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작품 이야기 2016.11.20 03:52

  내셔널지오그래픽은 1888년 '인류의 지리지식 확장을 위하여'라는 기치 아래 만들어진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의 학술지이자, 이를 바탕으로 한 방송 채널입니다.


  과학, 탐구, 교육,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며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죠. 하지만 지구 상의 많은 곳에 인류의 발길이 닿은 지금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새로운 '지리적 지식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로 영원한 개척지(Final Frontier), 우주를 향하여...


  물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전에도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소개했습니다. 아니, 여러 다큐멘터리 채널 중에서도 가장 많은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로 역사나 리얼리티 쇼에 치중한 히스토리 채널, 신기술과 현대 문화에 집중하는 디스커버리 채널과 비교할 때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 양은 정말로 압도적이죠.


  하지만 근래에는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그 밀도가 높아졌습니다. 단순히 '우주는 이런 곳이야'라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우주에 가보자. 가보자.'라고 재촉하는 듯 하거든요.


  그것이 극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마도 2013년 "라이브 프롬 스페이스"라는 방송부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역사상 최초로 우주정거장에서 생방송이라는 이 놀라운 기획은 전세계 동시 생방송으로 화제를 모았고, 수많은 시청자가 '우주의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경이로운 체험을 전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듬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우주에 대한 명작 다큐멘터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리메이크하여 "코스모스 : 우주의 시공간을 초월한 빅히스토리"를 내놓았습니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제작비가 들어간 이 작품을 선전하기 위하여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한국에서도 SF 작가인 배명훈씨 같은 분이 광고로서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전세계 공통으로 보여진 한 광고의 충격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바로... 더락, 아니 버락 오바마가 출연한 겁니다. 한 TV 프로의 광고에, 미국의 현역 대통령이... 물론 닐 타이슨의 말에 따르면 오바마 자신이 이걸 추천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하는데, 뭐, 유명한 트레키(스타트렉의 광팬)이자, IT전문 잡지의 외부 편집을 맡기도 한 그라면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이는 동시에 오바마가 직접 광고로 출연할만큼,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우주 관련 기획이 매력적인 것이었다는 말이 될 겁니다.


  그 후에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우주에 관련한 다양한 기획을 보여주었습니다. 2015년 탑키워드 중 하나로 "화성탐사로봇의 위대한 모험"을 선정하여 보여주기도 했죠. 물론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의 놀라운 가능성 덕분이겠지만, 우리는 이 방송을 통해 스리핏과 오퍼큐니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더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자... 그러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역사상 최초로 'SF 드라마'를 선보인 것입니다.


  과거에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중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팩츄얼 드라마(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결합한 것) "초한지"를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역사가 아닌 가공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만든 일은 없습니다. 대정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소재로 한 [블랙아웃]같은 게 있었지만, 엄연히 현실의 과학적 가능성에 기반한 내용이었고 드라마보다는 다큐멘터리에 약간의 드라마 요소를 넣은 정도에 불과했죠. 게다가 1편 짜리였고 말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자그마치 6부작이에요(프리퀼을 포함하면 7부). 그것도 HBO의 명작 드라마 [지구에서 달까지]를 제작한 브라이언 그레이저와 [아폴로 13호]의 감독인 론 하워드가 함께 제작에 참여하여 진행하는 작품으로 말이죠.


  80부작인 "초한지"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6편짜리 SF 드라마입니다. 그것도 나사나 제트추진연구소,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같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협력한 작품. 당연히 기대하지 않을수 없죠.




  자... 그리고 본 방송...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그리고 제작자들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과학과 재미 두가지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팩츄얼 드라마를 선보였습니다. 그것도 이제까지의 작품에서도 손꼽는 수준으로...



  우선 "마스 1부". 등장인물의 소개와 함께 화성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엮어낸 이 이야기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연출이 곳곳에 보여집니다.



  우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인물들. 잘 보시면 인종이나 국적이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심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동유럽계와 남유럽계, 그리고 아프리카계 남성과 동양계 여성이 눈에 띕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실상의 주역은 바로 동양계(한국계 미국인인 김지혜) 여성인 "승하나". '하나'라는 이름만 봐도 한국계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여기에 관제실의 중심에는 그녀의 쌍둥이 누이인(1인 2역.^^) "승 준"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주 개발을 이끄는 것은 미국의 NASA가 아닙니다. 세계 각지의 우주개발국이 손을 잡고, 여기에 스페이스 X 같은 민간 단체까지 함께 참여하여 구성한 "국제 화성 과학 재단(International Mars Science Federation, IMSF)"과 그 후원을 받아 설립된 "화성 탐사 연합(Mars Mission Corporation)"입니다.


  그 본부와 관제소는 각각 오스트리아의 비엔나(IMSF)와 런던에 자리잡고 있지요.


국제 화성 과학 재단 홈페이지

http://www.makemarshome.com/landing



2033년 5월 9일. 유인 화성 탐사 로켓 발사 성공을 알리는 비즈니스 와이어의 기사.

http://www.businesswire.com/news/home/20160509006208/en/International-Mars-Science-Foundation-Mars-Mission-Corporation


[ 화성에서 전송 중인 실시간 영상. 아쉽지만, 승무원들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http://www.makemarshome.com/landing?feed=live ]


  으음... 그래요. 그들은 실존하고 있습니다. 2033년의 미래에 말이죠. 홈페이지도, 언론 기사도 결코 거짓이 아닌 것입니다. ^^


  이처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2033년에 저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만큼...


  드라마 '마스'는 그 같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열정이 담긴 작품입니다. 제작에 참여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꿈을 꾸고 자신의 마음을 쏟아부었음을 느끼게 합니다.



  드라마는 2033년의 상황과, 2016년의 인터뷰를 번갈아 보여주며 진행됩니다. 2033년에 이야기가 펼쳐지고, 2016년에 수많은 전문가가 남긴 이야기를 통해 과학적인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지요.



  NASA와 제트추진 연구소,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진행한 무수한 시도의 결과물들도 함께 보여지면서 우주 여행이 결코 쉽지 않음을... 하지만 가치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물론 2033년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들에게는 온갖 위험이 닥칠수 있음을, 그리고 실제로 다가옴을 보여주니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화성으로 가야 한다고 이 드라마는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화성에 가야 합니다. 멸종을 막기 위해서죠. 지구 상에서 인류는 여러가지 원인으로 멸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행성에 나누어 산다면, 멸종 확률은 0에 가까워 지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높은 소설, "마션"의 작가인 앤디 위어가 출연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화성에 가려는 것은 오직 그 때문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모험이기 때문이며, 바로 화성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말했듯이,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꿈 같은 일이잖아요."

  "아멜리아 이어하트가 말했죠. 모험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요."

  "실패하더라도, 다음 사람을 위한 길을 닦아놓을 수 있겠죠."





  대모험을 앞둔 조종사들의 인터뷰도 종종 이어지면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합니다.



  그리고 2033년. 드디어 인류는 화성에 발을 딛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고작 시작의 문턱을 겨우 넘었을 뿐이지요.


  영화 [마션]에서 어디를 가던 자신이 최초로 그곳에 발을 디딘 사람이라고 했듯이, 이곳에서도 모든 것은 처음입니다.

 

  "화성에 처음 착륙하게 될 사람들을 만난다면 그 점을 기억하라고 해 주고 싶어요. 그들이 보게 되는 모든 것은 인류가 최초로 보는 것이고 우리가 최근까지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그야말로 꿈 같은 경험을 하는 거라고요. 더 이상 SF 속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 세상에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위험을 평가하면서 보상도 함께 평가합니다. 그 보상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래, 위험한 일이고 어쩌면 죽을 수도 있지만 아무도 안 해 본 일을 하는 거잖아. 그렇다면 해볼 가치가 있나. 물론이지.'"



