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작품 이야기 2012.04.17 12:46



  <도라에몽>이나 <에스퍼 마미> 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SF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후지코 F 후지오(藤子・F・不二雄,, 본명 후지모토 히로시(藤本 弘))의 작품 중, 국내에서는 "빠삐용" 혹은 "어린이 슈퍼맨" 등의 이름으로 소개된 작품이 있습니다.

("빠삐용"이란 제목은 과거 해적판 만화의 제목... "어린이 슈퍼맨"이라는 제목은 제가 어릴 때 어린이날 특집극으로 나왔을 때의 제목입니다. 수 년 전, 재능 방송에서 <슈퍼꼬마 퍼맨>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참고 : 후지코 F. 후지오 소개 ( SF&판타지 도서관 )

 

  "슈퍼맨"처럼 초인이지만, 슈퍼맨에 비해서 상당히 덜 떨어진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슈"를 빼서 "퍼맨(Perman)"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어느날 갑자기 정의의 용사가 된 초등학생의 이야기"... 그러니까, 지극히 흔해 빠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도라에몽>보다 앞선 1966년에 연재가 시작되어 80년대에 다시 연재를 하고, 그 외에도 몇 번이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후지코씨 스스로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 곰도 들어올리는 놀라운 힘! 이것이 바로 퍼맨이다. ]

 

  하지만, "버드맨(초기 설정엔 슈퍼맨)"이라는 외계의 초인을 우연히 만나 얻게 된 그 힘으로 초인으로서 활동하는 이 이야기는, 한편으로 아이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난해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퍼맨"이라고 불리는 그 초인으로서의 능력이 완벽하지 않으며(슈퍼맨처럼 불사신이 아니며) 스파이더맨 이상으로 힘들고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첫 회부터(애니메이션판) 불타는 집에서 아이들을 구해내는 것으로 시작하는 퍼맨의 일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릴 때는 '멋지다. 대단하다.'라고 느끼게 되지만, 나이가 들고 새롭게 본 그들의 일은 도저히 초등학생이라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아닌 것이지요.


  이러한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퍼맨이라는 작품과 '초인'의 능력을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운동 실력도 대단치 않고 머리도 평범한(공부를 하면 어느 정도는 하지만 게으른...?) 스와 미츠오(須羽満夫, 초등학교 5학년)는 어느날 버드맨이라 불리는 초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 덜떨어지긴 했지만, 여하튼 대단한 과학력을 가진 버드맨. 우주를 돌아다니며 버드맨 후보를 찾고 있다. ]

 

  왠지 덜떨어진 듯한 그는 지구에서 '버드맨 후보생'인 퍼맨을 발탁할 예정으로 찾아왔지만, 낮잠을 자다 귀환할 시간이 되어 버려, 미츠오에게 "퍼맨 셋트(마스크, 망토, 배찌, 그리고 카피 로봇)"를 넘겨주고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돌아가 버립니다. 퍼맨의 정체를 동료 이외의 사람들에게 밝히면 동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협박과 함께...

 

  버드맨은 뛰어난 두뇌와 육체, 그리고 기술을 지닌 초인 외계인으로, 그들의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존재들이지요.(일종의 자원봉사 경찰단?) 하지만, 우주는 넓기 때문에 다른 별에 지부를 만들고 퍼맨이라 불리는 초인들을 뽑아 평화를 지키게 합니다.

 

  이러한 경위를 거쳐 미츠오를 비롯한 일본의 소년소녀-그리고 원숭이-가 퍼맨으로서 활약하게 되는 것이지요.(왜 일본이냐고 묻겠지만, 퍼맨은 일본 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 수없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단지, 미츠오 일행이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을 뿐이지요.)



[ 60년대 작품이지만, 근래에도 극장판으로 선보이곤 하는 퍼맨... ]

 

 

  그들의 능력을 뒷받침하는 것이 퍼맨 세트.

