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판타지도서관 2015.05.24 16:00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몇몇 학교에서 ‘교수’(라고 쓰고 ‘강사’라고 읽습니다.)로 활동 중입니다.


  주로 게임 기획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이나 신화 얘기 등 여러 가지를 강의하고 있는데, 제가 도서관을 운영하다보니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아오는 일이 많습니다. 다만 제가 항상 도서관에 있는 게 아닌 만큼(레어 포O몬?) 그때그때 만나서 이야기를 못하는 게 아쉽죠.


  오늘은 마침 제가 도서관의 운영을 맡은 날(내일도 그래요.)이라서 학생과 만나게 되었죠. 마침 친구들이 같이 왔는데, 친구가 보드 게임을 좋아한다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마스터가 없어도 할 수 있는 TRPG, 피아스코를 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주사위가 없네요. 던젼&드래곤스용의 주사위는 있는데 말입니다. (피아스코 주사위도 사둬야 겠습니다. 저도 하고 싶거든요.^^)



[ 초여명 대표 김성일님의 강연에서 소개된 피아스코. 참 특이한 게임이죠. ]


  피아스코라면 3명이 해도 괜찮지만, 처음이라면 보드 게임이 낫죠. 3사람이라는 어중간한 사람이 하려면 괜찮은 게임은... 뭐, 도서관에는 워낙 많은 게임이 있지만, 역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좀비”를 권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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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이런 느낌? 끝없이 널려 있는 좀비를 사냥하는 게임이죠. ]


  ‘좀비가 들끓는 도시에 갇힌 주인공들. 눈앞에 나타나는 좀비를 향해 사정없이 총을 갈기고 탈출하라. 좀비 25마리를 잡아도 됨.’


  그야말로 좀비가 끝없이 나오는 게임입니다. 좀비말은 총 100개. 아군은 최대 6명.


  규칙은 간단합니다. 6면체 주사위 한 개를 굴려(1D6) 4~6이 나오면 좀비를 무찌르죠. 문제는 내 턴에 6면체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숫자만큼 좀비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남을 얼마든지 방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경찰서에 날뛰는 좀비를 때려잡고 소방서나 병원에서 쏟아져 나오는 좀비와 대결하는 와중에서 다른 사람도 방해해야 하니 참 쉽지 않은 게임이죠.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인원이 많을때는 더욱...



  “좀비”는 재미있게 한 것 같습니다. 중간에 엄청나게 웃는 소리로 민폐(?)를 끼치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서로서로 방해에 열중한 나머지 결국 그 누구도 탈출하지 못하고 끝났다고 하는군요.


  뒤이어 한 것은 “해리포터 클루”.


[ 해리포터 클루. 클루와 조금 규칙이 다르지만, 큰 차이는 없어요. 해리포터란 느낌이 독특하죠. ]


  명작 추리 게임, “클루”를 하고 싶다는 말에 제가 권한 거죠. 기왕이면 좀 더 독특한 게 좋잖아요? 게다가 기왕 ‘SF, 판타지 도서관’인데 말입니다. 그렇게 학생들이 즐거운 시간을 지내는 동안, 저는 내부의 책을 조금 정리하고, 기증 책 정리하고, 판타지 강사분과의 대화를 즐겼습니다.


  상영회도 있었고, 열람실에도 몇 분 오셨고, 나아가 회의실에서도 강연이나 보드 게임 즐기기 같은 일이 있었기에 그야말로 도서관에서 즐기는 모든 내용들이 한번에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SF&판타지 도서관을 운영하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도서관을 보고 운영할 때는 항상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특히 오늘처럼 뭔가 특이한 일이 벌어질 때는 말이죠.


  오늘은 제가 운영을 맡아서 자리를 지켜야 했지만, 다음에는 학생들과 함께 같이 놀고 싶네요. 물론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읽고 싶지만 말이죠.


  최근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3대 판타지라고도 불리는 작품으로, 이들과는 색채가 많이 다른 게 특징이죠.(에... 사실 '3대 판타지'라는 말은 일본에서 붙였다는 얘기도 있죠.)




  “나니아 연대기”가 다른 세계로 향한 소년 소녀들의 모험담으로서 고전적인 영웅 모험담의 색채가 강하고 “반지의 제왕”은 중간계라는 세계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서사시(라기보다는 전설?)의 느낌으로서 고전적이지만, “어스시의 마법사”는 한 개인의 영웅 전설이면서도 무언가가 다릅니다.

  세상을 구하기보다는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거든요.