  그렇게 '마스'의 첫 이야기를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그들은 화성에 내렸고 다음 여정을 떠나야 할 때입니다. 밤이면 기온이 영하 70도 이하로 곤두박질치는 곳에서, 오직 저 멀리 보이는 파란 점만을 의지삼아서 하루 하루 살아나가야 합니다.


  과연 '마스'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잘은 알 수 없지만, 6편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결코 놓칠 수 없는 순간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드라마 '마스'는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을 펼쳐내는 이야기입니다. '인류의 지리지식 확장을 위하여'라는 그들의 모토는 바로 이 작품 속에 살아 숨쉬며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인간은 꿈을 꿉니다.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고자 하는 욕망이 우리의 DNA에 새겨져 있죠. 우리는 대양을 건너고 하늘을 정복했습니다. 지구 상에 미개척지가 더 이상 남지 않았을 때, 우리는 별들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마스'는 우주 저편을 향한 우리의 DNA를 자극하는 그런 작품입니다. 다음 토요일 11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추신) 마스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매주 토요일 11시에 방송합니다.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재방송을 하며, 일요일 10시에도 다시 재방송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첫 방송을 놓치셨다면 꼭 재방송을 보시길 권합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5.06.05 20:45

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매드맥스나 폴아웃 같은 황폐한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모험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편이죠.


그래서 매드 맥스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매드맥스는 2가 진정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이고 1은 로드무비, 3는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이라 뭔가 부족한 느낌이죠.


이번에 매드맥스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전작과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 과연 이 세 작품 중 어느 형태를 따라가게 될지 조금 걱정했습니다. 특히 3편 비욘드 선더돔은 솔직히 2에 비해서 너무 부족했거든요.


다행히도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는 2의 느낌을 계승하는 작품, 즉 황폐한 세계를 무대로 하는 질주극이었습니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특징은 1편을 제외하면 사실상 맥스가 활약하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영웅이라기보다는 어쩌다보니 동참하게 된 인물. 하지만 그가 더해짐으로써 이야기는 좀 더 흥미롭게 변해가고 무언가의 질서가 망가지면서 상황은 바뀌는 것입니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역시 그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내내 맥스의 활약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웅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죠. 하지만 그것이 좋은 의미에서의 배신으로서 관객을 즐겁게 해 줍니다.



이야기는 매우 단순합니다. 한 지역에 물을 장악하고 무기와 연료를 손에 넣으면서 지배하는 패자가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패자의 아내(라기보단 소유물이나 애 낳는 도구)들과 함께 도망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죠. 추격자 중에 한 명이 맥스를 '피주머니(수혈용 도구)'로서 데리고 갔다가 그들과 합류하게 되고,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영화의 전체 내용은 사실상 사흘 정도의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일이며 90%가 자동차 추격전으로 진행됩니다.


정말로 쉴 틈이 하나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사정없이 몰아치고 있거든요.


자동차가 자동차를 쫓고, 싸움이 벌어진다는 아주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러한 이야기가 매우 효과적인 연출과 전개로서 완벽하게 채워집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됩니다. 그것만으로 이 세계의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오고, 기대하게 하며, 그 기대를 만족시키게 되죠.


맥스 하나만을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볼거리가 넘쳐나고 활약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조연들의 활약 하나하나도 부족하지 않고 즐거움을 줍니다. 엑스트라라 생각했던 인물들마저도 개성적이고 매력적이니까요.



2D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영화는 3D에 적합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장면 하나하나 구도 하나하나 모두 3D를 상정하고 3D에서 최고의 만족을 주도록 만들어졌습니다. (4DX도 괜찮겠지만, 4DX에서 본 사람의 얘기론, 엄청나게 신나고 재미있지만, 무진장 피곤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겼어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 절대로 놓쳐선 안 될 영화라는 말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얘기했습니다.


"어벤져스는 집에서 TV로 봐도 되지만, 매드맥스는 극장에서 봐야해."


제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매드맥스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말에는 동감합니다.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달려가서 매드맥스를 보세요. 결코 극장에 찾아간 일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부담없이 신나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만족할 수 있는 영화는 정말로 드물기 때문이죠.



여담)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으로서의 매드맥스는 상당히 충실한 느낌입니다. 이리저리 끼워맞추어 개조한 자동차의 모습만으로도 이 세계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세계'가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여기에 총 조차 흔치 않은 상황에서 화염병이나 창 같은 걸 무기로 사용하는 모습. 인간의 육체 노동으로 움직이는 승강기 등 정말로 작은 부분까지 충실하게 신경쓴 모습이 엿보입니다.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수없이 쌓여 있는 '핸들'을 무기처럼 들고가는 장면이었지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자체가 '전사'라는 설정을 매우 잘 보여주는 장면...


  매드맥스라는 세계가 정말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그 밖에도 엄청나게 많으며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5.02.27 02:48


  “인간이 반으로 줄어들면 타버리는 숲도 반이 될까?”

  인간이라는 동물은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어찌 보면 고양이만도 못한 전투력을 가진, 그야말로 왜소하고 약한 존재이지만, 문명이라는 힘으로 지상의 왕자로 군림하고 이제는 태어난 고향 지구를 떠나 우주로의 여정을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인간만이 가진 문명이라는 힘은 지구라는 환경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주었습니다. 아니, 다른 동물들도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있지만, 인간은 육체적 한계를 넘어 환경을 바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새 인간은 70억이라는 숫자로 늘어나게 되었지요. 그렇게 되면서 사람들은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이대로 좋은 것인가?

  그러한 생각 속에 인간의 본성을 그린 이야기가 나왔고, 이와사키 히토시의 [기생수]도 바로 그중 하나입니다. 인간에 기생하여 몸을 강탈하여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이 등장하고, 오른팔에만 기생되어 인간(신이치)으로서의 의식과 기생체(오른쪽이)의 의식이 공존하는 주인공이 이들에 맞서는 독특한 작품은 "신체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같은 설정이지만, 단순히 신체강탈자와 인간의 싸움을 그린 것에 그치지 않고, 신체강탈자의 입장에서 인간을, 다시 인간의 입장에서 신체강탈자를 살펴보는 깊이있는 연출로 일본에서 코단샤 만화상이나 성운상 코믹스 부문을 수상. 코믹스 1000만권 이상을 가볍게 달성한 인기작입니다.

[ 뭔가 어색해보이는 1권 표지. 하지만 그후 전설이 된다. (c) Kodansha / Iwasaki Hitoshi ]


  머리가 갈라지며 인간을 통째로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촉수처럼 늘어나고 칼날로 변해서 쇠나 콘크리트를 갈라버리는 기생수의 모습은 이와사키 히토시의 독특한 그림과 어울리며 깊은 인상을 주었고, 다른 많은 작품에서 패러디나 오마주되기도 했습니다.(기생수의 연출자체가 영화 “괴물(The Thing)”의 오마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만큼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제작이 기대되었지만, 만화 원작 이외엔 아무 것도 나오지 못한 점도 인상적이었죠. 한때 할리우드에서 판권을 사서 제작할 예정이었다고 하지만 흐지부지된 일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인간의 어두운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주며 한편으로 끔찍하고 잔혹한 묘사가 상당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머리가 갈라져서 인간을 먹어치우는 장면이나 괴물들의 칼부림이 수없이 등장하는 작품은 실사로는 다소 수위가 높고 ‘블록버스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니까요.