 

  망토를 착용하면 시속 119km(라는 어중간한 속도)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고, 마스크를 쓰면 6600배의 힘을 발휘하는데다 뼈가 다이아몬드보다 단단하게 변합니다.(마스크에는 또한 동시 통역 기능도 장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배찌는 동료와 연락을 할 수 있고, 입에 물면 산소를 발생시켜 주지요.

 

  그리고 카피 로봇은 코를 누르면 그 누른 사람(또는 동물)의 외모, 성격, 여기에 기억까지 완전히 복사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퍼맨을 대신하여 일상 생활을 해 줍니다. 그리고 이마를 대면 카피 로봇의 기억을 복사할 수 있지요.

(* 이런 요소들은 '과학 기술로 탄생한 초인'이라는 개념을 잘 표현하고있기에 SF 요소로서도 괜찮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편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이 대학생도, 신문 기자도, 그리고 갑부도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왜냐하면, 퍼맨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체제이기 때문이지요.

 

  9시면 자야 하는 초등학생이 야간 순찰이라는 이름으로 시내를 날아다니는 일이 드물지 않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밤새워 순찰을 돌고난 이후에도 학교를 가야 합니다.(가끔 카피 로봇에게 대신시키는 일도 있긴 하지만...)


  게다가 퍼맨의 일이라는 것이 초등학생으로서는 정말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붕에 올라간 공을 꺼내주거나, 교통사고가 난 차에서 사람을 구해내는 정도라면 별게 아니지만, 추락하는 비행기를 구하고, 강도들과 대결하고, 심지어는 총격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인질을 구하는 경우도...

 

  퍼맨은 물론 강한 힘을 갖고 있으며 하늘을 날지만, 119km라는 어중간한 속도로는 쉬운 일이 아니며(퍼맨 터치라고 하여 다른 퍼맨들과 손을 잡으면 그 인원수만큼 두배, 세배로 빨라지긴 하지만...) 총을 맞으면 큰 상처를 입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불 속에서 사람을 구하다 화상을 입는 일도 적지 않지요.(실제로 미츠오는 몇 번이고 죽을 뻔했으며(불길에 휩싸이고, 철골에 머리를 맞고 떨어져 콘크리트에 묻히고, 처형되기 직전에 이르는 등), 그래서 몇 번이고 퍼맨 활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퍼얀의 경우에도 군대에 붙잡혀 고문을 당한 일도 있지요. 고작 초등학생(퍼얀은 중학생 정도?)인데...-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아이들용으로는 상당히 심각한 내용이었다고 봅니다. 그 이야기는 극장판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고문 장면 만큼은 역시 빠졌더군요.-)

 


[ 불길 속으로 향하는 퍼맨. 슈퍼맨과는 달리 그들은 물론 화상을 입고 다칠 수 있다. ]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평상복... 옷을 입지 않는 2호(원숭이 부비)나 부자에 아이돌인 3호(퍼코), 그리고 퍼맨의 능력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착실(?)한 4호(퍼얀)이라면 조금 나을지 모르겠지만, 60년대 당시 월 300엔(요즘 기준으로 보면 월 5천원에서 1만원?)의 용돈을 받는 1호(미츠오)에게 있어 옷이 더럽혀지거나 타버리는 것만 해도 작은 일은 아니지요.(누군가가 "퍼맨은 왜 매번 같은 옷만 입고 있느냐?"고 추궁할 정도...)

 

  영화 <스파이더맨 2>에서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일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잘리고 학교 수업조차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퍼맨의 상황도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더 나쁩니다.


  앞서 말했듯, 밤샘 순찰을 하고 난 이후에도 미츠오는 학교에 가야 하거든요.

