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이야기 2015.06.08 22:51

다음 주 쥬라기 월드 개봉에 앞서 쥬라기 공원 1~3편을 도서관에서 보았습니다.


  1편이 가장 재미있다는 감상평에는 이의가 없고 3편은 뭔가 좀 허전하다는 인상도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3편 모두 ‘공룡’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었지요. 특히 공룡이 없음에도 진짜 있는 것처럼 연기했던 연기 솜씨 하나만으로도 만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쥬라기 공원은 공룡 붐을 일으키며 사람들에게 공룡에 대한 관심을 불러주었습니다. 공룡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고정시켜 버리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과학적 가설을 ‘영화 속 이론’에만 고정하여 생각하게 만드는 등 문제도 있었다고 하지만(가령 실제의 벨로시랩터는 그처럼 큰 공룡도 아니었고, 근래에는 ‘깃털’이 달렸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죠.), 공룡이라는 존재는 문화 상품으로 이끌어내어 다양한 모습을 생각하게 해 준 것은 분명히 대단한 일입니다.



[ 최근의 랩터 추정도 중 하나 뭔가 포켓몬 보는 느낌도 있다. ]


  ‘나무의 수액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호박이라는 보석 속에 들어 있는 모기의 몸에서 공룡의 혈액을 추출하여 공룡을 부활시킨다.’라는 흥미로운 상상력은 과학적인 진위 여부는 별개로 사람들에게 그럴듯하다는 느낌을 심어주고 공룡 붐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볼수록 뭔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쥬라기 공원은 정말로 불가능한가?”라는 것이지요.


  영화 속에서 말콤 박사는 말합니다.


  “자연과 같은 혼돈계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통제는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 1”에서 공원을 통제 불능의 위기에 빠뜨린 것은 통제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가 존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바뀌어 버린 “쥬라기 공원 2”에서도 파괴 행위가 없었다면 인젠의 공룡 포획 작전이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며, –영화 속에서는 도저히 드러나지 않는 의문의- 선원 참살 상황이 없었다면, 티라노사우르스가 대도시 한복판에서 날뛰는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쥬라기 공원 3”로 연결(?)되는 일도 없었겠지요.


  물론 인사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쥬라기 공원”은 원자력 발전소가 아닙니다. 분명히 과거에 지상 최강의 동물이었다곤 해도, 여하튼 6500만년 전에 멸종한 동물... 적어도 지금의 견해로는 ‘문화’를 갖고 있지 않은 야수를 가둔 장소거든요.


  쥬라기 공원의 실패는 혼돈 이론이 아닙니다. 단지, 방향성이 잘못되었을 뿐이죠. 무엇보다도 공룡은 너무 강하게 설정했고, 반면 공룡에 쫓기는 인간들은 너무도 무력하게 설정되었습니다.

  영화 속 상황을 살펴볼 때 인간과 공룡이 만나는 상황은 대개 공룡이 훨씬 많거나 큰 쪽이었고, 인간은 맨손에 아무런 장비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니, 장비를 갖고 있다손 쳐도 대개 혼자, 그것도 맹수라 할 수 있는 공룡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만 만나게 됩니다. 인간이 자연스레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쥬라기 공원”을 만든 해먼드는 공룡을 부활시키는데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아 부었지만, 이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소설은 좀 더 낫지만, 영화 쪽을 생각해 보면 그 넓은 시설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제어하는 사람이 고작 2명. 안전 요원 1명. 그밖에는 한 명도 직원이 없습니다.


  처음에 랩터를 옮길 때부터 안전 관리가 최악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아니, 두 개의 철창을 연결해서 랩터를 옮기는데 두 철창을 제대로 고정하는 장치도 없고 손으로 격벽을 잡아서 올리다니요. 랩터보다 훨씬 작고 약할 것 같은 맹수를 옮길 때조차 그보다는 나을텐데 말이죠.


  “쥬라기 공원”은 공룡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곳입니다. 그것도 어린이를 포함한 대규모 투어 형태로 말이지요. 공룡은 아니지만, 동물들을 눈 앞에서 보는 곳이라면 현재도 있습니다. 바로 동물원이죠. 동물의 생태를 좀 더 가깝게 느끼는 것으로는 “사파리”가 있습니다.