  만화가 완결되고 자그마치 20여년이 지났기에 잊히는 듯 했던 이 작품이 토호에서 판권을 재취득함으로써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방송 중인 [기생수 세이의 격률(寄生獣 セイの格率)]. 그리고 2015년 2월 26일에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기생수(寄生獣)](국내에선 [기생수:파트 1])입니다.

[ 원작과 다른 그림체로 원작팬의 원성을 사기도 한 애니메이션 (c) Toho/Mad House ]


[ 일상은 어느날 잡아먹혔다. 실사로 재현된 기생수. (c) Toho ]


  애니메이션은 원작과 그림체가 달라지며 원작팬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21화까지 소개된 지금 비교적 호평 속에 진행 중입니다. 한편, 일본에서 2014년 11월 29일에 개봉하여 지금까지도 상영 중인 영화는 일본의 대중적인 사이트 야후 재팬에서 3.91점으로 역시 상당한 호평. 첫 주말 전국 영화 동원 랭킹에서 25만 6161명의 관객을 끌며 1위, 3억 4000만 엔(약 34억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관객의 반 이상이 만화 팬이었다곤 해도 굉장한 인기죠.

  26일 개봉일에 본 [기생수:파트 1]은 이 같은 인기에 충분히 부합할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완성도로 보면 조금 빠지는 부분도 있어 80점 정도를 줄 수 있지만, 원작의 팬이라도,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원작에도 나왔던 대사로서 시작됩니다.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모두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 왠지 귀가 가려워지는 느낌. 그런 현실감이 전해진다. (c) Toho ]


  기묘한 생명체가 자고 있던 누군가에 기생하는 장면에 이어, 한 소년(주인공인 신이치) 쪽에서 이어폰 때문에 귀로 들어가지 못하는 코믹한 연출이 등장하죠. 잔혹한 장면이 많고 심각한 내용이지만, 사실은 ‘오른쪽이(미기)’와 ‘신이치’의 장면에서 의외로 이런 장면이 많습니다. 자기 손과 벌이는 만담처럼 훈훈(?)한 연출도 이 작품의 특징이죠.
(오른손이 기묘하게 변하면서 눈알이나 칼날이 생겨난다는 설정을 생각하면 영화 “괴물”처럼 그로테스크한 연출이 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사로 만들어진 오른쪽이의 모습은 원작이나 애니보다 귀엽게 느껴집니다. 진짜처럼 자연스럽고도 재미있는 오른쪽이의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애니와는 다른 소년풍 목소리가 더욱 어울리면서 중반까지 신이치의 공생자 정도로 머물렀던 원작과 달리 초기부터 친밀하게 만담(?)을 주고받는 관계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죠.)
  

[ 픽사 애니메이션에 나올듯한 오른쪽이. 그 다채로운 모습만으로도 영화의 재미는 충분하다. (c) Toho ]


  이처럼 대비되는 기생 과정을 거쳐 아침. 머리가 갈라지면서 사람의 머리를 단방에 먹어치우는 장면은 충격적입니다. 관객 모두가 깜짝 놀라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끔찍하고 무서운 장면이지만, 지나치지 않은 느낌? 얼굴이 갈라지거나 촉수가 나오는 연출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원작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잘 살렸지만, 혐오스럽고 부담될 정도는 아닙니다. 선혈과 살육 장면을 잘 가리면서도 빠르게 넘기고 있죠.

[ 원작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잘 살린 연출. 거대한 눈이 좌우로 움직이는 장면이 더욱 무시무시하다. (c) Toho ]


  단행본 기준으로 10권(애장판은 8권)에 이르는 작품을 2시간짜리 영화 2편으로 제작해야 하는 만큼, 영화는 원작에서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신이치의 아버지는 이미 사망하여 등장하지 않으며, 여주인공 무라노 사토미와 함께 신이치와 삼각 관계를 이루었던(그리고 기생수를 느끼는 특수한 힘으로 인해 살해된) 카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됩니다. 신이치 만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펼쳐진 여러 이야기들이 신이치를 중심으로 연출되기에 좀 더 간결하게 이해됩니다.

  그럼에도 원작 내용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신이치의 변화, 그리고 한편으로 오른쪽이의 변화는 충분하게 녹아들어갔습니다. 여기엔 배우들의 열연이 뒷받침되었다고 보는데, 신이치 역을 맡은 소메타니 쇼타는 지극히 평범한(사토미의 말에 따르면 ‘부들부들’거릴 정도로 다소 소심한) 고교생의 모습에서 기생수에 가까운 냉정한 존재로 변해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작중 가장 중요한 인물인 타미야 료코역의 후카츠 에리의 연기는 이를 넘어서지요. 흔히 느물거리는 양아치 같은 역할로 자주 나오던 키타무라 카즈키가 기생수의 리더 같은 존재로 의원에 당선되는 히로카와 타케시역을 맡아서 표정없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도 일품이지요.

[ 후카츠 에리의 연기는 존재감을 가득 채워준다. (c) Toho ]


[ 키타무라 카즈시가 연기한 히로카와 타케시. 2부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c) Toho ]


  아사노 타다노부가 맡은 고토역, 히가시데 마사히로가 연기한 –철가면이라 불렸던 원작과 달리 싱글거리는 표정의 미소년인- 시마다 히데오처럼 원작과 다른 분위기의 캐릭터도 있지만, 영화만으로 볼 때 위화감은 별로 없었습니다. 적어도 원작을 읽고 바로 가서 보지 않는다면 말이죠.

  약간은 걱정했던, 기생수의 싸움도 적절한 효과음과 더불어 잘 연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신이치와 A의 싸움은 약간 만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잘 엮어냈지요. 일본 영화의 기술이 발달한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겠네요.

[ 기생수라면 역시 촉수 대결을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은 불가능한 촉수의 싸움을 실사로 잘 연출했다. (c) Toho ]

  원작의 팬으로서 기생수에게 잠식된(신체를 강탈당한) 인물이 본래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인간의 마음’이라는 작품의 또 다른 주제를 상징하는 타미야 료코의 대사 등과 엮어서 충분히 좋은 느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소 작위적인 전개, 아주 약간의 사족, 여기에 원작의 내용을 많이 생략한 점 등 일말의 아쉬움은 있지만, [기생수]라는 작품의 팬이건 아니건, 영화로서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가능한 영화관에서 보시는 걸 권합니다. (아니 어떤 영화건, 평생 한 번의 만남일 수도 있는 영화 상영은 가능한 최상의 조건에서 하는 게 좋지요.)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리스크에 더하여 대다수 일본 영화가 그렇듯 국내의 예매율도 높지 않고, 개봉관수나 시청 가능 시간대도 얼마 되지 않으니 영화관에서 보려면 가능한 서두르는 게 좋습니다.

  ‘파트 1’이라는 말이 붙었듯, 영화는 올해 4월에 일본에서 개봉할 ‘완결편’을 합쳐 2부 구성. 2010년에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가 처음 개봉했을 당시엔 한국에선 익숙하지 않았던(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이게 뭐야!”라는 말이 들려왔던) 상황과 달리, 이제는 꽤 익숙해졌다고 해도 역시 반쪽짜리 영화로서 끝나면 안 되겠죠.
  [기생수]라는 작품은 사실 끊기가 애매한 게 사실이지만, 영화 [기생수:파트1]은 그 점에서도 아주 적절한 위치에서 일단락 지었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줄 수 있는 완성도가 80점. [완결편]이 국내에서 개봉한다면, 둘을 합쳐 이야기할 수 있겠죠.

  [기생수:파트1]은 원작의 팬도, 그리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표값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충분히 만족했기에 [기생수:완결편]도 꼭 국내에서 개봉해주길 바랍니다. 가능한 빨리 말이죠.