 

  그냥 카피 로봇에게 맡겨 버리면 되지 않는가 생각할 수 있지만, 가능한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카피 로봇이 그다지 성실하지 않기 때문인지 미츠오는 되도록 자신이 생활도 직접 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미츠오의 성격이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미츠오는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도라에몽"의 노비타와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무엇이든 도라에몽에게만 의존하고 스스로는 전혀 노력하지 않는 노비타와는 달리 정의감이 강하고 용기도 있으며 꽤 성실한 편입니다. 공부를 못하고 다소 게으른 피터 파커? 그런 느낌일까요?(얼굴부터 얼빵한 노비타와는 달리, 꾸미면 꽤 괜찮아질만한 정도일지도...^^))

 


[ 카피 로봇은 편리하지만, 능력은 똑같다. 이따금 이렇게 둘이 말다툼을 벌이기도... ]

 

  주역이자 대부분의 이야기를 담당하고 있는 미츠오의 이야기는, 초등학생판 피커 파커라는 느낌일지도 모릅니다.(아니 그보다 더욱 못할지도... "스파이더맨"이라면 평범한 강도나 악당들에게 죽을 뻔 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퍼맨으로서는 마을의, 그리고 도시의 영웅으로 사람들의 환성을 받고 있지만, 미츠오 자신은 -야간 순찰 때문에- 학교에서 졸기 일수고, 시험도 제대로 못봐서 혼나는게 대부분, 퍼맨 활동을 하고 돌아오면 카피 로봇이 원상태로 돌아가서 혼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좋아하는 여자애(미치코)에게 전혀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반면 미치코는 퍼맨을 좋아합니다.)

 


[ 히로인처럼 등장하는 미치코. 미츠오의 마음을 전혀 모르고 퍼맨만 좋아하는 것이 다소 슬프다. ]

 

  퍼맨의 친구...라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 있지만 그걸로 이득을 얻는 일은 거의 없지요.(도리어 악당들이 잠입해서 동생이나 미츠오 자신을 납치하거나 심지어는 죽이려 하는 일이 더 많을 정도...)

 

  퍼얀처럼 아르바이트라도 한다면 좋겠지만, 미츠오 자신은 -때때로 퍼맨의 능력을 개인적으로 쓰긴 해도- 그걸로 돈을 벌 생각은 전혀 없는 듯 항상 적은 용돈으로 고생하고 있지요.

 


  솔직히 말해, 어른인 저로서도 그다지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그런 일이라고 할까요? 때때로 목숨이 위험하기도 한 무료 봉사. 게다가, 그로 인해 일생 생활에 장해가 발생하기까지 한다면 말입니다.(그런데 고작 '정체를 밝히면 동물로 만들겠다(초기 설정엔 "두뇌 개조 광선으로 바보가 되어 버리는 내용이었으나 변경...)고 협박을 당하기나 하니...)

 


[ 어떤 동물이 될까? 공짜 알바로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

 

  하지만 머리도 좋은 편이 아니고 운동 신경도 별로, 여기에 부자도 아니고 어느 것 하나 잘난 것이 없는 미츠오는 몇 번이고 퍼맨 활동을 그만두고 싶어하면서도 결국 활동을 계속합니다.

 

  자기 자신의 만족보다는, 사람들이 다치고 위험에 빠지고, 그리고 고생하는 것을 보지 못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말이지요. 초등학생이란 나이를 생각하면 정말로 대단한 정의감과 희생 정신이 아닐 수 없지요.

 


  자신이 아닌 자신(퍼맨)은 인기를 끌고, 좋아하는 여자애의 호감을 얻고 있지만, 자기 자신은 전혀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은 본래 "슈퍼 영웅"이 등장하는 이야기라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겠지만... 고작해야 초등학생에 불과한 그들이 노력하는 모습은, 어른이 된 지금 보기에는 너무도 놀랍다고 해야 할까요?

 


[ 난데 없이 열린 퍼맨 사인회. 이런 일을 빼면 그에게 돌아오는 보답은 없다. ]

 

  특히나 퍼맨 중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미츠오의 희생과 노력에는 정말로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미츠오는 "퍼맨 중에서 능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버드맨 후보로 발탁됩니다.

 

  바로 "가장 능력은 떨어지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버드맨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구인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정도 차이는 버드맨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습니다. 초등학생에 불과한 미츠오에게는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전교 1등과 꼴찌의 차이 쯤은 어른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가장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들을 돕고자' 최선을 다했던 미츠오의 노력을 버드맨은 인정해 주었고, 그 가능성을 믿어준 것입니다.