  때때로 판타지는 “싸움 밖에 안 해서 싫다.”라는 분들도 계신데, 그분들께는 바로 이 “어스시 시리즈”를 권하고 싶습니다.(그렇다고 어스시 시리즈에 싸움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책이 깔끔하게 잘 나와서 보기에도 좋고 말이죠.


  다만, “영상이 더 좋지 않아?”라면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게드 전기”를 보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게드 전기”는 나름대로 인상적인 작품이긴 하지만, 어슐러 르귄이 인정했듯이 어슐러 르귄의 “어스시의 마법사”가 아니라, 미야자키 고로의 “게드 전기”이니까요. 내용도 완전히 다를뿐더러, 작품의 방향성도 확연하게 다릅니다.

(그래도 책만 달랑 보여주기보단 이미지로 보여주는게 나아서, 학생들에게 소개할 땐 이 포스터를 쓰곤 하죠.^^)



[ 그래도 어스시 시리즈의 '영상'은 이것 뿐이라고 할 수 있으니...? ]


  이 작품을 다 보고나면 이제 “반지의 제왕”, 그리고 “나니아 연대기”도 다시 볼 생각입니다. 좋은 책은 다시 볼 때 더욱 새롭게 느끼게 마련이니까요. 여러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한 책을 오랜 만에 다시 읽었을 때의 감동은 정말로 남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작품을 본 뒤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볼 생각이죠. 여러 판타지 명작을 섭렵한 후에 다시 보는 “끝없는 이야기”는 제게 어떤 감동을 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여담) “어스시의 마법사”는 참 쉽게 읽히는 책입니다. 출퇴근길에 가볍게 펼치면서 다 읽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도 판타지를 볼 때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죠.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
과학과 우주 이야기 2015.05.24 00:32

 1958년의 5월 23일.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 익스플로러1호의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익스플로러 1호가 발사된 것이 1958년의 1월 31일이니, 자그마치 111일만에 작동을 멈춘 것이지요.


  익스플로러 1호는 사실 많은 이들에게 '뒤쳐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보다 3달(사실상 4달) 앞선 1957년 10월 4일.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우주로 먼저 날아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푸트니크 1호는 그 용량의 문제 때문에 무선 신호기 하나를 겨우 탑재하는 정도에 그치고 22일동안만 작동했던 반면 익스플로러는 방사선 측정기 등 여러 장비를 탑재하고도 배터리 용량이 넉넉해서 자그마치 100일이 넘게 작동하며(스푸트니크의 5배)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 대충 보아도 뭔가 많이 들어간 듯한 익스플로러. 스푸트니크와 많이 비교됩니다. ]


  당시 익스플로러 1호에 탑재한 방사선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방사선 수치가 관측되었는데, 계기 고장이라 생각되었던 이 일은 훗날 "반 알렌대"의 발견으로 이어지게 되었으니, 그만큼 큰 활약을 한 것이지요.


  말하자면, 익스플로러는 그만큼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스푸트니크보다 늦어졌다고 해도 될 것입니다.


  흔히 "세상은 일등만을 기억한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스푸트니크보다 늦긴 했어도 익스플로러가 세상에 많은 도움을 주며 기억되었듯이, 두번째로 달에 내렸지만, 버즈 올드린이 우주 계획을 위한 많은 홍보와 안내로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듯이 2등이라고 하여 의미가 없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더욱이 익스플로러의 2등은 그 후 큰 영향을 줍니다. 22일과 111일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훗날 아폴로 계획에 이르러 현격한 차이를 보인 것이지요.


  당시 소련의 '실적 주의'는 개발자인 세르게이 코롤료프를 괴롭혔고 그는 -과거 시베리아 유형 당시 몸이 약해진 것도 있어- 병사하여, 소련의 우주 개발 계획이 크게 뒤쳐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그의 이름은 극비 였기에, 그가 죽은 후에야 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흔히 사람들은 돈을 쏟아붓거나 해서 뭔가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문화면에서 그것은 "쥬라기 공원 한 편이 자동차 100만대 수출보다 돈을 벌었다." 같은 자동차 문화론으로 연결되기도 하죠. 그 결과 "디워" 같은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쥬라기 공원"이 하루 아침에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미국의 오랜 영화 역사, 그리고 SF 역사 속에서 나온 것처럼, 우주 개발도 오랜 연구와 노력 끝에 나온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스푸트니크와 익스플로러의 차이... 우리에게는 몇 번이고 실패한 끝에 겨우겨우 쏘아올린 나로호의 사례가 떠오릅니다. 물론 스푸트니크를 나로호와 비교하는 것은 세르게이 코롤료프를 비롯한 소련의 개발자들에게 미안한 일이 되겠습니다만...



참고 : 오늘의 SF 5월 23일자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