[ 유쾌한(?) 콤비의 모습을 또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c) To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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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작품 이야기 2014.12.15 04:06


'고대의 외계인(Ancient Aliens)'이라는 방송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히스토리 채널에서 새롭게 시작한 방송입니다.


(물론 외국에서는 시작한지 좀 된거 같습니다만, 국내에선 이번에 시작했죠.)


선전만 보면 아시겠지만, 익숙한 아저씨(Giorgio Tsoukalos)가 진행자로 등장합니다.


고대의 외계인이 고대의 전설이나 신화 등을 가지고 외계인설에 엮는 방식이라면 이 방송은 여기저기에 외계인 방문지 등으로 유명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외계인의 종적을 찾는다...라는 식이죠.


다양한 과학적인 고증 같은게 나오지만 잘 아시는바와 같이 그냥 그런거고요.



고대의 외계인이 그랬듯, 창작자에게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 다양한 음모론을 뒤섞기도 좋고요. 하지만 역시 이성의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는게 문제겠군요.


그냥 뭔가 이상한게 있다면 "외계인의 것"이라는 식으로 말해 버리는 점은 "고대의 외계인"보다 더 심한 느낌도 있거든요.


문제는 이러한 것에 대해서 '창작의 소재'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건 좋겠지만, 이성적인 자세는 전혀 없이 "그래 그게 맞아!"라고 얘기하는 이가 많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이를 계속해서 옮기면서 인터넷에서는 마치 대세처럼 되어 버리는 현상...


음모론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음모론에 대해 반대하는 이는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게되면 항상 "당신이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하냐."라고 얘기듣기 일쑤죠.....



"내 점심이 사라졌어! 외계인 탓이야! 내 머리 모양이 이상한 것도!"


여하튼 이 방송 덕분에 이 아저씨의 짤방은 더욱 유행할거 같습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4.11.09 15:28

  미국의 히스토리(History) 채널은 이름 그대로 역사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많이 다루는 곳입니다.


  심지어 많은 다큐멘터리 채널에서도 하고 있는 리얼리티쇼에서조차 역사와 관련한 골동품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니까요.


  그러한 히스토리 채널에서 근래에 눈에 띄는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헌티드 히스토리"와 "에인션트 에일리언"입니다.




  "에인션트 에일리언"은 이미 5시즌에 걸쳐 진행하고 있을 만큼 인기 있는 방송이고, "헌티드 히스토리"는 이번에 새로 시작한(더 정확히는 히스토리 HD에서 새로 시작한) 방송으로 둘 다 주목도가 높죠.


  재미있는 점은 둘 다 역사와 연관이 없지 않으면서도, 항상 오컬트로 흘러간다는 겁니다. 아니 제목부터가 오컬트와 관련이 있다고 해야 겠군요.


  "헌티드 히스토리"는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하여 오컬트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어떤 장소가 어떤 이유로 영적인 힘이 있고, 그것이 그 사건에 영향을 주었다...라는 식이죠. 가령 뉴올리언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카트리나 태풍때 대비 명령을 무시하고 남았던 청년이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체를 요리해서 없애려 했지만, 자살하면서 드러난 사건)과 관련하여 "카트리나 태풍 때 영들이 머물 곳이 필요했는데, 그 청년의 몸에 들어와서 신들리게 되었고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에인션트 에일리언(고대의 외계인)"은 고대 문명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이 모두 외계인과 관련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가령 "일본에는 천구에 대한 전설이 있는데 이는 수메르 신화 속의 아눈나키, 사실은 외계인이 산 속에 숨어 있었던 것을 보고 옛 사람들이 생각한 것이며, 중국의 무당산에서 용이 날아오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은 고대인들이 외계인의 우주선을 보고 용이라고 생각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제우스나 토르의 번개는 번개를 쏘는 외계인의 무기"이거나 "외계인의 전기 기술자"라는 식의 이야기도 나오죠.


  이들 방송을 보면 절로 모르게 딴죽을 걸고 싶어집니다.(사실 제가 딴죽왕입니다. 뭐든 딴죽을 걸지 않고는 버티지 못하죠. 아내가 '쯧코미 킹'(쯧코미 = 딴죽의 일본어?)이라고 부를 정도.^^)


  이를테면 뉴올리언스의 살인 사건은 카트리나 태풍이 물러나고 14개월 뒤에 일어난 우발적인 범죄죠. 영능력자라는 분들은 점잖은 청년이 살인을 저지른게 귀신이 들려서라는데, 하필이면 태풍이 물러나고 14개월 뒤에야 귀신이 발작해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이상한 일입니다. 그보다는 말다툼을 하다가 화가 나서 목을 졸랐는데 실수로 죽여버리고 말았다...라는 것이 더 자연스럽겠죠. (실제로 그랬다고고요.) 그 청년은 이라크전에 참전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폭력에 대한 내성이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고요.

  영능력자 자신은 다른 이에게 저주를 받아서 귀신이 들려서 '불안하고 일이 잘 되지 않았다.'라고 하는데, 이것도 귀신이 들렸다기보다는 평소 정서불안인 영능력자가 저주를 받았다고 착각해서 혼자 불안하게 느꼈다고 생각하는게 더 자연스러울 겁니다. 만약 저주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면 불안한 증세도 없었겠지요. 영능력자 중에는 "귀신을 믿지 못하겠다면 (그리스도교의) 성서를 읽어보면 생각이 바뀔거."라고도 합니다. 하긴 뭐... 수메르 시대에도 '귀신 쫓는 신'이 존재했으니 그들 신화의 내용을 100% 진실로 믿는다면 정말로 귀신이 있었다는 말이겠죠. 하지만 한국의 처용가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사실 고대인들은 뭔가 이상한 일이 생기면 악마나 귀신을 내세우기 일수였습니다. 병이 걸릴 때마다 굿을 하며 귀신을 쫓는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 고대인들이 쓴 책이나 말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문제가 있겠지요. 그렇게 생각하자면, 지금도 태양은 지구 주위를 돌고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에인션트 에일리언은 더더욱 딴죽을 걸기 좋은 소재입니다. 초기에는 그나마 뛰어난 고대의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뭔가 이야기를 꺼냈지만, 지금은 모두 "신화의 내용은 진실이고 사실은 외계인이었다."라는 식이니.... 신화속의 존재가 모두 외계인이었다고 한다면, 고대 세계는 온갖 종류의 외계인이 날뛰던 시대였다는 얘기가 됩니다. 세계 각지에 무수한 종류의 신이 존재하니 외계인의 수도 어마어마했겠지요. 그런데 그들이 남긴 것은 고작 돌이나 나무로 된 조각상, 그리고 어린애도 만들 수 있는 흙으로 된 장난감이나 가공하기 쉬운 금으로 된 장신구였다는 것이지요. 



  "헌티드 히스토리"나 "에인션트 에일리언"은 모두 자신들이 믿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기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잘 보여주는 듯 해서 흥미롭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여기저기 세계 각지의 신화나 전설, 그리고 역사들을 살펴보기에도 좋고요.


  하지만 '흥미로운 소재거리'라는 것은 사실임에도 이들은 한편으로 상상력을 제한하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 그래 그건 외계인의 짓이야."라거나 "아 그래 영이 문제를 일으킨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령 "영이 살인을 저지르게 했다."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 그 청년의 내면에서 일어났을 여러가지 충동이나 고민, 그리고 고뇌 등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가 죄책감과 불안에 쫓긴 흔적이 역력하며 그것만으로도 영화 한 편 쯤은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음에도" 우리는 '그래, 영의 짓이니 그의 내면은 필요없지.'라고 무시할 수 있습니다.