  후지코씨의 대표작인 <도라에몽>은 독특하고 참신한 발명품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작품입니다. 후지코씨 만의 넘쳐나는 상상력이 즐거움을 주지요. (이들 발명품을 등장시키고자 노비타라는 구제불능의 아이를 등장시키고,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도라에몽을 탄생시킬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퍼맨>은 발명품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6600배의 힘도 119km로 하늘을 나는 능력도, 그리고 바닷 속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능력도 어디까지나 '부속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핵심에는 항상 미츠오를 중심으로 하는 퍼맨들이 있는 것이지요.


  초등학생에 불과하지만 그 내면은 그 어떤 초인보다도 믿음직하고 든든한, 정의를 마음에 품은 아이들이...



  그런 점에서 <퍼맨>은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지만, 어른들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추신) 이 이야기... 60년대의 첫번째 설정보다 80년대에 다시 연재된 설정(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바탕으로 살펴보면(약간이지만 설정이 다르기 때문에) 또 하나 눈에 띄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적지만 러브 코미디(?)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미츠오가 미치코를 좋아하고 있지만, 퍼맨으로서 밖에는 상대해 주지 않는 이야기(이를테면, 미츠오가 "어디 놀러가지 않을래?"라고 얘기하면 바쁘다고 하면서, 바로 퍼맨으로 변신해서 "날아보지 않을래?"라면 언제 바쁘다고 했냐는 듯 "가방 두고 올테니 잠시 기다려"라고 달려나오는...등)...야 항상 흔한 이야기도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내용이지만, 정말로 눈에 띄는 것은 현실에서는 분 단위 스케줄에 쫓길 정도의 초 인기 아이돌인 퍼코(호시노 스미레)가 퍼맨(보다 정확히 말하면 미츠오)를 좋아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이 내용은 미츠오와 미츠코의 이야기와는 달리 그다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점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퍼맨의 진정한 히로인은 퍼코(스미레)"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깊이있는 이야기입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퍼코는 퍼맨 그룹에서는 유일하게 동료에게조차 정체가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심지어 독자들조차 중반 이후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될 정도) 동료들은 몇 번이고 정체를 밝혀달라고 이야기하고 심지어는 계략을 꾸며서 그녀의 정체를 밝히려 하지만, 그녀 자신 정체를 밝히는 점에 대해서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지요.

 

  그것은 그녀의 일상 생활이 결코 정상적이기 않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본 모습은 초 인기 아이돌인 호시노 스미레. 그런 만큼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그녀는 인기 스타로서 밖에는 대접받지 못합니다. 매우 얌전한 미소녀 스타라는 설정(?)이지만 그것은 실제의 그녀 모습이 아니고, 왈가닥에 요리 재주가 전혀 없으며(전기 밥솥으로 숯을 만들 정도) 할말은 다하고 뺨을 때리고 심지어는 발로 차기까지 하는 퍼코로서의 모습이 바로 그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지요.

 


[ 퍼맨과 퍼코... 여하튼 심심하면 말다툼을 벌이지만 의외로 사이가 좋은 편이다. ]

 

  흔히 "변신하면 성격이 바뀌는 설정"은 많지만, 그녀의 경우는 평소가 거짓이고 퍼코의 모습이 진짜...(그녀 자신은 단순히 '성격이 변하는 듯 하다'고만 생각하고 있지만...) 그리고, 오직 퍼코의 모습일 때만 동료로부터 "평범한 여자애"로서 대우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그녀는 미남도 아니고 다소 바보 같으면서도 정의감이 넘치고 겁쟁이지만 정말 필요할 때 용기를 내는데다(퍼맨 그룹에서 가장 실수를 많이 하는 느낌이지만, 퍼코를 비롯한 동료를 구한 일도 수없이 많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며, 한편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자신을 상대해주는 미츠오를 좋아하고 있지요.


  하지만, 퍼코 상태에서는 항상 티격태격... 말다툼만 하고 싸움만 하기 때문에(그래서 미츠오는 그녀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진심을 밝힐 수 없는 상황...