  동물원과 사파리의 특징은 동물들을 격리하고 감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들 동물의 능력으로 쉽게 나올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관람객들이 동물을 쉽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은 그렇지 않습니다. 쥬라기 공원은 구역과 장벽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밀림입니다. 넓이는 너무도 넓고 공룡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관광객들이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초반에 관광 투어를 진행했지만, 공룡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실망했죠.) 당연히 감시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병이 나거나 어디서 죽어도 알 수 없는 상태이며, 단지 먹이를 이용해서 유인할 수 있을 뿐이죠.(그나마 공룡이 마음 내킬 때만)


  그렇게 생각할 때 쥬라기 공원은 해먼드 회장 자신이 말했듯, “케냐 국립공원” 같은 장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물들이 자연 생태계에서 살고 있고, 그들을 살펴보고 싶은 이들은 많은 돈을 내고 찾아가서 가이드 겸 보호자와 함께 차량을 타고 돌아다니는 곳 말이죠.



[ 아프리카의 사파리 투어. 차 위는 열려 있지만, 안전을 준수하도록 한다. 물론 사고는 본인 책임... ]


  이것은 ‘아이들’과 함께 편하게 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닙니다. 하루 종일 달려서 겨우겨우 동물을 발견할지도 모르는 상태인데다, 굉장히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자나 치타 정도라면 자동차 안에 있는 것으로 안전할 수 있겠지만, 코뿔소 정도라도 되면 차를 뒤집고 부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니...


  하물며 그 대상이 공룡이라면 실수로 전력이 끊어지면 무용지물이 되는 전기 철책 하나만 믿고, 허름한 자동차 한 대로 관광할 수는 없습니다. (전기 철책은 조심스레 만질 때나 통용되지 공룡이 잘 모르고 들이받으면 그냥 부서질 겁니다. 학습해도 죽지 않는 걸 안다면 들이받을지도 모르죠.)


  영화 속에선 티라노나 스피노사우루스가 철책을 간단하게 부수고 나오지만, 그들이 뚫고 나오지 못할 정도의 장벽은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닙니다. 티라노의 몸무게는 2~7톤. 돌진력은 대형 트럭 정도입니다. 대형 트럭을 막는 장벽을 만들면 됩니다. 스피노도 8~9톤 정도로 티라노와 비교해서 대단한 수준이 아니죠. 하물며 랩터라면 더욱 어렵지 않습니다.


  쥬라기 공원의 실패 원인은, 먹이를 주어서 사육하는 동물원 같은 환경을 만들어두었으면서도 정작 국립공원 같은 장소로 완성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사파리처럼 공룡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했으면서, 티라노는 고사하고 랩터에게조차 무력한 자동차를 사파리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심지어 잠금장치까지 없는!)


  처음부터 동물원이나 사파리 형태를 생각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겁니다. 공룡들은 좀 더 좁은 장소에 눈에 잘 띄게 배치될 것이고, 관광객들은 쉽게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관광객들은 더욱 튼튼한 철창과 두꺼운 강화 유리 사이로 그들을 볼 수 있으며, 험비보다도 튼튼한(아마도 경장갑차 정도 될 만한) 사파리 차량을 타고 그들 사이를 지나갈 수 있겠지요.


  오키나와의 대형 수족관에는 자그마치 60cm에 달하는 아크릴 유리가 사용되어 있습니다. 높이 8.2m, 폭 22.5m로 유리가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볼 수 있을 만큼 엄청나죠. 티라노사우루스의 전신을 보기에도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 거대한 고래 상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츄라우미 수족관. ]


  이 정도면 랩터 정도는 간단히 막을 수 있으며, 티라노도 쉽게 파괴하지 못합니다.(티라노가 7톤에 가까워도 7톤 트럭과는 다릅니다. 그만한 강도도 아니며, 최대 속도로 단단한 물체와 충돌하면 티라노도 무사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위험하다면 두께를 더 늘리면 되지요. 관객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 쯤,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만일 그 같은 벽을 만들기 힘들다면 땅을 파고 가두어 두는 것도 방법이죠. 동물원의 맹수관처럼 랩터나 티라노가 뛰어오르기 어려운 높이로 말이죠.


