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담

강연에 대한 추억

최근 홍익대학교 앞에 자리잡은 마포 도서관(마포구 평생 학습관)에서 "장르 문학 열전"이라는 강연을 진행 중입니다.

  SF를 시작으로 판타지, 무협, 추리라는 4개의 장르에 대해서 각각 개략적인 이야기를 소개하는 자리로 총 2시간 강연에서 30분 정도로 관련 동영상을 소개하고, 이후 강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남들 앞에서 강연을 한 것은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4년인가. SKC 소프트랜드에서 <심시티 2000>을 한글판으로 출시하면서 "심 시리즈 시연회"라는 것을 진행했지요. 국내에서는 두번째로 진행된 게임 시연회인데, 그 당시 심 시리즈 전반의 소개를 진행하는 것이 제 첫 강연이라고 해야 겠습니다. (이걸 강연이라고 해야 할지 어떨지는 조금 애매합니다만.)

  그 후에도 게임의 시연회 등을 많이 진행했지만, 게임 플레이를 소개하는 형태에서 벗어나서 특정한 주제에 대해 강연을 시작한 것은 2005년 게임 아카데미에서의 강연에서부터였지요.

  'SF 소재론(게임 소재론 2)'. 강연의 제목은 이러했습니다.

  게임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특히 게임의 이야기나 세계관을 만드는데 있어서 소재의 활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소재 그 자체를 그대로 쓰지는 않지만, 좋은 소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니까요. 다양한 작품이나 내용을 버무려 거름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 SF 소재론이란 바로 그런 과정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과목이었지요.

  그렇게 시작한 수업은 올해로 6년째.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제가 가르치는 강의가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 소재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었지만, 여전히 의문 부호가 가득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단독 주제로 강연을 하는 일도 종종 생겨났습니다. 조이 SF 클럽에서 개최한 파티나 페스티발을 제외하면 아직 손꼽을 정도 밖에는 되지 않지만, 그 중에는 일본 SF 대회에서 진행한 [한국 SF 소개] 같은 자리도 있었지요. (제가 외국어로, 외국인 대상으로 진행한 첫 강연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마포구 도서관에서 진행한 강연은 그러한 강연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사례입니다.

  이제까지의 강연은 대개 특정한 주제, 그것도 SF에 한정한 것이 많았지만, 이번 강연은 SF만이 아니라 판타지, 무협, 추리 등 다양한 장르를 개략적으로 소개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그것도 장르 문화라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들을 대상으로 말입니다.

  그만큼 준비도 어려웠던게 사실입니다. 각 강연에 대해서 파워 포인트 자료를 준비하는 것만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강연자들에게 나누어 줄 설명문도 필요하니까요. SF는 이전에 작성해 둔 것이 있었지만, 판타지, 무협, 게다가 추리까지 다루어 만드는 것은 참 힘들었습니다. (사실, 추리는 다음 주에 진행하는 만큼 아직 작성 중이지만요.)


  처음 강연을 시작했을때, 벌써 3주전의 이야기입니다만. 처음 SF에 대해 소개를 시작할때, 꽤 많은 분이 찾아오신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만큼 장르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 많다는 것이니까요.

  "SF란 무엇인가?"를 위하여 작품을 보여주고 시작하고,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행했지요. 세계에서의 SF 역사를 개략적으로 짚어보고 한국 SF의 역사까지... 여러가지 내용을 1시간 30분에 소개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다소 중언부언한 것도 있었고요.

  판타지 부분에서는 처음부터 하나의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분량도 대단히 많았습니다만...

  무협 쪽은 다른 장르보다 찾아오신 분이 적었던게 기억납니다. 제 강연이 좋지 않았나 고민하기도 했고, 무협에 대한 관심이 덜해서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만(다음 주 추리 시간이 되면 알겠지요.), 무협에 대한 개념을 잡고 무협과 관련한 역사, 창작 무협의 역사, 여기에 한국의 창작 무협을 몇 개 소개하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리고 말았지요.

  다음 주에는 추리... 이 4개 장르에서는 제게 있어 가장 생소하지만, 그만큼 저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일찍부터 발달한 장르이기도 하기에 소개할만한 것도 많고요.


  여하튼, 이처럼 강연을 진행하게 되면서 참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강연을 하면서 저 자신이 배우는 것이 더 많은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곤 하지요. 이제까지 애매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깨우치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강연하는 기술 자체도 좀 더 능숙해지는게 사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그리고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는가?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야 할 문제이지만, 이번 강연은 그러한 과정의 하나로서 제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다음 주 추리 문화 쪽을 잘 마쳐야만 하겠습니다만...



여담) 조만간, SF&판타지 도서관에서도 SF나 판타지 같은 장르에 대한 강연을 생각 중입니다. 언제,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자리를 찾아주신 분들께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