 

  더욱이 미츠오가 스미레의 팬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습니다.

 

  자신이 스미레라는 것을 밝히면 분명히 평범한 소녀로서 대우받지도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어쩌면 스미레 자신조차도 미움받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녀는 미츠오가 좋아하고 있는 미치코 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스미레)에게도 -스미레를 좋아하는 미츠오의 모습을 보며- "스타 따위 별거 아냐."라며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퍼맨 1호(미츠오)와는 달리 퍼맨 2호나 퍼얀은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는 듯...)

 

  그리고 동시에 미치코에 비해 여자답지 못하다는 점에 대해서 컴플렉스를 갖고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그녀는 결국 미츠오가 버드성으로 떠나는 순간 그에게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데, 그런 만큼 그들 두 사람의 러브 코미디(^^)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할 뿐입니다.(애니메이션판에선 그녀가 자신의 소중한 보물로 손거울을 내밀고, 진정한 보물은 그 거울에 비친 미츠오 자신이라며 간접적으로 고백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 접착제 때문에 손이 붙어버렸지만, 손이 떨어진 이후에도 계속 손을 잡고 있는-그래서 퍼얀의 지적(이라기보다는 짖궂은 추궁)에 당황하며 딴청부리는- 퍼맨과 퍼코... 애니메이션에선 이런 장면이 꽤 많은 편이다. ]

 

->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미레에게 있어 그 마음은 초등학생 때 스쳐지나가는 동경(미치코를 좋아하는 미츠오의 마음, 혹은 퍼맨을 좋아하는 미치코의 마음이 아닐까요?)과는 다른 듯 합니다.

 

  왜냐하면 같은 작가의 작품인 <도라에몽>에서 호시노 스미레가 등장하여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후일담'이 있기 때문이지요.

 


[ 이제는 어른이 되어 과거의 추억을 생각하는 호시노 스미레. ]

 

   퍼맨으로서의 활동은 더 이상 계속 하지 않는 듯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그녀는 대스타로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남 배우나 가수들과의 결혼 소문이 돌고 있으며, 스토커나 파파라치에게 연일 쫓기고 있지만 그녀 자신은 '결혼할 생각은 없다'는 태도를 지키고 있지요.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 노비타와 도라에몽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멀고 먼 나라에 있는 좋아하는 사람... 하지만 언젠가는 꼭 돌아올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그녀가 소중하게 품고 있는 것은 바로 미츠오의 사진이 담긴 목걸이... 그야말로,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이 필요없어 질때까지 기다리겠다"던 그녀나, "스파이더맨조차 구원받을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던 그녀를 보는 느낌일까요? <다크나이트>의 그녀가 "배트맨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마음을 돌린 건 아쉽지만...

 


[ 어른이 된 스미레(퍼코)의 소중한 물건. ]

 

  도라에몽에서는 그녀 외에도 후지코씨 작품의 많은 조연들이 등장하지만, 이른바 '후일담'이 나온 건 그녀가 유일하지요. 그만큼 후지코씨가 소중하게, 그리고 관심을 갖고 있는 작품이자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퍼맨>과 후지코씨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로서도 그들의 재회가 궁금하지만, <도라에몽>에서 그녀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후지코씨가 타계하신 지금은 단지 궁금증으로 끝날 뿐이라는게 아쉽지요. 후지코씨의 작품 중 <중년 슈퍼맨>이라는 단편이 있지만 퍼얀(오오야마 호젠)이 잠깐 등장할 뿐. 퍼맨은 나오지 않습니다...

 

 

추신) 솔직히 저는 <도라에몽>보다는 <퍼맨>을 더 좋아하고,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퍼맨> 쪽을 더 좋아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주역인 미츠오는 일견 노비타와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퍼맨이라는 힘에 관계없이 오직 사람을 돕고자 하는 일념만으로 목숨을 걸고 노력하는 소년... 공부도 운동도 못해서 인기는 전혀 없지만 -배우로 오랜 기간 활동한 만큼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되는- 스미레(퍼코)가 진심으로 좋아할만큼, 그 내면은 충실한 아이이지요.

