 탓이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많은 양의 식량이 필요했는데,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화학 비료가 없었기에 식량 생산은 계속 줄어들었고 결국 식량 부족 사태로 제국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식량 부족 사태조차 어찌하지 못해서 무너져 버린 제국이 수백 년 뒤의 인류 멸망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요? (과도한 개발로 인해 멸망한(쇠퇴한) 문명은 굉장히 많습니다. 모아이 덕분에 신비한 문명으로 인식되는 이스터섬의 문명도 바로 그 ‘모아이’ 때문에 멸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아이를 만들고 세우는데 필요한 막대한 양의 목재를 마련하다 보니 섬이 황폐해졌고 결국 쇠퇴한 것입니다.)
 
  마야 문명의 천문학은 현재 우리세계의 천문학과는 비교 안될 정도로 뒤집니다. 그리고 현대의 천문학에서는 세계 멸망의 조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마야의 달력이 세계의 종말을 예언했다는 주장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무시하더라도, 설사 마야에서 세계 종말을 예언했다고 해서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믿는 것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바탕으로 1999년 지구가 멸망한다고 믿는 것’ 만큼이나 허황됩니다.
 

[ 큰 사건이 소개되면 항상 선보이는 노스트라다무스. 하지만, 그는 '예언'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그러고 보면, 2012년 종말론과 관련하여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다시 나왔습니다. 자…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자가 아니라 풍자 시인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은 무시하고, 무언가 큰일이 나올 때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소개되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이를테면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얘기가 나왔지요.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중 가장 유명한 1999년 종말론은 이미 한참 전에 시효가 지나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만화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서는 앙골모아라는 공포의 대왕 종족의 소녀가 늦잠 자는 바람에 늦게 내려왔다는 개그를 넣기도 했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사실상 의미가 퇴색된 것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잘 알려진 여러 예언들은 실제론 노스트라다무스가 쓴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1999년 종말론의 근거가 되었던 예언(?)조차 노스트라다무스가 낸 풍자 시집의 초판에는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죽고 한참 지난 후에 그의 친족이 추가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9.11 테러 당시에 나온 예언은 인터넷의 루머에 불과했으며 2012 종말론과 관련하여 ‘새로 발견되었다’라는 예언서도 노스트라다무스가 썼다는 증거가 없고 그 내용이 2012 종말론을 뜻한다는 근거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편 주역을 통해서 분석한다는 이야기… 이를 만든 것도 미국의 뉴에이지 학자입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중국의 주역 학자가 ‘낭설’, ‘주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한 바가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만든 연구자는 '주역을 근거로 체크해보니 4천년에 걸친 인류사의 변화와 일치한다….라고 주장했으며, 어느 순간 0이 되는데 그것이 바로 2012년 12월 21일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단지 주역의 괘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인류의 변화를 예측한다는 말이지요?
 
 
  이처럼 2012 종말론은 전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타당한 근거가 없으며 낭설이지요. 하지만 근래에 들어 이러한 낭설에 ‘과학적인 근거’가 추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2012년을 전후하여 대규모 태양 활동으로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태양 폭풍이 밀려올 예정입니다. 이는 10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위력으로 지구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 하지요.
 
  태양의 활동의 극대기는 보통 11년 주기로 찾아오며, 이따금 좀 더 강력한 위력으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1859년과 1921년 에 이러한 현상이 있었고 그로 인해 각지에서 사소한 혼란이 있었습니다. 가령 전신망이 마비되고, 무선 통신을 할 수 없는 등의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이 21세기이며 전자시대라는 점입니다. 강력한 태양 폭풍은 전자 장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우주에 노출되어 있는 인공 위성에는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21년에는 인공 위성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활의 모든 것이 인공 위성을 경유해서 이루어집니다. 이제는 개인도 인공위성 수신 장비나 GPS 등을 들고 다니는 시대이니까요.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비행기나 배는 위치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인공위성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통신도 먹통이 되어 버립니다. 타이타닉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게다가, 태양 폭풍의 활동은 대기에도 영향을 줍니다. 평소 대기는 지구의 자기장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태양풍의 하전 입자가 직접 대기에 닿지 않도록 해서 보호하는 것입니다. (자세한 원리 등은 다음 내용을 보세요. ' 지구 자기장과 태양풍... 지자기가 사라지면 인류는 멸망할까?  )
 