  "외계인의 짓이야"라고 말하고 납득해 버리면 신화 속에 감추어져 있는 온갖 상징이나 고대인들의 생각들을 무시하게 되어 버립니다. 분명히 신화라는 것은 당시대 삶에 대한 묘사도 다채롭게 들어있고,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나 견해에 대해서 알려주는 도구임에도 우리는 "외계인을 보고 그렇게 믿은거야. 고대인이 착각한거지."라고 생각하고 말아버릴 테니까요.


  그리고 이는 더욱 더 상상력을 낮추게 마련입니다...


  이 같은 오컬트 방송이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는 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때로는 좋은 소재로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할 여지를 없앨 수도 있다는 건 한번쯤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4.09.11 02:24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심지어 위키백과에도 정보가 없는) 웨스 볼(Wes Ball) 감독이 제작한 영화, "메이즈 러너"는 매우 이례적인 작품입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하지만 국내에선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한) 제임스 대시너(James Dashner)의 청소년 포스트 아포칼립스 3부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작의 하나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감독에서부터 각본, 심지어 배우들까지 그다지 유명한 이들을 찾기 어려운데다, 작품 자체가 할리우드 대작 스타일에 어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처음부터 3부작을 예상하고 만들었다고 할만한 연출과 결말을 보여줍니다. "메이즈 러너"에서 보여주는 거대한 미궁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으며, 그 뒤에는 앞으로 2개의 영화를 더 보아야만 알 수 있을, 수많은 음모와 복잡한 배경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불친절한 영화의 대표격이라고 해도 좋겠군요.


[ 신인이라는게 너무 티나는 젊은, 웨스볼 감독. 흥미로운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시작하여 멋진 연출을 보여준다. ]


  하지만 -3류 액션물 다작 감독인 우베 볼과는 전혀 상관없는- 신인, 웨스 볼 감독은 자칫 좌초하기 쉬운 함정 투성이의 영화를 상당히 멋지게 연출하여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해 줍니다.


  똑같이 미궁 탈출을 소재로 한 영화 "큐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세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탈출극도 꽤 흥미롭고, 여기에 한국 출신의 배우 이기홍(민호 역)을 비롯한, -영화계에선 유명하지 않아도- 역량이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가 겹쳐서 작품의 완성도를 더해줍니다. 그야말로 '거대한 3부작의 서막'으로서 적절한 작품이라고 하겠군요.


  이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는 장점으로 가득차 보이지만, 사실 여기에도 -"메이즈 러너"란 이름에 어울릴만한- 미궁다운 '함정'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바로 '3부작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 때문에 말입니다.


[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주인공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


  영화의 시작은 매우 갑작스럽습니다. 주인공은 기묘한 엘리베이터에 태워진채 이상한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얼떨떨한 주인공에게 그곳의 지도자란 청년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이것 저것 알려주지만,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주인공에게 있어 모든 것이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주변을 거대한 벽이 둘러싼 공간.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모여 있는 그곳은 매우 이색적이었지만, 무척 평화로운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미궁(Maze)이라 불리는 장소로 연결되는 통로를 중심으로 알 수 없는 긴장이 밀려오고 주인공의 삶은 갑작스럽게 변모하게 됩니다.


  왜, 어째서인지 모른채 모든 것을 잃고 이 곳에 모여든 청년들. 그 중의 하나였던, 그러나 그의 도착과 함께 모든게 변해가는 계기가 된 주인공을 중심으로 알력이 생겨나고 그들은 '미궁'이라는 안락했던(그러나 예상치 못한) 공간을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뛰어듭니다...


[ 미궁 속을 뛰어라, 메이즈 러너? 러닝 게임은 아닙니다. ]


  "메이즈 러너"는 정체불명의 미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품인 동시에,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미래의 모습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중심으로 한 3부작의 첫 작품입니다. 문명의 붕괴란 상황을 상상하면 느낄 수 있는 무너진 빌딩이나 파괴된 대지 등은 보이지 않고 어디까지나 '미궁'이라는 인공적인 공간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참 독특하면서도 약간의 배신감을 안겨주지요.


  바로 "이 같은 거대한 미궁은 3부작 전체에서 별로 중요한게 아니다."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처음부터 3부작이라는 것을 알고 접근하지 않는 이상. 이 영화의 결말 부분은 참으로 실망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사실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고 -소설의 뒷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마지막에 밝혀진 반전조차 사실은 진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죠.


  작품의 주역인 토머스의 기억은 돌아왔지만, 그조차 진실인지 알 수 없고, 다른 이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은 채 영화는 허망하게 종결됩니다. 거대한 미궁을 뒤로 하는 장면에서 주인공들의 허무한 감정이 관객들에게까지 전염될 정도죠.


  그만큼 속편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3부작의 서막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상 단지 배신감만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것이 이 작품의 첫번째 함정이죠.


  두번째로 이 작품은, 예고편과 달리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액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미궁이라는 존재와 그 뒤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퀴즈풀이적인 성격이 더 강합니다. 정체불명의 괴물이 등장하여 주인공들을 위협하고, 나름대로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인물간의 갈등은 별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적의 존재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액션과 스릴이 눈길을 끌지 못하죠. 그리버란 괴물과의 싸움조차 순식간에 진행되어 끝나버리니까요. 블록버스터급 예고편을 통해 액션을 기대한 이들이 실망할 수 있다는게 두번째 함정입니다.


[ 블록버스터급에 어울리는 강렬한 예고편. 실제 영화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


  세번째로 이 작품 속의 인물들은 너무도 순수합니다.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이 모인 집단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죠. "파리대왕"은 고사하고 "15소년 표류기"보다도 건전하고 평화로우니까요. 지도자라고 했던 알비(아블 아민)조차 이질적인 주인공을 편하게 받아들이며, 뭔가 과묵하고 화끈한 분위기를 풍기던 민호(이기홍)는 단 하루 밤의 모험 끝에 토머스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죠. 어리면서도 순진한 척은 단번에 토머스의 열성팬이 되어 그를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을 느낌입니다. 죽어가는 알비를 대신하여 지도자가 된 뉴트 역시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오직 미궁에 머물고 싶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고집을 부리는 갤리(윌 폴터)만이 적대자로 나올 뿐입니다. 그나마 그에게 동조하는 동료가 거의 없어 큰 위협이 되지 않죠. 그만큼 캐릭터들이 확 들어오지 않습니다. 심지어 나중에 등장한 유일한 여성 트리사(카야 스코델라리오)는 거의 배경이나 다를 바 없죠. 주요인물들은 분명 모두 매력적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건 주인공 토머스 뿐... 그것이 세번째 함정일 겁니다.


  그 때문인지 이 작품은 지나치게 객관적인 시점으로 보여집니다. 미국 최초로 파노라믹 포맷(한국의 "스크린 X"처럼 극장의 전면 만이 아니라 좌우면도 동시에 써서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상영하는 "메이즈 러너"는 관객들이 경치를 구경하듯 영화를 보게 해 줍니다. 미궁 안이 아니라 미궁 밖에서 실험 동물을 구경하는 느낌일까요? 거대한 미궁은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액션이나 스릴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게 아쉽죠.


[ 파노라믹 포맷의 사례. 한국의 CJ와 카이스트가 공동 개발한 스크린 X처럼 3면을 활용하지만, 포맷이 달라 호환되지 않는다. ]


  하지만 조금만 영화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것이 결코 함정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허무한듯 느껴지는 결말은 이 작품이 3부작 소설의 서장으로, "호비트"에 비교하면, 첫편인 "뜻밖의 여정"에 해당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애매한 결말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죠.