(그런 만큼, 그와 친구들의 관계는 노비타와 자이언의 관계와는 전혀 다릅니다. 노비타가 내성적인 왕따 소년이라면 미츠오는 이따금 놀림받긴 해도 진심으로 친구들을 상대하고 투닥거립니다. <도라에몽>에서 노비타와 결혼한 시즈카의 생활은 최악입니다. (<고스트 스위퍼>에서 자신의 미래를 알게된 미카미가 "시즈카가 미래를 알았다면 노비타를 죽여 버렸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그야 그렇겠죠. 노비타는 정말이지 구제불능이거든요. 어른이 되어봐야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것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미츠오는 버드맨으로부터 "능력은 뒤질지 모르지만, 가장 열심히 노력한다."라고 인정받아 버드맨 후보로 발탁될만한 소년입니다. 내면이 충실하고 성장 가능성을 가진 소년이지요. 그런 만큼, 그 누구와 결혼했든 미츠오는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주인공인 미츠오 만이 아니라 미츠오를 놀리곤 하는 친구들(이를테면 <도라에몽>의 자이언처럼 골목대장인 가바오) 만 해도 단순히 괴롭히기만 하는 자이언처럼 무조건 나쁜 애는 아닙니다.

  자이언의 순조는 "남의 것은 내것. 내것은 내것"이며 항상 제멋대로이기 때문에 심지어 부하뻘인 친구들조차 싫어하지만, 가바오는 친구의 장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퍼맨이 죽었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등 믿음직한 '골목대장'을 연상케 합니다. 그런 만큼 친구들도 편하게 대하고 미츠오와도 사이는 꽤 좋은 편이죠.

  자신도 퍼맨이 되어 좋을 일을 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꽤 겁많은 소심한 성격이기도 하고... 굳이 말하자면, 심술궂기는 해도 꽤 믿음직한 형님...이 될만한 소질이 보이는 캐릭터라고 할까요?(<마징가 제트>의 보스 같은 캐릭터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치코 역시 도라에몽의 시즈카와는 달리 무조건 상냥한 소녀가 아닙니다. 요리도 잘하고 여자다운 면이 많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퍼코에 뒤지지 않을 만큼 왈가닥이라서 즐거움을 줍니다.


  그 밖에도 -어른이 된 지금보기에도 매력적인- 수많은 캐릭터들이 즐겁게 합니다. 악당들마저도 재미있어서, 괴도 뤼팽처럼 활약하는 도둑이면서 때로는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돕는, 게다가 탈옥을 할 테니 제발 경비를 좀 서 달라고 부탁하는(감옥문을 열어두면 도리어 "탈옥할 맛이 안난다."라며 괴로워하는) 괴도 천면상이나 오직 1번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퍼맨 1호를 노리지만 항상 실패하는 (자칭) 천재 매드사이언티스트 마도 사이엔 박사 같은 인물에 이르면 정말이지 웃음을 그칠 수 없지요. 게다가 정기 회지까지 내고 있는 "전일본 악당 연맹(전O련)"에 이르면... "악당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법칙을 이만큼 충실히 따른 작품도 얼마 없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건 미츠오(퍼맨 1호)와 스미레(퍼코)이지만...^^

 

여담) 이 작품은 1960년대(총 65화)와 1980년대(총 527화) 각각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198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은 국내에서도 재능 방송에서 <슈퍼꼬마 퍼맨>이라는 작품으로 방송했습니다.

  그 밖에도 2004년에 극장판이 만들어지는 등 다양한 작품이 나왔지만, 국내에서는 만화책도 접하기 힘든게 아쉽지요. (저 역시 과거에 "빠삐용"으로 나온 해적판 외에는 일본 원판으로만 사 볼 수 있었으니까요.)

  일전에 SF파티에서 극장판을 상영한 일이 있는데, 차후 기회를 보아 SF&판타지 도서관에서 상영회를 생각 중입니다.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