  하지만, 태양풍이 강해지면, 하전입자가 자기장의 보호를 넘어 대기권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텐이 더 잘 되는 일은 없지만, 대기권이 하전입자에 밀려 손상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양 반대편으로 대기의 두께가 두꺼워진다면 이를 통과하는 위성이 손상되거나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정말로 재앙과 같은 사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2012 종말론과 연결될 일은 없습니다. 분명히 이는 재앙이지만, 쓰나미나 태풍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지 않듯, 태양 폭풍으로 인류가 멸망하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영화<2012>처럼 중성미자 때문에 지각 활동이 활발해지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정말로 심각한 과학적 오류였지요. 영화 속에서조차 딴죽을 걸 정도로…)
 

  그런데 여기 한가지 문제가 더 발생할 수 있게 되었군요. 바로 ‘초신성 폭발’입니다.
 

[ 할리우드는 별 걸 다 영화로 만든다. 영화 슈퍼노바(초신성) ]
 
  초신성이 언제 폭발할지는 모릅니다. 아니, 정확히는 초신성 폭발의 효과가 언제 작용할지는 모릅니다. 100만년 안에 폭발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정말로 올해 안에 폭발할지도.
 
  초신성 폭발은 가까운 별들에는 재앙입니다. 초신성 폭발시에 발생하는 감마선의 양은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초신성 폭발은 수십 광년 떨어진 별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초거대 초신성(하이퍼노바)이라면 500광년 떨어진 행성의 생물까지 절멸시킬 수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베텔기우스가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요? 2012 종말론 신자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별 영향이 없을 겁니다. 베텔기우스는 물론 거대한 항성이지만, 고작 태양의 20배 질량 밖에 안 되는 작은 신성입니다. 게다가 640광년이나 떨어져 있습니다.
 
  베텔기우스가 폭발하더라도 그 밝기는 보름달보다 조금 어두운 정도…. 제2의 태양처럼 거창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베텔기우스의 폭발은 지구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베텔기우스에서 발생하는 감마선은 지구에까지 이를 테니까요. 하지만 그 양은 태양에서 발생하는 것과 비교되지 않습니다. 대기권이나 오존층에 아주 약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사실상 영향은 0에 가깝습니다.
 
  베텔게우스가 폭발한다면 지구에는 영향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가령 보름달이 두 개가 된다면 그만큼 밤은 더 밝아질 것입니다. 생태계에 영향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지구에 도착하는 감마선이 아주 조금이나마 늘어난다면 지구의 에너지 총량에도 약간은 영향을 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로 인해 인류 멸망이 발생할까요?
 
 
  성경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났을 때 하늘에는 밝은 별이 나타나 동방 박사들을 인도했다 합니다. 이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는 접어두고, 이처럼 옛 이야기, 또는 역사 속에 소개되는 ‘기묘하게 밝은 별’은 신성이나 초신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사상 중요한 인물의 탄생과 관련하여 이런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단순한 전설일 가능성을 제외하더라도 인류 역사상 초신성 폭발을 목격한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동방박사를 인도한 별이 혜성인지 초신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꼭 멸망을 불러온다는 얘기는 아니다. ]
 
  초신성이 폭발할 때마다 인류 종말의 위기가 찾아온다면, 이미 인류는 몇 번이고 종말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있습니다. 1999년 멸망설을 믿다 죽은 이들에겐 우리는 이미 죽은 존재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와 관계없이 인류의 역사는 끊어지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됩니다.

  가까운 장래. 정말로 인류를 위협할만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태양 폭풍이나 베텔기우스의 폭발은 인류를 멸망시킬만한 요인은 아닙니다. 그것이 인류에게 시련을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 인류의 역사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2012년 종말론이 아닌 다른 무언가의 종말론이 탄생하겠지요.
 

  1910년 5월 18일 헬리혜성이 지구 근처에 접근하였고, 지구는 혜성의 꼬리를 지나갔습니다. 사람들은 동포에 떨며 지구를 탈출해야 한다는 둥, 혜성이 지나가는 동안 숨을 참고 있어야 한다는 둥 소동을 부렸지만, 정작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종결되었습니다.
 