  사파리처럼 하고 싶었다면, 좀 더 튼튼한 차량을 사용하면 되었을 것입니다. 험비보다 튼튼한 정도로 말이죠. 경장갑차 정도라면 어떨까요? 물론 두꺼운 강화유리로 창을 내고, 안전할 때는 밖으로 나가서 볼 수 있도록. 경장갑차라도 중량 10톤은 가볍게 넘으니 티라노가 어찌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닙니다.(여담으로, “쥬라기 공원 2”에서 나왔던 차량도 중량은 티라노보다 무거울 겁니다. 45인승 버스가 공차 중량이 12톤에 달합니다. 바퀴가 안 달렸다면 티라노가 움직이기에는 조금 힘들겠죠.)

  아니면 헬기를 타고 감상하는 건? 티라노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승용차 정도로 무사할거라 생각하는 관광객은 없을 테니 안심시키기 위해서도 그편이 나을 겁니다.


  결국 “쥬라기 공원”의 실패는 인간의 오만이나 자연의 힘이 아닙니다. 단지 동물을 다루는 공원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을 무시했던 공원 제작자의 잘못입니다.


  자연을 인간의 노력으로 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강한 힘을 가진 무언가를 제어하려면 그만한 힘이 필요하게 마련이며, 지나친 힘은 반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룡은 자연 재해와 같은 거대한 힘이 아니라, 지금 인간이 가진 문명의 힘으로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대다수 공룡은 인간보다 훨씬 작고, 대다수 공룡은 인간의 도구보다 연약합니다. 영화 속의 랩터는 인간보다 훨씬 크지만, 사실상 고양이과의 맹수와 비교해서 탁월하게 강력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아시는 바와 같이 그 고양이과의 맹수들은 대부분 멸종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이번에 개봉할 영화 [쥬라기 월드]에서 드디어 쥬라기 공원이 ‘쥬라기 월드’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공룡들을 감상하고 있죠. 이번의 위기는 ‘유전자 조작’에 의한 괴물인데...(사실 “쥬라기 공원” 속의 공룡들도 정확히는 공룡을 닮은 유전자 조작 괴물이지요.) 티라노보다 크고, 랩터보다 똑똑한 살인 괴수...라고 해야 할까요?



[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투명한 창 밖으로 공룡을 감상한다는게 인상적이지만, 역시 얇팍한 강화유리일 뿐. ]


  하지만 공룡이 얼마든지 숨어 다닐 수 있는 국립공원 같은 환경에서 사파리처럼 감상할 수 있는 “쥬라기 공원”, 또는 “쥬라기 월드”라는 시설이기에 역시 위험한 것이지, 좀 더 안전한 시설이었다면, 훨씬 안전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면,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 수는 없었겠지요. 


  영화적 연출, 또는 소설적 연출을 위해서 당연히 문제가 생길만한 상황을 배치하고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이 얘기는 단지 ‘이래도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일 뿐이죠. 그리고 가끔은 프랑켄슈타인 증후군(인간이 만들어낸 존재가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아닌 기술이 펼쳐내는 밝은 미래를 다룬 이야기도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여담) 고 마이클 크라이튼은 일찍부터 프랑켄슈타인 증후군의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기술이 가져오는 무서운 결과’를 내세우는 작품으로서 테크노 스릴러라 불리죠. 분명히 이야기들은 재미있지만, 이를 위해서 지나치게 작위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말콤이 자신의 대변자라고 했는데, 사실 영화나 소설 속 말콤도 쥬라기 공원을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을 얘기하는게 아니라 무조건 '잘못되었다'라고만 말하죠. 수학자 쪽이라서 그렇다고 할 수 있을지도?


여담2) 영화적 연출이겠지만, 랩터나 티라노에게 살아있는 먹이를 주는 것도 사실은 이상했습니다. 살아있는 먹이를 주는 것은 맹수에게 사냥을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르치지 않아도 사냥은 할 수 있겠지만, 일부로 가르칠 필요는 없겠지요. 영화 속 설정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없는 티라노라고 해도 먹이가 내는 냄새 정도는 맡지 않겠어요? 피 냄새라던가. 게다가 염소나 소를 기르다가 그대로 주기보다는 죽여서 보관해두었다가 주는 게 훨씬 편할 테고요. 

posted by 별을 좋아하는 표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