  더욱이 2번째 작품인 "스코치 트라이얼"(Scorch Trial)의 무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보여줄 대도시의 폐허 속 공간. 동시에 "큐브" 같은 짜임새있는 미로의 분위기도 충실하게 엮어주겠지요.(2편에선 우리나라에서도 파노라믹 포맷이나 스크린 X로 3면으로 즐길 수 있을까요?)


[ 시리즈의 두번째인 스코치 트라이얼. 메이즈 러너완 또 다른 분위기가 긴장을 더한다. ]


  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역시 3부작의 특성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진정한 악당인 "위키드"는 자신들의 모습을 감춘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으며, 주인공들은 토머스를 제외하면 모두 기억을 잃고 있으니까요. (토머스조차 별로 많은 걸 알고 있지 못합니다.)


http://www.wckdisgood.com/ - "위키드는 좋은 일을 하는거야."란 이름의 사이트. 위키드의 일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 관객은 그 진실을 알게 되지만, 작품의 특성상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 주인공들은 미궁이라는 거대한 존재와의 싸움 하나만으로도 버거우니 그 이상의 무언가에 도전할 수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정체불명의 괴물 그리버와의 사투, 끊임없이 변해가는 거대한 미궁 속의 도주 장면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액션 스릴러는 아닐지라도 생존을 위해 미궁에 도전하는 소년들의 모습은 뒤에 감추어진 음모를 생각하지 않아도 흥미진진하죠.


  그들의 모습이 너무도 착하다는 것은(이를테면, 3년이나 갇혀 지내던 소년들 사이에 한 소녀가 도착했는데도 너무 반응이 담담하다던가...) 사실 그들이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라는 것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 준주역급 활약을 보여주는 민호. 꽤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인물입니다. ]


  그 중 가장 오래된 알비조차 고작 3년. 사회와 완전히 격리되어 그들끼리 살아온 소년들은 사실상 3살짜리 아기나 다름 없는거죠. 그들의 현재 모습이 진정한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은, 도중에 그리버에게 물려(약이 주입되어) 기억을 되찾은 이들의 모습에서 명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버에게 물리면 이상하게 변해버려."라는 척의 말은 그들이 기억을 되찾음으로서 본래의 인격을 되찾게 됨을 잘 알려줍니다. 실제로 처음 물렸던 찰리가 발광하며 주인공을 공격하고, 주인공을 편하게 받아주었던 알비조차 주인공에게 "네가 왜 여기 있냐!"면서 추궁니다.


  민호나 뉴트 등 동료들은 토머스가 그들을 잡아가둔 세력과 한 편임을 알면서도 "과거는 사라졌다."라면서 편하게 받아들이지만, 그들이 만일 기억을 되찾는다면 과연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토머스가 구해준 알비가 목숨을 걸고 토머스를 도왔듯이, 토머스의 도움을 받은 그들 역시 동료로서 협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앞으로의 이야기 진행에 많은 불안감을 안게 해 줍니다. 아직까지 그들 사이에서는 밝혀지지 않은게 너무 많으니까요.



  이런 모든 점을 생각할 때, "메이즈 러너"는 참으로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3부작의 거대한 구상에 어울리는 복잡한 배경, 그리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냄새를 물씬 풍기는 무대, 여기에 매력적인 소년들의 우정과 대립, 그리고 모든 것의 배후에 얽힌 음모 등.

  청소년용 소설이 원작이기에 지나치게 어두운 분위기는 피하고 있지만, 판타지 작품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설득력도 충분히 겸비하고 있죠.


  무엇보다도 "거대한 미궁의 영상"은 압권입니다. 미국처럼 파노라믹 포맷으로 즐길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영화관에 가서 보시길 권합니다. 그 장면들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으니까요.


  이 작품이 "3부작의 서막"인 만큼, 많은 분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있어 이 작품은 속편을 기대하기에 충분할만큼 매력적이었고 재미있었으니까요. 이미 2편의 계약은 되어 있지만, 2편을 제작할지는 미정인 만큼 하루 먼저 개봉하는 한국의 성적도 중요하지요. 그만큼 큰 시장이니까요. 물론 미국의 성적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여담) "메이즈 러너"의 가장 큰 매력은 소년 캐릭터에 있습니다. 주인공 토머스의 연기가 돋보이지만, 주요 인물들 역시 참 매력적이거든요. 액션성이 돋보이는 민호나 여린 듯하면서도 적극적인 뉴트, 그리고 순수한 느낌의 척 등 보이즈 러브(BL)를 좋아하는 여성 팬들에겐 최고의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그 중 민호가 참 인상적인데, 비록 토머스에게 끌려다니는 듯 하면서도 "러너"의 지도자로서 충실한 활약을 보여줍니다. 이름부터 외모까지 친근한 한국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돋보이는 할리우드 영화는 쉽게 찾기 어렵죠.(누설이지만, 그는 토머스, 뉴트와 함께 3편까지 꾸준히 활약합니다.)

  민호 역을 맡은 이기홍씨는 현재 21세의 한국계 미국인으로 영화 출연은 처음인데, 다른 작품에서도 꾸준히 활약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근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거든요.

  한편, 척 역을 맡은 브레이크 쿠퍼는 원작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내가 척 역을 맡고 싶다."라고 감독에게 계속 트윗을 보낸 끝에 발탁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원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얘야 말로 척이야!"라고 외칠 정도로 자연스럽죠.


추신) 이 작품을 감독한 웨스 볼 감독은 본래 단편 애니메이션을 주로 작업했는데, 그 중엔 국내의 SF팬들에게 호평받은 작품, "Ruin"이 있습니다. 본래 웨스 볼은 바로 이 작품을 장편으로 만들고 싶어서 영화사를 찾아갔는데, 마침 "메이즈 러너"를 제작하려 했던 제작자가 본래 내정되었던 감독을 내치고 그를 선택한 것이지요.


  이 작품 "Ruin"을 보시면, 그가 "메이즈 러너"의 감독으로 발탁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메이즈 러너"의 외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느낌이니까요.


  2년 전에 소개된 이 작품은 국내의 SF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웨스 볼 감독의 감각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동시에 "메이즈 러너"가 성공해서 속편들이, 그리고 웨스 볼의 또 다른 SF 작품이 선보이길 기대합니다.




추신2) 코엑스에 가면 "메이즈 러너"의 광고를 볼 수 있습니다. 참 멋지게 연출했지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4.07.23 01:45



네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방송 중인 프로입니다. (네버 다이란 이름으로 소개되네요.)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일상 속의 과학이라는 느낌이지만, 한편으로는 게임을 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특정한 상황을 줍니다. 가령 지금 보고 있는 내용 속에서는 주유소에 세워진 자동차 트렁크 위에서 플라스틱 기름통에 주유기로 기름을 넣다가 흐르는 기름으로 인해 발생한 정전기가 몰려서 폭발한 상황에서 기름 묻은 바지에 불이 붙은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 사람을 구하려면 어떻게 할까? (이런 경우에는 기름통을 땅에 놔두고 기름을 넣으면 정전기가 땅으로 흘러서 사라져 버리지만, 차의 트렁크는 절연 상태라서 정전기가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A. 옷을 벗어 두드린다

B. 옷을 벗어 뒤집어 씌운다.

C. 유리 세정제를 뿌린다.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물론 국내판에선 한글로 나오죠.) 다음에 '당신이 고려해야 할 점'이라는게 소개되고, 이후엔 시간 제한처럼 삑삑 소리가 들리지요.