[ 1910년 프랑스에서 나온 엽서 ]
 
  하지만 그날을 앞두고 숨을 참는 동안 마시기 위한 자전거 튜브가 동이 났고, 혜성의 기운을 막아준다는 신비(?)한 반지나 목걸이 같은 게 여기저기서 인기를 끌곤 했지요. 물론, 혜성이 찾아왔을 때 살아남기 위한 비결을 담은 책자 역시 수없이 나왔다고 합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종말론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종말론이 존재하는 한, 이를 이용해서 이익을 보는 이들도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2012년을 앞두고, 수많은 뉴에이지 작가들이 전문가를 자칭하며 무수한 책을 내놓습니다. 여기에는 온갖 종류의 ‘멸망할거다.’라는 얘기가 넘쳐나지요. 하지만, 그런 책을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정말로 멸망한다면 그런 책을 아무리 봐야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시간과 돈 낭비일 뿐이지요.
 

[ '생존용 벙커 만들기' 방법을 소개하는 온라인 상점. 이런 상점을 무수히 찾을 수 있다. ]

  한편, 생존을 도와준다는 도구를 파는 이들도 많습니다. 자칭 초능력자들은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는 유리 조각이나 도자기를 파느라 열중하며 심지어 해탈을 도와준다는 기술을 가르치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심지어는 자살을 준비하는 단체들도 눈에 띕니다.
 
  이 모든 것이 1910년, 1987년, 1999년 등을 앞두고 벌어진 일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자칭 예언자들의 말에 현혹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여담) 사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언론 탓도 있습니다. 언론에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눈길을 끄는 방향으로 떠들어대기 때문이지요.
  
이를테면 베텔기우스의 초신성 폭발과 관련된 내용에서도 학자는 ‘가까운 장래’라고 이야기하고 있을 뿐 정확하게 언제라고 이야기한 일이 없습니다. 더욱이 베텔기우스가 폭발하더라도 달 정도의 밝기 밖에는 되지 않으리라는 의견이 대부분… 2012년이라고 하면서 태양이 2개 뜬다고 표현하는 언론이 아니라면 이 사실은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베텔기우스의 초신성 폭발이 정말로 가까운 장래에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수백, 수 천 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우주쇼이니까요. 하늘에 달이 2개 뜬 듯한 장관, 어쩌면 낮에도 보일지도 모르는 초신성 폭발을 내 일생에 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정말로 행운이 아닐까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음모론과 도시전설 2012.02.19 19:42
(* 이 글은 이전에 사용하던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전한 글입니다.)

  미르 우주 정거장(Mir Space Station)은 달을 향한 경쟁을 포기한 러시아가 눈을 돌린 우주 정거장 살류트에 이은 대형의 우주 정거장 시설입니다.
 
  개혁과 개방을 내세운 고르파초프가 정권을 잡은 다음 해인 1986년에 코아 모듈을 올리며 건설이 시작된 미르호는 1996년에 이르기까지 총 7개의 모듈을 올려 완성했지요. 그리고 2001년 대기권에 돌입하여 사라지기까지 15년간에 걸쳐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하여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 미르 우주 정거장과 연결된 아틀라스 우주 왕복선. 이것은 소유즈-아폴로의 연결 사건 이래 우주 협력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
 
  베를린 장벽의 붕괴(1989년) 등 냉전이 물러나는 분위기 속에서 운영된 미르는 일본의 방송인이 리포터로서 탑승하고(1990년), 미국의 우주 왕복선이 도킹(1995년 아틀라스 이후)해서 함께 임무를 진행하는 등, 이제껏 경쟁으로만 일관한 우주 개발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었지요.
 
  미르호는 우주 조종사의 최장기 체류 기록을 세우는 등 많은 전설을 남기기도 한 우주 정거장이지만, 소련의 붕괴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고 게다가 미국 주도의 국제 우주 정거장 계획이 수립되면서 결국 2001년 3월 23일, 남태평양의 바다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르호는 오랜 기간 운영을 하며 많은 기록을 남기고 동서 화해의 상징이기도 한 우주 정거장이었습니다. 최초로 민간인이 탑승한 우주 시설이자, 리얼리티 프로를 촬영하는 등 상업적으로 이용한 최초의 우주 정거장이기도 했지요.
 
  그래서일까요? 미르호가 폐기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아쉽게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많은 언론에서 미르호 폐기에 대해 보도했는데, 당시 러시아 우주 개발 기관에서 일하던 유리 카라쉬(Yuri Karash)가 인터뷰 중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미국에서 비행 등의 훈련을 받은 유리 카라쉬는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일이 많습니다.)
 
  "방사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우주 정거장에서는 각종 미생물들이 다양한 변이를 일으킵니다. 미르호에서 15년 간 고립된채 변질된 미생물이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큰 위험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는 우주 공간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앞으로의 우주 계획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바뀌었습니다.
 
  "러시아에서 미르호를 폐기한 것은 바로 박테리아가 이상 증식했기 때문이며 이를 감추기 위해 폭파하여 가라앉힌 것이다."
 
  그리고 그 박테리아가 우주에서 나온 것이며 금속이건 뭐건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위험한 종이기 때문에 분명히 살아남아서 지구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보너스까지 첨부해서 말이지요.
 
  하지만, 유리 카라쉬는 그렇게 말한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 러시아에서는 미르호의 미생물에 대해서 감춘 일이 없습니다.
 
  회로를 갉아먹은 미르호의 미생물 이야기는 2000년에 -즉, 미르호를 폐기하기 전에- 유리 카라쉬가 스페이스 닷컴에 기고한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스페이스 닷컴 기사 링크 )
 

 
[ 곰팡이에 의해 부식된 통신 회로 기판. 작동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출처 : 스페이스 닷컴) ]
 
 
  이 기사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올해(2000년 4월) 미르호에 도착한 승무원들은 유리창이나 회로판의 에나멜 위에 곰팡이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1998년부터 1999년에 미르호에서 진행된 24차 임무 중 곰팡이 때문에 통신기기의 회로가 부식된 사건이 있었는데, 실제로 우주 정거장에서는 많은 양의 미생물이 발견된다.
 
  밀폐된 우주선이나 우주 정거장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변질된 미생물은 조종사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승무원들과 함께 지구에 들어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이런 피해를 막으려면 우주로 보내는 화물이나 우주선을 철저하게 소독해서 미생물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임무 수행 중 승무원은 정기적으로 살균 조치를 하고, 음식물 또한 철저히 소독할 필요가 있다.
 
  우주 공학자인 노비코바는 "국제 우주정거장이나 화성 탐사 같은 미래의 계획을 진행할 때는 미생물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소련의 우주국 정책 전문가인 유리 카라쉬. 그를 비롯한 많은 이는 우주인의 건강을 위해 미생물을 철저하게 살균할 것을 주장해 왔다.(출처 : 위키피디아.) ]
 
  사실 우주 정거장처럼 고립된 환경에서의 미생물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었던 사항입니다. 이를테면 초기의 우주 비행사들은 지구로 귀환하여 한동안 격리된채 생활해야만 했고, 바이킹 탐사 때에는 혹시라도 세균이 묻어갈까 철저하게 살균한채 보내기도 했지요. (근래에도 발효식품인 김치를 우주 식단에 넣고자 원자력을 이용해서 살균하기도 했습니다. 쿠키뉴스 기사 링크
 
  하지만 미르호에서 회로를 부식시킨 미생물이 우주에서 날아왔거나 우주에서 특별히 발생한 종은 아닙니다. 유리나 에나멜이 곰팡이에 뒤덮이는 일은 지구에서도 흔한 일이며, 금속을 부식시키는 미생물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미르호라는 특별한 물건... 게다가 우주 공간이라는 상황은 수많은 상상을 불러오는 법... 그리하여 "금속이건 뭐건 가리지 않고 갉아먹는 죽음의 우주 박테리아 때문에 미르호를 파괴했다."라는 음모론이 탄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사실이 아닙니다.
 
1. 미르호의 폐기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러시아가 국제 우주 정거장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이미 결정된 것이었고, 폐기 당시 미르호는 2000년 6월 이래 무인 상태... 즉 쓰지 않는 상태였지요. 이미 폐기는 결정된 사항이었지만 러시아 측의 미련으로, 그리고 발사 계획 상 다음 해 3월에야 폐기할 수 있었습니다.
 