이후에는 잘못된 선택부터 하나씩 알려주고, 마지막에 제대로 된 행동을 알려줍니다. 그것도 각각의 상황을 CG 등을 사용해서 게임 화면처럼 말이죠.^^



참으로 다양한 상황이 있고, 그만큼 재미있네요. 무엇보다도 과학적인 원리도 이해할 수 있으며, 더빙판이라서 더 편하게 볼 수 있고요.^^


네셔널 지오그래픽에서 과학과 관련한 프로가 참 다채로워져서 즐겁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Do or Die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마치 게임 같은 방송, Do or Die(네버 다이) 네셔널 지오그래픽을 보신다면 꼭 보시길 권합니다.









여담) 위의 답은 뭘까요?


대부분 제대로 선택했으리라 생각하지만, B입니다. 


화재 삼각형이라는게 있습니다. 산소, 열, 연료... 이 세가지 중 하나만 없어도 불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A는 산소를 더욱 많이 공급하는 것, C는 유리 세정제에 알콜 성분이 들어있기도 하지만, 설사 물이라고 해도 기름은 물에 뜨기 때문에 휘발유를 퍼트리는 결과만 낳고...

B는 산소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담요 같은게 있다면 좋겠지만...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4.03.25 00:36



  결국에는 웹 게임으로 탄생해 버린 대항해시대 5...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행동력 제한' 같은게 있긴 하지만, 기존의 대항해시대 느낌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


  물론 갈릴레오(1564년 2월 15일 ~ 1642년 1월 8일)와 뉴턴(1643년 1월 4일 ~ 1727년 3월 31일)이 같이 등장하는 등 황당한 내용도 많은데다, 지도에 따라서 지형이 달라지는 기묘한 개념이 있긴 하지만 말이죠. (평행세계인가? 그럼 SF???)


[ 아이작 뉴튼? 왜 이 사람이 여기에...? ]


  레벨을 빨리 올리는 방법을 깨우쳐서(처음에는 해적 사냥 퀘스트, 중반부터는 도시 투자...) 레벨 자체는 시작한지 이틀만에 40 가까이 올라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배를 얻는 퀘스트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서 배는 3척 뿐... 게다가 한 척은 체력 30대의 경량함.


  게다가 게임 진행에서 '온라인이므로 알아서 정보를 주고 받겠지.'를 강조해서 그런지 힌트 같은게 거의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도대체 한번 막히면 인터넷을 한참 뒤져야만 겨우겨우 나오니 말이죠....(서지중해 지도 1을 구해야 하는데, 스토리를 따라 진행했는데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싶었는데... 어떤 항구에선가 그냥 바꾸니까 바뀌네요. 게겍...)


  한 마디로 밸런스에 아직 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규모라던가 내용이라던가... 기대했던 정도는 충분합니다. 시스템이 아직 많이 불안해서 접속에 한참 걸린다거나 시도때도 없이 점검을 진행하는 문제 같은건 빼고 말이죠.


[ 항해 중엔 쥐가 생긴다거나... 이런 저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 물론 고양이를 풀어라!! ]


  유니티로 만든 게임... 전투고 뭐고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전투에서 선택할 수 있는게 나오기도 하지만...(어떤 공격을 할까? 그러니까 가위바위보...) 으음.. 아직은 별로 차이를 모르겠군요. 자동으로 진행하는 편이 더 효과가 좋은 것도 같고요.


[ 전투 화면... 뭔가 멋집니다. 스킬도 발동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여하튼 자동자동... ]


  항해와 무역, 그리고 탐험...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여러가지 재미에...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발전하는 재미도 쏠쏠... 물론 스토리 다 무시하고 진행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지만... 그렇게 되면 지도가 확장되지 않죠. 에궁...


[ 물론 탐험을 빼 놓을 수 없죠. 운이 꽤 작용하긴 해도...^^ ]


[ 새로운 도시 발견... 그런데 라구사가 왜 여기 붙어있냐? (원래는 시라쿠사 섬 남부임) ]


[ 지도 임무 달성!! 이렇게 뭔가 이룰 수 있는게 많아서 좋답니다.^^ ] 



  그래서 지금 조금 막혀 있는 상황이긴 해요. 그래도 꽤 재미있는 작품... 일본어를 알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한번 해 보시지 않을래요? ^^


 


추신) 저는 Lanne 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습니다. 코에이의 게임 황제(L'empereur)에서도 등장했던 프랑스 장성의 이름이죠. 그냥 어쩌다보니 왠지 모르게 좋아하게 된 이름...^^


  혹 진행하시는 분 계시면 친구 추가 부탁드려요.  


여담) 웹 게임 답지 않게... 진행에 시간이 꽤 걸립니다. 항구 이동에도 약간 시간이 걸리지만, 제대로 하게 되면 레벨이 생각보다 빨리 오르면서 한참동안 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웹 게임 느낌이 조금 덜하네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4.03.01 23:27

히스토리 채널에서는 가끔 여러 방송들을 하루 종일 보여주는 마라톤 방송이 있습니다.


그간 픽커즈(고물 사냥꾼)나, 덕 다이너스티 같은 리얼리티 방송만 보여주었는데, 오늘은 얼마전부터 시작한 "빅 히스토리(과학이 만든 역사)"의 마라톤 방송을 해 주는군요.


빅 히스토리는 정말로 히스토리 채널답고, 히스토리 채널이기에 만들 수 있는 방송이라고 생각됩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관련된 내용들을 소개하고, 역사를 매우 넓고 깊게 살펴봅니다.





소금이라는 것이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1회)


황금이라는 것은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2회)


그리고 말이나, 거대 건축물, 추위, 고기....



각각의 내용을 볼때마다 굉장히 흥미롭고 독특합니다.


황금은 왜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았을까? "빅 히스토리"에서는 고대 세계에 갈증에 지친 사냥꾼들이 물의 반짝임을 쫓았던 것에서 그 가능성을 찾고 있으며, 인류에게 알려진 다양한 금속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왜 황금 같은 위치에 놓일 수 없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가량 철은 너무 무겁고 납은 너무 무르고, 동과 은은 변하고....


오랜 옛날 지구가 탄생할 때 황금을 비롯한 중금속 대부분은 지구 깊숙이 들어가 버렸고, 그 후에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이 현재의 황금을 가져왔다거나...



황금 이야기와 관련하여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황금을 구대륙(이라고 불리는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반면, 신대륙(이라 불리는 아메리카)에서는 오직 종교의 상징으로서만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종교적 상징으로서의 황금에 관심이 없었던 서양인들은 이들을 모두 녹여서 거래의 수단으로 썼지만 말이죠.



가장 특이했던 이야기는 바로 '말'(馬, Horse)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중앙 아시아 지역에서 길들여져 사용된 '말'은 유럽과 아시아에 퍼져 서로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말의 도움으로 거대한 제국이 세워졌지만, 동시에 말로 달려서 14일 이상 걸리는 거리까지 성장하기는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죠.


더욱 재미있는 것은 말이 가장 먼저 탄생한 것이 아메리카 대륙이었다는 것인데....


"빅 히스토리"에서는 빙하기 시대 아메리카의 말들이 먹거리로만 사용되었고, 이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중앙 아시아에서 이들을 활용하면서 거대한 제국의 역사들이 시작되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말을 사용하는 구대륙 사람들이 신대륙을 방문했을때 그들은 말이라는 존재에 충격을 받았고, 말이라는 존재를 활용하는 전술에 더욱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만약에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가령 아메리카에서 먼저 말을 활용했다면 어떠했을까요?


그랬다면 아메리카와 유럽의 역사가 반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되는군요.


넓은 평야가 펼쳐진 북아메리카에는 몽골 이상의 강대한 제국이 세워졌을지도 모르며, 잉카나 아즈텍도 거대한 제국으로서 군림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역사라는 것이 특정한 기술이나 존재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는 어디까지나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삶 이면에 다채로운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할때, 도구나 기술을 통해서 살펴보는 역사의 관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히스토리 채널의 "빅 히스토리(과학이 만드는 역사)"는 바로 그러한 점을 충실하게 정리하고 소개한 작품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통해서 여러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보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담)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보다도 좀 더 다채로운 느낌입니다. 다채로운 과학을 통해서 역사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말이죠.