2. 러시아에서는 곰팡이 때문에 회로가 부식된 것을 공개한 것처럼 미르호의 상황을 대부분 공개했습니다. 새삼스레 폐기를 앞두고 발표한 것이 아니지요. 나중엔 상업적으로도 사용된 미르호는 국제 우주정거장 이전까지는 우주 계획 중 비밀이 가장 적은 곳이었습니다. 당연히 사고나 사건은 모두 공개되었고, 그 중에서도 1999년 6월에 일어난 프로그레스 무인수송선의 충돌 사건은 그 극적인 상황이 모두 소개되어 충격을 주었지요.
 
3. 우주 곰팡이(Space Fungi), 또는 우주 박테리아(Space Bacteria)라는 용어를 쓰긴 하지만 그건 우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즉 정거장 밖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가져간 것입니다. 24차 임무 진행 중 회로를 부식시킨 곰팡이도 지구에 흔한 종류였지요. 살균만 잘했다면 별 문제는 없었을텐데... (물론 살균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1,2년 정도로 우주 정거장에 구멍이 뚫릴 일은 없습니다. 녹이 조금 더 빨리 스는 정도이며 만일 구멍이 뚫리면 곰팡이는 죽어버리겠지요.)
 
4. 2000년 4월 미르호의 문을 열었을때 곰팡이를 발견한 것은 분명히 불쾌한 일이겠지만, 이건 낡은 집에 들어갔을때 여기저기 곰팡이가 핀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당시 미르호는 4개월 동안 무인 상태였습니다. 여러분의 집을 4개월 동안 비워두면 과연 곰팡이가 피지 않을까요?) 그래서 미르호 승무원들은 미르호 내부를 청소해서 73일간 여러가지 작업을 했습니다. 물론 그 동안 구멍이 뚫려서 엉망이라든가 그런 일은 전혀 없었지요.
 
5. 미르호에 살던 미생물은 우주 공간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우주선은 강력한 살균 효과를 가지며 어떤 미생물도 진공 상태에서 오랫동안 살 수는 없지요.
 
6. 미르호 등 우주에서 돌아온 미생물은 지구 환경에 특별히 유해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 스페이스데일리 2000년 10월 기사 )
  참고로 이 기사는 미르호 폐기가 확정된 시점에서 발표한 내용이지요. 여기서도 미르호 폐기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7. 앞서 말했듯 유리 카라쉬는 "소련이 미르를 포기한 것은 미생물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수많은 관련자와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앞으로의 우주 개발 계획에서 미생물 문제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뜻으로 말했을 뿐... (참고로 그는 지금도 러시아의 우주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주에서 날아온 박테리아 때문에 미르호를 버렸다."라는 이야기는 사실을 왜곡한 거짓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미르호에선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단지, 우주정거장 내의 미생물 문제를 우려한 목소리가 와전되었을 뿐이지요.

  그런데 만일 우주 정거장에 있던 미생물이 지구에 돌아온다면 그것은 정말로 "재앙"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제로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재앙"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겠지요. 신종 플루나 사스, 조류 독감, 또는 에볼라 같은 상황은 물론 벌어질 수 있습니다만...
 
  우주 공간에서 변이가 일어난다고 해서 트랜스포머같은게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변이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지금도 무수하게 벌어지는 변이와 다를 것은 없지요. 물론 그런 미생물이 위험한 질병을 야기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가 절멸하거나 건물을 마구마구 갉아먹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일반적인 미생물처럼 살균하고 항생제로 처리할 수 있을테니까요.
 
  다만, 우주 정거장의 미생물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정거장에서 활동하는 우주인들에게...
  그들은 무중량 상태에서 스트레스와 방사능의 영향으로 면역력이 매우 떨어진 상태입니다. 때문에 우리들은 가볍게 넘기는 감기조차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습니다. 더욱이 그들은 지구에서 수백km 이상 떨어진 곳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병에 걸려서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을 돕지 못합니다. 그런 만큼 병의 요인이 될 수 있는 미생물은 위험한 것이지요.
 
 
  이렇게 음모론의 내용과는 다르지만 우주정거장 내의 미생물을 주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르 박테리아 음모론은 유익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릅니다. 이로 인해 우주정거장에서의 세균 문제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과학적인 사실이 아닌 거짓을 이용한 음모론은 경고나 주의를 주지 못합니다. 단지 놀라고 겁먹게 하고 진실을 왜곡시킬 뿐이지요.
 
  그리하여 음모론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이들은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 속 마을 사람처럼 정말로 중요한 진실에서조차 눈을 돌리게 됩니다.
 
  음모론이 재미있고 흥미로울지는 모르지만, 가능한 피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실제로 미르호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그 후의 미르호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1990년대 소련(러시아)이 국제 우주정거장 계획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미르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소련이 미르 계획과 국제 우주정거장 계획을 함께 진행할 여력이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도 미르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1986년에 제작되기 시작한 미르는 -영화 [아마게돈]에서 소개된 만큼은 아니지만- 너무 낡았고 기재조차 열악했습니다. 게다가 엄청난 운영비가 들어가기도 했지요.
 
  게다가 1997년에는 화재가 발생한 것에 이어 6월 프로그레스 무인 수송선이 미르에 충돌하여 모듈 하나가 완전히 파손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급격하게 산소가 빠져나가는 상태에서 정상 상태를 벗어난 미르는 태양전지로 공급하는 전력조차 잃고 추락할 위험에 처했지만 당시 탑승자들의 필사적인 노력 끝에 무사할 수 있었지요. (당시 탑승자들은 소유즈로 탈출하는 선택을 미루고 상황 해결에 전념했는데 그들이 아니었다면 미르가 지구에 떨어져 대참사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파괴된 모듈은 폐쇄되었고 그후에도 수리하지 못했습니다. 모듈은 새로 만들어 올려야 할 정도로 파괴되었는데 어차피 폐기할 미르를 위해 그만한 비용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1999년 미르에서 승무원이 떠나면서 무인 상태가 되었던 미르는 미국의 데니스 티토를 중심으로 결성한 미르 코프(Mir Corp)의 지원으로 일시적으로 민간 운영을 하게 됩니다. 2000년 4월에 미르에 도착한 탑승자는 6월까지 미르를 정비하고 리얼리티 쇼 방송을 비롯한 여러 '상업적인 활동'을 진행했지요.
 
  73일간의 실험 운영 기간 동안에 거둔 상업적인 이익은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건설되던 국제 우주정거장이 있음에도 러시아의 우주 정거장을 이용한다는 점에 부정적인 여론이 늘어났고, 여기에 미르를 보다 높은 고도로 올리고 정비해서 운영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거라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최종적으로 미르 코프는 미르를 포기하기로 결정합니다.
(미르 승무원들이 73일만에 떠난 것도 박테리아 때문이 아니라 처음부터 예정된 것이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시험적으로 운영해 보고 괜찮다면 미르호를 완벽하게 정비해서 다시 진행하려 한 것이지요. 하지만 앞서 말한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고 게다가 주주 중 한 명인 데니스 티토의 관심이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옮겨가면서 미르의 상업적인 운영 계획은 막을 내립니다.)
 
  그리하여 미르는 2001년 3월에 최종적으로 파괴됩니다.
 
 
  만일 박테리아 때문에 미르호를 파괴하기로 했다면 2001년 3월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2000년도 중반기에 이미 상업적인 이용이 중단되었으니 이 시점에서 파괴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겠지요.
 
  2001년 3월에야 파괴한 것은 앞서 말했듯 러시아가 미르를 어떻게든 써 보려고 고민했기 때문입니다.(미르 코프는 미국과 러시아의 공동 출자로 만든 회사입니다.) 다시 말해 미르를 그냥 버리기 아까웠던 것이지요.

  하지만, 미르의 궤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었고 이대로 두면 갑자기 추락해서 대참사를 일으킬지도 모르는 상황... 게다가 국제 우주 정거장 계획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미르호를 처리할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이런 모든 과정은 러시아-그리고 미르호 운영을 도왔던 모든 이들-가 자발적으로 공개했습니다. 특히 후반기에는 상업적인 후원자를 얻고자 더 적극적으로 미르호 선전을 했지요.
 
  결국 "진실은 거기(눈 앞)에 있었습니다." 단지 일부 사람들이 그것을 보지 않았을 뿐...


원문 링크 : 표도기의 타임라인 ( http://blog.naver.com/pyodogi/110077887006 )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