여담) 추위가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다시 볼 수 있죠. 바로 프랑스군의 단추가 '주석'으로 되어 있었다는 점... 주석은 날씨가 추워지면 변화하게 되고, 가루가 되어 망가집니다. 그로 인해 프랑스군의 의복은 단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추위를 막는데 더 취약해진 것이고...


여담) 사실 하나의 주제나 사건을 바탕으로 역사를 넓고 깊이있게 살펴보는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과학이 만드는 역사" 덕분에 이런 관점을 더욱 넓힐 수 있는 느낌이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그리고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다큐멘터리는 "하이테크 고대문명"이지만, 이 작품은 그에 못지 않게 좋아하고, 영향을 받는 작품이 될 거 같습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별 작품 이야기 2014.02.03 00:52

  최근 '별에서 온 그대'라는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광해군때 미확인비행물체 같은게 나타났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에 외계인이 지구에 왔고 그 외계인이 400여년간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 SF에서는 매우 흔한 소재이지만, 한국의 드라마로서는 굉장히 드문 소재의 작품이지요.


  한편 이 작품은 강경옥씨의 '설희'와 관련하여 표절 소송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설희 역시 광해군때의 미확인 비행물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400여년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을 중심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할 뿐만 아니라, 전생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전개 등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중심 소재가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관련 기사 : '별그대' '설희' 표절 의혹, 만화 '설희' 내용 어떻기에?


  이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강경옥씨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설희는 주역이 여성인데다 느낌 등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다...라는 이야기겠네요.


  그런데 한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만약에 이게 미국이었다면, 조금 상황은 달랐을거라는 점입니다.



  SF 작가 중 할리우드에서 영화화가 많이 된 작가로 필립 K. 딕이 있습니다. 딕의 작품은 참으로 특이한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치 뒤통수를 갑자기 때리는 듯한 충격을 안겨주죠. 그 독특한 발상은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작품을 낳는데 이바지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게 있습니다. 원작과 영화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느낌의 작품이 많다는 겁니다. "페이첵"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임포스터(사기꾼 로봇)", "스크리머스(두번째 변종)"은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넥스트(골드맨)"에 이르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고, "토탈리콜(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에 이르면, 이건 무슨 뜻으로 '원작'이라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영화 "토탈리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 자기가 원하는 꿈을 꾸게 해 주는 리콜이라는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기가 원했던 것과는 꽤 다른 꿈을 꾸게 되지요. 그리고 그후로 누군가에게 쫓기게 되고, 아내가 자신을 해치려 하고... 결국 자신이 화성의 첩보원이었고 화성의 독립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기억이 조작되어 있던 것이지요. 화성으로 향한 그는 화성 정부와의 싸움을 벌이게 되고...


  이러한 영화 "토탈리콜"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연을 맡았던 만큼 SF 액션 영화로서 눈길을 끄는 작품입니다.(그리고 상당히 좋은 작품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이 작품의 원작이 된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어떨까요?


  주인공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 자기가 원하는 꿈을 꾸게 해 주는 리콜이라는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기가 원했던 것과는 꽤 다른 꿈을 꾸게 되지요. 그리고 자신의 감추어져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자신이 실은 화성의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그런데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전에 지워져있던 기억이 드러납니다. 그는 사실 화성에 침투한 지구측의 이중 스파이였습니다. 더욱 조사했더니 그 아래의 기억이 나오게 되는데... 그는 사실 어렸을 때 외계인을 만나서 그들을 도왔습니다. 그들은 지구를 침공하러 왔는데 주인공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주인공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지구를 침공하지 않기로 했던 것입니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라는 작품은 액션 장면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화성으로 가지도 않고 추격자에게 쫓기거나 싸움을 벌이는 일도 없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아니 정확히는 우리나라에서라면 이런 상황에서 원작을 따지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필립 k. 딕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Based on Philip K. Dick)라고 밝혔던 것이지요. (물론 영화 제작에 앞서 계약을 맺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왜 그들은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를 만들면서 저작권 계약을 맺은 것일까요? 물론 SF 팬들에게 잘 알려진 작가인 만큼 명성을 이용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국의 저작권 제도가 우리나라와는 달리 매우 엄격하게 적용될 뿐만 아니라, 이 저작권 소송으로 인해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가지 제약을 미리 해결하기 때문이었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저작권 소송으로 인한 소송전은 굉장히 오래 걸리게 되는데 그 기간 동안 영화의 유통이 중단될 수도 있으며, 당연히 이미지에도 상처받게 됩니다. 게다가 혹시라도 패배할 경우("꿈을 꾸게 해 주는 기계에 의해서 지워졌던 기억이 드러난다."라는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 소재가 동일하다보니 미국이라면 저작권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되지요.


  때문에 미국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때는 유사한 소재나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 사전에 조사합니다. 이를 위한 전문가와 집단이 따로 있고 굉장히 신경쓰며 주의하게 마련이지요. 설사 그 작품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해도 그것을 입증할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런 만큼 만일 이 상황이 미국에서 벌어졌다면, "별에서 온 그대" 쪽에서는 강경옥씨와 원작에 대한 저작권 계약을 맺었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생겨날 수 있는 저작권 분쟁으로 인한 피해를 생각한다면 그쪽이 훨씬 싼데다, 원작과의 연계를 이용해서 여러가지 효과를 높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작품의 소재 등에 대해서 저작권 문제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저작권 소송이 걸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각본 등에서 나오는 소재에 대해서 표절 문제는 관심도 두지 않지요.


  그리고 법원에서는 원작자의 손을 들어주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SF나 판타지 등의 장르 작품에서 중심 소재와 발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설희"와 "별에서 온 그대". 두 작품을 보고 표절이라고 느끼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주인공의 성별이 다른데다 분위기나 내용이 꽤 다르게 전개되거든요.


  하지만 독특한 발상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인정받아야 할 아이디어입니다. 그것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다면 더욱 그렇지요. 물론 이처럼 저작권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창작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무조건 용인할 경우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작품을 만들려는 이들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짜내는 고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무시해서도 안 되는 것이지요.


  강경옥씨의 주장 대로 "별에서 온 그대"에는 "설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데 중심이 되었던 아이디어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으며, 그것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중심 소재로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설사 우연이었다고 해도 말이죠. 그런 점에서 볼때, 저작권을 조금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사회였다면 표절이라고 판정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만약에 표절 판정을 받게 되면 그로 인한 손해는 엄청나겠지요.


  그런 만큼 이번 재판이 어떤 결과로 막을 내리건(솔직히 한국의 법정에서 강경옥씨가 승소하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강경옥씨 자신도 그에 대해 각오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고요.),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독특한 소재라면 기존에 비슷한 작품이 없는지 한번 쯤은 살펴보고 제작에 들어갔으면 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작품 제작을 힘들게 만드는 결과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 과정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테니까요. ("설희" 정도면 상당히 유명하고 잘 알려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원작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과 함께 협력하여 다양한 홍보와 상품 개발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여담) 사실 저작권 논쟁은 상당히 골치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너무 심하면 창작 자체가 제한을 받게 됩니다. 한편 아예 존재하지 않으면 표절 작품이 넘쳐나게 되겠지요. 때로는 원작보다도 표절 작품이 더 호평을 받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창작의 보람이 사라져 버리겠지요.

  개인적으로 저작권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고민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도 없고 말이죠.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